대한민국 군인, 그들의 불안을 기록하다
<오형근의 '해병들의 기념 사진'.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여자들은 재미있어할까? 문득 이게 더 궁금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군대 이야기. 하지만 대한민국 여자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가 군대 이야기라고 하지 않던가? 그 군대 이야기를 담은 오형근(49)의 사진전이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은 '중간인(中間人)-군인의 초상, 그들의 불안을 기록하다'.
왜 '중간인'일까? 작가의 말을 빌리면 군인이라는 신분은 특수한 무리에 속해 있으면서 일반인이 아닌 개인과 집단 혹은 나와 우리 사이에서 갈등하고 불안해하며 혼란스러워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란다.
이번 전시는 일반 사병의 모습을 군(軍)이라는 집단보다는 개인으로 조명한 것. 그래서 군인의 초상 사진으로 전시장이 채워졌다. 작가는 철저한 외부자적 시점에서 군을 부정적으로 비판하지도 않고, 긍정적으로 표상하지도 않는 중립적인 자세를 취한다. 전시장엔 전국 군부대에서 찍은 군인 사진 40여 점이 걸렸다.
오형근은 오랫동안 여성을 주제로 작업했다. '아줌마'(1997~1999년), '소녀연기'(2003~2004년), '화장소녀'(2007~2008년) 등이 이를 말해준다. 그가 10여 년의 여성 촬영을 접고 군인을 찍기 시작한 것은 2010년 6·25전쟁 60주년 전시를 위해 국방부의 요청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그렇게 찍다 보니 2년 반 동안 꼬박 군인 사진을 찍었다. 육군, 해군, 공군, 해병에 이르기까지 숱한 군부대를 방문해 촬영했다.
군대를 다녀온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차렷 자세의 이병과 그 옆에서 웃는 병장을 담은 사진 앞에서 발길을 잠시 멈출 수밖에 없다. 선임병(병장)은 편하게 있으라고 말하지만, 갓 입대한 신병(이병)은 긴장할 수밖에 없는 군대라는 조직의 특징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오형근의 '판초우의를 입고 위장막 앞에 선 군인.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판초 우의를 입고 위장막 앞에 선 군인, 함포 앞에 선 해군, 바닷가에서 웃통을 벗고 기마전을 앞둔 군인, 벚나무 아래에서 군견과 함께 자세를 취한 군인, 붉은 체육복을 입은 해병, 자신의 몸을 과시하듯 발가벗은 상체를 드러낸 군인도 보인다. 표정이 모두 경직돼 있고,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는 것이 특이하다.
그의 카메라는 한국사회에서 군인이라는 어정쩡한 존재, 집단과 개인 사이에서 겪는 불안감을 제대로 포착해 보여준다 . -정달식 기자-
▶ 오형근 사진전 '중간인-군인의 초상, 그들의 불안을 기록하다'
11월 25일까지 부산해운대구 우동 고은사진미술관 신관.
051-744-3933.
출처 : 부산일보(2012. 10.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