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과 전설, 섬 곳곳 스토리텔링
- 차없는 15㎞ 일주도로, 자전거 마라토너 천국
- 그림같은 바다, 일출과 일몰…섬안에서 감상
해전사에 가장 처참한 패배로 기록된 칠천량해전. 160척의 조선 전선을 삼켰다는 칠천량의 바다는 뜻밖에 조용했다. 명량대첩을 이끈 울돌목의 물살을 연상해서였을까. 다리 위에서 내려다본 바다는 잔잔하게 흘렀다. 좁은 해협엔 승천 못한 용과 매미의 전설이 서린 작은 여와 등대만이 햇빛에 반짝이는 바다를 지키고 있었다.
양지바른 언덕의 산수유나무는 벌써 노란 꽃봉오리를 품었다. 터지기 직전이다. 포구마다 자리 잡은 아담한 방파제에는 낚시꾼들이 포인트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은 뭐니뭐니해도 봄도다리가 막 올라올 때"라고 주민이 설명해준다. 마을 앞 작은 해변에서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들의 손길이 여유롭다.
왕복 2차선 도로 한 쪽에 차를 세우고 풍광을 카메라에 담는 사이 섬 일주에 나선 자전거 동호인들이 페달을 밟으며 지나간다. 조금 뒤이어 마라토너 한 명이 스치듯 달려간다. 길은 좋고 차가 적은데다 풍광은 아름다워 사이클과 마라톤을 즐기기에는 이만한 곳도 드물지 싶다. 인터넷 자전거 동호회 카페마다 필수코스로 올라 있다.
작은 섬이라서 일출과 일몰을 다 감상할 수도 있다. 섬의 동쪽 마을에서는 일출을, 서쪽 마을에서는 일몰을 볼 수 있다. 독특한 먹을거리나 유명한 명소는 없다. 그래서 더 좋은 칠천도. 거가대교가 개통되면서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개발의 바람도 함께 불어올 것이다. 더 늦기 전에 그나마 어촌 정취가 남아 있는 호젓한 섬마을을 만끽하는 호사를 누려보자. 사람 붐비는 곳은 싫고 부산에서 배를 타지 않고도 갈 수 있는 한적한 섬에서 조용하게 보내고 싶다면 이곳으로 가보자. 하루를 비워도 좋고 한나절 드라이브도 좋다. 골치 아픈 일일랑은 잠시 접어두자. 천지만물이 유혹하는 봄이지 않는가.
'거제' 하면 흔히 구조라에서 시작해 학동을 거쳐 해금강으로 이어지는 동남부해안, 그리고 더 아래 여차~홍포 해안도로까지를 떠올린다. 이곳에 명소와 절경이 몰려 있고 관광객도 당연히 이쪽을 찾는다. 개발의 손길도 뭍과 배로 연결되던 장승포와 옥포 그리고 섬 반대편 삼성조선소까지만이다. 거가대교가 놓이기 전까지 장목과 칠천도 등 거제 북부는 미개척지였다. 특히 연륙교가 생긴지 10년도 넘었지만 칠천도는 아직도 발길이 뜸하다. 거제도의 명성에 비하면 이름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섬이다. '칠천도'로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최근 1~2년 새 올라온 글이 대부분이다. 대부분 낚시꾼이나 캠핑애호가들이 올린 글이다. 달리 해석하면 아는 사람들도 숨겨두는 곳이라는 의미도 되겠다. 칠천도에는 해안을 따라 섬을 일주할 수 있는 도로가 놓여 있다. 15km 남짓. 그러나 자동차는 드물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자전거 마니아와 마라토너들이 몰려와 해안도로를 누빈다.
■ '칠천량' 역사와 전설
정유재란 당시 거제도와 칠천도 사이에 있는 좁은 해협에서 대규모 전투가 벌어진다. 칠천량해전이다. 이순신 장군은 모함으로 백의종군하고 원균이 삼도수군통제사로 지휘권을 잡고 있을 때다. 왜의 수군과 육군의 협공을 받은 조선 수군은 거의 전멸 당한다. 조선은 이 전투에서 거북선을 비롯해 전선 160여 척을 잃는다. 원균도 달아나다 목숨을 잃는다. 이때 남은 전선이 겨우 12척. 얼마 후 이순신 장군은 이 12척으로 울돌목에서 일본 수군 133척의 공격을 물리친다. 1597년 음력 7월과 9월 사이, 단 두 달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칠천교 앞에 서 있는 이 탑은 그때의 치욕을 잊지 말자고 만든 탑이다.
옥계마을 이장 서흥수 씨가 전해 준 스토리텔링 하나 더. 연륙교 바로 아래 장곶마을 앞바다에 등대가 서 있는 작은 섬 매미섬이 있다. 용의치라고도 부르는 이곳에는 전설이 전해 온다. 오랜 옛날 천 년 묵은 용이 승천하려다 사람들에게 들켜 하늘로 오르지 못하고 바다에 떨어져 섬이 되었다. 용이 머물렀다고 해서 머물섬으로 불리다 매미섬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원래는 하나의 섬인데 밀물 때는 가운데가 물에 잠겨 섬과 등대 두 개로 보인다.
■ 하나뿐인 모래해수욕장 '물안'
물안해수욕장 | |
칠천도의 가장 큰 골짜기에 큰 마을이 있어 이름 하여 대곡(大谷)마을이다. 방파제에서 어부 둘이 그물을 손질하고 있다. 바로 코앞에 섬이 있다. 황덕도다. 해안에 집이 몇 채 보인다. "섬 안 주민에게 전화하면 배로 데리러 나와요. 민박집도 있고요." 어부가 묻지도 않은 걸 이야기해준다. 아마도 낚시꾼이나 조용한 곳을 찾는 사람들이 제법 있나 보다. 이곳 대곡마을에는 일제시대 일본인들이 살던 가옥과 흔적이 있다. 일제의 수탈은 이 한적한 섬에까지 미쳤나보다. 용한 점쟁이 할머니가 있다던데 한번 찾아볼까. 올해는 토정비결도 안 봤는데….
대곡어촌계에서는 유료 낚시터를 운영하고 있다. 콘도식 낚시뗏목 5개 동과 뭍에서 그물을 끌어당겨 물고기를 잡는 지인망 체험시설을 갖추고 있다. 1박에 15만~25만 원. 010-2650-9357
■ 부담 없는 산행 전망 좋은 옥녀봉
대곡마을 방파제에서 두 어부가 그물 손질에 여념이 없다. 앞에 보이는 섬은 황덕도. | |
칠천초등학교를 지나 옥계마을에 이르니 산기슭 따라 차곡차곡 올라간 다락밭이 정겹다. 해안에 접한 밭엔 푸성귀가 제법 파릇파릇하다. 봄비라도 한번 내리면 금세 올라올 기세다. 마을 뒤로 옥녀봉에 오르는 등산로가 나 있다. 옥계마을에서 출발해 정상을 거쳐 음식점 소향다원으로 내려오는 코스의 산행시간은 딱 한 시간. 부담스럽지 않고 정상에 오르면 칠천도 전체를 내려다보는 조망이 일품이다. 옥계마을에는 해전공원 조성 공사가 한창이다. 서흥수 이장은 "공원이 완공되면 마을 앞에 거북선과 판옥선도 한 척씩 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시 칠천교 아래. 출발지점으로 돌아왔다. 창밖 가득 칠천량을 품은 커피전문점이 한 곳 있다. 연인과 함께 섬을 한 바퀴 돈 후 커피 한 잔 마시기엔 그만이다. 지난해 6월 문을 열었다는 김영수 사장은 "거가대교 개통 이후 주말에는 손님이 몰려들어 가게 확장공사를 하는 중"이라고 했다. 거가대로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이곳 칠천도에도 외지관광객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 가조도 어촌체험마을
- "경치 구경만 말고 낚시·어촌체험도 해보이소"
계도마을 앞 계도와 바다에 떠 있는 해상콘도. | |
칠천도에서 차로 30분쯤 걸리는 가조도에는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바다낚시를 즐길 수 있는 어촌체험마을(055-632-2515)이 있다. 지난 2008년 계도마을 앞바다에 조성된 체험시설은 폭 2m 길이 65m의 해상 낚시덱과 숙식을 할 수 있는 해상콘도를 갖추고 있다. 덱 중간에는 방갈로가 있어 안전하게 낚시를 즐길 수 있으며 어린이들을 위한 가두리식 낚시장도 있다. 체험마을 사무장 이창미 씨는 "거가대교가 개통된 이후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 많이 찾는다"며 "요즘은 도다리가 제철이고 게르치도 많이 올라온다"고 일러준다. 낚싯대를 빌려주는 곳이 없어 장비는 직접 챙겨가야 한다. 주말에는 예약하지 않으면 해상콘도 잡기가 어렵다.
낚시뿐만 아니라 갯벌체험과 노배체험 어민생활체험 등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특히 어민생활체험은 마을 앞 양식장을 둘러보고 미더덕 멍게 등 해산물을 직접 수확해 볼 수 있다. 이달부터 초여름까지는 미더덕, 5~6월은 멍게 체험이 가능하다. 마을 앞 섬 계도에는 탐방로와 전망대 등 휴식공간을 갖추고 있다. 배를 타고 들어가 청각 톳 등 해조류를 따고 고동 게 잡기가 가능한 생태체험이 인기다. 이 사무장은 "물 맑기로 유명한 청정해역인 이곳의 보존을 위해 마을주민이 직접 모든 것을 관리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방문객의 요청에도 야간낚시는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상콘도는 8명까지 수용 가능한 가족형 3동과 20명을 수용하는 단체형 1개 동이 있다. 요금은 15만~40만 원. 체험마을 홈페이지 http://gyedo.seantour.org/
# 거가대교를 내 카메라에 담고싶다면, 이곳
거가대교를 지나 거제에 들어온 후 관포교차로에서 좌회전한다. 농소몽돌해수욕장을 지나 하유마을 가는 길에 낮은 산허리에 전망대가 하나 자리 잡고 있다. 거가대교가 한눈에 보인다. 여기가 제1 포인트(사진).
굽이를 돌면 곧바로 마을이 나타난다. 장목면 유호리 하유마을이다. 마을로 들어서 갈림김에서 왼쪽으로 가면 방파제, 오른쪽으로는 작은 해변이 나온다. 두 곳 다 거가대교를 감상하는 포인트다. 하유마을에서 사진 촬영을 하려면 오전에는 역광이라 가급적 오후에 가는 것이 좋다.
하유마을 초입에 있는 펜션 '모네의 정원(010-3765-8300)'이 눈에 띈다. 미술가 이경이 씨가 운영하는 아틀리에 겸 작은 갤러리를 갖추고 있다. 방안에서도 거가대교가 보이는 전망이 일품이다. 벌써 블로거들 사이에는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하유마을에서 왼쪽으로 해안도로를 따라 계속 가면 구영해수욕장과 황포해수욕장이 잇따라 나온다. 오목하게 뭍으로 쏙 들어온 아담한 황포해수욕장은 양쪽으로 튀어나온 육지가 천연방파제 역할을 해 파도가 없고 물은 맑기 그지없다.
# 여행수첩
▶먹을거리=이름난 음식점으로 소향다원(055-633-8433)이 있다. 연륙교 건너 왼쪽으로 100m쯤 가면 산기슭에 버섯모양의 건물이 보인다. 연잎영양밥(8000원)에 딸려나오는 열두 가지 반찬(사진)이 정갈하고 된장미역국이 짭조름하게 독특한 맛이다.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연잎유황오리 훈제찜 요리도 있다.
칠천도 앞바다에서 잡은 해산물로 차려내는 횟집이 곳곳에 있다. 지금은 도다리 쑥국이 제철이다. 식당마다 멍게비빔밥과 함께 필수 메뉴.
칠천도 연륙교 아래 재즈카페를 고쳐 문을 연 커피전문점 슈만과 클라라(055-633-9198)도 거가대로 개통 이후 인기를 끄는 곳이다. 경주에 있는 같은 이름의 커피전문점에서 수업한 후 그곳 주인의 허락을 얻어 개업했다고 한다. 바다 바로 앞에 있고 조망이 좋아 주말에는 부산 등지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빈자리가 없을 정도다.
▶잠잘 곳=칠천도 내에는 몇 년 새 펜션이 많이 들어섰다. 지금도 새로 짓고 있는 곳이 많다. 칠천도 펜션(055-633-9015), 반올림(010-9340-9429), 바다와 등대(055-243-0678) 등이 있고 펜션바닷가농원(011-830-6142)은 창밖으로 바로 낚시가 가능하다. 마을마다 민박도 한다. 칠천도 해변민박(010-3590-1420) 물안어촌민박 (010-4710-9067) 등 다수.
첫댓글 김순기님 감사 합니다. 아침 일찍은 못 갈것 같고 점심나절쯤 가고 싶습니다.물론 일찍 못가는분과 동행 하고저 합니다.기대 됩니다.
당연히 참석 해야지요!!
즐겁게 잘 다녀오십시요. 회관은 제가 잘 지키고있겠습니다. 집 잘지켰다고 남은 회 가져오시나 봐야지ㅎㅎ 메인무대에서 혼자 실컷 폼잡고 불어보구~! 니나노 닐리리야!
함미꽃님 아니 되옵니다.. 밥하고 설거지는 누가 하고요,꼭 참석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