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마음 속에 늘 세우고 있는 목표가 '혼자 두어도 별 문제없이 낮시간 정도는 잘 보내기'입니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용기를 내지 못하는 부분이 바로 부모님이 외부에 일이 있어 아이를 보호자없이 집에 혼자 두는 것입니다. 아주 짧은 시간의 홀로둠조차 마음조이고 긴장하기 마련입니다.
저는 이 부분을 진작에 의식해서 태균이는 다소 일찍부터 이 부분을 훈련시켰다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학회나 자격증취득을 위해 해외에 나가서 태균이를 낮시간 내내 현지숙소에 혼자 놔두어도 별문제없는 수준까지는 무난해졌습니다. 근래 10여년간 꽤 여러 차례 함께 나가서 낮시간 내내 태균이가 혼자 두었는데 문제가 일어난 적은 없습니다.
태균이는 TV와 휴대폰, 노트북만 있으면 나름 의미없는 시간을 보내지는 않습니다. 혼자 있을 때 생산적인 활동은 못해도 무의미하게 보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예전 시절이긴 하지만 혼자 라면도 끓여먹은 적도 있었죠. 자기가 해봐야 맛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안하지만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해결할 기본은 있다고 보여집니다.
하루에 한번씩 택배보내러 가야할 때 아이들을 대부분 동반하긴 하지만 가끔 완이에게 혼자 혹은 형들과 함께 잠시 있기 기회를 주곤 합니다. 제주도 일기에 써놓은 것처럼 처음 제주도에서 혼자 놔두었을 때 (이 때는 불가피했었지만) 무언가를 쏟고 저지레짓을 하는 행동이 큰 걸림돌이었는데요, 이 부분은 제가 대비를 한 부분과 완이 스스로 단련된 부분 두 가지에서 모두 성과가 있었습니다.
홀로두기 연습의 기본에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선행되어져야 합니다. 첫째 감각추구적 행동문제가 거의 해소되어 있어야하고, 둘째 의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자기만의 놀이가 한 가지라도 있어야 합니다. 일반 사람들이 그렇듯 TV나 휴대폰보기, 게임하기가 우리 아이들도 즐겨볼 수 있는 대표적인 활동들입니다.
완이가 즐겨하는 건 책보기 (책내용은 못보지만 책자체 들여다 보기를 좋아합니다), 애니메이션보기 (특히 뽀로로), 입맛에 맞는 음식 시간두고 계속해서 먹기 (과일과 옥수수 알갱이 치즈볶음 등) 등으로 상당부분 압축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잘 준비해주면 감각추구나 돌발행동보다는 훨씬 차분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며칠 전에는 저지레짓을 할 대상을 찾다가 별로 눈에 띄는 게 없으니 견과류 담긴 깡통뚜껑을 열어 바닥에 다 흐트러뜨려 놓았지만 이건 제가 대비를 충분히 못 한 것일 수 있습니다. 아이 혼자두기 연습을 시킬 때는 비사회적으로 집착하거나 기회다싶을 때 바로 표출하는 문제행동에 대한 분석을 해서 꼭 대비를 해야만 합니다.
과거 리틀준이의 경우를 보면 두루마리휴지 죄 풀어놓기, 화장품과 샴푸 집착행동이 많아서 전형적인 촉각자극 욕구를 해소하지 못한 부분이 많이 보였었죠. 그런 것에 비하면 완이는 이불뒤집어 쓰고 베개끌어안고다니기, 사람에게 치대기 그리고 쏟고 저지레하는 고유수용감각 추구 행동 비중이 더 높습니다. 이런 아이들별 분석과 대비는 혼자두기 연습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리틀준이는 행동이 둔하고 동작욕구가 적어 돌발적으로 밖으로 뛰쳐나가는 행동은 거의 보이지 않으나 완이는 기회가 포작되면 밖으로 뛰쳐나가는 민첩성이 있기에 이 부분은 철저한 대비가 꼭 필요합니다. 안전한 공간 제공과 돌발탈출 기회봉쇄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돌발탈출 욕구가 있어도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으면 놀랍게도 몇번 시도 후에 쉽게 포기모드화 해서 머리에 각인시켜 버립니다. 그래도 작은 사고에도 대비를 하기위해 당분간에 홀로두고 밖에서 지켜보며 아이의 행동을 체크해보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일정시간 탈출욕구 자제하고 잘 기다려주었다면 폭풍칭찬과 보상해주기 꼭 해야만 합니다.
혼자있기 훈련만 잘되어도 부모로써 어려운 일의 50%는 덜 수 있습니다. 혼자 잘있기를 스스로 하면 아이 자체도 자신감이 붙고 훨씬 성숙해지기도 합니다. 아주 조금씩 조금씩 연습해보세요. 완이가 이제 제게 온게 4개월도 안되었지만 이 부분 참 많이 좋아졌습니다. 기회를 꾸준히 제공하고 문제행동에 대비한 결과라고 보여집니다.
4년전 그리스에서 있었던 교육과정 참가를 위해 며칠동안 낮시간 내내 혼자있었던 태균이 모습을 밖에서 지켜보며 찍어놓았던 사진이 정겹네요.
첫댓글 저도 이 부분에 대해서 늘 고민이 많습니다. 아직 아이를 혼자 둔 적이 없어서요...집에 카메라라도 설치를 해 놓고 밖에서 보면서 연습을 해 볼까 고민중이였거든요. 좀 더 용기를 내어서 도전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림이는 밖에 뛰쳐 나가는 형이고, 집안에서 혼자 놀때도 있는데, 심심해서 같이 놀아 달라고 조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