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에 열정
11시에 질투
정오에 살인
한 사내의 비뚤어진 욕망과 집착, 그리고 열등감 등을 잘(?) 표출함으로써 일약 세계적인 스타가 된 배우가 있다.
애틋한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도 아니고, 인류 멸망에 처한 지구를 구한 영웅도 아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란 악역인데도 말이다.
굳이 그 행동에 동정표를 줄 점이 있다면, 부잣집 망나니에게 당한 천대와 멸시를 못 참고 벌인 살인이란 것 정도.
그럼에도 지중해의 눈부신 풍광 아래 보여 주는 알랑 드롱의 어둡고 냉혹한 눈빛 연기는 관객을 매료한다.
영화감독과 배우의 뛰어난 연출 연기력이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케 해 주는 이 영화는
영국의 여류 추리작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Patricia Highsmith)의 소설 "보라빛 오후(Purple Noon)"를 각색,
1960년 르네 클레망(Rene Clement)감독이 만든 서스펜스 드라마.
야망을 채우기 위해 어떤 짓도 할 수 있는 한 젊은이의 완전 범죄가 드라마틱하게 붕괴되는 과정을 보여 준다.
르네 클레망 감독은 톰 리플리 역에 당시만 해도 신인이었던 25세의 알랑 드롱(Alain Delon)을 캐스팅,
그의 음울하고 날렵한 이미지를 최대한 발휘케 했다.
가난하게 자란 톰이 엄청난 부와 사랑을 차지한 승리감에 젖어 해변 가득히 부서지는 햇살을 만끽하고 있을 때,
경찰이 그를 체포하러 오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니노 로타(Nino Rota)의 주제곡과 함께 카메라는 지중해와 나폴리 근교의 풍광을 아름답고 리얼하게 포착하고 있다.
여주인공 마르쥬 역으로 나오는 마리 라포레(Marie Laforet)는
후일 'Mary Hamilton(아름다운 것들)', 'Vien Vien (rain rain)' 등을 불러 우리에게 친숙한 샹송가수이다.
< 스토리 >
조각 같은 외모의 소유자 톰 리플리(알랑 드롱)는 지독하게 가난한 청년이다.
그의 친구 필립(모리스 로네)은 아름다운 여자친구와 재력가 아버지를 둔 모든 것을 가진 청년.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두 남자가 친구라는 명분하에 요트 여행을 떠나게 되고,
돈 많은 필립의 천대와 멸시를 받던 리플리는 그만 우발적으로 그를 죽이게 된다.
그리고 그는 필립 행세를 하면서 그의 재산까지 따돌리고,
슬픔에 젖은 필립의 여자친구까지 유혹하며 완전 범죄 일보직전까지 가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