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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 안에 너 있다(파리의 연인 2004)"
당시에 환장을 하고 드라미를 보았고, 임상실험까지 해보았는데, 대사 속에 라캉이 들어있는 줄 지금 알았어요. 사람들은 왜 “내 속에 너 있다”를 상처나 지배가 아니라 사랑이라고 느낄까요? 누구나 <주체> 안에는 <타자>가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라캉적으로 말하면 인간은 타자의 욕망에 의해 욕망하는 존재랍니다. 너에게 사랑받기 위해, 너의 눈에 의미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너의 말에 반응하며 살아온 흔적이 무의식 가운데 남습니다. 그래서 사랑은 종종 이렇게 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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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없이는 내가 설명되지 않는다” 이건 낭만이 아니라 구조입니다. “무의식은 타자의 담론이다”란 말도 결국 “나는 나 혼자로 만들어진 적이 없다”는 뜻이고, “내 속에 너 있다”는 말은 그 사실을 감정의 언어로 고백한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고 완전히 홀로될 수도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타자의 말이 내 속에 있는(떠나지 않은)몸으로 살아갑니다(인정 욕구 포함). 그리고 어떤 글은, 어떤 기억은, 어떤 드라마는 그 타자의 목소리를 다시 불러내는 장치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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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쌍팔>에서 할머니의 말-어머니의 울음-골목 어른들의 시선, “울지 마라”, “참아라”, “니가 형이잖아” 같은 문장들은 사라졌는데도 지금의 내 안에서 여전히 말하고 있습니다. “어른은 그저 견디고 있을 뿐이다” 이 역시 내가 만든 문장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수십 년간 들은 "타자의 담론"이 내 입으로 나온 것입니다. <응쌍팔 3회>입니다. 스낵코너에서 디스코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덕선이 삼총사가 먼저 와있고 후에 선우-정환-도룡용이 후발로 도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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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파티는...너는 그걸 왜 모르니...우빰빰빰!" "너희들 웬일이냐!" "덕선아! 라면 먹을래!(선우)" "재 쌍고 전교 회장 맞지? 어떡하냐 너 (왜?) 걔가 너 좋아하는 것 같아...마지막 결정적 증거... 라면 먹을래... 축하해 덕선아! 너 남자 친구 생겼어(나는 사랑에 빠졌나 봐)" 우리 시대는 스낵 코너가 참 많았습니다. 만화방도, 빵집도, 튀김집도 재다 "스낵 코-너"라고 불렀습니다. 담양 터미널 뒤, 튀김 집이 우리들 아지트였던 것처럼 고삐리 5인방이 우연히 스낵 코너에서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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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이 빠진 선우, 정환, 동룡, 여친 1,2,3 이면 3:3 딱 맞습니다. 선우가 덕선 이에게 물도 시키고 라면 먹을 거냐고 물어봤는데, 계산은 정환이가 했습니다. 속도 모르는 덕선의 여친들이 선우-덕선 라인을 설정했지만 착각은 자유입니다. 꿈 깨라. "덕선아! " 선우가 화이트를 핑계로 덕선이네 집을 들락거립니다. "이것이 뭐다냐? 덕선이는 심쿵 합니다. 아무래도 전교회장(선우)이 나를 좋아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1988년 여름, 성덕선 인생 최초의 사랑이 시작되었다(내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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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담양 남 초등학교 앞 핫도그 집에 주로 다녔지요. 착한 떡집 부부가 그때 저희들 때문에 골탕을 좀 먹었을 것입니다. 학교 끝나고 돌아오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핫도그 집에 모여들었지요. 순옥, 현숙, 미숙, 담양여고 3인방이 크고 긴 핫도그에 빨간 케첩을 발라 먹다가 우리가 오면 덕선이처럼 결재를 패스했습니다. 얄미운 년들. 돈은 주로 부잣집 아들 일도가 냈고, 우리는 여기 저기 싸돌아다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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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네 턴테이블을 아예 우리 집에 갖다 놓고 조용필의 "단발머리" "길 잃은 철새"를 수 백 번도 넘게 들었습니다. “사랑은 철부지 그 사람은 이름은 꽃바람 이제는 안녕” 내 짝은 빵강 머리 미숙이었는데 장계현의 "너"를 순옥이가 아주 잘 불러서 뒤늦게 짝짓기를 후회했습니다. "사랑이 무언지 미움이 무언지 모르던 나에게 나의 모든 마음 앗아 가버린 너를 알고부터...나의 모든 마음 남기고 가버린 너를 알고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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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서로 남이 되어버린...잊어야지 해도 다시 생각나는 너, 너, 너!" 늘 사건은 조용할 때 터지는 모양입니다. 1988.10.8. sun 지강헌 등 25명의 태운 호송버스가 전복되면서 탈출 극히 벌어졌다는 뉴스 속보입니다. 1차 14명은 탈주를 거부하고 복귀했고, 착하거나 간덩이가 약한 8명은 검거되거나 자수를 했으니까 남은 놈들은 간덩이 부은 놈 4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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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강헌, 안광술(21세), 한의철(19세), 강영일(20세)은 도주에 도주를 거듭하다가 10월 15일 밤 9시 40분 서대문구 북가좌동의 한 가정집에 들어가 가족을 인질로 잡습니다. 내가 보니까 악당들이긴 해도 자수 vs 탈옥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개인 의사를 존중했고 의리도 있어 보였습니다. 당시 대우자동차(주)에 다니던 나는(25세) 이강언이가 벌인 인질극을 보면서 탈주범에게 짠한 감정을 느꼈을 것입니다. "뭐시여! 시방 나가 영화를 보고 있는 것이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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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엄청난 사건은 5공 청산과 맞물리면서 전경환 vs 지강헌이 비교되었고, "유전무죄 무전 유죄"가 일간지에 도배 되면서 회자되었을 것입니다. 나중에 나온 <홀리데이>라는 영화에 보면 '당신은 내게 휴식 같은 사람' 이 나옵니다. 지강헌은 영등포 교도소 같은 감방에서 아꼈던 강영일 등을 떠밀어 자수 시킨 뒤, 홀리데이(Holiday/비지스)가 담긴 카세트테이프를 요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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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강헌이 테이프를 받아 녹음기에 걸던 순간 안광술, 한의철은 지강헌이 갖고 있던 권총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합니다. 이때 지강헌은 "Oh, you're a holiday. Such a holiday. Oooh, you're a holiday. Such a holiday" (당신은 내게 휴일 같은 사람, 휴식 같은 사람입니다)라는 비지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창문을 깨 유리조각을 자신의 목에 갖다 댑니다. 총소리가 나자 무장한 정예 경찰들은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며 총을 쏘면서 집안으로 뛰어들어 전대미문의 탈주극이 끝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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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생인 나는 내 의사와 상관없이 실미도-광주 사태-삼청교육대-수방사 차출-헌병대- 전통 경호 경비-영창-아시안 게임-88올림픽-자강헌 탈주극까지 숨돌릴 틈도 없이 역사의 <현존재>가 되었습니다. 나이 겨우 25세에. 다시 성균/라미란 여사의 집입니다. 이 집 장남은 4수 생인데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우표 수집만 열라 합니다. "정봉이 어떡할 거야(라 여사)" "루스벨트 대통령은 말씀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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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우표에서 배운 게 더 많다고(정봉)" 왕년에 우표 수집 안 해본 사람 있습니까? 안재홍 이놈 2013년 영화 ‘족구왕’으로 이름을 알렸지요. 당시 순수하면서도 찌질한 복학생 홍만섭 역으로 현실감 넘치는 연기를 펼쳤는데 영화 "쎄시봉"에도 출연했습니다. 쌍문여고 교실에서 수학여행 장기자랑 준비에 열공하는 삼총사가 귀엽습니다. 다시 정환이네 집입니다. 덕선이는 남자 방을 안방처럼 드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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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도엔 <소방차>와 <박남정> 춤이 대세였을 것입니다. 자취방의 추억은 다음에 셰어할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돈이 있어도 쓸 줄 모르는 미란이 남편 성균이, 모자란 돈으로 허구한 날 남 도와주는 일화 남편 동일이 때문에 두 여자는 복창이 터집니다. 그래서 하지감자 한 소쿠리를 안주 삼아 소주잔을 기울이는 두 여자의 이바구 주제는 "유전무죄 무전 유죄"입니다. "내는 그래도 성님이 세상에서 제일 부럽다... (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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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 천천히 갚아! 나 졸부여!(미란)" "덕선이 수학여행 가는데 생활비가 3만 원밖에 안 남았다... (이화)" 막내 노을(최성원)이 일일찻집을 했다고 교무실에서 부모님 호출입니다. 고삐리 때 한두 번 일일 찻집을 했지만 울 엄마는 단 한 번도 학교에 호출된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난 노을이가 아니니까. 찌질 해 보이는 최성원(노을 역)은 ‘응쌍팔’ 신 원호 PD가 KBS 재직 시절 만든 "남자의 자격’에 출연했던 뮤지컬 배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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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아! 누나 내일 수학여행 가지롱!(덕선)" "그래 멀리 떠나자... 외로움을 지워보자... (뮤직)" 수학여행 준비에 신난 덕선에게 언니 보라가 찬물을 끼어얹습니다. "불 끄는데 5분 준다(보라)" "뭐 군대야 5분은 무슨... (덕선)" "너 강철이 어떻게 단련되는 줄 알아?... 니콜라이 오스트롭스키 소설에서 말고 현실에서는 말이야... 처맞아야 한다. 처맞아야(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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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 엄마, 자?...친정에서 옥수수 보내서(미란)" 수학여행 전 날 코가 쑥 빠져있는 일화를 찾아온 치타 여사 타이밍 좀 보시라! 옥수수 한 대접에 5만 원도 함께 왔습니다. "덕선이도 낼 수학여행 가지. 용돈에 보태 정봉이 엄마." 졸필인데 감동입니다. "어째 찜찜하단 말이야(동일)" 벌써 수학여행 차가 출발을 했습니다. 들뜬 아이들 가운데 덕선은 장기자랑 준비에 바쁩니다. 오늘날 K 팝 신드롬은 수학여행 장기 자랑이 한몫 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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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 캐논 카메라를 빌려 아빠랑 세끼 손을 꼭 걸고 떠났던 덕선, 썸씽스페셜을 가방에 짱 박아 떠난 정환의 설레었던 감정은 낙담으로 바뀝니다. 왜 그랬을까요? 우리 학교는 수학여행을 고1 때 갔습니다. 나는 이 수학여행을 기점으로 명실공히 우리 학교 짱이 되었지요. 수학여행과 일탈은 정말 관련이 있는 걸까. 관광버스 7대를 빌려 타고 떠난 일탈, 와! 이런 별천지가 있다니 믿기지가 않습니다. 경주 불국사에 석가탑과 다보탑이 정말로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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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성대를 보았고 토암 산에 올라 석굴암까지 다 보았습니다. 참말로 돌멩이를 깎아 잘도 만들었습디다. 경포대에서 1박을 했는데 "청파 여관"이 생각납니다. 여고생 숙소에 몰래 들어가 고고 춤을 추었고, 해돋이 본다며 낙산 비치호텔까지 갔다 왔습니다. 설악산 흔들바위나 비룡 폭포에서 사진 열라 찍고 3박 4일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습니다. 태원, 황석, 준호, 성수형, 금철이 형, 학수, 양호형과 찍은 사진도 빛바랜 채로 앨범 어딘가에 있겠지요. 다들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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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뭐 그래...당신 졸부라고 무시하는 거야...친구 누구냐니까(미란)" 담임 전화로 캠코더 분실 건을 면죄부 받은 덕선이 <마이 마이>가 걸려있는 장기 자랑에 올-인합니다. 염병, 담 넘다가 다리 부러진 삼총사 사고로 <마이 마이>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삐 삐삐~이를 어쩐답니까? "어쩌든 3명만 채우면 된다 이거지요(덕선)" 덕선이 손꼽 친구 동룡(이동휘)을 장만옥-왕조현 소개 조건으로 급조하면서 춤으로 학교를 평정한 쌍문동 박 남정과 친구들이 출격하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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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선 도롱뇽으로 불리는 동룡은 영어 단어 하나 제대로 외우긴 힘들지만, 소방차와 박 남정의 댄스부터 바비브라운의 토끼 춤까지 못 추는 춤이 없습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얼 짱 여고생 출몰 지역, 빨간 비디오, 영화 <매춘> 상영극장 쪽(?) 정보에는 귀가 밝아 친구들 사이에서 정보통 역할을 톡톡히 하는 도룡용이가 있어 덕선이 는 행복합니다. 우리는 수학여행 가서 짤짤이를 주로 했는데 <응쌍팔> 세대들은 범생이들만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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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 치기 하는 인간들이 한 명도 없으니 말입니다. "쌍문 여고의 소방차를 쌍문고 삼총사가 불러 무대를 찢어 놓았습니다. "어젯밤 파티는 너무도 외로웠지 이 세상을 다 준대도... 너는 그저 왜 모르니... 나 혼자 우울했었지" 드디어 <마이마이>는 덕선이 손에 들어갔습니다. "고마워 선우야!" "애가 장미옥...애가 왕조현...난 이미연" "야 너 진짜 춤 잘 추더라" 정환이 소지품 검사 때문에 "썸씽"을 덕선이에게 맡겼는데 덜렁이 덕선이 또 잃어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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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이 바보야! 양주는 김수로왕 매점 주인이 가져갔다고. 카메오로 출연한 김수로 존재감 뽐 뿜입니다. " 딱 서! 거기 서!(학주)" "선우야 장돌 같은 거 있니?(왜?)나 기절 좀 시켜주라(동용)" "야 숨 좀 작게 쉬어! 뭐야! 이 그림, 정환과 덕선이 문틈에 끼어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상황입니다. 이 순간이 더 좁고 오래 가길 바라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그 사람이 바로 범인입니다. 철딱서니 덕선은 <마이마이> 끼고 자고 있고 정환이가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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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마차/현숙>란 가요가 실재 합나다. 동일이 포차에서 소주 잔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아빠! 엄마가 빨리 들어 오래(노을)" "내일 꼭 옷 바꿔... 무슨 친구가 그래... 그때 50.000원 준 친구가 하나님 같더라.. 전화해 보라고(미란)" "가가 갸라고(성균)" 포장마차에 껌팔이 할머니가 껌 팔러 왔어요. "어르신 오늘이 마지막이어라(동일)" 지강언 사건 종료 소식입니다. "아이 불쌍해서 어쩌냐(일화)" "그러다 자식 잡겠네... 카메라 잃어버렸다고... (동일)" '나 좀 돈벼락 맞아 보려고(동일)" "알빌드세오르!" 구박덱기 정봉이가 로또에 당첨 돼 나라(집)를 구했습니다. 무려 5천만 원입니다. 정봉이 리스펙트!
2.
“이(나) 안에 너 있다.”
2004년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이 문장은 한국 대중문화에서 가장 널리 오해된 사랑의 고백일지도 모른다. 많은 이들이 이 대사를 소유의 언어, 혹은 낭만적 합일로 기억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들여다보면, 이 말은 오히려 사랑의 위험한 진실을 정확히 찌르고 있다. 라캉의 문장을 빌리자면, “무의식은 타자의 담론이다.” 그리고 “내 속에 너 있다"라는 말은 이 이론을 감정의 언어로 번역한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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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이 강력한 이유는, 이 드라마가 개인의 서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집단의 무의식을 재생하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말, 어머니의 울음, 골목 어른들의 시선. “울지 마라” “참아라” “니가 형이잖아” 이 문장들은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그 말들은 지금의 ‘나’ 안에서 여전히 말하고 있다. 그래서 극 중 덕선의 독백이나, “어른은 그저 견디고 있을 뿐이다” 같은 문장은 개인의 통찰처럼 들리지만 실은 수십 년간 축적된 타자의 담론이 입을 빌려 나온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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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낵코너 장면은 단순한 추억 소환이 아니다. 라면을 먹느냐, 계산을 누가 하느냐, 누가 먼저 말을 거느냐 이 모든 것은 사랑의 본질이 ‘감정’이 아니라 ‘구조’임을 보여준다. 덕선이 사랑에 빠졌다고 믿는 순간, 그 사랑은 이미 타인의 시선과 말에 의해 구성된 사건이다. 친구들이 만든 서사, 전교 회장이라는 상징, “라면 먹을래?”라는 사회적 코드처럼 사랑은 언제나 나와 너 사이가 아니라, 나–너–타자 사이에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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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강헌 사건, “유전무죄 무전유죄”, 5공, 삼청교육대, 올림픽. 이 모든 역사적 폭력의 기억이 <응쌍팔>의 소소한 일상과 병치될 때, 우리는 깨닫게 된다. 개인의 사랑과 성장조차 역사의 타자적 담론 안에서 구성되었다는 사실을. 지강헌이 마지막에 요구한 비지스의 “당신은 내게 휴식 같은 사람" 이 문장은 사랑의 고백이자, 폭력적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지막 타자에게의 호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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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에 너 있다”는 말이 지배나 침투가 아니라 사랑으로 들리는 이유는 이것이다. 우리는 이미 타자의 말로 만들어진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완전히 자율적인 주체라는 환상은 애초에 없었다. 사랑은 그 불완전한 구조를 가장 솔직하게 인정하는 순간이다. 그래서 이 문장은 달콤하다. 동시에 위험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실하다. 어떤 글, 어떤 기억, 어떤 드라마는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 있던 타자의 목소리를 다시 호출하는 장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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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연인>의 한 문장, <응답하라 1988>의 골목, 스낵코너의 라면 냄새, 그리고 지워지지 않는 역사적 장면들. 이 모든 것은 말한다. 나는 나 혼자로 만들어진 적이 없다. 내 안에는 언제나 누군가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말을 상처가 아니라 사랑으로, 지배가 아니라 고백으로 받아들인다. 어떤 시대의 드라마가 개인의 자서전이 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자기 삶을 말할 언어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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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그 언어를 뒤늦게 제공한다. 그래서 우리는 말한다. “이건 드라마가 아니라 내 인생 같다.” 그 말은 과장이 아니다. 그 드라마는 내가 쓰지 못한 자서전의 초고다. "기억은 살아남기 위해 이야기의 얼굴을 쓰고 돌아온다"
2025.1.10.SAT.악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