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6.22. 신촌하숙집 독수리 5형제가 5년 만에 다시 뭉쳤습니다.
그 시절은 두루마리 화장지 들고 집들이 가면 결혼식 비디오 보는 것이
관행이었습니다. 저도 비싼 웨딩 촬영을 이 때문에 했다는 것 아닙니까?
결혼의 마지막 순서로 행진이 있겠습니다. “신랑신부 행진“
-
신부 나정이년 좋아 죽습니다. 먹을 것 다 먹었고 볼 것 다 봤으니 갑시다.
11시가 되었는데 여기서 더 있는 놈들은 눈치 없는 인간입니다.
“조심해서 가” “이집 볼수록 좋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친구들이 부러워합니다.
우리 시대엔 결혼식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우쭐 댈 수 있었던 시절입니다.
-
저는 친구들의 부러움을 안고 27살에 결혼을 했는데 신접살림을 아현동-
광주 신안동-만리 동-장위동-이태원을 거쳐 살았습니다. 한 번도 내 집에서
살아본 적이 없었으니 친구들이 집주인 칠봉 이를 부러워 할 만합니다.
그래도 주께서 교회를 하라고 이태원시절부터는 저택에서 살았습니다.
-
확실히 집이 좋으면 쓸데없는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태원시절부터 인테리어에 신경을 썼으니 말입니다.
지금도 소품에 욕심이 많긴 하지만 지나놓고 보면 다 부질 없습니다.
그저 식구들만 건강하게 잘 지내는 공간이면 될 것을 왜 그리 욕심을
-
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저는 참새이고 아내는 봉황입니다.
늘 실용주의를 지향하던 아내는 제가 미워서 제 서책을 모두 버린 일로
10년 동안 주적이 되고 말았지만 지금은 다 용서할 생각입니다.
“첫사랑이 이렇게 이루어질 수도 있구나.” “옛날 생각난다.”
-
택시 타고 가는 나정이가 서럽게 웁니다. 그동안 정우때문에 앓이를
많이 했을 것입니다. 이승환의 ‘기다린 날도 지워진 날도’가 사운드 트랙으로
흘러나옵니다. “기다린 날도 지워질 날도 다 그대를 위했던 시간인데
이렇게 멀어져 만가는 그대 느낌은 더 이상 네게 무얼 바라나
-
수많은 의미도 필요치 않아 그저 웃는 그대 모습 보고 싶은데
또 언제까지 그대를 그리워 해 아무런 말도 못하고 지금 떠난다면 볼
수도 없는데 그대를 사랑한단 그 말을 왜 못하나 원하는 그대 앞에서
모아 둔 시간도 이젠 없는데 기다린 날도 지워질 날도 다 그대를 위했던
시간인데 이렇게 멀어져 만가는 그댄 떠나나 또 언제까지 그대를 그리워
-
해 아무런 말도 못하고 지금 떠난다면 볼 수도 없는데 그대를 사랑한단
그 말을 왜 못하나 원하는 그대 앞에서 모아 둔 시간도 이젠 없는데
더 이상 네게 무얼 바라나 수많은 의미도 필요치 않아 그저 웃는 그대
모습 보고 싶은데 우우우우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라 라라라라. “
-
칠봉이랑 빙그레 가 왜 앤드 에서 자주 나오나 했고 만 사촌인 걸 잊고
있었네요. 나정이랑 정우가 티격 거리다가 결국 끌어안고 오열을 합니다.
언제까지 그대를 그리워해야만 지금 떠나면 볼 수도 없는데~
정우가 뜸을 들이다가 사랑해! 라고 말하면서 19금 모드로 흘러갑니다.
-
이 둘은 드라마 끝내고 염문설이 생길 만큼 잘 어울리는 커플입니다.
거사를 치렀으니 훌훌 털고 정우가 출근을 했습니다. “선배님 괜찮으세요? “
살아있었네“ “뭐가?” ”선생님 저 방금 메이저 라 거 봤어요. “”어떻게?”
“허리디스크 재발해서“ ”오늘 아니면 언제 봐“ “나정아, 오늘 저녁 주물
-
럭 이란다 퇴근 하고 바로와 (윤진)” “나정아, 어머니 오늘 주물 럭 하신
단다(삼천포). “ ”그면 너 올 때 소주 2병만 사 온 나. 그리고 고 칠봉이
병원에서 물리치료 받는단다(해태). “ ”너 어디고? “ 나정이가 마지막으로
칠봉이 연습장으로 찾아갔습니다. 거의 이 현세 만화 까치와 혜성, 난 네가
-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가 있어 풍경입니다. “거기까지만”
나정이가 멈췄습니다. “나정아, 나 소원이 하나 있는데 저기 저거 맞추면
나 소원하나만 들어줘 들어줄 거지? “ 고장 난 어깨로 스트라이크를
던졌고 나정이가 정확히 네 발자국을 걸어 칠봉을 끌어안습니다.
-
이심전심에 칠봉이 입이 귀까지 걸렸습니다. “앞으로 너 못 볼 것 같아”
“미안 준아, 너는 네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제일로 잘 생겼다. 키도 크고
성격도 좋고, 이때까지 본 사람들 중에서 제일로 멋지다. 그런 네가 나를
좋아해줘서 얼마나 고마워는 줄 아냐? 너 때문에 내가 꽤 괜찮은 여자라고
-
생각했다. 준아, 나중에 내가 애를 낳으면 자랑할 거다. 저 유명한 스타가
엄마를 좋아했다고 자랑할 거다. 준아, 내 좋아해 줘서 고맙다. 네 땜에 내
스무 살이 예쁘게 기억될 것 같다. “ “나도......,” “잘 있어. 내 사랑 안녕”
라스트 포옹이 쓸쓸합니다. 하늘이 울어야만 사나이도 운다는데 나정 이를
-
그렇게 보내고 칠봉이가 웁니다, 내 안에 있는 모든 것이 다 빠져나가는
이 기분을 아는 사람만 알 것입니다. 칠봉이가 친구들의 쫑파티를 거절하고
그냥 미국행 비지니스를 탈 모양입니다. “ 나 미국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김
교수님 만나야해 “ “진짜 안 좋아졌어.” “지금 어깨보다 허리가 더 문제예요.”
-
“왜 여태 안와?” ‘연락해지? “ 누구야? 쓰레기가 아닌가? 전문용어를 씨
부라리며 브리핑을 하는데 뭔 말인지 모르겠고 요추 4.5번이 위험하답니다.
칼을 대야하는 대 공사를 해야 하니 잘 생각해보랍니다.
선수생활을 계속하려면 더 이상 무리하지 말고 빨리 결정하랍니다.
-
인턴 레지던트들의 사인공세가 칠봉이의 유명세를 실감나게 합니다.
다 가고 경쟁자 둘만 남았습니다. “선배님 좀 전에 너무 어렵게 설명하던데요.
제 허리 많이 안 좋은 건가요? “ ”일찍 수술하고 빨리 재활하는 게 좋지
않을까? 오늘 출국한다고? “ ” 야, 너는 처음에는 나한테 형이라고 하 더 만
-
왜 말끝마다 선배님 하냐? 뭐지? “ ”너 같으면 형이라고 부를 수 있겠냐?
다음에요. 다음에 형이라고 부를게요. “ 이 노무 새끼 ” “나 나중에 애 낳으면
칠봉이로 이름을 지을라고(해태). “돈을 잘 벌어도 공부는 못할 거다 칠봉이
토익270 이다(삼천포). “ 그렇다고 반인반수 쓰레기로 할 수도 없고......,
-
2002.6.22. sat.나정이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활짝 웃습니다.
저는 1991.5.25.sat에 결혼식을 올렸고만 결혼식 날짜를 하필 월드컵
때로 잡아서 이 난리를 치는지 모릅니다. “신부 입장“ 동일이가 나정이
손을 잡고 정우에게 인수인계를 해줍니다. 저는 정우 입장으로 웨딩마치를
-
해보았으니 동일처럼 두 딸내미 데리고 은파를 밟을 일만 남았습니다.
나정 이는 첫사랑 DC로 5000만원 싸게 신혼 집에 들어와서 좋겠습니다.
하숙생 모두가 첫사랑에 골인을 한 모양입니다. 바야흐로 나정이가
결혼해서 애를 셋이나 낳았고 저는 딸만 둘을 낳았습니다.
-
“칠봉이가 대단하네. 서울 쌍둥이에서 선수생활 마감하는 걸 보면”
“나정아, 네가 나한테 뭐라고 부르느냐에 따라 마인드가 달라진다.”
“어떻게 다른데?” “오빠라고 부르면 엄청 잘해주고 싶고 아빠는 곰처럼
힘이 생기지. 여보소리만 들어도 치가 떨려“ ”됐어 왜이래 가족끼리“
-
포트리스를 하면서 애정이랑 연애질인 해태는 마냥 좋답니다.
추억의 미니 홈피 사이 월드를 저는 못해봤는데 우리 딸년은 댓글이
100개씩 달려있더라고요. 신촌하숙집 유일한 멤버 해태가 걱정입니다.
“여러분, 부-자되세요?” “연병, 돈을 줘야지 부자 되지” 결혼 1년차
-
윤진이가 또 사고를 쳤습니다. CD울트라 맨 이야 100장을 사서 길가는
사람들한테까지 공짜로 다 나누어주었답니다. 잘했습니다. 울 윤진이
모 타리는 주먹만 한 것이 통 하나는 울트라라지 사이즈입니다.
칠봉이가 비밀리에 입국했다고 뉴스에 떴으니 친구들이 쳐들어가는
-
것은 마땅합니다. 백사 끊여먹으라는 말부터 칠봉이 어깨수술을 놓고
친구들이 난상토론을 합니다. 수술하는 게 맞는데 여건이 안 되는 모양입니다.
“나는 무조건 수술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시즌 후에 수술해야한다.”
해태랑 나정 이는 당장 하라는 쪽이고 해태랑 윤진 이는 시즌 마치고 하랍니다.
-
호준 이는 낼 아침 등산가고, 윤진이 삼천포 영어공부, 나정 이는 주말부부
입니다. 미국에 있는 동안 칠봉이가 많이 외로웠던 모양입니다. 독수리 타법
으로 300타를 친 다 네 요. 네버, 지금 수술해야한다. 어브커스 지금 해야
한다고. 야, 니들 라면 안 쳐 먹나? “
-
“너는 이년아, 또 헤어지네 마네 하면 너 죽여서 젓갈 담아 버릴 거야”
부부사진 걸어놓고 혼자서 구두 닦는 여자가 나정이입니다.
‘타국에 계신 아빠에게’가 들려오면 딱 입니다. 예고도 없이 쓰레기가 도둑
고양이처럼 들어왔습니다. “오빠, 이러다 들키면 아빠한테 맞아 죽는다.”
-
야들은 결혼도 안 했는데 누워서 하는 짓거리가 꼭 신혼부부 같습니다.
쪽쪽거리며 쪼가리 틀 때까지는 좋았는데 동일 이한테 딱 걸렸습니다.
“나 결혼식 안 갈려니까 나가. 야, 새끼야 니들 아버지 가슴에 못박아놓고
결혼한다는 소리가 나와? “ 동일이가 씩씩거리는 것을 이해 못하는 인간은
-
바보입니다. 딸내미가 정우랑 냉전 중일 때 그 속이 얼마나 타들어갔겠냐고?
동일 이는 진작에 하지않고 왜 지금서야 결혼한다는 말을 하느냐는 것입니다.
일화가 쓰레기는 어른이랍니다. 아, 나도 정우 같은 사위를 보고 싶습니다.
용호도 괜찮고. “어머니 죄송합니다.” “아니다, 엄마는 네 편이다.
-
우리 아들 힘내라“ “너 훈이 때문에 신경외과 가는 거지?”
2002.2. 칠봉이가 드디어 수술을 했습니다.
2002.3. 쓰레기가 동일 이에게 잘 보이려고 무진장 애를 쓰는데 쉽지 않네요.
2002.4. 친구들이 칠봉 이 병실을 찾아와서 난장판을 만들고 갔습니다.
-
2002.5. 장인하고 사위가 탁자를 나르다가 동일이가 발가락을 찍었습니다.
2002.6. 두부 두 모, 콩나물, 계란 한판, 대파를 사러왔습니다.
거금 19,700원을 사위가 얼른 냈습니다. “맞죠? 맨 날 말씀하시던 사위?”
저도 에스더가 나정이 나이 정도 되었을 때 용호라는 놈이 술값을 지불
-
하려고 한 적이 있어서 압니다. 물론 돈은 제가 냈지만 기분이 좋더라고요.
“괜찮은가?” “잘생겼네요.” “성격도 좋아. 이뻐 죽 것 어.” 칠봉이가 다
들어버렸습니다. 2002.6.18. 한국 대 이탈리아 전이 있는 날입니다.
오, 필승코리아. 승부란 냉정한 것이여, 난 이탈리아에 걸 거야. 치 맥은
-
야구보다 원래 월드컵이 원조입니다. 칠봉이가 이탈리아에 걸었으니 두
명만 적군입니다. 안정환 이 프리킥에 실패를 했고 황선홍의 어시스트를
받아 설 기현이 동점골을 넣었습니다. 연장전입니다. 여기서 바꾸기 찬스!
칠봉이가 패널 티 10.000원을 물고 배를 갈아탔으니 동일이만 적군입니다.
-
한번 한 결정을 바꾼다고 정우가 찍는 소리를 허거나 말거나 말입니다.
대한민국 짝 짝 짝 짝짝! 안정환 의 역전 헤딩 골로 한국 8강 진출입니다.
그때 우리는 난리가 났습니다. 저는 8강을 이태원 시장 아름이네 집에서
보았습니다. 동일이가 21년산 까먹고 하숙집 접는다고 합니다.
-
최후의 만찬이 숙연해졌습니다. 일화 표 잡채며 계란 찜 등등 임금님
수라상이 차려졌을 것이지만 목이 매여 제대로들 먹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2002.6.19. 신혼하숙집이 대단원의 문을 닫았습니다.
그렇게 우린 신촌하숙의 처음이자, 마지막 하숙생이 되었습니다.
-
특별할 것도 없던 내 스무 살에, 천만이 넘는 서울특별시에서 기적같이 만난
특별한 인연들. 촌놈들의 청춘을 북적대고 시끄럽게, 그리하여 기필케 특별
하게 만들어준 그곳, 신촌하숙집에서 우리들은 아주 특별한 시간들을 함께
했습니다. 울고, 웃고, 만나고, 헤어지고, 가슴 아프고 저마다 조금씩 다른
-
추억과 만남과 다른 사랑을 했지만 우린 시간 속 같은 공간을 기적처럼
함께했습니다. 지금은 비록 세상의 눈치를 보는 가련한 월급쟁이지만 이래
뵈도 우리는 대한민국 최초의 신인류 X세대이었고 비록 폭풍 잔소리를 쏟아
내는 아줌마가 되었지만 한땐 오빠들에 목숨 걸었던 피 끓는 청춘이었으며,
-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아날로그와 디지털, 그 모두를 경험한 축복받은 세대
이었습니다. 70년대 음악에 80년대 영화에 촌스럽다는 비웃음을 던졌던
나를 반성해야겠습니다. 그 음악들이, 영화들이, 그저 음악과 영화가 아닌
당신들의 청춘이었고 시절이었음을 이제 더 이상 어리지 않은 나이가 돼서야
-
깨달았습니다. 2013.12.28. 이제 나흘 뒤 우리는 마흔이 됩니다.
대한민국 모든 마흔 살 청춘들에게 그리고 90년대를 지나 쉽지 않은 시절을
버텨내고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우리 모두에게 이 말을 바칩니다. 우리 참 멋진
시절을 살아왔음을, 빛나는 청춘에 반짝였음을, 미련한 사랑에 뜨거웠음을
-
기억하느냐고. 그렇게 우리 왕년에 잘나갔노라고. 그러니 어쩜 힘겨울지도
모를 또 다른 시련을 촌스럽도록 뜨겁게 살아내자고.
뜨겁고 순했던 그래서 시리도록 그리운 그 시절 들리는가?
들린다면 응답하라 나의 90년대여!
2017.6.15.fri.악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