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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캐나다 문학의 줄기
ㄱ.구술문학 Orature에서 출발
캐나다 태평양에 연해있는 밴쿠버는 로키 산과 바다, 삼림과 호수가 잘 어우러져 천혜의 절경을 이루는 명품도시이다. 밴쿠버 풍광 중 으뜸으로 꼽히는 것은 스탠리 공원 너머 하얀 눈을 이고있는 두 봉우리다. 사자 귀를 닮았다 하여 ‘ 라이온스 피크’라 부르지만 원주민들은 ‘쌍동이 자매Twin Sisters’라 한다. 여기에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옛날 아주 먼 옛날, 하이다 부족과 스쿼미쉬 부족 간에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저 북쪽 (지금의 알라스카 근방) 군도에 사는 하이다 부족이 연어떼를 따라 스쿼미쉬 연안까지 내려와 연어 사냥을 하곤 했기 때문이다. 두 부족의 주식량이 연어였으니 당연히 치열하고 맹렬한 전쟁이 될 수밖에. 어느 해, 스쿼미쉬 부족 추장의 쌍동이 딸 중 언니가 아버지에게 제안을 했다. 저들도 연어가 필요하고 우리 부족 또한 연어가 필요하다. 하니 두 부족이 사이좋게 나누어 먹어도 되지 않겠느냐. 전쟁 대신 협상을 하는 게 어떨지? 매 년 거듭되는 전쟁에 지친 추장이 딸의 제안을 듣고 축제날 하이다 부족을 초대하였다. 화친의 맹약을 맺고 그 징표로 스퀴미쉬 추장의 쌍동이 딸과 하이다 추장의 아들들을 혼인시킴으로써 수천 년에 걸친 전쟁을 종식했다. 평화를 위한 이들의 협약이 지켜지는 것을 보기 위해 하늘 형제(트랜스포머)가 내려와 두 개의 봉우리가 되었다. 이후 두 부족은 지금까지 평화를 지키며 잘 살아가고 있다.
이런 원주민들의 전설과 신화가 여러 곳에 전해오고 있다. 캐나다 문학은 만 년 전부터 아메리카 대륙에 살아온 원주민(컬럼버스가 발견한 신대륙을 인도로 착각하여 토착민들을 인디언이라 부름.)들이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문자가 아닌 말로 전해오던 이야기telling에서 출발했다. 이른바 구술문학Orature. 문자가 없는 원주민의 이야기는 늘 ‘옛날에 아주 먼 옛날에’로 시작한다. 그 속에 원주민의 역사와 문화, 신앙과 바람이 다 들어있다.
마당에 활활 타는 장작불을 피워두고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온 마을사람들이 빙 둘러앉은 건너편에 입담 좋은 이야기꾼이 전설 같고 신화 같은 이야기를 서술하면 간간히 두둥 북소리가 화답하는 모습은 꼭 우리 나라 옛날 풍경 같다. 판소리 한 마당 같은. 그러다 흥이 나면 절로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고 그대로 잔치마당이 되는. 이런 원시종합예술에서 캐나다 문학이 태동했는데, 여기에 담긴 원주민의 자연관이 아주 독특하다. 대지를 어머니라 여기며 자연현상과 자연물을 형제자매로 여긴다. 마을 입구나 롱하우스(집단 거주지) 앞에 세워진 토템을 보면 그 부족이나 가족이 섬기는 동물들이 새겨져 있다. 우리나라의 단군신화에서 나타나는 토테미즘(동물숭배 신앙)과 같은 맥락이다.
원주민의 창조설도 흥미롭다. 원주민 역사가이자 작가인 브라이언 매러클Brian Maracle이 전해주는 창조설First Words에 귀 기울여 보자. “ 천지 간에 몇 차례 빠른 진동이 있었다. 뜨거운 기운이 솟아나더니 아래로 내려갔다. 강가에서 진흙을 한 움큼 집어 인형 모양의 남자를 빚어 강둑에 있는 여자 옆에 인형을 눕히고 조심스레 그 입에 숨결을 불어 넣었다. 그러자 진흙 인형이 사람으로 형체가 바뀌었다.” 많은 원주민들이 이렇게 인간이 창조되었다고 믿으며 모든 존재의 시작 페이지에 원주민과 땅과의 영예로운 관계가 맺어졌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 따라서 시베리아에서 유럽 대륙을 건너 북아메리카 대륙까지 대이동을 하면서도 영성적인 문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아주 자신있게, 그리고 일관되게 서술하고 있다.
이처럼 원주민의 구술문학에서는 신령스러운 자연과 인간의 존재가 아주 밀접한 관계로 나타나며 신화나 전설과 같은 신비와 환상을 담고 있다. 서양인이 이것을 성경식으로 문자화하면서 신비와 환상이 사라진, 아주 건조한 서사적 기록이 되어버렸다.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ㄴ.캐나다 낭만주의와 전원문학
매일 새로운 변화에 가슴 설레던 뉴 월드의 초창기, 유럽에서 밀려들어온 낭만주의가 퀘백 문학 운동의 불길을 지폈다. 옥타브 크레마지Octave Cremazie 시인이 주도한 이 운동은 연방정부 시기 이전(1860년)까지 전 프랑스인과 프랑스계 캐나다인을 사로잡았다. 이 운동은 문학분야뿐이 아니라 문화와 인종문제까지 번져 캐나다 연방정부의 수립에 불을 지피게 했다. 19 세기를 휩쓴 캐나다 낭만주의는 주로 ‘자연과 신’을 토픽으로 삼았다. 에드워드 하틀리 드와트는 ‘캐나다 시선집’에서 “ 시는 자연과 신의 교감을 통해 미, 경탄, 존경,조화,기쁨,희열, 혹은 시정신 안에서 솟구치는 다정다정한 감정으로 타인의 영혼까지 울리는 매개체이다.” 또 ‘시대를 위한 에세이’에서 ” 국민문학이란 국민성을 바탕으로 쓰여져야 하며 그것이 핵심요소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학의 정의와 개념, 나아가 캐나다 문학의 심미학과 관념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다룬 그의 견해를 통해 캐나다 문학의 고유한 특성을 발견하고 그 규범을 찾을 수 있다. 영국의 식민지 시대부터 캐나다 연방정부 수립까지 캐나다 자연 풍경을 유럽식 낭만주의와 빅토리안 기술방식으로 녹여낸 시와 산문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국가적 지부심과 국가 정신을 담은 작품들도 많이 선보이고 있다. 이때 캐나다 문학의 캐논이 자리잡기 시작한 시기이다. 대표 시집으로 찰스 로버트스의 ‘탄마마라의 재방문’과 블리스 카르멘의 ‘그랑데 프레의 썰물’을 꼽는다.
ㄷ.캐나다 산문과 소설의 등장
18세기 후반과 19세기에 걸쳐 허구적 산문과 소설이 대거 등장하였다. 초기 소설은 구세계의 렌즈로 들여다보는 새 세계의 감수성을 담고 있었다. 과거를 돌아보며 또 새롭고 자주적인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양상을 띠고, 유럽문학 장르와 양식, 관습에 새 기술방식과 수사학적 표현기법을 접목한 작품들이 많았다. 한마디로 구세계에서 신세계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배경으로 한 새로운 소설들이 무대에 출현하여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던 시기라고 말할 수 있다. 캐나다 첫소설인 프란시스 브룩스의 ‘에밀리 몽따끄의 역사’가 좋은 예이다. 영국과 프랑스 간의 7년 전쟁 이후 프랑스인의 몰락을 보여주는 줄거리인데, 구세계에 대한 감시와 성, 인종 간 갈등 및 사회체제 변화의 가능성이 있는 신세계에 대한 기대가 내포되어 있다. 다양한 소설이 발표되면서 소설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여기에는 인기있는 신문과 잡지가 기여한 바 컸다. ‘어퍼 캐네디언 헤럴드’에 실렸던 캐서린 하트의 ‘성 우슬라 수녀원’ 이 그 중 하나다. 또 하나 놓칠 수 없는 중대한 변화가 바로 여성관의 변화다. 예쁘게 단장하고 남성에게 애교나 떨던 여성들이 자의식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탐험, 침략, 전쟁, 붕괴와 정착의 과정을 겪으며 가부장제도가 무너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이러한 변화가 다음 시대의 여성의 권리 획득과 사회 참여에 불씨를 지폈다.
ㄹ.전장에 핀 꽃
세계 1,2 차대전(1914~18, 1939~45)의 바람은 영국 식민지였던 캐나다와 미국에도 대폭풍을 일으켰다. 1차 대전 때는 신과 황제에 대한 충성심을, 2차 대전 때는 남자들의 대량학살과 전쟁 참호에 대한 공포를 담은 회의적인 내용의 소설이 주를 이루었다. 전쟁문학에 나타난 성의 역할 이동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성의 영역이었던 전쟁에 여성이 간호사나 응급요원으로 참가를 하고, 전후 공장이나 사회, 가정에서 여성이 남성의 빈 자리를 채워갔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인정받으면서 마침내 전 캐나다에서 투표권(1918년)을 얻게 되었다. 루시 몽고메리의 ‘잉글사이드의 릴라’는 이런 성 역할의 변화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그런가 하면 사회 붕괴, 흔들리는 주체성, 전쟁 후유증으로섬약해진 신경, 기계화된 전쟁에 대한 불안을 다룬 작품들도 많았다. 이 시기에 발표된 인기 소설 중에 전쟁에 대한 보다 복잡한 정신적 심리적 태도를 보이고 국가주의나 여성과 남성의 역할 변화에 질문을 던지는, 역사적 가치를 지닌 작품들이 많다. 전쟁문학은 인간의 경험을 보다 짙고 다양하게 표현하는 새로운 기술양식을 개발하는 동기를 부여하기도 했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캐나다 현충일마다 양귀비꽃과 함께 헌시되는 존 매크레의 ‘플란더스 평원’ 과 수많은 무명용사들의 시들, 그리고 전쟁 후 잠깐 나타났던 경제 부흥을 다룬 소설 싱클레어의 ‘불타는 다리’ 등이 있다.
ㅁ.캐나다 모더니즘 (1914 년~1960년)
이 시기 캐나다 문학은 두 개의 다른 기류, 모더니즘과 이미지즘이 합류되면서 시 세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된다. 또한 캐나다 전 지역에 걸쳐 문학 잡지(맥길 격주 리뷰)와 문학 단체(캐나다 작가 모임)가 탄생하면서 시집 발간 열풍이 일어 그야말로 시의 전성시대를 맞게 되었다. 그런가하면 문학적 역사 기술과 비평 분야도 첫 발을 디뎠다. 플린트는 이미지즘의 특성을 “주체든 객체든 사물에 대한 직관, 어떤 해설적인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며, 메트로놈과 같은 규칙적인 연속성 리듬이 아니라 음악의 선율에서 창조되는 리듬”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많은 여성 작가들이 배출되는 시기이기도 했다. 대표 작품으로 캐서린 헤일의 ‘우울한 뜨개질’ 을 꼽고 있다. 소설 분야에도 모더니즘은 새로운 기풍을 일으키고, 프리드리히 니체나 칼 막스의 이론에 갇혀있던 철학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ㅂ.여류문학과 원주민 문학
투표권을 가진 이래 여류문학은 여성이 펼치는 사회적, 정치적, 문학 이론 운동을 통해 크게 융성하였다. 그 중 1966년에 일어난 퀘백 여성 연합의 결과 전위적인 시와 탈구조주의 시의 통합과 여성 특유의 작법 개발의 개가를 올렸다. 1967년 피어슨 정부의 여성 동등권을 인정하는 여러 조치 덕분에 성적 굴레를 벗고 정체성을 찾은 여성작가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 중에는 전 세계에 팬을 거느린 마가렛 앳우드와 2013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알리스 먼로, 미국에서 각광받는 캐롤 쉴즈가 손꼽힌다.
19세기 선구자들에 의해 건설된 원주민 문학은 20세기에 이르러 새로운 문학의 파도를 일으켰다. 1960년~1970년대 초 신문기사와 시사칼럼을 바탕으로 한 실천적 행동이 수반됨으로써 자주적이고 저항적인 원주민 작가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이들에 의해 구술문학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그들은 구술문학의 문자화 과정에서 저지른 오류를 바로 잡으며 식민지 시대에 대한 반성과 원주민 문화의 재건, 이 두 가지 성과를 거두길 바라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실효를 거두었는데, 주민학교에서 원주민 아동에게 가한 성폭행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고, 보상하는 계기가 되었다. 에덴 로빈슨,톰슨 하이웨이, 토마스 킹이 소설과 단편, 시와 극본 등 다양한 장르에서 할동하고 있다.
ㅅ. 포스트모더니즘
기존 문학의 기법과 양식을 파괴하는 것이 포스트모더니즘의 주요한 특징이라면 마가렛 앳우드의 ‘표면Surfacing'을 시작점으로 잡아도 되겠다. 그녀가 말하는 ‘성실하지 않은 나레이터’의 다양한 서술 시점과 시각적 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그래픽적 서술방식이 그녀를 포스트모더니스트의 선구자 반열에 앉혔다고 생각한다.
캐나다는 포스트모더니즘의 권위있는 전문가와 이론가들을 배출했는데, 마샬 맥루한, S.F 작가 윌리엄 깁슨, 스탠 더글라스 등이다. 장르의 트러블-문학과 미디어, 다양한 예술과 T.V, 영화의 혼합-콜라보레이션이 포스트모더니즘의 핵심이라면 왠지 원시종합예술이 연상된다. 각 예술의 장르로 분화되기 전 모든 예술의 총합체. 인간의 역사는 돌고 도는 건가. 뭉뚱그려진 종합예술에서 음악과 문학, 무용과 회화 등을 쪼개놓고, 더 깊이, 더 다르게, 더 첨예하게 벼려놓더니 이젠 그 모든 걸 다 쓸어담아 포스트모더니즘이라 이름한다. 결국 문화고 예술이고 모든 게 원형을 찾아가는 건 아닌가? 진흙에서 태어난 인간이 진흙바람 이는 세상에서 뒹굴다 흙으로 돌아가듯이… . 허랑한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