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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철 교복공동구매 순천추진협의회 회장 ⓒ 오마이뉴스 신필경 |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중·고교생들의 교복공동구매 운동이 전남 순천지역에서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교복의 거품을 제거해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작된 이 운동이 이제는 '소비자 운동'과 '시민운동'으로까지 인식이 확산되는 등 그 결실을 맺고 있다.
순천대학교에서 만난 정영철(48·순천대 생물학 교수) 교복공동구매 순천추진협의회 회장은 "사회적으로 '소비자권리'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커지면서 '소비자'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며 "교복 공동구매는 바로 이러한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운동의 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또 "소비자인 학부모의 단결된 힘과 참여가 교복시장과 교육청 등 관련기관을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교복공동구매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보다도 교복 가격 적정화로 학부모들의 부담을 크게 줄였다는데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또 다른 성과가 있다면 무엇이겠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정 회장은 '사회적 역할과 참여에 대한 것'이라고 말하고 "교복구매운동을 통해 학부모들에게는 학교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확인시켜 주는 중요한 기회가 됐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정 회장은 "학부모들이 사회문제에, 학교문제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교복문제를 스스로 풀어냈던 것처럼 사회도 학교도 더욱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바뀌어 나갈 것"이라고 분석하고 "이러한 교복공동구매는 앞으로도 더 많은 지역과 학교로 확산될 것이며 이는 소비자인 학부모의 몫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공동구매는 이제 소비자 권리, 학부모 권리를 깨우치는 좋은 교과서가 될 것"이라고 정 회장은 말한다.
다음은 정영철 회장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 교복 공동구매는 왜 필요하다고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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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신필경 | "인터넷 이용이 활발해지면서 사회적으로 '소비자 권리'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커져가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 중심의 유통구조라고 할 수 있는 공동구매 또한 먹거리에서부터 공산품, 의료분야에 이르기까지 그 대상이 다양화되고 넓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소비자 권익'에 대한 관심과 요구에도 불구하고 유독 교육에 관한 한 이러한 현실이 많이 외면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어쩌면 '교복'은 이러한 교육현실을 잘 드러내는 하나의 상징물로서 교복문제를 풀어가는 과정과 경험은 그래서 더욱 중요한 것 같다.
그 동안 '교복'은 적정가에 수배에 달하는 바가지 요금으로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켜 왔을 뿐 아니라 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만과 불신의 바탕이 되어 왔다. 학부모의 부담을 줄이고자 시작한 교복이 오히려 학부모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안겨주는 골치 덩어리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복 착용을 결정한 학교와 교육청은 교복을 사적 구입품으로만 보고 이 문제를 등한시 해 왔고, 교복업체들의 불법행위는 전국적으로 이뤄져 왔다.
결국 참다 못한 학부모들이 스스로 교복 문제 해결에 나서게 된 것이다. 교복 공동구매를 통해 교복 시장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학부모들의 '교복 공동구매'는 전국적으로 퍼져 나갔으며 실제로 교복시장을 바꾸는 데 크게 기여해 왔다."
- 교복 공동구매를 통해 얻는 효과는 무엇인가? "먼저 학부모들의 관점에서 보면 공동구매는 고품질의 교복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함으로써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또한 일부 대기업의 부당한 담합과 폭리에 대처해 소비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소비자운동의 효과도 있었다.
실질적으로 순천지역의 10개 중학교와 5개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학생 8000여 명이 교복을 공동구매 한다면 기존의 구매방식과 비교할 때 학부모들은 대략 10억여 원의 경제적 부담을 덜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학부모들 스스로가 힘을 모으면 이 지역의 교육과 관련된 문제를 스스로 해결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부심을 갖게 하는 등 시민운동의 관점에서도 큰 의미를 찾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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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신필경 | 학생들 입장에서도 '합리적인 소비생활'에 대한 실질적인 현장 체험을 실천하게 함으로써 왜곡된 소비생활을 개선하고 건전하고 절약하는 습관을 몸에 익히게 할 수 있었다. 또한 교복의 메이커와 비메이커 착용으로 인한 학생들 사이의 위화감을 없애고 학생들에게 소비자 권리와 합리적 소비가 무엇인지를 배우게 하는 산 교육장이 되고 있다.
학교측에서 보면 민주적 학교운영의 모범이 되며 학교 위상을 올리고 학교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를 높여 학교공동체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를 통해 학교운영위원회를 보다 활성화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투명하고 공개적인 입찰 방식을 통해 교복의 품질과 하자 보수에 대한 확실한 보장을 받을 수 있었으며, 업체간의 과당 경쟁으로 인한 재고품 낭비를 없애고 지역 업체의 참여를 통해 지역발전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교복공동구매 추진위원회'의 주요 활동과 구성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추진위원회는 학생, 학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교복 공동구매 추진에 관한 여론을 수렴하고 교복업체 선정 기준 및 입찰 방식 등 입찰규정을 정하고 이를 주관한다. 또한 디자인, 원단 등 교복사양을 조사하고 교복 제작과정에 직접 참여해 좋은 품질의 교복이 제작될 수 있도록 감독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5∼6명의 학부모 대표들로 구성된 '교복공동구매 추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이 추진위원회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구성을 결의하거나 또는 학부모회 등 학부모 자치회에서 임의로 구성할 수도 있다.
또한 명칭도 각 학교 실정에 맞게 교복선정위원회, 교복소위원회, 교복공동구매를 위한 학부모 모임 등 자유롭게 정할 수 있으며 인력이 부족할 경우는 학교 실정에 따라 반이나 학년별로 학부모 대표를 선출해 추진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
- 순천지역에서의 교복 공동구매 사업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이미 지난 2000년부터 서울·대구를 비롯한 전국 타 시도에서는 공동구매가 널리 시행되고 있었다. 우리 순천지역에서는 지난해 4월 팔마중학교에서 최초로 시작됐으며 거의 비슷한 시기에 연향중학교와 이수중학교도 공개입찰방식을 통해 합동으로 교복공동구매를 추진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연향중학교를 비롯해 당시 구성되었던 소위원회를 존속시켜 동복을 공동구매하기로 결정하고 순천지역 소위원회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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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신필경 | 당시 2001학년도 하복공동구매 때는 연향중학교와 이수중학교 두 개 학교로 조촐하게 출범했다. 학교측의 반대, 시내 교복업장의 협박, 학부모들의 무관심 그 외에도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꿋꿋이 버텨 성사시켰으며 그 결과는 아주 만족할 만 했다.
이에 중·고등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님들이 크게 고무되면서 2002년도 동복공동구매에는 많은 학교에서 참여를 요청해 왔으며, 이는 우리 학부모님들의 힘을 보여준 좋은 계기가 됐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순천교육공동체 시민회의는 교복 공동구매를 위한 활동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순천YMCA, 순천YWCA 및 전교조 순천지회, 학부모회연합회, 학교운영위원연합회 등과 협력해 지난해 10월12일 교복공동구매를 위한 순천지역협의회를 구성하게 됐다."
- 순천지역 중·고등학교의 교복공동구매 참여율은 어느 정도인가? "순천지역 중·고등학교 31개 중 고등학교 5개교(금당고, 매산고, 청암고, 효산고, 효천고)와 4개교(매산중, 삼산중, 연향중, 이수중)가 동복을 공동으로 구매했다.
또한 학교별로 다소 편차가 있었지만 중학교의 경우 신입생 1594명 가운데 1050명이 공동구매를 하여 66%의 참여율을 보였으며 고등학교의 경우는 1851명 가운데 1092명이 참여해 59%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신입생 3445명 가운데 2142명이 참여해 62%가 공동구매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을 볼 때 교복공동구매에 동참하는 학교와 학부모님들은 계속 증가될 것으로 기대된다."
- 교복 공동구매 사업의 성과와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지금까지 학부모들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추진위원들이 무척 힘이 들었다. 일이 복잡하고 많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는 학부모가 거의 없었다. 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문득 추진위원들 자신이 교복업자처럼 생각이 되었고 학부모님들 또한 그렇게 착각하시는 경우도 흔히 발생했다.
추진위원들 몇 사람만의 문제가 아닌 공동의 사업임을 학부모들에게 주지시키는 것이 급선무였다.
하지만 공동구매와 관련 별로 호의적이지 못했던 처음 반응과는 달리 이제는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비록 일부 학교에 제한된 일이지만 학교당국으로부터 비용의 일부를 공식적으로 지원 받을 수 있었고 순천교육청의 지원까지 받아가며 교복공동 활동을 전개할 수 있었다는 점에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추진위원들과 적극적으로 활동해 준 학부모들의 헌신적인 활동이 있었기에 공동구매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다고 본다. 이와 함께 언론기관들에서도 많은 관심과 협조를 해 주셨다.
그러나 이러한 공동구매가 계속되지 않는다면 다소의 시차나 금액상의 차이가 있겠지만 학부모들이 경험했던 교복가격의 거품과 공급자들간의 담합은 언제든지 재발할 가능성이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앞으로 교복공동구매 운동의 과제와 발전방향은 무엇인지? "동복과 하복 공동구매를 계기로 전국적으로 확산된 교복공동구매운동은 지난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브랜드 3사의 교복가격 불법담합과 공동구매 방해 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 조치를 이끌어냈다.
공정위의 이 같은 조치는 교복 시장에서 그 동안 부당한 피해를 본 소비자가 공급자에 대항하기 위한 힘을 조직화한 공동구매의 정당성을 확인시켜 주었으며 교복 값의 거품이 실질적으로 존재함을 증명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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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신필경 | 이로 인해 공동구매로 인해 시장점유율을 잠식당하던 대기업 브랜드 3사도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낸 소비자의 인정하기 시작했고 변화된 교복시장에 적응하기 위한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 같은 대기업 브랜드의 가격인하는 현상적인 거품제거일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한 학부모들의 공동구매 참여율 또한 저조해질 우려를 안고 있다.
하지만 참여율이 낮더라도 공동구매가 이뤄져야 대기업의 가격인하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즉 대기업 교복 값의 견제수단으로써 공동구매는 지속돼야 하는 것이다.
또한 공동구매가 확산되면서 수의계약 등 투명하지 못한 업체선정이 주요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업체선정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공개경쟁입찰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며 이 경우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의 품질 및 A/S 보장을 위한 제도적 보완장치가 개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중·대도시 중심의 공동구매가 소도시, 면단위 지역까지 확산될 경우 이들 지역에 대한 공동구매 방식과 지원체계, 악의적 업체의 고의성 방해행위에 대한 적절한 법률적 지원체계 등을 갖춰는 것이 필요하다."
- 마지막으로 학부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공동구매 사업은 학부모님들과 운영위원님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학부모님들이 직접 나서서 교육과 관련된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운동 가운데 하나가 교복공동구매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학부모들이 자원봉사 차원에서 참여하는 소비자 주권운동으로 교육적·경제적으로도 매우 가치 있고 의미 깊은 활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일들이 좀 더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학부모님들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관심과 활동이 필요한 때이다. 앞으로도 학교의 급식문제라든지 수학여행, 현장체험 학습 등 학부모님들에게 부담이 가는 사업들이 남아 있다.
모처럼 바람불기 시작한 순천지역의 교복공동구매 사업을 단순한 활동이 아닌 한 차원 높은 모임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우리 힘을 다시 한번 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