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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친구가 말했다. “우리 가맥 먹을까” 그 친구 왈 “과메기 먹자고?” “아니...가게 맥주 말이야” 듣고 있자니 그저 웃음이 나온다. ‘가맥’은 가게맥주의 준말이다. 전주에서는 노점가게 앞에 테이블을 놓고 술과 간단한 안주를 판매하는 독특한 ‘술 문화’가 있다. 외지 사람들이 전주를 방문하면 한번쯤 찾게 된다는 전주 가맥은 이미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이제는 이곳저곳에서 ‘가게 맥주팝니다’는 문구를 쉽사리 접할 수 있는 이유다.
슈퍼에서 시작된 가맥의 역사 각종 모임에서 1차로 푸짐한 안주가 나오는 막걸리로 배를 채우고 집에 그냥 들어가기 아쉽다면 2차는 깔끔한 가맥을 찾는 것도 좋다. 맥주 한 병에 2,500원~3,000원으로 저렴한 가격에 다양하고 맛있는 안주가 유혹하니, 발길을 그냥 돌리기엔 너무 섭섭하다. 전주에서 ‘가맥’하면 떠오르는 곳은? 역시 옛 제2 도 청사 후문에 있는 ‘전일슈퍼’다. 한 청년이 연탄화덕에서 바삭바삭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황태를 구워낸다. 그리고 씹는 맛이 일품인 갑오징어를 기계에 넣어 바짝 누른다. 가게 안에선 포동포동 푸짐한 달걀말이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다. 맛있는 달걀말이는 허기진 배를 채우기 그만이다. 특히 간장으로 만든 특제소스 맛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주말 저녁엔 줄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젊은 여성들부터 40~50대 직장인까지 삼삼오오 긴 줄이 늘어선다. 서울 목동에서 온 김진영(33)씨와 친구들은 한손엔 풍년제과에서 사온 빵을 들고 서있었다. “풍년제과도 꼭 들러보고 싶었고 전주에선 전일슈퍼가 유명하다고 해서 이곳을 찾았는데 빈자리가 없네요. 그래서 갑오징어와 황태를 포장해 가려구요.”(웃음) 전일슈퍼는 39년째 이곳을 지켜온 어머니(63)가 역사의 산증인이다. 지금은 아들 임충섭(35)씨가 돕고 있다. 임씨는 “손님들이 안주 맛이 좋다고 할 때 더 신나서 일하게 된다”고 했다. 이곳의 메뉴는 갑오징어가 1만5천원, 황태 8천원, 계란말이 6천원, 맥주는 2천200원 등으로 다소 저렴한 편이다. 특히 각종 인터넷 블로그에 소개되면서 유난히 외지에서 오는 젊은이들의 발길이 더 잦은 곳이다.
안주,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23년 전통, 전주튀김닭발의 원조 ‘전주 영동슈퍼’. 전주한지산업자원센터 옆에 있는 이곳은 통닭, 갑오징어, 황태, 계란말이, 쥐포, 노가리 등의 다양한 안주가 손님을 유혹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곳은 튀겨진 닭발이 서비스로 제공되고 바삭한 옛날식 통닭이 제일 인기가 많다. 그 뒤를 이어 연탄불에 직접 구워 아주 고소한 갑오징어, 황태, 노가리 등도 손님들이 좋아하는 메뉴다. 밤 8~9시가 되면 손님들로 가득 차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북적거린다. 단골 최인호(34)씨는 동갑내기 친구 5명과 영동슈퍼를 즐겨 찾는다. “이집에 자주 오는 이유”를 묻자 바삭하고 고소한 닭발을 가리키며 “이 맛이 기가 막히다”고 했다. 지난 12일 밤 불야성 맛집 ‘VJ특공대’에 영동슈퍼가 소개됐을 당시에도 자신들이 인터뷰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배우 이선균과 박유천도 이곳 통닭을 먹였다며 해외 팬들도 종종 들른다고 한다. 이외에 전주 전일슈퍼에서 큰길을 건너면 한옥마을 초입에 ‘임실슈퍼’가 있다. 이집 또한 촉촉한 황태와 서비스로 나오는 수제비가 일품이다. 안주로 내놓은 명태포를 다듬고 남은 북어 머리에 두부와 콩나물, 양파, 청양고추와 수제비를 넣고 푹푹 끓여내면 북어 수제비가 탄생한다. 이곳 수제비는 명물중의 명물이다.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 맛이 끝내준다. 해장용으로도 그만이지만 빈속을 채우기에 이만한 먹거리도 없다. ‘맛있는 음식의 비법’을 묻자 주인 봉숙남씨는 “사랑을 가득 넣어서 만든다”며 미소 짓는다. 그는 10년 넘게 이곳에서 장사를 해왔다. 단골손님도 여럿이다. 50대 두 손님은 “가게 맥주는 전주만의 특색 아닙니까? 서민들의 경제사정에도 적합하고 안주도 끝내주지요. 특히 매콤하고 뒷맛이 깔끔한 이 간장 소스가 정말 최곱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가게 한켠에는 맥주 박스가 한 가득이고 액자에 수십 여 점의 작품이 걸려있어 마치 갤러리에 온 듯한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무더운 밤, 시원한 가맥 한잔 어때? 전주 서신동에도 유명한 가맥 집이 있으니 황태, 갑오징어, 문어발로 유명한 ‘은성슈퍼’가 바로 그곳이다. 사장님이 슈퍼 한켠에서 망치로 리드미컬하게 갑오징어와 문어를 탁탁~때려주면 어느새 야들야들 부드러운 안주로 변신한다. 이가 안 좋은 어르신들도 좋아하는 이 안주는 특제소스에 찍어먹으면 그 맛이 최고 중의 최고다. 오동통한 계란말이도 맥주와 함께 먹으니 그 맛이 끝내준다. 이곳 역시 많은 손님들로 불야성을 이룬다. 퇴근 후 이곳을 찾는 40대 두 직장인은 “전주 가맥은 주머니 사정이 가벼울 때도 맘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라며 “이곳은 특히 청양고추를 넣어 아주 매콤하면서도 달콤, 쌉싸름한 소스가 아주 특별하다. 이 소스를 먹기 위해 일부러 술을 먹기도 한다”고 귀뜸했다. 그리고 고소하고 바삭바삭한 황태는 직접 먹어보지 않고는 말하기가 힘들다. 은성슈퍼는 전주 토박이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이처럼 맛의 도시 전주에는 특색있는 가게맥주를 먹을 수 있는 곳이 즐비하다. 곳곳마다 안주도 골라먹는 재미가 쏠쏠한 것은 물론 소스에도 묘한 차이점이 있어 기호에 따라 먹을 수 있다. 외지에서 전주여행을 오시는 분들에게 꼭 개성만점인 전주 가맥문화를 접해보라 권하고 싶다. 색다른 전주만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잠이 쉬 오지 않는 무더운 여름밤, 가까운 슈퍼에서 시원한 가맥 한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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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지금 맹태포 안주로 드시나요 시원 하시겠습니다
한잔 생각 절로,.,.,.,.
음식문화가 발당한 전주의 색다른 모습이군요
가맥한잔하러 전주에 놀러한번 가야 되겠습니다^^
오시거든 꼭 연락주십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