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 울 밤
성 선 제
대나무 잎 스치는
물기 없는 바람소리
마음 속 한 켠으로 몰아넣는데
그 바람타고 지나오는
아주 오래전 선비의 푸른 피리소리
연민으로 마음 닿아
세월 뛰어 넘는
달빛 같은 숨은 사랑 하고픈데
소름 끼 돋는 전율은
온몸을 덮고
가슴속은 하얗게
숨을 멈춘다.
아 쉬 움
성 선제
창문 넘어 깊숙이 들어오는
짧아진 겨울 햇살
읽던 책 얼굴위에 덮으라고
자꾸 눈에 부십니다.
너울대는 음악에
책 속에 글들 합창하고
나의 등을 잡아 끄는
따뜻한 거실 바닥.
구르다 삯아 지친
단풍들 다소 곳 한데
핥고 가는 언 바람
달력 속 남아있는 지친 몇 날을
끌어안고 뒹군다.
소 망
성 선제
가을이 떨어져
겨울로 부서지고
발등에 머무는
반 토막 짧은 햇살.
지다 남은 나뭇잎은
겨울 소리 연습한다.
젖은 목소리 묻어놓은
버석 이는 마음 밭에
시 한줄 싹틔우려
푸른 씨앗 심어놓고
흩어진 발자국 지워가며
목청 가다듬는
숨겨진 나의 노래.
삶
성 선제
무겁게 얹혀있는
순리의 무게로
자식들 끌고 왔을
또 다른 세월
천륜이라 이름 지어
가는 발목 잡는다.
길을 재촉하는 남아있는 고무신
높아진 연세만큼
짧아진 남은 세월
불거진 손등의 푸른 힘줄
나무 등걸 갈라진 틈 속에는
새살이 돋아나는 게라고
그래도
질긴 삶 등에 지고
머리에 얹으신다.
파 문
성 선제
평온함이 앞에 와 앉으면
어느새 마음에 이는 파도
쉼표 없이 어지럽게 돌아가는
지워지지 않는 잊고 싶은 기억 속에
현실은 나를 묶어 놓고
제자리로 가라는데
자신을 내려놓고
쉬어가라는 무상의 상념들.
지혈되는 마음 뒤엔
하얀 재만 남는다.
붉은 울음 닦아내던
하dig게 떨리는 손등위로
어둠이 별빛과 함께
샘물위에 고이면
지친마음 가만히
샘물위에 놓는다.
카페 게시글
시
성선제님 동인지 작품 시5편
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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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4.0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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