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과 모던 스타일이 공존하는 중년 부부의 아담한 아파트는 그레이시한 컬러 마감 덕분에 차분하고 시크하게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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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사이드보드가 놓인 벽은 큰 유리창 앞에 가벽을 세운 것이다.
1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섬세한 도자기가 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전실의 코너.
2 산이 보이는 커다란 창 앞에는 티테이블을 놓고 TV 옆에는 슬라이딩 도어를 달았다. 문 뒤에는 수납 선반을 제작했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는 참 고왔다. 사투리 억양이 남아 있기는 했지만 분명 날씬한 몸매에 세련된 여인이겠거니 싶었다. 몇 번의 전화만 주고받았을 뿐 얼굴 한번 보지 못했지만 미리 보내준 집사진에 어느 정도 안심하고 대구로 향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센 폭우 속을 달려 도착한 대구의 날씨는 장마전선의 남하를 예고하는 듯 후덥지근했다.
아들을 유학 보내고 평수를 줄여 새 아파트로 입주하게 된 중년의 부부는 산아래&블랑의 디자이너인 정희경 실장에게 인테리어 디자인을 의뢰했다. 정희경 실장은 클라이언트 부부와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눈 뒤 그들 부부가 선호하는 취향에 맞춰 클래식과 모던이 공존하는 스타일로 인테리어 방향을 잡았다. 새로 지어진 아파트였음에도 불구하고 올드한 몰딩과 촌스러운 거실의 우물 천장은 철거하기로 하고 벽은 깨끗한 화이트 톤으로, 몰딩은 그레이시한 컬러를 칠해 차분하게 바꾸기로 했다. 정희경 실장이 벽을 페인트칠하는 대신 선택한 것은 두꺼운 수입 벽지. 이 벽지는 페인트칠한 효과를 내면서 공간을 훨씬 고급스럽게 연출해준다. 벽지를 발랐을 때 천장과 벽이 맞닿는 모서리 부분의 마감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서 커튼 박스처럼 천장과 벽 사이에 손톱 크기만한 틈을 두었다. 정희경 실장은 인테리어 공사에서 집의 기본 바탕을 만드는 공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벽을 세우거나 도배, 페인트칠의 공정을 더욱 꼼꼼히 감리한다.
간단한 구조 변경도 이루어졌다. "이 아파트 단지에서는 유일한 타워형 아파트였어요. 거실에 창문이 많아서 채광이 좋고, 멀리 산이 보이는 뷰가 근사했지만 다른 동과 인접해서 프라이버시의 침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죠. 그 통창 앞에는 가벽을 세워 시선을 차단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파를 놓는 위치를 감안하면 소파 뒤를 블라인드나 커튼으로 가리는 것보다 벽이 있는 구조가 더 안정적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주방 옆 벽도 확장하고 산이 바라보이는 위치에 아일랜드 테이블을 설치해 이 집이 가진 장점을 최대로 살렸습니다."
거실에 세운 가벽 앞에는 부부가 가지고 있던 클래식한 사이드보드를 놓고 작은 창고로 통하는 동선을 확보한 뒤 모던한 하얀 가죽 소파를 놓았다. 짙은 나무 톤의 묵직한 가구가 주는 중후한 느낌을 심플한 소파가 중화시켜준다. 다른 장식을 최대한 절제하고 그레이시한 컬러로 문과 몰딩을 칠한 덕분인지 클래식 가구를 많이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집은 시크해 보인다. 부부가 오래 살 집이라 부부의 라이프스타일과 용도에 맞춰 가구도 제작했다. 거실 TV 옆의 슬라이딩 도어 뒤에 숨겨진 선반과 서재의 책장이 대표적이다. 책장은 긴 나무 테이블이 정확히 삽입될 수 있도록 치수를 정해 제작했는데, 벽과 문 등 기본 마감재와 같은 색의 페인트를 칠해서 통일감을 준다. 충돌하는 스타일의 가구를 매치하고 싶을 때 이를 중화시켜주는 컬러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잘 보여주는 집을 만났다.
1 긴 나무 테이블을 삽입할 수 있도록 치수를 재서 제작한 서재의 책장.
2 그레이 페인트로 벽을 칠한 침실에는 퀼팅 스프레드와 자수 장식의 침구로 여성스러운 느낌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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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로 통하는 문. 두 쪽짜리 여닫이문으로 바꿔 달고 연한 코코아색 페인트를 칠했다.
에디터 정수윤 | 포토그래퍼 전택수
첫댓글 여신님 오랜만에 자료 올려주셨네요^^
잘지내지죠?
감사함니다~~
^^네 오랜만에 들렸네요
날씨가 쌀쌀한데 감기조심하세요~
갖고 싶은 서재^^ 여신님은 오데서 요렇게 이쁜 인테리어를 퍼오시는지..ㅋㅋ네이버에서 인테리어 검색해서 보다가 요즘은 항상 카페 들어오게 되네요^^감사감사
여러모로 이쪽에 관심이 많다보니 자료를 찾아다니네용ㅎㅎ 저야말로 이쁜댓글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