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문을 닫으려고 정리를 하는 중 대기실 쪽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방금 접수를 한 보호자가 강아지를 안고 진찰실로 들어왔다. 사람이 먹는 회충약을 강아지에게 먹였더니 구토와 설사를 계속한다는 것이다. 곧바로 약물중독에 대한 응급처치와 링거액 주사를 단 후 혈액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중 보호자에게 사람이 복용하는 회충약을 왜 먹이셨는지 물어봤다.
보호자는 강아지의 배가 약간 불러오는 것 같아서 회충약을 먹여야겠다고 생각했고, 동물병원에 들를 시간이 없어서 집에 남아 있는 회충약을 반 알씩 먹였다고 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사람 회충약은 어른과 아이에 상관없이 한 알을 먹이면 된다고 했지만 강아지라서 반 알을 먹였다는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다.
사람 회충약은 대부분 알벤다 성분의 회충약이고 성인은 60㎏ 기준이고, 어린아이는 2세 이상에게 먹일 수 있다고 설명서에 적혀 있다. 사람은 2세만 되어도 10㎏이 넘는다. 그러나 강아지는 800g 정도다. 그러니 이 보호자는 강아지에게 얼마나 많은 양의 회충약을 먹인 것인가! 설명을 듣고 난 뒤 보호자는 강아지를 살려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진료실을 나갔다. 그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필자가 병원을 개원한 1990년에는 아주 쉽게 접하는 사례였다. 동물병원이 드물었고 치료비용이 많이 들어서 보호자들이 사람 회충약을 동물에게 투여해 사고가 많이 나기도 했다. 심한 경우에는 강아지들이 사망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개의 경우 알벤다 계통의 회충약은 견회충만 구제되고 다른 기생충에 대한 구제력이 약하다. 그래서 동물병원에서는 이 약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가까운 동물병원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광범위한 구충약을 처방받아 투여를 하면 안전하다. 개 전용 구충제의 경우 1㎏ 단위로 투여할 수 있는 약이 시판되고 있어서 더욱 안전하고 투여도 간편하다.기생충의 경우 내부 기생충으로 회충`요충`십이지장충`편충`조충 등이 있고, 외부 기생충으로 벼룩`이`모낭충`옴진드기 등이 있다.
동물병원에는 내`외부 기생충을 동시에 구제하는 여러 제품이 있다. 내부 기생충만 구제하는 약들도 먹이는 알약과 고기에 약을 함유시켜서 잘 먹도록 하는 다양한 형태의 약들이 있다. 올바르게 약을 사용하면 약이 되지만, 잘못 사용하면 독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