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들과 글쓰기를 위해 학교를 나서며 간단한 자기 소개와 갈 장소를 정하였다. 입학 후 3주동안 수업을 듣는 이과대학과 청운관만 왕복했기에 그 이외에 장소는 잘 몰랐었다. 그렇기에 조원들의 얘기를 조용히 들으며 어디로 갈지를 고민해봤다. 우선 내가 알고있던 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둘러보고 싶었다.
그렇게 이과대학에서 가까운 곳이며, 조원이 수업을 듣는 문과대학건물, 일명 ‘팔뚝이’ 건물에 들렀다. 캠퍼스 구경은 도서관만 해봤기에 이런 곳에 큰 벽화가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그림을 보다보니 정말 어렸을 때 부모님의 손을 잡고 갔던 불당의 커다란 벽화가 생각났다. 여행의 내용은 지금은 기억이 안 났지만, 민화에 나올 법한 호랑이와 근엄한 스님들, 창을 들고 있는 병사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압도되었던 기억은 지금도 희미하게 남아있다. 그 거대한 벽화가 사람들이 모여서 완성했다는 사실이 대단하면서도 무서웠다. 지금 보고 있는 팔뚝이의 의미는 찾아보니 6월 민주항쟁을 기리는 벽화였다. 민주주의란 대의를 위해서 목숨까지 걸린 저항을 했던 당시 사람들을 생각할 때면, 어릴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존경심을 낳는다.
수업에서 또 다른 존경심을 느낀 건 다음 수업에서 진행한 조원들과의 얘기에서였다. 글쓰기1 제출 전에 같은 모둠원이 쓴 글들 읽어보았었는데, 군대를 다녀온 모둠원의 글이 제일 기억에 남았었다. 힘들었던 훈련소의 기억과 분대장과 군수를 병행하면서 겪은 기억들을 써내린 글을 보면서 ‘나는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수업에서 그 글을 쓴 모둠원 분의 얘기를 들어보면서 현재도 알바 여러개를 하면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는 존경심을 느꼈었다. 첫 알바를 1달 해보고는 힘들어서 포기했던 나와 비교하면은 하루하루를 훨씬 더 소중히 보내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생각해보면 대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나는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순간이 꽤 많았다. 인터넷에서 알아본 전공 교수님의 업적, 자신이 하고 싶은 꿈을 병행하면서 학점도 충실히 쌓던 친구, 7시 이른 지하철에서도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던 직장인 등 고등학교와 학원에서는 보기 힘들거나 지나쳤던 모습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때로는 나에게 무력감을 주기도 하지만, 게으르게 놓았던 과제나 일들을 다시 손대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주변에 존경심이 드는 사람들에 꿇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