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크리스 콜럼버스
출연: 로빈 월리엄스(앤드류 마틴)
2005년 뉴저지. 리처드는 가족을 깜짝 놀라게 해줄 선물로 가전제품을 구입한다. 설거지, 청소, 요리, 정원손질 등 모든 집안 일을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첨단 가전제품. 게다가 아이들과 함께 놀아줄 장난감으로도 쓰일 수 있는 기적 같은 가전제품은 바로 가사로봇. 값비싼 선물을 받은 가족들의 표정은 놀라움 반, 낯설음 반. 로봇 앤드류(NDR-114의 애칭)는 리처드를 주인님으로, 자아도취에 빠진 그의 아내를 마님으로 부르며 공손하고 부지런한 가사 로봇의 소임을 다한다. 그러나 기계답지 않은 이상한 질문들을 던져 때론 가족들을 곤란하게, 또 때론 요절복통하게 만드는 등 점차 그의 요상스런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문제의 발단은 조립과정 중의 사소한 실수에서 비롯됐다. 리처드에게 배달될 로봇 NDR-114를 만들던 엔지니어가 샌드위치를 먹다가 마요네즈 한 방울을 로봇의 복잡한 회로 위에다 떨어뜨린 것이다. 이로 인해 로봇의 신경계에 엄청난 사건이 생겨났다. 바로 로봇에게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지능과 호기심을 지니게 된 것! 어느 날 앤드류가 만든 나무 조각상을 보고 로봇의 인간적 재능을 발견한 리처드는 그를 마치 친아들처럼 여기게 된다. 그리고 로봇 제조회사에서 그를 불량품으로 간주, 연구용으로 분해하기 위해 리처드에게 끊임없이 반환을 요구하지만 오히려 앤드류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계좌를 만들어 앤드류가 작품을 팔아 얻는 수익을 적립할 수 있게 해준다.
시간이 흘러, 어린 소녀에서 아름다운 여인으로 성장한 작은 아가씨. 그런데 점차 인간의 감정을 어렴풋이 이해하기 시작한 앤드류의 강철 심장에도 수줍은 설레임이 찾아온다. 그러나 미처 깨닫기도 전에 작은 아가씨는 훌쩍 결혼을 해버리고, 아버지처럼 아껴주던 리처드가 숨을 거둔 후 앤드류는 자신을 이해해줄 자신과 같은 불량로봇을 찾아 기나긴 여행에 오른다. 수십 년 후, 천신만고의 모험 끝에 집으로 돌아오지만 이제는 할머니가 되어버린 작은 아가씨. 그러나 그녀를 쏙 빼다박은 듯한 손녀 포샤를 만나자마자 그는 이제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의 열병을 앓는다. 인간이 되고 싶은 간절한 소망으로 수술실에 눕는 앤드류. 인공피부를 입히고....
1976년 발표해 네뷸러상 중편 부문과 휴고상 중평 부문을 수상한, SF 소설의 거장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의 원작 소설을 제작비 1억 달러로 영화화한 SF 드라마. 21세기를 배경으로 새로 발명된 NDR-114라는 기종의 한 로봇이 앤드류라는 이름으로 마틴 가족의 로봇 하인으로 고용되면서 마틴 가족과 인간적인 유대감을 갖고 그들의 후손들과 200년간이나 지속되면서 인간성, 삶 그리고 사랑을 배워나간다는 이야기다. 각색은 <행운의 반전>으로 아카데미 각색상 후보에 올랐던 니콜라스 카잔이, 연출은 <스텝맘>을 감독한 가족 영화의 대가 크리스 콜롬부스가, 주인공 앤드류 역은 로빈 윌리암스가 연기했다. 아카데미 분장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은 없다.
미국 개봉시 평론가들로부터 썩 좋은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특히 <거짓말쟁이 제이콥>처럼 로빈 윌리암스에 대한 평단의 반응이 차가웠다. 뉴욕 포스트지의 루 루메닉은 "로빈 윌리암스는 아직까지도 (정신을 못차리고) 그의 짜증나는 감동 연기에 집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뉴욕 타임즈의 스티븐 홀든은 더 나아가 "로빈 윌리암스표 영화답게 니콜라스 카잔의 각본은 자유와 섹스의 즐거움, 삶의 의미 등에 대한 어색하고 역겨운 대사들에 감상적으로 전념하고 있다"고 혹평을 보내는 등 거의 모든 평론가들이 이 영화에 반기를 들었다. (장재일 분석)
1950년 발표한 아시모트의 <아이, 로봇(I, Robot)>의 소설에는 그 유명한 '로봇 공학의 세 가지 법칙'을 써놓았는데, 이것은 이후에도 불변의 원칙으로서 로봇 공학의 기본 이론으로 인정받고 있다. 원작의 앤드류는 이 법칙의 지배를 벗어나 법정 투쟁을 불사하며 자유로운 인간으로 인정받는 내용이지만, 영화화된 작품은 이것이 '로봇과 인간의 사랑'이라는 로맨스로 변화되었다. 이 원작은 5년 뒤, 윌 스미스 주연의 SF 대작 <아이, 로봇>으로 영화화되었다.
아시모트의 '로봇 공학의 세가지 법칙'은 다음과 같다. 제1법칙,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되며,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이 위험에 빠지도록 방치해서도 안 된다. 제2법칙, 로봇은 제1법칙을 위배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간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만 한다. 제3법칙, 로봇은 제1법칙과 제2법칙을 위배하지 않는 범위에서, 자신을 보호해야만 한다.
아시모프의 원작에서는 로봇 제작회사의 이름이 'U.S. Robots and Mechanical Men'이라는 이름이었다. 70년대 초 한 회사에서 어느 정도는 아시모프를 기리는 뜻에서 'U.S. Robotics'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다. 영화 안에서는 로봇 제작회사가 긍정적인 모습으로 그려지지 않음에 따라 그 회사는 영화 제작자에게 다른 이름을 사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래서 '노스앰 로보틱스(Northam Robotics)'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영화 몇 군데에서는 예전의 이름과 로고의 모습이 눈에 띄곤 한다.
재미있는 사실들. 새로 지은 샌프란시스코 시청 건물에서 촬영 도중 스탭들이 소방 시설을 작동시키면서 홀이 온통 물바다가 되는 소동이 있었다. 이 일로 시장은 크게 화가 났었다고 한다. / 영화 속에서의 미래적인 '노스앰 로보틱스(NorthAm Robotics)'의 본사로 등장하는 건물은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쇼어즈에 위치한 오라클 사의 본사라고 한다. / 앤드류(로빈 윌리엄스)의 제품번호는 NDR-114이다. 이 114라는 숫자는 스탠리 큐브릭이 자신의 영화( <시계 태엽 오렌지>나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에 자주 사용했던 숫자로, 그에 대한 헌사라고 할 수 있다. / 앤드류의 주인 이름은 리차드 마틴(샘 닐)으로 그와 앤드류가 노스앰 로보틱스사를 함께 방문할 때 밝혀진다. 그리고 그의 딸들 이름은 아만다와 그레이스이지만, 부인의 이름은 한번도 언급되지 않는다. / 앤드류가 처음 레코드 플레이어를 사용해 듣는 아리아는 드보르작의 오페라 "루살카(Rusalka)"로 그 내용은 사랑하는 왕자를 그리며 인간이 되고 싶은 물의 요정의 이야기다. / 여자 로봇 갈라티(Galatea)는 피그말리온 신화에서 신들에 의해 생명을 얻은 석상의 이름에서 따 온 것이다. / 리차드 마틴(샘 닐)의 부인이 모는 자동차는 데몰리션 맨에서 나왔던 차와 같은 것이다.
옥의 티. 로빈 윌리암스가 큰딸이 시키는 대로 2창 창밖으로 떨어진 후, 약간 부서진 채 현관문에 들어서는 장면이 있다. 그의 어깨에 보면, 잡초 같은 것이 있었는데, 바로 다음 장면에선 없어졌다. / 루퍼트(올리버 플랫)가 앤드류에게 맛을 보는 것에 대해 얘기할 때 잔의 맥주량이 달라진다. / 앤드류가 포샤(엠베스 데이비츠)와 공원을 걸어갈 때 그의 셔츠가 완전히 열려있다. 그들이 얘기를 나누기위해 멈추어 섰을 때, 이것은 다시 닫혀 있다가 다시 걸을 때는 열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