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장어의 꿈 - 신해철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
이젠 버릴 것조차 거의 남은 게 없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 하나가 남았네
두고 온 고향 보고픈 얼굴 따뜻한 저녁과 웃음소리
고갤 흔들어 지워버리며 소리를 듣네 나를 부르는 쉬지 말고 가라 하는
저 강물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다가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익숙해 가는 거친 잠자리도 또 다른 안식을 빚어 그 마저 두려울 뿐인데
부끄러운 게으름 자잘한 욕심들아 얼마나 나일 먹어야 마음의 안식을 얻을까
하루 또 하루 무거워지는 고독의 무게를 참는 것은
그보다 힘든 그보다 슬픈 의미도 없이 잊혀지긴 싫은 두려움 때문이지만
저 강들이 모여 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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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이라고 하는 인기 대중가수가 젊은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별명이 '마왕'이고, 머리에 큰 '뱀' 문신을 새겨서 별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카톨릭 신자네요.
고인이 생전에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민물장어의 꿈'이라는 노래였다네요.
잘 알려지지 않은 노래지만, 자신이 죽은 다음에 뜰 것이고, 자신의 장래식장에서 계속 울리기를 바랐던 노래라네요.
노래의 가사에서 드러나는 고인의 영혼의 울림을 듣고 생전에는 관심이 없었던 고인을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그를 주목하고 있었지만, 그의 영혼은 언제나 영원한 안식처를 향하고 있었다는 것을.....
'민물장어의 꿈'은 곧 예수님의 부르심에 제자로 따라야 하는 그리스도인들이 가야만 하는 길입니다(눅14:25~35).
그 길은 영원한 생명과 안식이 있는 길이지만, 모든 소유를 버려야만 하기에 그 문은 좁고 협착하여 찾는 사람이 적습니다.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음이라"(마7:14)
철학도답게 고인도 생전에 삶과 죽음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길을 온전히 가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민물장어의 꿈'이라는 노래로 위로해왔던 것 같습니다.
육신의 쾌락과 정욕이 주는 기쁨을 쉽게 끊지 못하는 세상의 한 복판에 살면서도
자신의 참 존재와 영원한 안식을 얻고자 구도자로 살고자 했던 고인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어
안타까움과 함께 고인을 추모합니다.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주님의 위로와 평안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