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정 추기경 서임 감사 미사가 3/4일 오후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열렸다.
서임 후 첫 국내 공식 행사인 이날 미사엔 주교단 20여명과 사제단 400여명
그리고 개신교, 원불교, 한국정교회 등 이웃 종교 대표들과 신자 등 2500명이 참석했다.
성당에 입장하지 못한 신자들은 성당 마당에 마련된 대형 화면으로 미사를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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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추기경은 "한국의 추기경 세 명이 모두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를 맡았을 때 임명됐다"며
"이는 한국 교회가 북한과 아시아 여러 나라에 복음을 전파하라는 뜻이 포함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올해 83세인 정 추기경은 12년 연하인 염 추기경에게 "만수무강하시라"고 덕담을 건네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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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 추기경은 이날 미사 강론에서
지난달 24일 자 조선일보에 실린 정호승 시인의 기고문을 인용했다.
"시인은 제가 남대문시장이나 지하철,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아버지처럼 살기를 바라신다고 했다"며
"이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부족하지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미사 후 같은 자리에선 축하식이 열렸다. 이날 축하식은 "축하연을 자제하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당부에 따라 만찬 없이 신자들의 기도 내용을 적은 선물 증정과 축사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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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 추기경이 미사 강론에서 인용한 2/24일 자 조선일보에 실린 정호승 시인의 기고문을
폰카메라로 담은 것이며, 아래에 기고문 중에 일부 발췌글을 담아 정리했다.
지금 우리 시대는 갈등과 분열이 고조돼 있습니다.
이념과 계층과 지역과 세대별로 분열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심지어 가톨릭교회
안에서도 이념적 분열의 싹이 돋아 있습니다. '나'만 주장하고 '너'는 이해하지 않습니다.
'너'가 바로 '나'이고 네가 존재하지 않으면 내가 존재할 수 없는데도 그렇습니다.
추기경님! 북한의 모든 인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핵의 위험으로부터 남북이 해방되고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통일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평화통일을 이루는 추기경님이 되시길 소망합니다.
저희들은 상처투성이입니다. 아무리 갈등과 분열의 상처가 크다 하더라도
깨끗한 희망을 나누고 순결한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내면에 평화가 깃들 수 있도록 인도해주세요.
저희들도 추기경님의 건강과 평화적 사명을 위해 늘 기도하겠지만
추기경님 또한 저희들의 불쌍한 영혼을 위해 늘 기도해주세요.
기도만이 사랑과 평화에 이르는 지름길이라는 가르침, 늘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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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 추기경, “교회는 공존과 화해의 표지 돼야”
미사를 주례한 염 추기경은 강론에서
“서임 미사에 함께해주신 사제, 갈라진 형제와 이웃종교 지도자님, 수도자, 교우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기도해주시고 축하해주신 분들께도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특히 염 추기경은 “정호승 시인이 한 일간지에 기고한 글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제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관해 잘 살펴주신 것 같아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시인께서는 제가 남대문 시장이나 지하철,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아버지처럼
살기를 바라신다고 했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부족하지만 노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지난달 22일 열린 추기경 서임식에서 교황 프란치스코가 훈시를 통해
“교회는 평화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당부한 내용을 언급했다.
염 추기경은 “우리 교회가 평화의 도구가 되기 위해 사회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교회는 더욱더 많은 사랑을 지니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돌보며, 주님을 닮은 겸손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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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경북 청도의 전통찻집인 '한옥카페 꽃자리'에 들렀다가 찍은
정호승 시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수선화에게'라는 시화판을 가져다 덧붙인다.
정호승 시인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세례명은 현 교황의 세례명과 같은 '프란치스코'다.
일부 시인들이 유명세를 등에 업고, 소설가 이병주가 말하는 절대 다수의 소위 회색군상들은
끼어들 여지도 없는 이념대결과 편가르기로 오염된 정치판에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현실에
그동안 그 시인을 좋아했던 마음은 안타까움을 넘어 때로는 배신감마저 느끼게 한다.
그런 상황에도 본분을 잊지 않고 갈등과 분열을 치유코저 하는 정호승 시인 같은 분이 있고,
암투병 중에도 삶의 감동을 나눠주는 이해인 수녀님 같은 분이 있어, 위로가 되는 요즘이다.
본의든 아니든지 정치판에 오염된 그 시인들이 언젠가 자신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보더라도,
진심어린 반성문은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 어쩌면 합리화하려는 변명문을 내놓을 것 같다.
암튼 "처방은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처럼, 정치는 정치꾼(?)에게 맡기고, 시인도 본업(?)에
충실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여러 분야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이 본업을 버리고, 소위 '예능'이란
것을 따라 떼거지로 몰려다니고, 어찌 CF라도 땄으면 하는 세태에 연민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Beauty of Forgiveness / Frederic Delarue
![](https://t1.daumcdn.net/cafefile/pds40/4_cafe_2007_08_27_08_37_46d20eb3c7f06)
첫댓글 이냐시오님! 염추기경님의 영육간의 건강과 정호승님의 수선화에게 아름다운 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