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 무렵이면 24절기 중 본격적인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이 찾아온다. 날씨가 급격히 쌀쌀해지면서 주변에서도 겨울맞이 음식이나 보양식을 챙기기 시작하는 시기다. 절기 음식이라고 하면 단순히 절기날에 김장이나 하는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예전 조상들부터 챙겨온 전통 재료들을 살펴보니 추위를 이겨내고 기력을 회복하는 데 아주 적합한 식재료들이 가득했다.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해 두었으니, 차근차근 읽어보고 이번 겨울나기 준비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
가장 먼저 챙겨 먹어야 할 음식은
가장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대표 음식은 팥시루떡과 추어탕이다. 햇곡식으로 만드는 팥시루떡은 예로부터 붉은 팥이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액운을 막는다는 의미를 담아 마을 이웃들과 나누어 먹던 별미였다. 갓 수확한 찹쌀에 고소한 팥고물을 얹어 찌면 겨울철 영양 간식으로 훌륭하다.
이 무렵 도랑에서 겨울잠을 준비하며 살이 오른 미꾸라지로 끓이는 추어탕도 빠질 수 없다. 단백질과 칼슘, 비타민이 풍부해서 찬 바람이 불 때 면역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예전 농가에서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추어탕을 대접하는 도랑탕 잔치를 즐겨 열었다고 한다.
기온이 뚝 떨어지는 요즘 같은 날씨에 따끈한 국물과 떡을 함께 먹으면 몸속까지 든든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절기 음식에 담긴 유래와 의미
입동은 24절기 중 열아홉 번째 절기로 본격적인 겨울의 시작을 뜻한다. 서리가 내리는 상강과 첫눈이 온다는 소설 사이에 위치해 계절의 길목 역할을 한다. 이 시기 조상들은 한 해 농사를 잘 마무리하고 추운 계절을 탈 없이 보내기 위해 절식 문화를 발전시켰다.
특히 마을 어르신들을 사또처럼 대접한다는 뜻의 '치계미'라는 풍속이 유래하기도 했다. 꿩이나 닭, 쌀을 모아 어르신들께 대접하며 건강을 기원하던 소중한 풍습이었다.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농가에서도 미꾸라지를 잡아 국을 끓여 올리며 온정을 나누곤 했다.
결국 이 절기 식단은 배를 채우는 음식을 넘어 마을 공동체가 소통하고 서로의 건강을 챙기던 지혜가 담긴 따뜻한 전통이라 할 수 있다.
집에서 쉽게 준비하는 방법
집에서 어렵지 않게 준비하려면 제철 무와 배추, 홍합 같은 재료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11월 상순에는 무와 배추의 수분과 단맛이 가장 잘 올라와 있어서 시원한 소고기무국이나 배춧국을 끓이기에 적당하다. 김장을 진행하면서 남은 무청을 바짝 말려 시래기된장국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수산시장이나 마트에서 제철을 맞은 홍합이나 가리비, 꼬막 같은 해산물을 사 오는 것도 추천한다. 냄비에 홍합을 넣고 대파와 마늘, 청양고추만 살짝 더해 끓이면 요리 초보자도 10분 만에 시원한 칼칼한 국물을 만들 수 있다.
동네 떡집에서 갓 쪄낸 팥시루떡을 사 와서 소분한 뒤 냉동실에 넣어두고 출근길이나 간식으로 데워 먹으면 바쁜 일상 속에서도 절기 기분을 제대로 낼 수 있다.
입동의 팥시루떡과 동지의 팥죽은 어떻게 다를까
입동에 먹는 팥시루떡과 동지에 먹는 팥죽을 헷갈려하는 사람이 많다. 두 절기 모두 붉은 팥을 사용하는 것은 같지만 먹는 형태와 담긴 의미에서 차이가 있다. 입동에는 햇곡식을 수확한 직후이기 때문에 멥쌀이나 찹쌀 가루에 팥고물을 켜켜이 쌓아 시루에 쪄낸 시루떡 형태로 주로 만들었다.
반면 밤이 가장 긴 동지에는 새알심을 넣은 따끈한 팥죽을 끓여서 잔액을 막고 액운을 털어내는 풍습이 더 강하게 남아 있다. 즉 입동은 한 해 농사에 감사하며 햇곡식의 고소함을 즐기는 성격이 크고, 동지는 추위의 한복판에서 기운을 차리는 의미가 강하다.
따라서 지금 시기에는 팥죽보다 따끈하게 김이 올라오는 시루떡을 챙겨 먹는 것이 절기 전통에 더 가까운 선택이다.
장보기 전에 확인할 식재료들
본격적으로 제철 식단을 준비하기 전에 냉장고와 장바구니 목록을 먼저 체크해 보자. 전통시장에 방문하면 갓 수확해 나온 햇팥과 찹쌀, 햇생강이 많이 나와 있으니 신선도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 좋다. 알이 굵고 깨끗한 햇팥을 고르면 집에서도 구수한 가공이 가능해진다.
마트 수산 코너에서 싱싱한 미꾸라지나 손질된 해산물이 팩으로 잘 나와 있는지 살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집에서 직접 조리하기 부담스럽다면 동네에서 오래된 추어탕 전문점이나 유명한 떡집의 위치를 미리 파악해 두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찬 바람이 더 강해지기 전에 몸에 좋은 제철 재료 한두 가지를 장바구니에 담아 가벼운 겨울맞이 밥상을 차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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