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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의 고통이 끓어오르는
이겨낼 수 있는 고통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알고 싶었습니다.
진짜 제대로 열심히 제 한계를 견디며 목표를 향해 걸어본 적이
아직 제겐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살면서 한번쯤은 이런 도전 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걸어보려 나선 길입니다.
비슷한 경험으로...
19년 12월 방장님과 백두대간 두타산에서~댓재 구간
장경인대 증상으로 땅에 발을 디디질 못하는 상황에서
엉금 걸음으로 겨우겨우 새벽2시 넘어 댓재 도착
그때 그 고통의 순간을 이겨내고 댓재 표시석 앞에 섰을 때
'아~ 진짜 잘했다. 내 두 발로 걸어 내려와서 참 감사하다~'
119를 불러 내려왔다면 얼마나 후회가 됐을까?!
누군가에게 업혀 내려왔다면 또 얼마나 후회가 됐을까?!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그때 참 잘했다~ 싶은데...
다리가 부러지지 않는 한~
이번에도 한번 제대로 인내하며 걸어봐야지요^^
제가 백두대간을 하고 난 후 달라진 점이 있었다면
'내가 그 높고 길고 긴 백두대간도 해봤는데...'
백두대간 모든 구간 힘들지 않게 걸음한 구간이 없었습니다.
대간 이후 어느 산길, 어느 걸음 앞에서고
이런 마음으로 걸으니 걱정과 두려움이 많이 줄어들긴 했습니다.
저는 그때 너무나 작은 돌멩이와 같았고,
같이 걸었던 방장님은 너무나 큰 산이었으니까!
같이 걷는 둘의 능력 차이가 너무 커서...
그래서 그때 더 많이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물이 끓는 온도
99도까지는 물이 끓지 않습니다.
1도... 그 1도가 더해져야만이 100도가 되며 물은 비로소 끓어오릅니다.
400km 천리행군
300km가 다르고, 350km가 다르며... 390km...
399km 그리고... +1km
왜 하필이면 400km 천리행군일까??
400km 천리가 도대체 뭐길래???
고생 사서 하고 싶었던, 고생이 간절했던 요즘
방장님께 문을 두드렸습니다.
둘러보고 찾아봐도 달리 노크할 곳이 없어서.
방장님은 1000키로, 700키로, 500키로...너무 많이도 걸어보셔서
400키로쯤은 뭐 저랑 가볍게 걸어주실 것 같아서.
"방장님, 혹시 시간 되시면... 서해안 같이 가주실 수 있으세요?"
마침 방장님 여름 휴가 기간과 맞아서 방장님께서 일주일 정도는
걸어주실 수 있으실 것 같다고 하셨고
나머지는 제가 혼자 어찌어찌 해도 될 듯.
노송님도 일부 휴가 기간이 맞으셔서 함께해주시기로 하셨습니다.
^^
그동안 솜주먹님과 함께 서해안을 걸으며,
방장님께서 서해안길을 많이 도와주셨었습니다.
솜주먹님이 바쁜 회사일로 이번달에도 시간내기가 여의치 않게 되었고
앞으로 기약도 할 수 없는 상황
언제까지 기다리기만 할 수도 없고.
제게 걸을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어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주어질까 싶어
솜주먹님께 양해 구하고 이야기를 마친 후,
이렇게 행장을 꾸리고 서해안길에 올랐습니다.
놀며 쉬며 적당히 즐기며 걸어서 400km를 걸으면 발도 편하고 좋겠지만...
우리들은 익스트림을 즐기는 J3클럽
우리가 걷고 있는 해안길은 도로, 갯벌, 바닷물, 모래, 자갈, 돌멩이, 바위 암릉 등으로 이루어져 있어
하루 평균 45~50km정도 걸어줘야 하고
일반 도로로만 걸음시 하루 평균 60~65km정도는 걸어줘야
익스트림 걷기로 인정!
늘 기본 할당량이라는게 있는거니까!!
2023년 07월 29일(토) 오후 1시30분
충남 서천의 춘장대해수욕장에서부터 시작
400km의 여정이 시작되었고
오후부터 시작한 첫날은 30km를,
그리고 둘째날부터는 매일 새벽 3시 이전 일어나 출발 준비를 마치고,
3시부터 이동 시작하여 하루 약 45km 이상을 걸었습니다.
마지막날인 8월 6일(일)은 새벽3시 이동 시작
도로 따라 걸어 저녁 8시 30분까지 60km를 걸어 정확히 트랭글상 400km 완주!
1km도 더이상 갈 수 없겠더라고요. 으악~
악으로 깡으로 소리 지르며 걸어냈던 400km
근데 이 트랭글이라는 녀석이 매일매일 이어쓰기를 하면서
처음에는 잘 모르고 넘어가고 넘어가고 했는데
자꾸 키로수가 안맞고 이상한거 같은거예요.
야금야금 줄어드는 거 같은 것이... 이상타~
중간에 하루는 이상해서 전날 밤 걷기를 마치고 마지막 스캔을 떠 놓고
다음날 아침 이어쓰기를 누르자 4km가 줄어들어서 시작하더란 말씀
아~ 도대체 몇 키로가 어떻게 날아가버린건지
종잡을 수도 없고...
일단 트랭글 수치상으로는 400km를 맞춰야했기에
날아가는 숫자는 미련없이 버리고 거리 측정을 했습니다.
실거리 수치는 420km정도.
그래서 중요한 장거리 걷기 할 때는 트랭글 뿐만 아니라
산길샘이라던지, 다른 트랙도 같이 병행해서 켜둬야 한다는 사실을
이번에 지인분들께 들어 알게 되었습니다.
이어쓰기 오류 뿐만 아니라 중간 정지가 되어 버리는 바람에
또 날려먹은 트랙이 3km.
암튼 고생길에 더 고생좀 하라고 트랙이 증발, 일자(一)로 그어지는 사태까지 발생.
이 후기 외에, 서해안 10구간 후기는 또 별도로 자세히 올릴 예정이니
이번 후기는 400km이상 별외로 기록합니다.
J3클럽 배방장님을 제외하고
(뭐 1,000키로도 걸어내신 분이시니... )
노송님께서 500km 이상(이번 걸음 중간 합류 예정)
그리고 이번 제 천리길 순탄하게 잘 다녀오라고
동강님과 콜리님께서 대전역에서부터 서천 춘장대 들머리까지 택배해주셨습니다.
동강님, 콜리님께서도 400km이상을 걸어내신 대선배님들
작년 동강님 콜리님 국토종주 하셨을 때가 머릿속에 선명~
주룩주룩 장대비로 시작~ 내내 비가 와서
발이 흐물흐물 너덜너덜해졌던 두 분의 발을 생각하며 걸어낼 작정입니다.
아무리 심해도 그렇게까지는 안되겠지 내심 마음을 추스리며...
택배에 밥까지 먹여서
이렇게 먼길 잘 다녀오라~ 든든하게 응원해 주셨습니다.
그 어떤 분들보다도 이 400km가 어떠하리라는 것을 잘 아실 두 분이시지요.
고맙습니다. 동강님 콜리님...잘 걷겠습니다.
모래 해변 춘장대 해수욕장을 돌아 나가다보면, 바로 옆은 이렇게 돌 천지~
보통 사람들은 해수욕장하면~ 모래만 있는 줄 알겠지요.
근데 그게 아니예요.
해안으로 들어와 걸어보면... 모래해수욕장은 중간중간에 있을 뿐
대부분이 바위나 자갈 모래 갯벌...그리고 출렁출렁 바닷물.
가다가 길이 막혀 모 카페 뒷문을 통해 들어가
음료수 한잔씩 사들고 정문을 통해 나오게 되고
땡볕 한낮에 그늘 하나 없는 일반 도로 따라 걸어갑니다.
부사방조제... 웅천천이 흘러드는 부사호가 우측에, 그리고 바닷물이 좌측에.
서해안 걷기, 남에서 북으로 올라가는 길이니
바다는 늘 우리 왼편에 자리합니다.
부사호 안쪽으로는 간척되어진 농경지가 보이고,
이 뜨거움에 곡식은 잘 익어갈까?
방장님 살은 어째 반질반질 윤이나며 잘 익어가는 듯 보입니다.
저는 햇빛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욱 꽁꽁 싸매고 갑니다.
잠깐 사이 밖으로 노출됐던 손등은 새빨갛게, 까맣게 변해버렸고.
온몸을 감싸니 노출된 얼굴에서 땀이 비오듯 쏟아집니다.
얼굴에 땀구멍이 분화구가 되어 열려버렸어요.
몸에서는 땀이 나지 않고,
오직 얼굴에서만 구슬땀이 줄줄...
수도꼭지 약하게 틀어 놓은 것 마냥~
쉼없이 흘러 떨어져 내립니다.
작년 여름 날씨 생각해보면 이정도는 아니었던것 같은데...
23년 올해는 이상기온 현상인가? 왜 이렇게 뜨거운거지?
저 400km 천리행군 한다고 날씨가 옛다~ 그러며 약을 올리는 건지...
7/29일(토) 진행해 가야할 무창포항 기준 물때 시간 확인
(음6.12 / 3물)
만조 11:39(505)-->219
간조 06:22(286)<--282 / 18:23(180)<--325
만조가 1번뿐인 날로 물때는 걷기에 적당한 날
400km 걷기에 배낭의 짐은 대략 푸짐~합니다.
걸음시작하며 몸에 장착한 것(팔토시/ 모자/ 얼굴 가리개) 외에
밧데리는 기본 3개 이상(2~3일 간격 노숙해야 하니까), 새벽 걸음 렌턴이며
갈아입을 여분 옷가지며(여자는 챙겨야할 가짓수가 더 많아요 ㅠㅠ),
잘 때 갈아입을 편한 옷, 여분 양말 2~3켤레
침낭, 화장지 물티슈 드레싱밴드 연고 생리대(^^) 썬크림 등 은박돗자리
갯벌 필수 아이템 장화, 여분 신발인 슬리퍼(샌들)
해안길로 걷다보면 언제 만나게 될지 모를 슈퍼나 편의점 등
물(음료 외)은 대략 반나절 분량인 6개 정도는 배낭에 넣고 꼽고 다녀야 합니다.
제 배낭 짐이 이 정도이고.
방장님은 추가 여분 물이며 기타 이런저런 짐 약 20kg이상
오후부터 시작한 걸음이라 물이 빠져나가고 있어서
해안으로 들어와 걷기 좋은 물때 시간
처음 만나는 장안해수욕장에서부터 해안으로 첨벙~
해안길 걸음하며 물때 시간을 모르면 해안길 걸음할 수가 없습니다.
만조가 몇 시, 간조가 몇 시
오늘이 음력 며칠 몇 물인지 등
물이 얼마나 많이 들어오고 빠져나가는지
대략적인 것은 알고 해안으로 들어야 합니다.
7물, 8물 때가 물이 가장 많이 들어오고 가장 많이 빠져나가는 물때
오늘은 음력 12일 3물이니 크게 걱정안하고 걸어도 될 듯 합니다.
모래도 제법 곱고 맨발로 물 속을 기분좋게 걸어갑니다.
날도 더운데 사람들 없는 해수욕장을 전세내서 걸어간다는 것~
이런 기분 아시려나?
걸음 초반부터 완전 내 세상~ 나를 위해 특별히 마련된 바닷가 해변 같아요.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의 열기
이렇게 첨벙대며 신나서 열독 식히며 진행합니다.
걸어가다보니 중간 해변에서 물이 가로막혀서 해변으로 기어 나오고 있는 중....
허벅지까지 물이 찰랑찰랑~
제 앞에는 방장님이 먼저 걸어가셨기에
안전은 보장 받고 걸어가고 있습니다.
아따~ 뜨듯하니 스원하다~
초록의 길다란 나뭇잎인줄 알았는데...
이게 물 속에서 떠서는 요리조리~ 움직이더라고요.
저게 뭐야? 방장님을 호출하고.
방장님이 와서 보시더니 학꽁치 새끼라고.
완전 신기해서 쫓아다니며 조금 같이 놀기도 하고.
한껏 여유도 부려봅니다.
즐거운 해안길이니까^^
독산해수욕장을 지나 모래사장으로 걷다가
작은 돌에 엄지 발가락이 부딪혀 피좀 봅니다.
앗~ 따가워라~
어째 첫날부터 피보기 시작하는게
이번 천리 걸음이 심상치 않습니다.
피도 나고 이제 신발 신고,
여름 휴가철 사람들이 제법 많이 찾은 무창포해수욕장,
용두해수욕장을 지나갑니다.
그늘이 나오면 그렇게 반가워서~
잠시 쉬어 갑니다.
땡볕에 4시간을 걸었더니 완전 지쳐가지고...
벌러덩~~ 에라~ 모르겠다~
발에서도 열이 나니 쉴 때는 무조건 신발 양말 벗고 발 식히며 가야합니다.
죽도 섬과 연결된 남포방조제 길을 지나고 있어요.
국군복지단대천콘도가 있는 인적없는 모래 해수욕장 해안길을 전세내서 돌아
이런 어마어마한 바위 해안을 돌아가면..
과연 이 모퉁이를 돌아 나가면
뭐가 나올지 상상이 되십니까?
끝없이 이어질것만 같은 바위 해변이지만...
충남 사람들이 많이 찾는 대천해수욕장
사람들 많죠. 가족 단위며, 비키니 입은 사람들도 꽤 보이고 외국인들도 많더라고요.
나름 다른 해수욕장에 비해서 사람들 바글바글~
저는 대천해수욕장을 그렇게 다녔었는데도
해수욕장 옆에 이런 돌로된 해변이 있는 것은
이번에 걸음하며 처음 알았습니다.
우리는 고작 해수욕장이라고 와서
모래사장에서 깨작깨작 놀다가는게 전부였었으니까요.
직접 두 발로 걸어보니 해안이라는게 모래사장만 있는게 아니었어요.
코끼리 다리 만지듯
세상의 늘 단면만을 보며 살았던 거였었네요.
세상에 어떤 힘이 이렇게 크기별로
바위는 바위대로
자갈은 자갈대로
모래는 모래대로
이렇게 가지런히 분류해서 해안을 만들어 놓을 수 있는건지...
걸어가면서 온통 신기할 따름입니다.
이런 것 생각해 본 적 있으세요?
잠자기 적당한 정자가 나오면 그날은 운수 대통
고민할 필요도 없이 쉬어가야지요.
배낭에 대충 씻을 물 큰통으로 미리 사서 넣어 가지고 와서
수건에 묻혀 대충 땀 닦고
첫날부터 빡시게 걸었더니 잠이 솔솔 옵니다.
7월30일(일) 새벽 3시 전에 기상
역시 새벽에 일어나는 것은 제겐 너무 힘든 일.
그래도 일어나야 합니다. 피곤에 지친몸 일으켜 세우고 출발 준비.
새벽에 일찍 걷지 못하면 낮에는 너무 뜨거워서...
낮에 가장 뜨거운 시간 1시간은 쉬어가야 합니다.
새벽 3시부터는 움직여야 해안길 하루 45km이상을 걸어낼 수 있으니
꾸물대면 안됩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발 확인해보니
첫날부터 발에 물집이 이곳저곳에 잡혔있었어요.
출발 전에 실좀 껴 놓고 물집의 물은 쪽~ 빼서 단도리좀 했습니다.
지금 신고 걷고 있는 신발,
전에 해안길하며 늘 신던 신발이었고
전에는 물집이 한번도 안생겼었는데...
날이 너무 뜨거워서였을까?
이번 걸음 오후 한나절만에 물집이 ...
양쪽발 합해서 가볍게 10개가 넘어서고
이 정도면 뭐 애교수준으로 걸을만합니다.
그래도 은근 걱정되긴 합니다.
물집이 너무 빨리 생겨버려서... 괜찮으려나!!
대천2교 직전 잠수교 다리를 지나 대천방조제를 건너
토정 이지함 선생묘 참배를 하고
산업단지 안쪽 도로 따라 걸음합니다.
갈매못순교성지는 공사중이라서 지나쳐 가고.
언덕에 위치한 충청도 해안을 방어하는
조선 초기에 설치되었다는 충청수영성을 둘러보고
정상에 영보정 정자와 뻥~ 뚫려 시원하게 내려다 보이는 오천항의 전경이며...
갈 길이 구만리지만,
그래도 들러야 할 곳 봐야 할 곳들 보는건 빼먹고 갈 수는 없죠.
보령방조제를 건너~
7월30일(일) 오천항의 물때 시간은
(음6.13 / 4물)
만조 00:57(640)-->441 / 13:02(557)-->279
간조 07:53(278)<--362 / 19:44(161)<--396
오전 9시를 넘어서고 있구요.
간조 시간을 지나 물이 들어오기 시작한지 1시간 정도
6시간 동안 물이 들어올 예정이니 일단은 안심하고 해안으로 걸어갑니다.
걸어오다 보니 물 빠진 해안에 붕어들이 많이 죽어 있더라고요.
가다보면 있고, 또 가다보면 보이고...
천북항에서 회변항 방향으로 해안 따라 바위를 타고 넘어 갑니다.
천리행군 길이지만, 뭐 이런 바위 넘어간다는 건
역시, 익스트림 추가요!! 넘고 또 넘고~
뾰족뾰족한 바위돌 넘어 걷다 보니
발 앞꿈치 물집 잡혔던 부분에 충격이 가해지며
걸을때마다 통증이...
"읔~"
위에서 뛰어내리면 발 앞부분에 전해져 오는
묵직~~한 눌림에
"헉!!~"
얼굴에서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게 사실 이거 식은땀인가?
통증에서 전해져 오는...
걷다보니 공사구간~
보령 신항이 만들어지고 있더라고요.
우리들의 갯벌은 또 그렇게 일부분이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맴찢 ㅠㅠ
보령 학성리 공룡발자국화석산지,
중생대 백악기시대 공룡 발자국 13개
공룡들이 물을 마시기 위해 물가로 이동하면서 발자국을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는데
근데, 바닷물을 공룡이 먹었을까?
아기공룡 둘리에서 둘리 엄마처럼 생긴 커다란 공룡 모형과
그보다 작은 녀석들 2개, 총 3마리의 공룡이 이 해안의 주인장
여긴 천수만 둘레길로 인명구조센터 안내하고 계시던 어르신들께서
시원한 물 한 병 마시고 가라~ 건네 주셨습니다.
인심 좋은 충청도 땅~ 어쩐지 그 옛날에도 충청도 공룡은 느렸을 것도 같고^^ 피식~
천북면 굴단지 인근 해안 둘레길 '천북굴따라길'
해안으로 나무 데크길도 잘 되어 있고.
문열린 식당이 딱 한 곳 있더라고요.
제대로된 천북굴밥 맛있게 한그릇 뚝딱~ 먹고 갑니다.
이렇게 걷다가 운이 좋으면 하루 1끼 제대로된 밥을 먹을 수 있고
해안으로 바짝 붙어 가거나 갯벌 안으로,
또 해변 안으로 들어와 걷다보니 어쩔 수 없습니다.
홍성 방조제를 건너면 이제 보령시 천북면에서 홍성 땅으로~
좌측은 바다, 오른쪽은 홍성호
충청도 서해안길에 방조제가 왜 이리 많은지...
가다보면 그늘 하나 없는 방조제가
잊을만하며 나오고, 걷다보면 또 나오고 있어요.
물집 단도리 했던 발바닥에 또 새로운 물집이 생겨나고 있어요.
더 커지기 전에 새로 생긴 물 빼고 가야합니다.
발바닥이 무슨 거미줄도 아니고, 발바닥이며 발가락에 꿰는 실이 늘어 갑니다.
그래도 물을 빼고 실을 달아 놓으니 아직까지는 뭐 양호해 보이긴합니다.
살은 잘 달라붙어 있잖아요^^
어깨 쓰윽~ 뭐 천리행군 하는데
발바닥 멀쩡하면 그게 더 이상한거 아닌가??!!
고통 즐기려고 왔으니, 계획대로 아주 척척 잘 되어가고 있어^^
아직은 살만 하니 이런 생각도 들고...
이런 발바닥이지만 나름 대견스럽기까지 합니다.
방장님의 기상 호출에 일어나 준비하고
새벽 3시 여지없이 배낭 메고 출발합니다.
밤새 이슬이 좀 내려서 쪼매 축축~했던 둘째날 노숙.
아~ 침낭 밖은 위험한데... 으읔. 일어나기 싫다~~
아~ 내 발바닥...
새벽 일어나 걸으려니 첫걸음은 속도가 붙지 않습니다.
늘어난 물집 때문에 땅에 발바닥을 디딜때마다 전해져오는 통증이...
시동을 걸어야 비로소 걸어지기 시작하는 걸음...
처음에는 절뚝절뚝~
며칠만에 거북이가 되어버렸어요.
발바닥 아픔을 꾹꾹 눌러가며 딛고 계속 걸으면
그제야 걸음이 제대로...
속도가 붙어 걸어집니다.
시동을 걸어야 어느순간 걸어지는 걸음...
그거 아시는 분들 많이 있으시려나??
앗.. 렌턴을 끄고 걸었더니 아니 거미줄이...
무시무시~ 온 몸에 얼굴에 머리에 감겨버리고...
렌턴을 켜고 보니 그 거미줄 스케일이 대단합니다.
이런 거미줄이 곳곳에 포진~
길가에 거미줄이 질기기는 어찌나 질긴지...
몸에 한번 달라 붙어 떼려면 애좀 먹습니다.
도대체 이 집 지은 주인장은 어디에 숨어 있는건지?
궁금해서 찾아봐도 안보이고... 대왕거미인가??
새벽에는 토시며 모자 마스크 없이 그래도 열어놓고 걸을 수 있지만
해가 올라오기 시작하면 그 즉시 온 몸을 싸매야해요.
태양이 너무 강렬해서 조금만 노출돼도 따끔따끔 화상입니다.
싸매야할 시간이 왔어요.
근데 이상하죠. 방장님은 이런 강한 햇살에 오히려 살을 역으로 태우니,
그러고도 맨질맨질 말짱하니...
방장님 몸 피지컬은 일반적인 우리들과 분명 달랐습니다.
이 뜨거운 열기에도 발에 물집 하나 잡히지 않고
뜨거운 태양에도 살이 익거나 따갑거나하는 탈도 없고.
도대체 방장님 몸은 얼마나 춥고 더운 날씨들에 단련이 된건지...
부럽다기보다는, 아~ 인내의 시간이 만든 몸 존경스럽습니다.
이런 돌멩이 바위 길을 걸어가는데
발을 디딜때마다 살짝 옆으로 삐끗 기울어져서 디딜때마다
발에 전해져 오는 통증...
물집 잡혔던 부분의 살이 밀리는 느낌...
발바닥 껍집 부분이 부분부분 눌리는 느낌...
읔...억!...헥...
조심조심 디디게 되면서, 제 걸음 속도도 조금씩 줄어듭니다.
방장님과 거리는 점점더 벌어져만 가고...
흙 산길은 조금 걷기 수월~
하지만 오르막 내리막 길에서 발에 힘이 들어가고 밀릴때는 여지없이
물집 부분이 압박이 되어지며 통증이...
에구구... 깽이 살려라~
어떻게 내려서야 발에 무리가 덜 가려나...
한발 한발에 생각이 담깁니다.
숨쉴 때 어떻게 숨쉬어야 하는지 우리들 생각 안하잖아요.
걸을 때도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 생각 안하고들 걷잖아요.
근데, 저는요.
걸을때마다 어떻게 걸어야, 어디를 디뎌야
덜 아플까를 생각하며 걷고 있습니다.
이런 평지 해안길은 좀 나을 것 같아도
미세하게 갈라진 꽤나 단단한 골이 져 있는 모래길
이 골을 밟는 느낌이 그대로 발바닥에 전해져 옵니다.
이런 길도 쉬운 길은 아니고...
아이고~ 내 발바닥이야~
빨리 안온다고 방장님 쳐다보는 눈초리~
흐미~ 무서버라~
열심히 가고 있어요. 방장님~
그래도 바위가 미끄럽지는 않아서 디디며 걸을만하고.
이야~ 끝도 없네요. 날카롭게 솟아 갈라진 바위들
보기는 아름답고 좋은데, 바라보며 걸을 생각하니 한숨이... 휴~~ 쉬어지고.
그래도 눈이라도 즐거우니
참고 걸을만하니 아직까지는 좋습니다.
이 뾰족뾰족 바닥 돌들에 내 얇은 트레킹화의 밑바닥 창이 닿고
그대로 물집 산재한 발앞꿈치로 전해져 오는 고통의 순간들...
방장님은 저런 곳에 앉아서
세월아~ 네월아~ 저 오기 기다리고 계셨어요.
제가 발이 아파서 대략 늦어지고 있으니...
이야 근데 진짜 그림같죠.
산에서도 바위 암릉이 멋있는 것처럼
바다에서도 바위들이 있어줘야 감탄사가 저절로~
이야~ 멋지다~
이런 감탄의 순간들이 고통을 잊게 합니다.
바라보며 감탄하고, 바라보며 생각하니
걸음은 걸어지고...
아~ 행복하다~ 멋지다~
이곳이 서해안입니다.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해안길입니다.
이제는 물 속으로 들어가야 하고~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물이 많이 차올라 있었어요.
아직은 해안으로 더 진행해도 될 것 같은 물때시간인데...
물이 이정도.
뭐 방법 없죠.
되돌아갈 수 없으니, 물 속으로 들어가서 걷는 수밖에.
얼마 전에 봤던 넷플릭스 드라마 '사냥개들'
거기서 고문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상처낸 살에 소금물을 가져다 대는 고문법
그땐 그걸 무심코 보며 넘겼었는데...
"아악~" 알겠어요.
발바닥 물집 상처들에 바닷물이 닿자
발을 옮겨 디딜때마다
송곳으로 발바닥 상처들을 후벼파는 듯한 고통이...
아... 소금물 염분이 상처에 이렇게 고통을 주는구나...
그나마 바닷물은 염분이 그렇게 강하지 않으니 이정도 통증이겠지만
양동이에 소금을 들이부어서 강한 소금물이 상처에 닿으면 그 고문의 고통은 어떨까?
감히 상상도 되어지지를 않고...
영화속 장면이... 소금물 고문이 그래도 조금은 감정이입~ 이해가 되어 집니다.
진짜 송곳 고문처럼 쿡쿡~ 아파요~ 많이 아파요~ ㅠㅠ
아~ 지금 제 발바닥은 염분에 전쟁 중...
장화 속은 물이 출렁출렁~ 물은 따라 버려도, 또 고이고
물 속으로 걸어가니 바닷물이 들어왔다 나갔다~
물이 가득 차버린 신발은 무겁고
장화 벗어서 물 버리며 가기를 반복~
그냥 걷기도 힘든 길, 이렇게 바위 타며 한발 한발 가니
해안길로 가면 속도가 붙을 수 없는 노릇...
그러니 하루 45km 이동, 걷기에도 시간은 빠듯합니다.
아~ 여기는 좀 살겠네요. 평평하고 고른 해안길...
장화속에서는 깨구락지 몇 마리~
물찬 제비 깽이가 아니고, 물찬 장화 신은 깽이~
사실 제 장화는 진즉에 한번 신어보지도 못하고 버렸구요.
짐이 너무 많아서 하나 둘 짐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장거리 짐 쌀 때 필요한 것들만 챙긴다고 챙겼어도
오랜 걸음으로 너무 어깨에 부담이 되어서...
지금 신은 장화는 방장님꺼.
그러니 장화도 커서 편하지만은 않고요^^
정자가 없는 밤은 그냥 해안가 시멘에서 이렇게 노숙~
그래도 이슬도 없고 모기도 없고 나름 잘만했습니다.
바닷물 속에서 쫌 시달렸더니, 잠은 잘 오더라구요.
새벽 3시 여지없이 짐 챙겨 일어납니다.
발바닥은 어제보다 더 너덜너덜...
생수물로 씻어내고 물집 정리좀 하고는
물집 진물이 나와서 드레싱밴드도 붙이고
오늘은 좀 괜찮은 날이 되려나??
어둠 새벽부터 이러고 걷고 있습니다.
7월31일(월) 간월도항 물때
(음6.14일 / 5물)
만조 02:03(719) -->556 / 14:08(619)-->377
간조 09:03(242) <--477 / 20:53(120)<--499
보통은 주말 이용해서 해안길을 걸었어서 잘 몰랐었는데...
토요일부터 일요일 월요일 연결해서 걷다보니
물때 시간이 이제 추측이 되어지네요.
어림으로 약 1시간 15분 간격으로 매일매일 늦춰진다고 생각하면 쉬운거 같아요.
지역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충 따져보면 그렇더라구요.
발이 아프니 신발탓을 좀 해보며
신발 갈아 신어보며 갑니다.
가져왔던 샌들로 갈아 신어도 보고
발바닥 물집 상처 때문에 양말은 신어야겠고
그냥 멀쩡한 양말 째서 신고
걷다가는 도저히 발바닥 통증이 해결이 안돼
걷다가 편의점 발견~ 신발을 팔더라고요.
개~편하게 생겨서 사서 신고 얼마 걸어보니
이 역시 불편~
문제는 발인데 엄한 신발만 갈아신어보며...
결국은 요녀석들도 제 품에서 떠나보내게 되네요.
짐을 늘리며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
태안 스톤비치CC를 지나 갈음이해수욕장으로 가는 산길이 옆에 있지만
우리는 해안으로
우와~ 여기 해안도 꽤나 멋지네요.
오전 10시가 다가오는 시간~
금북정맥 지령산과 갈음이해수욕장 사이의 갈음이고개를 넘어~
태안 골든베이CC 해안가 멋진 바위 구간을 지나며...
걸어보면 인근에 골프장이 있는 해안들에도 멋진 해안 절벽들이 꽤나 있습니다.
불태워 죽이려고하는지... 날이 더워도 너무 더워서 미쳐버릴거 같아요.
바닷가를 탈출한 게 한 마리가 길 위에서 게거품을 심하게 물고 헤롱헤롱~
방장님이 바닷가로 돌려보내주셨습니다.
한 생명 구해주신거죠.
잘 살그래이~
바닷가로 나와서 제방둑 위로~
풀이 키보다 높이 자라서 한뼘제방둑 위로 걸어갑니다.
우리들이 제방둑 위로 걸어가는 이유?
더운 바람이기는 하지만, 그나마 이따금씩이라도 바람이 좀 불어와서~
아래로 가면 바람도 없어서 숨이 턱턱~ 막혀요.
근흥면 염전에 잠시 들러 어르신과 이야기도 나누고
한포대기에 35,000원이라는 하이얀 굵은 소금맛도 봐가면서 지나고.
소금마을로 불리는 태안군 근흥면 마금리는 금(金)을 간다는 뜻의 지명으로
일제시대 금광에서 실제로 사금을 채취,
현재도 금광의 형태가 희미하게 남아 있다고 합니다.
지난밤 노송님이 오셔서 충전도 할겸 태안터미널 인근 모텔에서 자고 나와서
송현1리마을회관 앞에서부터 걸음 시작합니다.
아~ 평화로운 바닷가의 일출이 가슴에서 뭔가를 끄집어 올리듯 불끈~ 밀어 올리고.
8월2일(수) 진행해 갈 인근 통개항 물때
(음력6.16 / 7물)
만조 04:14(712)-->662 / 16:24(614)-->495
간조 10:44(119)<--593 / 22:38(18)<--596
일출/일몰 05:42 / 19:42
만조에서 1시간 정도 지난 시간~
태안군 소원면 파도리 해안길
바닷물이 무슨 비단이 나풀나풀대듯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신비롭더라고요.
한참을 서서 바닷물 움직임 바라보다가...
동해안, 남해안을 거쳐 여기 태안까지 해안길을 걸어오면서
이런 바다 풍경은 또 처음 만납니다.
만조에서 2시간여가 지났는데, 해안으로 진입은 여의치 않습니다.
통개항을 지나 한참을 들어왔는데, 산으로도 갈 수 없고
물 빠지기 넋 놓고 기다릴 수도 없고.
이 길은 포기하고 되돌아 나갑니다. 때론 되돌아 나가는게 가장 빠르잖아요.
너무 아쉬워요.
여기서부터 해안길이 파도리 구간~
서해안 구간 중 가장 기대하고 있었던 곳인데
물때 시간이 맞지 않아 갈 수 없다니...
아쉬움에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저 모퉁이를 돌아 나가면 얼마나 멋진 해안 절경이 펼쳐질지...
도로 따라 진행하다가는
서해땅끝파도리아치내캠핑장 안으로 들어와서
아침 식사로 사발면에 음료수 먹고는
해안으로 다시 기어들어갑니다.
우와~ 이런 비쥬얼~
파도리해변이 이렇다는거네요.
아~ 못 보고 온 구간들 아까워서 어째요.
신비롭고 아름답고...
바닥의 작은 돌멩이들도 바닷물에 아직 젖어 있어서
하나 하나가 보석처럼 반짝입니다.
보이는 족족 배낭에 넣어 가지고 가고 싶지만
손대기도 아깝고...
물이 조금만 더 빨리 많이 빠져주면 좋겠는데...
보통은 만조 지나고 2시간이면 해안가쪽으로는 물이 어느정도 다 빠졌는데
이상하리만큼 물이 안빠지는게...
여긴 왜 그러지? 이상하다~ 이상하다~
나중에 걷다가 한 주민분께 들어서 알게됐어요.
지금은 사리때라 물이 많이 들어온다고.
5월부터 9월까지는 낮물은 적게 나가고 밤물은 많이 나가며
10월부터 4월까지는 낮물은 많이 나가고 밤물은 적게 나간다고 하네요.
그러니 우리가 걷고 있는 지금
물은 많이 들어오고 낮물이라 적게 나가니 물이 해안가에 가득한거였네요.
아직도 물때에 대해 모르는게 많겠지요.
이렇게 걸음하며 몸으로 직접 느끼고 물어보며 배우며 걷는 해안길입니다.
파도리해안으로 가볼까 또 진행해가다가는
바닷물에 막혀서 바위 위로도 진행 못하고...
조금 되돌아 나와 산으로 기어 올라갑니다.
꽤 급경사에 잡을 만한 나무나 풀에는 온통 가시 투성이
위험한 구간이라 휴대폰은 안에 넣고
방장님이 먼저 가며 길을 뚫고, 제가 그 뒤를 따르고
노송님이 저 미끄러질까봐 뒤에서 지켜봐주면서
진땀 흘려가며 비탈 산길을 올라 갔습니다.
이건 뭐~ 날고 긴다는 특공대도 이렇게 훈련 안할꺼예요.
살벌하지만 뚫고 나오면 달콤 짭쫄~ ㅎㅎㅎ
이런 긴장감 은근 즐기고 가고 있습니다.
태안은 걷는 모든 구간이 국립공원
산길따라 걸어
파도리 해수욕장으로~
옆에 망미산이 있는 파도리해식동굴 구간 바윗길 해변
역시 파도리 해안가 명성이 그냥 허울뿐이 아니었네요.
다음에 꼭 파도리 구간 물때 제대로 맞춰서 다시 와봐야지 싶습니다.
꼭 와볼꺼예요.^^ 꼭이요. 파도리 해변 같이 가실 분 손!!
긴 장거리 갈때 호흡 잘 맞춰서 걸으셨던 두 분
노송님과 방장님...
제 400km 걸음에 기꺼이 함께해 주셔서 진짜 진짜 감사합니다.
사리 물때라 물이 빠지질 않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어은돌해수욕장을 지나고 일부구간 도로 따라 걸음합니다.
도로따라 걸음하니, 모항마을 중국집에 들러 오늘 끼니 해결도 하고~
바람도 하나 없고 그늘도 하나 없고
뉴스에서는 폭염에 쓰러진 사람들이 여럿 나왔다고 떠들어대고 있고
누구 하나 쓰러질까 걱정에 연락 주시는 지인분들~
모항항을 지나고~
바닷가 해안으로 들어와 만리포해수욕장 향해 갑니다.
여기도 바위 해안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바위 좋아하는 노송님 물 만난 물고기 마냥 껑충껑충~팔딱팔딱~ 잘도 가고~
방장님의 걷는 속도는 언제 어디서든 일정합니다.
오르막이든 내리막이든 산이든 바다든 물 속이든 물 밖이든~
일부러 험한 부분만 골라서 가는거 같지만 그런거 아니구요.
우리가 넘어가야할 길 비쥬얼이 그냥 이래요.
옆에는 물이 찰랑찰랑~ 하늘빛도 곱고 물 빛도 곱고~
내 마음도 똑같이 물들어가며 마음은 파랗게 파랗게~
만리포해수욕장을 지나~
천리포, 백리포, 의항해변까지~
의항2리에서 의항3리 방향으로 서둘 산책 산길(수망산)
숲으로 들어오면 그래도 열기를 조금이라도 막아줘서 걸을만하고.
태안군 소원면에 있는 조선시대 석축 성곽인
소근진성(충청남도 시도기념물 제93호)이 있는
소근리 마을.
어르신께서 마을에 같이 어울려 노실 분이 없어서 그동안 너무 심심하셨대요.
여긴 마을도 작고, 집들은 있지만 빈집도 많다고.
여기 들어와서 사신지 그리 오래되진 않으셨는데
그 와중에 오늘 우리들을 만나셨으니 얼마나 좋으셨으면
집에 있는거 없는거 싹다 가지고 오셨더라구요.
동네 어르신께서 지나가는 객들 환영식 거하게 해주셨습니다.
정자에서 자고 가도 되느냐고 여쭤보자 그러라고 하시며
옆쪽에 화장실도 있다며 사용하라고 알려주시고
수레에 버너부터 이런저런 먹거리 잔뜩 챙겨와서 저희 먹여주셨어요.
화장실에 가서 씻고 나오니 방장님이 뭔가를 굽고 계셨는데
먹어보라서서 입 속에 넣는 순간 뭔가 뼈대가 있는 것이
이 음식 심상치 않은데...
방장님이 놀라지 말라고 저한테 그러며 하는 말씀이
뱀이래요. 그것도 독사 뱀. 어르신이 잡아놓으셨던거라며 가져오셨다고.
아악~~ 이걸 뱉을수도 없고 어쩐다.
완전 깜빡 속아서는...
아나고였대요. 오늘 잡아오신 아나고(붕장어).
제 입맛에는 좀 거시기혀서 저는 딱 3첨 먹고...
라면도 가져오셔서 끓여 맛있게 냠냠.
배불리 먹고 저는 또 발 단도리좀 하고
모기장 치고 자니, 몸도 맘도 편하고 쿨쿨~ 태안 인심 참 좋다~
신두리해안 모래 사구를 어둠 새벽에 걸어~
물이 해안가에 철렁철렁~
걷는 바로 옆까지 밀려들고...
지금은 학암포해수욕장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아침부터 태양이 이글이글 오늘 더위도 만만치 않을 듯 싶네요.
8월3일(목) 만대항 물때 시간
(음6.17 / 8물)
만조 05:29(846)-->830 / 17:42(741)-->643
간조 11:58(98)<--748 / 23:55(-1)<--747
일출 / 일몰 05:41 / 19:41
사리 물때라 한 두 시간 지났다고 해안으로 들 수 없으니
도로 따라 이동해야 합니다.
아~ 길가에 무슨 가로수도 없고....
보통은 500ml 물병 얼음 사서 목에 끼고 걷고
마트나 편의점 잘 만나면 이렇게 각얼음 사서 목에 얹고 갑니다.
시원~은 한데 녹는 것은 한 순간~
녹으면 목과 머리에 찬 물 그대로 부으며 열기 식히며 갑니다.
잠시뿐이지만 천국의 시원함 그 맛을 그대로 온 몸으로 느끼며^^
등줄기로 물이 떨어져 내리며 시원한 그 한 방울 물마저
이 도로 위에서는 행복함을 줍니다.
비라도 잠깐 쏟아져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비소식은 없고. 오늘도 맑음이네요.
너무 맑아서 머리 뚜껑 열리겠어요.
머리가 열기로 부~웅~
태안군 이원면 해안길로 들어왔어요~
제가 걷기에 불편한 해안길이긴 하지만...
태안절경 천삼백리 솔향기 길. 여기 해안길도 엄청 멋지네요.
이원면의 해안 갯벌도 제법 모래갯벌로 딱딱해서 걷기 좋고요.
바위 구간도 흠잡을 곳 없이 멋지고.
숨겨진 커다란 동굴도 있고 해안길 즐기기에 딱 안성맞춤인 곳
파도리와 이원면 해안
태안에 오시면 꼭 걸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진짜 최고! 멋집니다.
물길에 가로막혀서 다시 산길로 기어오르고~(후망산 산길)
틈만 보이면 다시 또 해안으로~
용난굴 안에서 밖에 계신 방장님 찍은 모습
용난굴 규모가 상당히 크고 넓더라구요.
서해랑길 따라 만대항 방향으로 산길로 이동~
지금 걷고 있는 길은 태안절경 천삼백리 솔향기길
걸어보면 역시 산길이 편해요.
바닷길이나 도로길보다 훨씬~더 편해요.
산길만 걸으시는 분들은 잘 모르실테지만요^^
전날 밤 정자에서 노송님 모기장 밖에서 주무시더니
모기 몇 방 물리고는 오늘 밤은 모기장 안으로 쏘옥~^^
진작 들어와서 같이 주무시지~
뜯겨봐야 모기 무서운걸 아시는건지...
모기장 안은 여름밤 잠자기 좋습니다.
방장님 배낭 속 여름 필수품...
방장님 배낭이 무거운 이유들 이런 자질구레한 필수 물품들 덕분
커다란 생수 물병은 씻는 용도. 오늘은 각 2병씩 할당.
저는 어둠속 구석에 가서 씻어야 했는데
발도 너무 아프고 움직일 수가 없어서 그냥 정자에 앉아서 샤워티슈 가지고 온것 몽땅 써서
몸 요리조리 닦고 잤네요. 발만 대충 물로 뿌려서 닦고.
몸이 너무 힘들면 씻는것도 귀찮아요.
그래서 제 할당 물병이 2병 남았어요.
아침이 되고 걸어지지 않는 걸음
열심히 발 놀리며 시동 걸고 있는 중입니다.
30분~1시간은 절뚝거리며 시동 걸어줘야 걸어집니다.
아픈 발을 꾹꾹 눌러가며 발바닥에 붙인 생리대와 제 발, 그리고 신발을 일치 시켜서
걸어야 그나마 걸어지는 걸음...
아픈 부위 피해서 걷는다고 요리조리 발 움직여가며 걸으면
엄한 부분에 물집만 더 생겨버리고.
사목마을, 어찌어찌 걷다보니
거미줄만으로 성에 차지 않았던지 이런 풀숲을 걷게 되고
걷는 발이 부실하니 꽈당~ 어이쿠~
지도상으로는 분명 선명하게 있는 길이었는데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으니 길이 이렇게 풀숲으로 변해버렸더라고요.
한발한발 고생이, 시련이 말이 아닙니다.
볼만하죠^^
남의 고생은 누군가에게는 기쁨??
포착도 잘한 방장님, 표정이 가관이네요.
이런 사진 좋아요. 리얼~ 다큐~
8월4일(금) 고파도항 물때 시간
(음6.18 / 9물)
만조 06:18(869)-->873 / 18:31(773)-->699
간조 00:00(-4)<--(-750) / 12:44(74)<--(-795)
일출 / 일몰 05:42 / 19:40
오늘은 어째 식사할 곳도 만나기 힘들 거 같아서
각자 찹쌀떡3개 끼니당 1개씩.
아침1개, 점심1개, 저녁1개
근데 저는 그냥 아침식사로 3개 꿀꺽 해버렸습니다.
일단 먹고 보는거죠.
방장님은 저거 1개 아침식사로 드시려고 하시는 중...
태안군 이원면 당산3리 마을회관
방장님께서 마을 정자에 앉아 계시던 어르신께 말씀 잘 해서
이렇게 마을회관 안에 들어와서 라면 끓여먹고 갑니다.
말씀 거의 없으시던 어르신께서 내내 주위에 서서
냉장고에서 단무지도 먹으라고 꺼내다 주시고...
꼭 우리 친할아버지처럼 꼼꼼히 살펴주셨습니다.
마을회관에서 무슨 모임이 있으셨는지
마을 어르신들이 한 분 두 분 마을회관에 모여드시더니 6~7명 오시고
라면 잘 먹고 깨끗하게 씻어두고
방장님께서 음료수 막걸리 사드시라고 5만원 짜리 한장
안받겠다고 거절하시는 동네 어르신께 드리고 도망치듯 나옵니다.
왜 이렇게 하느냐구요?
다음 걸음 하시는 분들을 위해서이기도 해요.
누군가 지나가면 시원한 물 한잔 주시면 좋을 거 같아서
배고픈 객이 지나가면 라면 하나 끓여주시면 좋을 거 같아서...
우리가 이렇게 하고 가면 이 마을분들께서 지나가는 객들
그냥 지나가게 두진 않으실꺼잖아요.
그 마음 아니까...
해안길 방장님께 이런 모습들 배우며 걸어가고 있습니다.
제가 방장님 제자라고 말하는 이유가
늘 방장님께 배우고 있어서에요.
지식을 배워서가 아니라, 지혜를 배워서가 아니라
이런 아름다운 마음도 배우며 걷습니다.
지나가다가 개가 있으면 물그릇 먼저 살피는 방장님
물그릇이 비어 있으면 물이 아무리 부족해도
제 먹을 물을 부어주고 가시는 분이십니다. 방장님은.
나를 위한 걸음이 곧
우리를 위한 걸음으로
또, 다른 이들을 위한 걸음으로...
이런 걸음이 진짜 보배로운 걸음이겠지요.
그렇게 걷고 싶어요. 이런 배움을 몸으로 배우며.
아직도 방장님 따라다니며 배울 것들이 많습니다. 많아요.
질퍽질퍽 푹푹 신발은 젖어버리고...
바다에 들어가고나오는 길이 좁고 잘록하다고 해서 회목쟁이라는 태안의 솔향기길
아~ 진짜 죽겠어요. 진짜 피곤해요.
의자에 앉아 있을 수도 없을만큼 피곤해서
음식 나오는 시간 그 잠깐 잠에 빠져듭니다.
공주의 팔개님께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예요.
이 더위에 사람 하나 잡을꺼 같다시며...
당장이라도 쫓아 오실 거 같이 걱정에 걱정.
이곳 식당에 전화해서 식사값 계산까지 해주시고.
그 마음이 전해져 눈물이 나올뻔 했습니다.
몸이 약해지니 마음까지... 감성적으로다가...
고맙습니다. 팔개님
사주신 냉면 진짜 진짜 얼마나 맛있게 잘 먹었던지...
저녁 식사 후, 어두워지기 전까지 더 걸어야 해요.
서산시 팔봉명 호리 아라메길
구도항~호리종점 구간 걸음 중.
저녁이 되고 서산시 팔봉명 호리(바다정원펜션) 인근까지 걷고
서산 택시 기사님 택시로 모텔에 가서 충전겸 잠 자고
새벽3시 여지없이 움직이며 다음길 이어갑니다.
8월5일(토) 왕산항 물때 시간
(음6.19 / 10물)
만조 07:22(906)-->911 / 19:41(834)-->770
간조 01:14(-5)<--(-838) / 13:48(64)<--(-842)
일출 / 일몰 05:42 / 19:40
팔봉명 대황리마을에서 양파 차에 싣고 계시던 젊은 동네 이장님과 마을분
걷고 있는 저희들 보더니 시원한 물과 커피 음료수를 드려도 되겠느냐며
꺼내다 주시고... 저희야 물론 넙죽~ 감사하지요.
어떤 분들은 이런 호의를 안받는 분들도 계시다고 하시더라고요.
해안가쪽으로는 물이 가득 차 있어서 접근 불가~
아구구 반가워라. 염생이 친구들을 만났어요. 요녀석들 꽁꽁 싸맨 제가 신기한건지...
ㅎㅎㅎ 이렇게 발은 아파도, 입은 살아서 즐겁게 해안길 걷고 있습니다.
제 동물 흉내는 어설픈게 매력
이런거 잘하면 뭐 제가 개그맨하고 있지, 해안길 걷고 있겠습니까^^
서산 택시 기사님께서 방장님 태우러 오시면서
저희들 먹으라고 얼음물 10병과 시원한 수박 사오셔서 먹고,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전국나그네님~~
수박이 커서 마을회관 어르신들 드시라고 일부 드리고.
역시 여름에 수박이 진리~ 최고최고!
방장님은 중왕1리 마을회관 앞에서 기사님 택시 타고 집으로 가십니다.
방장님 320km 걸음 하시고 이젠 바이바이~
방장님 너무너무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여기까지 무사히 즐겁게 걸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노송님과 둘이서 해안길 이어갑니다.
바닷물이 빠진지 한참 지난 시간이라 해안길로 들어 잘 걷다가는...
제방둑 아래 갯벌이 질퍽질퍽거려서
제방둑 위로 올라섰는데
잡초 풀 비쥬얼이 이정도
가시 가득한 아카시아 나무가 엄청 많고
걷다가 쐐기에 다리 5방 정도 따끔따끔 쏘이기도 하고
난관에 난관....속도도 나지 않고... 오호통재라...
또 제방둑이 나오고 이번에는 나무 지팡이 하나씩 만들어서 손에 들고
진흙 갯벌 위로 걸어가보는데 그래도 미끄러지고 푹푹 빠지고...
또다시 풀로 쩔은 제방둑 위로 기어 올라가는데...
어느순간 노송님 다리 보니 피가 줄줄 흘러 내리고 있었습니다.
가시에 좀 심하게 긁힌 듯.
대략 난감~ 제방둑 너머로 넘어가서 가보려고 반대쪽으로 내려서니
이번에는 물길이 있어서 내려서질 못하고 다시 제방둑 위로
그리고 다시 갯벌로 들어와 걷고...
이런 곳은 답이 없는 길. 장화가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장화는 버린지 오래라~
시속 1km도 안나는 속도로 엉금엉금 조심조심 걸어가게 되네요.
이렇게 해안길을 돌고 돌아서...
날도 너무 더워 쉬어가기도 해야겠기에
서산시 대산읍 대산리 마을로 들어와
노송님께서 제게 점심 사서 먹이고 용돈 두둑히 챙겨주시며,
편의점에서 물이며 음료수 사서 챙겨 저 보내주십니다.
노송님은 당진터미널로 이젠 가시고.
더운날 오셔서 고생 많으셨습니다. 노송님. 안녕히 가세요.
이제부터는 저 혼자 걸어가야 할 길...
대산리3구마을 쪽으로 작은 길이 나 있어서 해안으로 붙어 가려고 들어갔는데
양식장과 마주합니다.
들어가는 입구쪽에 "출입금지"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그냥 못본척하고는 들어서서 걸어가는데
일하고 계시는 분들이 꽤 보입니다.
"제가 길을 잘못 들어서요. 죄송한데 여기로좀 지나가도 될까요?"
풀이 웃자라서 여기로 가도 길이 없대요. 되돌아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아~ 꽤나 많이 들어왔는데...
ㅠㅠ
이쪽 대산읍쪽은 양식장이 있고, 들어가면 막다른 길이라
이제는 지도 보고 황금산이 있는 독곶리까지 큰 길가로 진행해 갑니다.
보통 유명한 산이 있는 곳 들어가는 입구는 가로수길로
걷기 좋게 되어 있는데...
아~ 이곳은 걸어보니 큰 대로변에 트럭들 엄청 다니는 무시무시한 길.
황금산 들어가는 입구쪽 도로변에서 본 서산대산산업단지의 모습
번쩍번쩍 뭔가 화려하고 대단해 보이기는 하네요.
그렇다면... 황금산은 어떤 모습일까?
아~ 어둠 속이었지만 걸어가며 딱 보니 알겠더라고요.
왕관의 모습을 한 황금산
근데, 황금산을 마주하자 어쩐지 저는 안쓰럽더라고요.
이 밤, 불야성을 이루는 인근 산업단지로 인해
편히 눈감고 쉴수도 없는 황금산이라니...
많이 피곤하겠다~ 많이 지쳐 보이기도 합니다.
꼭 지금의 저처럼...
세상 모든 만물이 밤이면 자고, 낮이면 활동해야 하거늘
밤이고 낮이고 잠들지 못하는 황금산이라니...
이 황금 왕관을 누가 이리 생기 없이 어둡게 만들어버린건지...
나의 이 피곤함이 지금 저 황금산에 비할까...
어쩌냐 황금산아...어째... ㅠㅠ 아~ 마음 아파!
그러며 걷고 있는데 차가 한대 옆에 멈춥니다.
서산 택시 기사님이신 전국나그네님이시네요.
이 늦은 시간까지 제게서 연락이 안와서, 혹시나 해서 이쪽 구간으로 차를 몰고 와보신거였대요.
황금산까지 지척이라 도착하여
차 타고 모텔에 가서 쉬고...
아~ 근데 혼자 들어가서 자려니 갑자기 무서움증이 확~ 생겨가지고
이불 뒤집어 쓰고 웅크리고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외며
한숨도 못자고 나왔습니다.
아주 잠깐 잠시 잠이 들었었는데
아부지, 어무니께서 근심 가득한 얼굴로 저를 바라보시는데...
깨고 나서도 집에 무슨 일 있는건 아닌지 걱정이 되어서 또 못 자고.
다음날 새벽 3시 기사님이 태워다 주셔서,
다시 들머리 황금산에 도착
저를 내려주고 가셨습니다.
혼자 이 새벽에 황금산 앞에 덩그러니...
트랭글이 작동 오류를 일으키며 이어쓰기가 안되고
전원을 껐다 켰다.. 다시 트랭글 켰다 껐다...
순간 트랙이 모두 날아간건 아닌지 철렁~
다행히 이어쓰기만 안되고 전날까지 트랙은 살아있는데 정지가 안되었던가 봅니다.
이만하길 천만다행~
정지하고
오늘 걸음은 트랙 별도로 시작합니다.
오늘은 해안으로 안가고 도로따라 이동이라
물때 시간 체크는 따로 안해도 되구요.
인근 산업단지들에서 뿜어져나오는 연기때문일까? 안개가 도로에 자욱하고...
차도 다니지 않고...
쫌 무섭더라고요.
그래서 또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을 외치며... 리듬을 넣어서 노래하듯 관세음보살~
그렇게 홀로 걷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사람이...
저 태워주고 가셨던 서산 기사님 전국나그네님이
손에 물병 하나씩 아령처럼 들고는 제 뒤에서 오고 계시더라고요.
놀라서 물어보니
이 안개 자욱한 길가에 저를 혼자 내려놓고 가려고 하니 발길이 안떨어지셨는가 봅니다.
그래서 차를 돌려 황금산에 다시 가져다 세워두고
저 쫓아서 여기까지 뛰어 오신거였대요.
오늘 저랑 하루 같이 걸어주신다고.
이게 말이 됩니까? 이런 사람이 있을 수 있어요?
어둠속에서 '관세음보살'을 외치며 걸었더니
그 소리를 듣고 저를 도와줄 천사를 한 분 보내주신걸까요?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덕분에 이렇게 하루 길동무가 생겼습니다.
전국나그네님도 등산을 좋아하고,
하루 2시간씩은 늘 빠르게 걷기 운동을 하시는 부지런한 운동맨~
몸 가벼워 보이시지요?
서산에 가시면 서산 나그네님 택시 이용 하세요.
너무 친절하고 배려가 몸에 쫘악~ 배어 있는
알면 알수록 진국 진짜 멋진 분이십니다.
오전에는 안개가 끼고 날이 선선해서 걷기 좋더라고요.
천사가 나타나더니, 오늘은 날씨까지도 제 마지막 걸음을 도와주는지 덥지 않고.
대호방조제를 지나며 서산에서 이제는 당진땅으로~
오늘 1일 천사이신 서산의 전국나그네님이십니다.
준비없이 저랑 함께 걸어주시는 거라서
모자도 없고...
오후에는 날이 많이 뜨거워서
토시 없는 손등 부분이 완전 빨갛게 타셨더라고요.
그리고 하루 2시간씩 매일 걷기 운동은 하시지만
하루 온종일 60km를 걸어본 적은 없으셨는데
오늘 이렇게 처음으로 걸어보는 걸음.
어떤 마음이면 이렇게 생판 모르는 사람과 함께
하루종일 땡볕 아래에서 걸을 생각을 하셨을까요?!
제가 편의점에서 발 다시 정리하는 모습 보시고 나자
그 발로 어떻게 걷고 있느냐며
엄청 걱정하시더라고요.
이런 발 처음 보신 듯
으이구 진물로 인해 냄새도 장난 아니고...
쉬다가 걸을 땐 절뚝절뚝 30분 이상 시동좀 걸어주면
아파도 걸을만은 한데...
^^
그래서 제 배낭도 빼앗아서 들어주시기도 했구요.
배낭에 있던 디팩 꺼내서 본인이 물이랑 음료수 넣어서
기어코 들고 가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길이가 어느정도가 되는지 지도보며 측정해 보니
그 길이가 자그마치 10.6km
당진시 송산면 가곡리에서 석문면 장고항리를 잇는 석문방조제
그늘 하나 없는 이 방조제길을 걸어가는데 우와~
무슨 그늘 의자도 하나 없고 이런곳이 있나 싶더라고요.
키로수 측정을 잘못해서 사실 석문방조제만 지나가면 끝나는 줄 알고
얼마나 좋아했었던지...
트랭글이 오류가 잡혀 있었는줄도 모르고는...
그래서 석문방조제 걸어가면서는
"400km 끝내고, 100km는 더 가도 될 거 같은데요^^" 그랬다니까요.
컨디션이 그정도로 좋았는데.
이 길이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는
ㅠㅠ
트랭글 오류 잡힌것 때문에 22km는 더 가야 하더라고요.
길고 긴 산업단지 길을 지나 10km정도 남았는데
그때부터 몸에 기운이 급속도로 저하되면서... 힘들어지더라고요.
그 10km가 뭐라고
석문방조제 1개 더 건너가는거 정도일뿐인데 말입니다.
전국나그네님도 어느 순간 보니
물집이 잡혔는지 발을 조금씩 절고 있는게 보이고
그래도 힘든 내색 하나도 안하고
아프다 소리 하나도 안하고 걸어 주고 계십니다.
저 좋자고 하는 일에 전국나그네님 이렇게 힘들게 해도 되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 자꾸 드네요. 아... 어째!!
오후가 되고부터 어제와 다름없이 날은 완전 이글이글 불타오르고
편의점에 들러 얼음 사서 머리며 목에 대고 열 식히며
도저히 땡볕으로 나갈 엄두가 안나서 그렇게 좀 쉬다가는...
쉰 것 때문에 좀 빨리 끝내야할 거 같아서
시속 5km대로 올려서 좀 걸었더니 그게 또 더 힘들어져서...
이야... 쉽지 않은 길입니다.
역시 400km는... 휴...
도로 옆으로 차들이 씽씽~ 달리면 그 큰 소리에 맞춰서
"아아아악~~~~~"
"으아~~아악~~~"
소리 질러가며
악으로 깡으로 걸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가야 끝나는 길이니까...
500km는 무슨... 트랭글 400km 가면 딱 끝내고 말껍니다.
한발도 더 가기 싫어요. 못가겠어요.
마지막 2.2km를 추가로 더 걸어
당진시 신평면 매산리 음섬포구까지 트랭글 400km 맞춰 걸었습니다.
삽교천방조제 6.5km 직전까지.
생각같아서는 삽교천방조제 앞까지 갔으면 좋겠지만
한걸음도 더 못가겠더라고요. 지치고 힘들어서...
400km 걷고는 끝!! 만세!!
회타운 보이길래 여기서 저녁 먹으려고 했더니만
식당은 끝났다고 하고. 휴~~~
당진터미널 인근으로 택시 타고 나와
전국나그네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입맛도 없어서 국물만 달라고 하여 간단히 마무리 식사합니다.
오늘 하루 종일 저와 함께 60km 땡볕에서 걸어주신 전국나그네님
늘어지지 않게 속도도 잡아 주시고...
같이 걸어주시지 않았다면 아마 9시 넘어서도 끝내기 힘들었을 듯 해요.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을 계속 외쳤더니
전국나그네님이 제 뒤에서 나타나서, 제 옆을 지켜 주셨네요.
이 분은 오늘 제게 온전히 천사셨어요.
트랙1+트랙2+트랙3
트랙1 363km는 정지한다고 정지했는데, 정지가 안됐고 택시 이동거리까지 포함 오류
다행히 걸음 걷기 끝내고 스캔해놨던 341km(트랙1)가 있어서 거리 측정했구요.
341+57.1+2.2km=400km
9일간 걸음하며 트랭글 이어쓰기로 빠진 키로수며
중간 오류 정지로 일자(一)로 그어져 버려 빠진 키로수며
트랭글 트랙으로만 정리.
실제 걸음한 키로수는 대략 420km.
트랭글 측에 문의해봐도 이미 올린 자료는 수정이 안된다고 하고.
예쁘게 400km짜리 지도 만들고 싶었는데, 잘 안되었네요.
계산 착오로 57km 걷고 끝난 줄 알았는데...
2km정도가 부족해서 다시 또 걷고... 그땐 2km가 뭐라고~ 완전 죽을맛이더라고요.
끝난줄 알았는데 더 걸어야한다고 생각하니...
그래도 걸어서 제대로 트랙 합계 끝마쳐야죠.
당진터미널 인근 모텔에 들어와서 씻고 쉬는데
온몸에서 긴장이 풀려서일까요?!
갑자기 속이 미식미식~ 두 발로 디디고 설 수가 없으니
엉금엉금 네 발로 기어서 화장실로~
머리가 부웅~ 풍선이 커지는 듯 하더니
그대로 위로 속에 있는 것들을 몽땅 내보내고...
한동안 변기통 붙들고 그대로 지쳐서...
그리고는 또 아래로도 또 내보내고...
위아래로 몸 속에 있는 것들을 내보내니 조금 있던 기운마저 싹다 빠져버립니다.
그러고는 금방 쓰러져서 잠들 줄 알았는데
잠은 또 오질 않아서 뜬 눈으로 밤을 보내 버리고 맙니다.
9일간 걸으며 입었던 옷이며 신발 등
구멍나고 냄새나는 옷가지며 신발 팔토시 등 버릴 거 싹다 모텔에 버리고 나옵니다.
신발은 간밤 들어오기 전에 슬리퍼 하나 편의점에서 큰걸로 사서 들어온거 신고,
8월 7일 월요일 아침 7시 첫 차로 대전으로~ 그리고 다시 대전에서 연무대로.
연무대 도착하자 마자 병원부터 들러서 발 치료
천리를 걸었다는 제 말에 의사샘께서
"군인이세요? 왼발잡인가보네~"
그러고보니 왼발이 오른발에 비해 물집 상처가 크고 심합니다.
아무는데 얼마나 걸리겠느냐는 말에
"3주는 걸리겠는데요."
아~ 3주 진단.
점심쯤 집에 도착
3일간은 현관 밖 외출은 못하고
화장실, 주방, 안방 갈 때 네 발로 기어서 다녔습니다.
기어서 다니다 보니 무릎은 또 어찌나 아픈지...
아기들이 왜 기어다니다가 서서 걷는지 알겠더라고요.
^^
이유는 무릎이 아프니까~
두 발로 서서 디디면 물집 진물이 계속 나와서 또 너무 아프고.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 두 발 소독하고 약바르고 거즈로 감고 생활 중.
참고 참다가 겨우 움직일만해져 8월9일 수요일은
동생이 태워다 줘서 한의원 겨우 다녀오고
배낭을 너무 오래 메서였을까
왼쪽 목 위로 왼쪽머리 전체~ 정수리까지 극심한 통증
통증이 가시질 않더라고요.
목요일은 정형외과에 가서 목에 주사도 몇 방 맞고
이번 주는 타온 약을 내내 한주먹씩 먹는 듯.
400km 혹서기 천리행군 극한의 고통
걸을 때보다 걷고 나서 그 후유증이 더 큰 걸음
방장님께서도 이번 걸음이 난이도 上(상)단계는 될 듯 하다고 하셨습니다.
날씨도 가장 더운 평균 35도를 웃돌고, 체감 기온은 더 심하고.
허벅지 허리 높이의 바닷물, 모래, 푹푹~ 갯벌, 자갈, 뾰족뾰족 바위, 암릉, 비탈, 산길 등...
혹서기 천리행군은 각오 없이 들이대지 마시길 당부드리며.
직접 걸어보니 괜히 '죽음의 4'자가 붙은게 아닌 듯.
어때요?
진물 물집 고린내 풀풀 풍겨가며
오돌토돌 가려운 몸 벅벅 긁어가며
'지옥의 맛' 어떤지 해보고 싶지 않으세요?
꽃들이 가장 많이 피는 계절이 언제인줄 아세요?
날 좋은 봄이나 가을일 것 같지만...
아니예요.
꽃은 땡볕 한여름에 가장 많이 화려하게 꽃피웁니다.
혹서기, 혹한기 400km
다음에 어떤 분께서 도전하실런지???
근데 요것이 또 매력이 있다는 말씀^^ 입맛 쩝쩝~
J3클럽 회원이라면
내 최장거리 기록 하나쯤은 다들 가지고 있자!!
남의 것 말고, 내 것!!
남의 길 말고, 내 길!!
긴걸음 같이 걸음해주셨던 방장님과 노송님,
그리고 서산의 전국나그네님 많이많이 감사드립니다.
걷는 내내 힘내라 응원해주시고
음으로 양으로 지원해 주신 많은 분들
(순서 관계없이)
동강님, 콜리님, 전국구님,
산이지부장님, 보라님, 지음님, 팔개님,
추산대장님, 핫페퍼님, 청봉대장님,
희망새대장님, 니이케님, 김태형님
문자로, 전화로 응원해주신 그 외 많은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인사 드립니다.
덕분에 무사히 400km 긴 걸음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저의 "관세음보살님들"
정말로 고맙습니다.
|
해안길에 붕어라 이상했거든요^^
독이 올라야 걸을 수 있는 천리길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감사해요. 화성인님~
오늘도 빠아이띵~~ 건강한 하루 되세용
정말 대단하세요!
그 더운 여름에 그 어렵고 힘든 길을 ...
도전하는 모습이 보기좋습니다~
가유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건강 행복한 날 되세요.
jiri-깽이(신은경)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 무더운 날씨에 천리길을 걷다보니
발 상처에서 진물과 피가 흐르고 있는데도
힘들다고 한번쯤은 내색을 할 법도 한데,,,
묵묵히 천리길 종착지점까지 걷는 보습을
바라보고 저는 짧은시간 동행하면서
깽이님께 도전정신, 책임감,
배려심,인내심을 배웠어요^^
진심으로 만나뵙게되어 영광스럽고 존경합니다. 건강 잘챙기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전국나그네님이 마지막날 같이 걸어주셔서 재미있게 힘들지만 힘내서 걸을 수 있었습니다.
남을 배려하는 분은 전국나그네님을 따를자가 없죠~~
늘 열심히 사시는 모습 존경~
감사한 댓글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눈물이........감동이........
고생하셨습니다
능선님^^ 긴글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