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숙
천주교회에서는 교황의 위치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베드로의 수위권과 함께 교황의 그 지위를 자세하게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박신부
예, 좋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제자 베드로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건 옛날 이야기이고, 실제로 오늘 베드로의 후계자가 곧 교황이란 점에 있어서 교황의 교회는 곧 베드로의 교회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위 '가톨릭 교회의 정통성'이란 문제는 예수께서 직접 베드로를 통해 세우신 그 교회의 모습이 오늘의 가톨릭 교회이고, 그 베드로의 계승자가 곧 교황이라는 점에 있어서 가톨릭 교황 제도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정통 교회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혜숙
그러니까 신부님이 말씀하신 베드로의 소위 천국 열쇠권을 오늘 교황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말씀입니까?
박신부
그렇습니다. 베드로의 수위권이 베드로의 죽음과 함께 없어져 버렸다면 교회도 그것으로 끝나고 말았을 것입니다. "내기 너희에게 명한 모든 것을 지키도록 가르쳐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는 예수님의 말씀대로 교회는 세상 끝날까지 인류 구원의 사명을 완수해야 합니다.
초대교회가 베드로에 의해서 영도되었듯이, 오늘의 교회는 교황에 의해서 그리스도의 인류 구원 사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혜숙
그런데 실제로 교황이 베드로의 후계자라는 어떤 역사적인 근거가 있습니까?
박신부
있지요. 베드로의 수위권에 대해서는 더 언급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역사상으로 베드로가 죽은 다음 그 후계자로 성 리노 교황이 계승했습니다.
혜숙
아! 그래요. 그리고 그 다음 교황은요?
박신부
그 다음에는 세번째 교황으로 성 아나클레토가 교황직을 맡았고 그렇게 해서 무려 264대의 오늘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지 내려오고 있습니다.
혜숙
정말 그렇게까지 계속 교황님들이 베드로를 계승해 왔다는 사실은 미처 몰랐습니다.
박신부
그러니까 약 2천년 교회역사상에 우리는 264번째의 베드로를 갖고 있는 베드로의 정통 교회임을 자부하고 있습니다.
혜숙
그런데 교황은 어떤 분이 될 수 있나요.
박신부
교황이 돌아가시면 전세계에 있는 추기경들이 모여서 선거를 합니다.
전세계 추기경들이 모여서 교황 선거장에 들어갑니다. 교황 선거장을 꼰끌라베(Conclave)라고 합니다. 그 뜻은 '자물쇠로 잠근다'는 뜻인데 일단 추기경들이 교황 선거장에 들어가면 외부 세계와는 완전히 차단되어 버립니다.
혜숙
왜 그래요?
박신부
교황은 전 세계적으로 존경을 받을 뿐만 아니라 전세계 가톨릭 지도자요,
동시에 인류의 정신적인 지도자인데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옛날에 교황 선거를 둘러싸고 문제가 많았습니다.
교회도 역시 인간의 모임이 아닙니까! 혜숙 양의 생각에는 한국 사람이 교황이 되었으면 어떻겠습니까?
혜숙
야! 그건 기가 막힌 생각이지요. 한국 사람도 될 수 있습니까?
박신부
될 수 있지요. 이렇게 모두가 자기 나라 사람이 교황이 되었으면 하는 인간적인 욕망이 있기 때문에 추기경들이 투표장에 들어가면 교황을 선거해서 새 교황을 뽑을 때까지는 절대로 외부인과는 접촉을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추기경들이 모여 후보자 없이 온전히 자유로운 생각에서 각자가 교황을 선거하는데 전투표의 2/3 이상을 얻어야 교황이 됩니다.
혜숙
그건 어떤 때에 어렵겠네요?
박신부
그렇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사건은 교황을 선거하는 과정에 있어서 1차 투표에서 2/3 이상의 득점자가 없을 때에는 교황 선거장에 있는 큰 굴뚝에서 검은 연기를 뿜어내면서 중간보고를 합니다. 그런데 교황선거를 하는데 투표권자는 추기경이고 피선거권인 후보자는 없습니다.
혜숙
그럼 후보자가 없는데 누구를 투표해요?
박신부
추기경 각자의 생각에 투표합니다. 후보자 없이 투표하는 것을 '교황식 투표'라고 합니다.
그런데 선거에 있어서 전투표 2/3 이상을 얻어야 교황이 됩니다.
혜숙
그래요. 그럼 사람들은 굴뚝만 쳐다보겠네요? 그런데 교황이 당선되면요?
박신부
여러 차례 투표해서 교황이 당선되면 그땐 흰 연기를 뿜어 올립니다.
혜숙
신부님, 추기경은 어떤 사람이 되며, 현재 전세계에 있는 추기경은 몇 분이나 됩니까?
박신부
추기경은 교황의 임명으로 됩니다. 교황의 완전한 임의로 결정됩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교회의 전통이 있고 교세가 큰 교구의 주교님들이 자연 추기경으로 발탁이 되지요.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일반 신부들도 추기경으로 임명이 될 수 있습니다. 전세계 추기경의 수는 현재 약 130여명 됩니다.
혜숙
추기경이 되면 어떤 권한을 갖게 됩니까?
박신부
추기경들은 교회법상 여러 가지 특권을 갖습니다.
예컨데 추기경은 자동적으로 바티칸의 시민권을 갖게 되고, 로마시에 한 성당을 가질 수 있고, 전 교회에 있어서 많은 특권이 있지만 가장 귀중한 특권은 교황 선거권이 있다는 것입니다.
혜숙
제가 알기에는 추기경은 천주교회의 최고 성직자인 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까 신부님께서는 신부들도 추기경이 될 수 있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되면 추기경이 된 신부와 일반 주교와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박신부
혜숙 양, 정확한 질문을 하시네요. 사실 추기경은 주교급 위에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 신부가 추기경으로 임명되면 자동적으로 주교 서품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혜숙
교회의 성직 계급에서 추기경 다음에는 주교님들입니까? 듣자하니 대주교님도 계신다고 하던데요.
박신부
교회의 성직 계급에서 추기경 다음에는 일반 주교님들입니다.
그런데 주교님들도 여러 가지로 분류됩니다. 예컨대 대주교, 일반 주교, 명의대주교, 상주대주교 등등 ....
약간 복잡합니다. 알아듣기 쉽게 극히 상식적일 이야기를 한다면, 주교는 일반 주교와 대주교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혜숙
일반 주교와 대주교의 차이점은 어디에 있습니까?
박신부
우선 교회의 행정 조직부터 알아야 합니다.
전세계 교회는 교황님이 다스리시고 그 교황의 지도하에 각 지방 교회를 다스리는 사람을 '주교'님이라고 하고 그 주교님이 다스리는 관할 구역을 '교구'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주교님은 그 교구의 책임을 진 '교구장'이 되시는 것입니다. '교구장'을 보필해서 또 다시 작은 교회를 맡은 사람을 '본당 신부'라고 합니다. 일반 신부들이 맡고 있는 관할 구역을 '본당'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천주교회는 교황님의 전세계 교회와 교구, 본당으로 세분되어 다스려지고 있습니다.
아까 혜숙 양이 질문한 대주교와 일반 주교에 관해서도 설명을 드리지요.
교황청에서는 교세가 크고 전통이 오래된 교구를 선정해서 '대교구'라는 칭호를 주고 그 대교구의 교구장이 곧 '대주교'가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다른 일반 교구와 꼭 같은 행정권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대주교'는 큰 교구의 교구장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런데 전통적인 관례에 따라 대교구를 중심으로 다른 교구를 병합해서 '관구'라는 행정 구역을 두고 있습니다
혜숙
뭔가 복잡하네요?
박신부
구체적인 예를 들어 봅시다. 광주 교구는 대주교님이 다스리는 대교구입니다.
'광주대교구 관구'에는 전주교구, 제주교구가 속해 있습니다. 광주교구는 대교구이고 광주 주교님은 대주교님입니다.
전주와 제주는 일반 교구이고 이곳 주교님은 일반 주교입니다.
혜숙
그렇다면 전주 교구는 광주 교구에 속해 있는 교구가 됩니까?
박신부
교회 전통상 '관구'라는 행정 구역은 있으나 실제로는 전주 교구는 광주교구와는 아무런 종속 관계 없이 완전히 독립된 교구입니다. 교황청과 직결되는 독립된 교구입니다. 행정상으로 광주대교구 대주교님의 지시를 받지 않습니다.
혜숙
그렇다면 관구라는 말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박신부 관구는 교회 행정상의 한 이름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한 교구에서 할 수 없는 일, 예컨대 '신학교' 운영 같은 것을 관구별로 할 수 있고, 때로는 관구 내 주교회의가 필요할 때는 대주교님이 회의를 소집할 수 있는, 극히 형식적인 권한밖에는 없습니다.
혜숙
주교는 어떤 분이 될 수 있습니까?
박신부
주교는 원칙적으로 신부들 중에서 선발됩니다. 현행 교회법에 의하면 사제 생활 5년 이상을 하고 나이가 서른이 넘은 사제는 누구든지 주교의 후보자가 될 수 있습니다.
혜숙
주교의 선발 과정은 어떻습니까?
박신부
교구의 교구장 주교님이 돌아가신다든지 또는 은퇴하신 경우에는 인망이 높은 신부들을 주교단에서 추천합니다.
그러면 교황대사는 주교 후보자의 모든 생활경력을 자세히 조사해서 세 사람의 후보자를 교황청으로 보내어 주교 임명을 요청합니다. 그러면 교황님이 그 세 사람 중에 한 분을 임명하게 됩니다.
주교로 임명되면 우선 본인이 동의 수락을 해야 합니다. 본인이 수락을 하면 일자를 정해서 '주교 서품식'을 하는데 그러면 주교가 됩니다.
혜숙
주교님의 숫자는 일정하지 않겠지요?
박신부
그렇습니다. 원칙적으로 교구의 책임자를 교구장으로 임명하면서 동시에 주교 서품을 주고, 또 어떤 교구에서 업무가 많고 신자수가 많은 경우에는 교구장 주교님을 보필하는 '보좌주교'도 있을 수 있습니다.
혜숙
보좌주교는 누가 결정하는데요?
박신부
교구장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될 때에 교황청에 보좌주교의 임명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한국 같은 작은 교구에서는 보좌주교가 몇 교구 밖에는 없지만 유럽의 큰 교구에는 보좌주교가 다섯 명, 여섯 명씩 되는 교구도 있습니다.
혜숙
주교님을 도와 주는 '신부'님들이 계시지 않습니까? 그 신부님들의 신분이라 할까, 그들의 자격은 어떻게 됩니까?
박신부
천주교 신부가 되려면 원칙적으로 세례성사를 받고 신앙 생활을 3년 이상 한 미혼 남자로서 본당 신부님과 주교님의 추천을 받아 신학대학에 입학하여 소정의 교육을 받아 신품성사를 받아야 합니다.
혜숙
신학대학 입학하는 과정은 어떻습니까?
박신부
가톨릭 신학대학은 정식으로 교육부가 인정한 4년제 대학입니다. 그러므로 학력고사를 치르고 신체가 건강하고, 신앙 생활에 투철한 사람이어야만 됩니다. 4년제 신학대학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4년을 마친 다음 2년 대학원 과정을 수료해야 사제서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혜숙
그러니까 신학대학 6년을 공부해야 신부가 될 수 있는 겁니까?
박신부
그렇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에 와서는 6년도 부족하다고 해서 어떤 신학대학에서는 7년을 하기도 합니다.
혜숙
신학대학 말이 나왔으니 여쭈어 봅니다만 한국에는 신학대학이 몇 개나 되죠?
박신부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신학대학을 '가톨릭 대학'이라고 통일해서 부르고 서울, 광주, 대구, 부산, 대전, 인천에 일곱 개 신학교가 있습니다.
혜숙
학생수는 얼마나 되며 사제 서품이 되는 확률은 얼마나 됩니까?
박신부
현재는 일곱 개 '가톨릭 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은 현재 약 천6백명 정도가 됩니다. 입학해서 실제로 사제가 되는 성공율은 50%밖에는 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