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두 교감 부부의 반목(反目)
년 말이었어요. 충청남도 어느 도시에서 이틀 동안 피정을 했는데 연말임에도 참 많이 왔어요. 교적상 신자가 800명인데 400명이 넘게 피정에 참여했어요. 성황리에 피정을 마치고 난 다음 날 피정이 있는 대전으로 나가야 하는데 망서려져요. 집으로 갔다가 대전으로 다시 와야 하느냐, 아니면 대전에서 자야 하느냐하고 고심할 때 였는데 어떤 형제가 내게 왔어요.
’회장님, 오늘 우리집에서 주무십시오‘하는 것이었서요. 그러니 얼마나 반갑습니까. 이 형제님은 미사 해설과 성가 지도까지 하는 명망인 이었지요.
’제 집이 아파트인데 방도 여분이 있고하니 제 집에서 주무시고 내일 대전으로 가셨으면 합니다.‘ 해서 쾌히 승낙했습니다. 그런데 신부님은 이들 부부사이에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아시는지라 머뭇거리더니,
’이틀 동안 피정에 얼마나 힘드셨겠어요. 하니 가시더라도 ..., 일찍 주무시도록 해 달라‘며 그 형제에게 말하니 선 듯 대답하는 것이었어요.
’걱정 마세요. 신부님! 일찍 주무시도록 하겠습니다.‘ 하여 형제집에 가서 부부로부터 저녁 대접을 잘 받고서 잘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부부가 절더러 ’회장님, 밥값 내세요.‘ 하는거예요. 참 난처 했어요. 신부님은 예측했던 것 같아요. 웃기는 일이 아닙니까?
’사람을 집까지 초청하여 저녁까지 대접하고서 밥값을 내라니 이런 경우가 어디 있단 말입니까?‘ 하고 있는데 이 부부들이 제 앞에서 다투는 것이었어요. 알아 본즉 남편에게 어머니 한 분이 계시고, 자기가 5남매중 맏이래요. 어머님은 현재 유방암에 걸려 있는데 수술한지 일년이 되었고, 자신이 마땅히 모셔야 하는 것을 아내가 완강히 반대해서 지금 대전시 시집간 딸의 집에 계시다는 겁니다. 동생들 한데도 면목이 없고 이웃에게도 면목도 없어 어찌할지 좌불안석(坐不安席) 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매님이 나쁜 사람 이었지요. 그래서 말했어요.
’자매님, 안됩니다. 자매님께서 십자가를 지십시오. 이건 피할 수 없는 도리(道理)입니다.‘ 하고서 기도를 올렸어요. 내 기도 방범은 이렇습니다. 먼저 성서 봉독을 하고 성서에 대한 강연을 조금 합니다. 그런 후 기도를 합니다. 이런 순서로 기도회 끝을 맺으며,
’자매님, 십자가 지시겠습니까?‘ 하니
’못합니다.‘해요. ...정 떨어져요. 또 다시 순서대로 성서 봉독하고 강연하고 기도하고..., 이러기를 6차례나 반복하다 보니 12시가 넘어 갔어요. 이거 큰일이다 싶어 무슨 수가 없는가 궁리(窮理)하며 몸도 좀 쉴겸하여 커피 한 잔 시켜서 먹고 있었는데..., 자매님 또 하는 소리가
’회장님, 커피 값 내세요.‘ 기가 차요. 그러니 이를 어쪄...! 방에 들어 갔다가 나오는 자매 손에 편지 한 꾸러미가 들렸어요. 이걸 내게 건네는데 받아보니, 편지가 10통이나 되는데 이것은 남편이 아내인 자매님께 보낸 편지였어요. 펼쳐보니 대학 노트에 깨알같이 쓴 편지인데 빽빽해요. 이들 부부가 어떤 사람들이냐 하면 남자는 중학교 교감 선생님이고 아내는 초등학교 교감이라는 사람들이었지요. 이 집은 두 교감만 살아요. 학생도 없이...., 알고나니 심각하기 이를데 없었어요. 난 눈도 나쁜데 이걸 다 읽자면 날이 샐 것 같았어요. 여기에 자매 말이
‘회장님, 이 편지 다 읽으셔야 저와 대화할 수 있어요.’ 도리가 없었어요. 그래서 편지를 대충대충 읽다가 보니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문구가 있었어요. 문장에 의하면,
‘야, 이년아, 너 천벌을 받는다. 너 고이 뒤지지 못할 것이다.’는 등의 열통의 편지가 전부 이래요. 악담 일색이었어요. 읽고나니 남편이 더 나쁜 사람인데.., 남편에게
‘당신 참 나빠! 어떻게 아내에게 이럴 수 있어요? 교감이라는 인격 신분으로서 이는 시장(市場) 잡배(雜輩)만도 못한 짓입니다.’ 나무라니 얼굴이 빨개졌어요. 자매님 말이
‘이쁜 아닙니다. 저는요 시어머니가 입원해 계실 때 제 월급에 반 이상을 시어머니에게 드렸습니다. 그리고 일 주일에 한 번씩은 꼬박꼬박 갔어요. 저 지금 환자입니다. 관절염이 심해서 몸이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런 건강 조건에서도 난 할만큼 해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분, 어떤 사람인가요? 장인이 위암으로 6개월 입원했다가 퇴원하여 집에 있는데도 7개월 되도록 한번도 장인 면회 한 일이 없습니다. 같은 동네에 사시는데도 불구하고...,’ 듣고보니 남편이 더 나쁜 사람이에요. 이럴수가 있을까 ..., 그래서 당신 참 나쁜 사람이구만..., 하였더니 남편이 고개를 푹 숙였어요.
‘회장님, 저 오늘 장인 어른뵈려 가겠습니다. 가사는 무릎 꿇고 사죄하겠습니다. 저 잘못했습니다. 깊이 회개합니다. 해요.’ 이렇게 나와도 자매님은 마음이 풀리지 않았어요.
‘이 사람은요. 성당에 가서 미사 해설할 때나 성가 지도할 때 보면요 자기는 예수 같다나요! 그러나 이 사람속은 마귀(魔鬼)와 악마(惡魔)가 도사리고 있어요. 자기는 마귀이면서 나를 막달레나 취급해요. 이러니 이런 사람보며 내가 어떻게 성당에 나가요. 우리는 2년 동안이나 냉담하며 살아요. 회장님 오신다고 해서 이틀 동안을 피정받았습니다. 저는 회장님 강연 들으며 회안(悔顔)의 눈물을 흘렸답니다. 남편 보기 창피(猖披)하여 속으로 울었답니다. 회장님, 저는 십자가 질 의향있습니다. 그러나 건강 조건이 그러질 못합니다. 손 마다마다가 관절염으로 움직이질 않습니다. 빨래도 할 수 없고, 음식 만들기도 벅찹니다. 어머님을 모신다면 이런 손으로 시중을 들어야만 하는데 팔목 뿐만아니라 발목 다리도 그러니 어떻하란 말입니까?’ 듣고 나니 참 불상해요. 하여 자매님을 위한 기도를 올리며 말했죠.
‘자매님, 십자가 지십시오. 십자가를 지면 하느님께서 자매님 병을 고쳐 주실 것입니다.’ 했죠. 자매님이 벌쩍 뛰셔요.
‘정말 그래요?’
‘하느님 뜻입니다.’ 하느님 뜻일 것입니다. 자꾸만 시간이 가고 나는 내일 대전 강연할 일을 걱정하며 주머니에 손을 넣으니 묵주가 있었어요. 이 묵주는 내게 소중한 물건이었어요. 하느님 은총으로 여길 만큼 소중한 것이었지요. 작년에 일본 성령 대회에 가서 일을 마친후 동남아 일대를 돌며 강연을 하고 다닐 그때 마카오에 갔어요. 마카오 앞바다 마태오 섬이 있고, 그 안에 작은 성당이 있어요. 여기가 프란치스코 성인을 모신 성당인거예요. 그리고 성인의 유해가 이곳에 봉안되어 있어요. 안으로부터 신부님 한 분이 나오시는데 서양 할아버지예요.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소개를 하니, 꽉 껴 안는데 그렇게 포근했어요. 신부님께서는 나를 위한 기도를 십분 이상 하셨어요. 신부님께서는 나를 프란치스코 성인 유해소로 안내 하셨어요. 그러더니 뒤에서 무엇인가를 내게 주셨는데 그것이 바로 무주였어요. 순교자 표시의 묵주를 손에 주시니, 그 순간 마음이 뜨거워졌어요. 주변을 살펴보니 인골로 가득차고 있었어요. 관이 빙 둘러 있는데 특별한 글귀가 있어서 읽어보니 ‘400년전 일본에서 순교한 영혼이 이 마카오 앞 바다 오로운 섬에 잠들어 있다.’ 이런 글이었어요. 이것이 일본에서 순교한 이들의 유골이었든 것입니다. 이 유골들이 직접 우리 조상은 아니지만 가슴이 뭉클했어요. 이곳이 바로 그때 신부님께서 주신 묵주이고, 내게는 보물인 것입니다. 교장, 교감 이야기로 다시 돌아 갑시다. 나는 부부를 쇼파에 앉혔어요. 묵주를 보여주며 묵주의 내력을 설명하고서, 묵주를 주며..., 당부했어요.
‘두분 밤을 세우든간에 이 묵주를 돌리면서 기도하시고, 꼭 하느님의 싸인을 받아라.’ 이렇게 말하고서 난 들어가 잤어요. 아침이 되어서 깨워요. 식사를 하고서 짐 챙겨들고 나오는데 부부 역시 차려 입고 따라 나섰습니다. 자신들도 대전에 간다는 것입니다. 자신들의 거취 문제를 나의 강연 한 마디 더 듣고 결정하겠다고 하기에 우리는 함께 대전으로 나왔습니다. 대전 대흥 성당이었는데 강연을 하면서 부부를 살펴보니 따로따로 앉았습니다. 나는 이 부부 이야기를 중심으로 강연을 펼쳐 나갔습니다. 이때..., ‘아이고...,’ 하는 소리에 그곳을 돌아다 보니 통곡하는 사람이 남편이었고, 아내였습니다. 드디어 회개하신 것입니다. 강연이 끝나고 부부가 내게 와서 하는 말이
‘회장님, 어머님 대전에 계십니다. 오늘 집으로 모셔갈 것입니다. 회장님, 다신 우리 부부 마음 먹은대로 살아갈 수 있게 기도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일주일 되었을까? 하는 시기에 전화가 왔어요.
‘회장님, 감사합니다. 어머님 집에 오셔서 잘 지내십니다. 반가운 소식 하나입니다. 제 아내 병이 다 나아 빨래, 음식, 청소등 못하는 일 없이 잘해 나갑니다. 그 지독한 관절염 옛 이야기가 된 것입니다.’ 내가 형제님께 말했습니다.
‘십자가를 지면 지는만큼 하느님은 은총의 선물을 주실 것입니다.’ 하고 외쳐 봅니다. 오, 마리아여! 오소서 성령이여.
5분 묵상(시편 8편)
주 저희의 주님 온 땅에 당신 이름, 이 얼마나 존엄하십니까!
하늘 위에 당신의 엄위를 세우셨습니다.
上主,我們的主!你的名號在普世何其美妙! 你的尊榮在天上彰顯光耀。
우러러 당신의 하늘을 바라봅니다,
당신 손가락의 작품들을 당신께서 굳건히 세우신 달과 별들을.
當我仰觀你手指創造的穹蒼, 和你在天上佈置的星辰月亮,
인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기억해 주십니까?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돌보아 주십니까?
世人算什麼,你竟對他懷念不忘? 人子算什麼,你竟對他眷顧周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