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전부터 너무 보고 싶었던 영화<슬로우비디오>
그래서 기대도 많이 했었지요. 차태현표 로멘스 코메디니까요~
차태현도 차태현이지만, 슬로우 라이프를 지향하는 저로서는 "천천히, 슬로우"라는 말을 좋아라 하거든요.
인생을 천천히 보는 것을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궁금해서 많이 기대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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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서정적으로 잔잔하게 흘러가는 우리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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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줄거리는 동체시력을 가진 여장부(차태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여장부는 초등학교 5학년때 자신이 동체시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동체시력이란 움직이는 물체를 정확하고 빠르게 인지하는 시각능력(출처:네이버영화 줄거리)입니다.
그러니까 여장부의 눈에는 모든 사물들이 아주 천천히 움직여서, 그에게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공을 아주 손쉽게 잡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순간을, 남들이 포착하지 못하는 순간을 그는 아주 세밀하게 포착할 수 있는 엄청난 능력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엄연히 그는 시력에 장애가 있는 것이고, 남들에게는 괴물처럼 보여져서 그는 세상과 단절된 생활을 하게 됩니다.
엄연히 따진다면 ,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했던 첫사랑 봉수미가,
괴물 눈을 가진 자신과 어울린다해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면서 그를 떠나버린 이후로 세상과 확실하게 단절합니다.
그가 즐길 수 있는 것이라곤 순간순간 포착되는 사물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과
텔레비전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성년이 된 여장부는 CCTV관제센터에 계약직으로 취직하면서, CCTV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세상과 단절되어 있던 그는, CCTV를 통해서 본 사람들의 이야기가 각본없은 생방송 드라마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관제센터에서 일하는 것은 그에게 아주 흥미롭기만 합니다.
여장부는 말하는 법을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면서 터득을 했기 때문에.. 말투가 드라마 톤입니다 ㅎㅎㅎㅎ
드라마로 배운 말투를 써먹을 곳이 없었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아주 특이하게 들립니다.
그러니까 심히 혀가 짧은 말투~~
아무튼, 여장부의 드라마식 말투를 뒤로 하고 본론으로 다시 돌아가자면
여장부는 CCTV를 통해서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 보는데, 그의 눈에 들어오는 몇몇 사람들이 있습니다.
동네에서 아침에 제일 일찍 일어나서, 폐물을 주으러 다니는 똘망시크 꼬맹이.
여장부는 그 아이를 보고 아는 척하고 인사하고 싶은데,
그 아이는 여장부를 모른다는 것이 함정~~
(경계경계~~)
늦은 밤, 혼자서 외로이 공원에서 야구공을 던지는 마을버스 운전수 형님~
이 형에게도 아는 척하고 싶어서 "시구" 포즈를 취하는데-
여장부에게 욕하는 어이상실 마을버스 운전수 형님
(너~ 뭐뉘?)
그리고, 첫사랑 봉수미..
(봉수미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여장부에게는 오수미라고 합니다.. 그 이유까지 말하면 리뷰가 길어져서 생략-)
떨어지는 낙엽을 바로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오수미의 말에-
여장부가 잡아준 수북한 소원~
이에 움짤당황스러운 오수미~ 표정봐~~ㅋㅋㅋㅋㅋㅋㅋㅋ
(파묻어버릴꺼다 하는 표정-)
위의 인물들을 포함하여
여장부의 드라마톤/혀 짧은 말에 현혹되고 말려들어가는 CCTV관제센터의 선임동료 일명 박사와,
여장부의 안과선생님, 석의사가
여장부의 인생에 스물스물 들어옵니다.
음- 여장부가 그들을 자신의 인생에 개입시키는 것인지,헷갈리긴 하지만,
그래도 여장부는 그들과 함께 추억을 만들어 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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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서울 종로구 곳곳의 우리가 자주 접할 수 있는 골목골목을 배경으로 전개됩니다.
가을에 접어드는 요즘~ 가을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영화 한장면 한장면의 색감이 참 예쁩니다- 배경음악도 한 몫합니다.
마치, 천천히 주변을 살펴보면 아름다운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습니다.
억지스런 설정이 있을 뻔하지만, 그래도 현실적인 한계를 넘지 않아서 오히려 다행이다 싶은 장면도 있습니다.
코믹적인 요소가 있긴 하지만, 막~ 웃길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서정적이고 잔잔하다는 쪽이 더 나을 것 같네요
여장부가 세상을 바라보면서 전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도 눈과 귀를 편안하게 해줍니다.
그리고.. 차태현... 멋있습니다.
아- 왠지 모르게.. 참. 멋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꺄아~ 차태현같이 재미있고 다정한 남자가 이상형이라서 그래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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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가 많이 설치되어서 사생활침해를 받는다는 다소 부정적인 선입견이 많이 잡혀 있는 요즘.
영화에서는 CCTV가 사람들의 삶을 보호해주는 눈이기도 하면서,
사람들의 삶이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보이며 모두가 인생의 주인공인 것처럼 비춰줍니다.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 속에 너무 단절되어 있는 생활을 하는 현대인들-
동체시력을 가진 여장부처럼,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사실도 모른채,
혹은 자신보다 나아 보이는 사람들의 들러리나 조연인 것 마냥 자아를 초라하게 여기며 살아갑니다.
영화 속 여장부의 말처럼 사람들이 자신처럼 세상을 조금 천천히 바라봤으면 하는, 그런 바람을 보이거든요.
저도 그의 말에 공감하는 것이,
사물과 상황 그리고 인물을 천천히 바라보면 오해보다는 이해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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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천천히 살아가는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보려 합니다.
인간관계와, 인간관계 속 정서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 삶에 있어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있으니까요.
사람을 진짜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것 같으니까요.
"..(중략)..나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자아는 타자와의 '상호인정'에 의한 산물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인정 받기 위해서는 자기를 타자에 대해 던질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나는 타자와 상호 인정을 하지 않는 일방적인 자아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확실하게 말하자면 타자를 배제한 자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P.41<고민하는 힘>-"
written by YOUNGME KIM
[펌글 :http://blog.naver.com/freed77/220141974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