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와 일왕의 항복의 변은 “적국이 새로운 잔악한 무기(원자폭탄)로 죄 없는 사람들을 살상해 그 비참한 피해가 미칠 범위가 어디까지일지 몰라서”였다. 전쟁 도발 국가인 일본이 오히려 피해자 입장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우표에도 고스란히 투영된다. 1949년에는 히로시마 평화기념 도시(국제문화도시) 건설을 기념한 우표를 발행했다. 비둘기 두 마리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을 통해 평화를 상징화했다. 1951년에는 연합국과 일본 사이에 조인된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을 기념(9월 8일)한 우표 2종을 발행했다. 하나는 원자폭탄 구름을 형상화했고, 다른 하나는 나부끼는 일장기였다. 1996년에는 전후 50주년 기념우표 5종을 발행했다. 일본 헌법 반포,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체결, 여성 전쟁 피해자의 오키나와 귀환 등이 소재로 사용됐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한·일 간의 역사와 영토분쟁의 원인이 우표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하다. “우표에서 배운 지식이 학교에서 배운 지식보다 더 많다”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