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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맑은 물 흐르는 곳 (나들목공동체) 원문보기 글쓴이: 들풀처럼
세계 6위 브라질, 물 사용은 ‘빈곤국’ |
상하수도 개선 사업 절실한 브라질
글 / 기욤 뒤발 (Guillaume Duval,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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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은 떠오르는 브릭스(BRICs)의 일원이지만, 이 나라 시민들은 여전히 깨끗한 물과 기본적인 위생시설 이용에서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2016년 올림픽을 치르는 브라질로서는 물 사용 환경 개선이 시급한 과제다.
물, 마실 수 있는 물, 마셔도 병에 걸릴 위험이 없는 안전한 물. 그런 물이 수도꼭지만 살짝 돌려도 펑펑 쏟아지는 게 많은 나라의 꿈이다. 하지만 대다수 개도국의 물 사정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다행히 수도 시설이 보급된 가정이 점차 늘어나고 있으나, 그나마 하루 종일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고 수질도 엉망이다. 하지만 정작 개도국 국민의 삶을 괴롭히는 것은 상수도가 아닌 하수도다. 사실 상하수도 이용 환경이 열악한 것은 최빈국만의 상황은 아니다. 브라질을 비롯한 신흥국 역시 상하수도 문제로 골머리를 앓기는 마찬가지다. 좀더 자세한 상황을 살펴보자.
인구 49만 명 중 29%만 수돗물 혜택
브라질 통계청에 따르면, 오늘날 브라질의 상수도 보급률은 84%에 이른다. 인구 30만 명 이상인 81개 도시에서 상수도 시설이 설치된 주택 비율은 평균 89%를 웃돌 정도로 높다. 하지만 보급률이 들쭉날쭉해서 도시 지역임에도 80% 수준에 못 미치는 곳이 많다. 최악의 기록은 브라질 북부에 위치한 벨렘 지역의 아나닌데우아가 차지했다. 이 도시는 인구가 무려 49만5천 명에 이르지만, 수도관이 연결된 가구 비율은 29%에 불과하다.
만성적인 상하수도 문제가 낙후 지역만의 일일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상하수도 보급률이 낮은 13개 주요 도시 가운데 3개 도시는 리우데자네이루 지역, 2개 도시는 개발이 한창인 경제 거점 지역 상파울루에 있기 때문이다.
하수도 보급만 놓고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2009년 브라질에서 하수 시설이 설치된 도시 가구 비율은 53%에 불과했다. 물론 규모가 가장 큰 81개 대도시의 비율은 56%로 그보다는 약간 높았지만, 이 중 하수 시설이 안 좋은 대도시 19개를 대상으로 낸 평균 비율은 30%도 채 미치지 못했다. 하수도 보급 문제 역시 브라질의 주요 도시를 비켜가지 않았다. 하수 시설이 열악한 도시 가운데 5개 도시가 브라질을 대표하는 지역인 리우데자네이루에 속했다.
브라질에서 하수도관 설치 가구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1992년 39%이던 수치가 2009년 53%로 증가했다. 하지만 증가율이란 수치에 현혹돼서 그 뒤에 숨겨진 '거대한 현상'을 제대로 읽어낼 수 없다. 문제는 이 현상이 상황 개선을 더욱 어렵게 하는 점이다.
이농 현상과 급격한 도시화가 맞물리며 최근 브라질에서는 도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물론 하수 시설이 보급된 브라질 가구가 1960년에 비해 22배 증가했지만, 중요한 것은 같은 기간 하수 시설이 구비되지 않은 가구 역시 2배 증가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20년 전과 마찬가지로 브라질 인구 1억9200만 명 가운데 최소 7천만 명이 거주 중인 2300만 개 이상의 주택은 하수를 무단 방출하고 있다. 요컨대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브라질의 하수 이용 실태가 크게 개선된 것은 아닌 셈이다.
설상가상 하수 처리 문제도 골칫거리로 가세하고 있다. 하수관이 설치되어도 별다른 처리 과정 없이 그저 좀더 멀리 떨어진 하천에 폐수를 방류하는 것에 그친다면, 사실상 하수관 보급은 무용지물인 셈이다. 하수관 설치로 인한 환경적 장점이 거의 없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그로 인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한 예로 하수 시설 보급률이 89%에 달하는 상파울루는 전체 인구 1100만 명이 배출하는 하수량 가운데 정작 하수 처리 과정을 거치는 폐수는 57%에 불과하다. 상파울루 지역을 흐르는 치에테강은 이미 오래전에 모든 생물체가 자취를 감춰버린, 한낱 악취 나는 거대한 노천 하수구에 지나지 않게 됐다. 인구가 30만 명을 넘는 브라질 도시 81개 가운데 하수 처리율이 80%에 달하는 곳은 5개 도시가 전부다. 하수 처리율이 50%에도 못 미치는 도시가 무려 53곳에 이른다. 그 가운데 16개 도시의 비율은 심지어 10%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더욱이 이 16개 도시 가운데 6개 도시는 상파울루, 4개 도시는 리우데자네이루 같은 브라질의 주요 지역에 속한다.
이 도시들로 인해, 한 폭의 그림 같은 절경을 자랑하는 과나바라만(灣)이 심각한 오염에 직면해 있다. 더욱이 과나바라시(市) 자체도 카리오카인(리우데자네이루 주민) 620만 명이 배출한 전체 하수 가운데 48%만을 정화 처리하고 있다. 그러니 아무리 아름다운 해변에 마음이 혹한다 해도, 코파카바나 해변에서는 절대 해수욕을 하지 않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
2010년 3월27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산타마리아 슬럼 지역의 모습. 브라질이 급속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상하수도 환경은 여전히 열악한 곳이 많다.
심각한 오염에 직면한 올림픽 수상경기장
2016년 과나바라만에서는 브라질 올림픽 수상경기가 열린다. 어쩌면 올림픽 개최는 하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인지 모른다. 지역민의 건강보다 더 관심을 끌 만한 좋은 구실이기 때문이다. 이 지역 주민은 하수 시설 미비로 인해 심각한 만성 위장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빈민가 어린이의 피해가 극심하다.
세계 6위의 강대국, 더욱이 현 추세대로라면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5위로 도약할 날이 멀지 않은, 천하의 브라질이 이까짓 기본적인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는 이유는 대체 뭘까? 먼저 설비 투자에 따른 비용 부담이 너무 높다. 또 대형 공사는 지역민의 생활에 오랜 기간 불편을 줄 수 있다. 각 가정에 상수도를 끌어오는 장면은 TV에 썩 괜찮은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하수도 공사는 시청자의 관심을 불러모으기 참 힘든 소재다. 게다가 하수처리장을 설치할 장소를 물색하는 과정에는 반드시 민원 제기가 잇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도 흔히 겪는 이런 문제 외에 브라질이 낙후성을 면치 못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비합리적인 물 관리 체계와 이를 개혁하는 데 따른 어려움이다.
브라질에서는 1964~85년 군사독재 정권이 집권했다. 군부는 브라질이 강력한 국가 개입에 의거한 적극적인 개발 정책을 벌이도록 했다. 국가주의(Statism) 경향은 상하수도 부문에서도 나타났다. 전국 27개 주정부별로 독점에 가까운 강력한 권한을 지닌 광역공사가 설립됐다. 형식상으로는 시 당국이 광역공사에 수도 관리 위탁 계약을 내준 것이었지만, 실질적으로 시 당국은 모든 물 관리 관할권을 상실했다. 국가주의 정책에 따라 아주 멀리 떨어진 수원지에서도 물을 끌어다 쓸 수 있는 고도의 수도 설비와 댐이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인 상파울루 등지에 설치됐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 정책으로 인해 광역공사는 주민의 요구는 등한시한 관료주의적 조직으로 변질됐다. 결국 형편없는 서비스에 비싼 수도요금을 매기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 의문이 제기됐고, 수도요금을 징수하는 일이 한층 어려워졌다. 그 결과 손상된 수도망 복구나 서비스 개선에 필요한 자금은 턱없이 부족해졌다.
그 폐해는 오늘날 브라질의 열악한 수도망 속에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이를테면 하수 처리를 거쳐 생산된 전체 수도량과 최종적으로 고객에게 부과된 고지서상의 수도량을 비교한 수돗물 손실률이 어마어마하다. 한 예로 프랑스의 수돗물 손실량은 도시별로 큰 격차를 보이는 가운데(예를 들어 파리는 5%에 불과) 평균 25%대를 기록하며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브라질 81개 대도시의 수돗물 손실률은 그보다 훨씬 높은 43%에 달한다. 그 가운데 25개 도시는 평균 손실률이 50%를 초과한다. 이를테면 리우데자네이루는 수돗물 손실률이 60%에 육박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수도 문제가 무조건 빈곤의 결과인 것만은 아니다. 어떤 지역에 살든 가난한 사람들은 대개 상하수도 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만 있다면 다른 소비 항목쯤은 과감히 희생할 각오가 돼 있다. 아무리 열악한 빈민가에 사는 사람일지라도 24시간 물을 공급받을 수만 있다면 언제든 당장 수도 시설을 설치해달라고 요구할 준비가 돼 있다. 그리고 굳이 요금을 걷는 징수원과 말다툼을 벌이지 않아도 고분고분 수도요금을 낼 것이다. 더욱이 브라질에는 시마다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할인요금제와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할증제가 있다.
독재정권이 무너진 뒤 상하수도 관할권과 효율적 운영 체계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면서 수차례 개혁이 시도됐다. 하지만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지는 않았다. 1988년 제정된 신헌법은 시 당국과 주정부 양쪽에 모두 상하수도 사업 관할권을 인정해주며 오히려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더욱이 당시는 자유주의 담론이 활개를 치며 국가의 개입이 줄어들고 있었다. 그러다 1995년 시 당국의 위탁운영 체제를 좀더 체계화한 연방법이 제정됐다. 덕분에 일부 시는 다시 수도 관리 사업을 직접 운영하고, 그 외에 다른 시는 프랑스와 비슷한 모델에 입각해 공공서비스를 민간부문에 위탁하는 정책을 취하도록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 프랑스의 수에즈 그룹(오늘날 GDF 수에즈)도 당시 호재를 틈타 브라질 물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후 큰 성과 없이 사업에서 손을 뗐다.
지난 3월12일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린 제6회 ‘세계 물 포럼’에 참석한 시민이 물의 중요성을 알리는 조형물 옆을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AP 상하수도 개선 사업에 적극적이던 룰라
2003년 이후 룰라 정권은 다른 부문과 마찬가지로 상하수도 부문에도 활력을 불어넣었다. 룰라는 대통령직에 오르자마자 도시부를 신설하는 한편, 2007년 상하수도 접근권에 관한 연방법을 통과시켰다. 특히 서비스 공급업체와 시 당국 사이의 계약 체계를 엄격하게 규정하고 사전경쟁 제도를 도입했다. 또한 주정부마다 유착관계를 감시하거나 분쟁을 조정하기 위한 규제 장치를 마련했다. 대규모 개발사업인 성장촉진계획(PAC)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상하수도 분야에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재정 지원을 통해 235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룰라 정부에서 결정한 5년 전 투자 덕분에 브라질이 낙후된 상하수도 상황을 빠르게 극복할 수 있을지 판단하기엔 아직 너무 이른지 모른다. 하지만 브라질의 상하수도 개선 사업은 앞으로도 많은 비용을 치르겠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하면 되는' 분야로 평가됐다는 것은 중요한 성과다.
Tip & Tap 아탁(ATTAC) '시민 지원을 위한 금융거래 과세를 위한 연합'(Association for the Taxation of financial Transactions and Aid to Citizens)의 줄임말. 1998년 6월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에 따른 폐해를 비판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프랑스에서 창립됐다. 이후 금융자본을 통한 지배, 즉 종속적 세계화에 반대하고 대안세계화 운동의 세계적 구심적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제6차 '세계 물 포럼'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려
"깨끗한 물 사용은 인간의 보편적 권리"
지난 3월12~17일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제6차 '세계 물 포럼'이 열렸다. 3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이 회의에는 주요 국제기구(세계은행·유엔 등)와 140개국 정부, 지역 수도 관리기구 대표, 물 분야 전문가(민간 혹은 공공) 등이 참석했다. 본 회의와 더불어 '아탁'(ATTAC)Tip & Tap을 비롯한 비정부기구가 주도하는 대안 포럼도 함께 열렸다. 물 부문의 민영화 증가 실태를 고발하고, 공식적 포럼에서는 보기 힘든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경청하기 위해 마련된 이 회의에는 2만5천 명이 참가했다.
이렇게 많은 인원이 참석한 것은 올해 회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2010년 7월 유엔총회가 깨끗한 물과 위생시설 이용을 인간의 기본적 권리로 공식 인정한 뒤 열리는 첫 회의이기 때문이다. 유엔총회의 결의는 비용 부담을 이유로 물 분야에 공공 예산을 투자하기 꺼리던 수많은 나라의 저항을 극복하는 계기가 됐다. 같은 해 9월 유엔인권이사회가 결의안의 적용 범위를 좀더 명확히 설정했다. 이로써 공공기관은 물 이용권이 침해되고 있지 않은지 관리할 의무를 지게 됐다. 수질이 음용수에 적합한지(색·냄새 등 고려), 적정한 가격에 다량의 물을 어떤 차별도 받지 않고 항상 이용할 수 있는지 잘 살펴야 한다. 제라르 파이앵 국제 민간 물 기업연맹 '아쿠아페드'(Aquafed) 회장은 "비로소 명확한 법적 틀이 마련됐다. 이제 모든 이해관계자가 물을 필요로 하는 수십억 명의 사람들에게 이 중요한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출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