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내 서재라기보다는 막장이에요. 막장. 광부가 탄광 맨 끝까지 들어간 데를 막장이라고 그러잖아요. 광부는 갱도의 가장 깊은 자리인 막장에서 곡괭이를 휘둘러서 석탄을 캐지요. 저는 서재에 책이 별로 없어요. 필요한 책만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신간 서적의 표지나 목차를 보면, 읽어야 될 책인지 아닌지, 시급히 읽어야 할 책인지 미뤄두었다 두어 달 후에 읽어야 할 책인지 판단할 수가 있지요. 이런 판단은 거의 틀린 적이 없어요. 그래서 많은 책을 점을 찍어놓고 모아두었다 한꺼번에 읽고, 그 읽은 책의 대부분을 버리는 것이지요.
특별한 애착을 갖고 그 책들을 쌓아놓거나 분류하거나 그러지는 않습니다. 내가 필요한 책은 자료나 사전, 일종의 일을 하기 위한 도구에요. 광부의 장비가 곡괭이나 삽, 플래시 그런 것이듯 이 방에는 나의 도구들이 있어요. 여기 있는 책은 몇 번인지 모르겠는데 많이 읽어서, 찾고 싶은 대목은 힘들이지 않고 찾아낼 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