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즐길 수 있을 만큼 소박한 즐거움이다.
행복은 우리가 주위에 모은 물건들에 의거하지 않는다.
행복을 찾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눈을 뜨는 것이다.
어린왕자 / 생텍쥐페리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 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 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 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어느 늦은 저녁 나는 / 한강
성장하는 것에 온전히 사로잡힌
아마릴리스.
특히 밤에 자라며
동 틀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앉아 바라보는 데는
내가 가진 것보다 약간의 인내심만
더 필요할 뿐
육안으로도 시간마다 키가 크는 걸 볼 수 있다.
해마다의 성장을 자랑스럽게 뛰어넘으며
헛간 문에 키를 재는 아이처럼
착실히 올라가는
매끈하고 광택 없는 초록색 줄기
어느 날 아침, 당신이 일어났을 때
그토록 빨리 첫 번째 꽃이 핀다.
혹은 짧은 머뭇거림의 한순간
막 피어나려는 걸 당신은 포착하리라.
다음 날, 또 다음 날
처음에는 새끼 망아지처럼 수줍어하다가
셋째 날과 넷째 날에도 망설이다가
마침내 튼튼한 기둥 꼭대기에서
의기양양하게 꽃이 피어난다.
만일 사람이 저토록 흔들림 없는
순수한 추진력에 이끌려
한눈 팔지도 서두르지도 않고
온 존재로 꽃을 피울 수 있다면!
우리 자신을 가지고
꽃을 피울 수 있다면,
불완전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꽃을
불완전한 것조차 감추지 않는 꽃을!
꽃 피우는 직업 / 드니스 레버토프
출처: ♡ 황혼의 낙원 ♡ 원문보기 글쓴이: 천생연분(노희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