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행으로 나는 강릉에 살고 싶어졌다
강릉 투어 코스
자전거 여행을 한 후에는 ‘강릉’이라는 곳에서 눌러 살고 싶었다.
마음만 먹으면 바다, 산, 강, 호수, 어디든 갈 수 있고, 정말 좋아하는 해산물, 두부도 실컷 먹을 수 있다. 게다가 울적할땐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즐길 수도 있다! 강릉 러버(Lover)의 탄생 순간이다.
editor 인유빈 photo 이성규 rider 배경진 인유빈
강릉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강릉은 한 해 천만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다 구경과 커피 한잔, 맛집에서의 만찬, 저녁에는 해산물과 술 한잔 정도의 전형적인 관광 패턴을 보인다. 이밖에 스킨스쿠버나 서핑 등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름에 한정되어있고 사계절동안 즐길 수 있는 체험거리가 없다.
이에 대관령힐클라임대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는 대관령국제힐클라임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에서는 관광객들이 사계절 찾아올 수 있는 특별한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자전거’ 여행이다.
자전거 여행으로 추억을
사실 자전거 여행이라는 것은 여러 곳에서 시도해온 것으로 성공적인 사례가 많지 않다. 전문적 관리가 없다면 자칫했다간 겉핥기식 관광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조직위원회는 투어를 장기적 사업으로 보고 ‘와우투어’라는 법인을 만들었다.
와우투어는 대중교통 기반이 잘 되어 있지 않은 강릉에서 지역 토박이의 가이드를 통해 자전거로 이동하면서 깊이 있는 관광이 이루어지게 하고자 한다. 난이도나 테마별로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초보자에게는 투어 전 자전거 기술이나 안전 교육이 이루어져 투어 때 바로 실전 적용이 가능하다. 이처럼 교육부터 실습, 투어까지 연계를 둔 프로그램에 앞으로는 자전거 면허증까지 발급할 수 있는 시스템도 계획 중이다. 가장 좋은 것은 몸만 준비해가면 된다는 점이다. 자전거와 안전 장구를 대여해준다. 물론 본인이 타는 자전거를 가지고 와도 된다. 따라서 자전거 여행이 엄두가 나지 않던 초보자부터 기존 동호인까지 누구나 부담없이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급할 것 없다, 여유를 만끽하라
앞으로 소개하는 코스는 와우투어에서 개발하고 있는 코스로 한국관광공사 예비관광벤처 공모전에도 당선된 곳이다.
정동진, 해변도로, 힐클라임 등 수준별, 테마별로 나눈 코스로 4가지가 있다. 각각 총 20km 미만의 거리로 코스 설명을 처음 들었을때 굉장히 짧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여행’이 목적이기에 무작정 달리기보다는 중간중간 볼거리를 구경하고 쉬어가는, 또 맛있는 것도 먹는, 급할 것 없는 여유로운 라이딩이 목적이다. 앞서 말한 4가지 코스를 기자가 1박 2일간 직접 다녀왔다.
환상적인 바다 뷰
정동진 코스
금진항에서 시작하여 정동진역, 등명낙가사, 통일공원 등을 거쳐 안인항에서 끝나는 총 16km의 코스이다. 해변을 끼고 도는데다 요즘 핫한 바다부채길이 심곡항 부근에 있어 초반에는 차량통행이 꽤 많다. 또한 파도의 잔재가 도로까지 치고 올라와 바닷물이 튀는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역동적인 초반을 보내면 중반에 접어드는 정동진부터는 제법 한적한 길이 계속되어 자전거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정동진 해변에서는 고운 모래를 밟으며 거닐다 보면 머리가 맑아진다. 복잡했던 생각들이 단순히 정리되기도 한다. 쇼킹했던 것은 새해가 되면 반바퀴를 돌려 다시 모래가 채워진다는 밀레니엄모래시계의 비밀이다. 가이드에 의해 처음 알게 되었다. 정동진역과 가까이 있는 신라시대 사찰인 등명낙가사는 우리나라에 몇군데 없는 바닷가 사찰이며 그림같은 풍경을 자랑한다.
이밖에 정동진은 1996년 북한 잠수함이 침투하였던 곳으로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건립한 통일 공원과 국가안보전시관이 마련되어 있다. 공원에는 여러 가지 군함이 전시되어있으며, 조금 더 이동해 언덕 하나를 오르면 6·25참전 기념비와 실제 사용되었던 전투기와 비행기가 야외 전시되어 있다. 더불어 한국전쟁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고 있는 안보전시관도 있다. 참전용사들을 기리는 의미에서인지 유난히도 탁트인 바다 전망을 볼 수 있다.
이 코스에서 가장 좋았던 곳은 통일공원 직전에 나오는 자전거전용도로였다. 차가 다니는 터널 위로 만든 육교형 자전거 전용 도로인데 한적함은 물론 바다 경치가 끝내준다. 센스있게 의자와 거치대가 곳곳에 배치되어있어 쉬어갈 수 있다.
마지막 코스인 안인항에 다다르면 이전보다 더 한적한 강릉을 만난다. 관광객을 주로 상대하기보다는 주민들의 생활권으로 보인다. 바다를 감상하기 위해 등대쪽으로 이동하니 어부들이 걸어놓은 오징어들을 볼 수 있는데 왠지 모르게 소주 한 잔이 생각난다. 라이딩 후 저녁으로 다음 코스 출발지인 안목해변 근처에서 15만원 상당의 황제해신탕을 먹었다. 회도 조개도 랍스터도, 여타 다른 재료들도 모두 싱싱했다. 다 먹은 후 국물에 칼국수까지 먹으면 최고이니 배불러도 먹어야 한다. 무엇보다 해물요리임에도 짜지 않게 조리되어 좋았다.
부담없이 달리는
해변도로 코스
강릉항 여객터미널부터 송정해변, 강문해변, 경포해변을 거쳐 주문진항으로 향하는 총 23km의 코스이다. 출발지인 여객터미널 근처에는 야경으로 유명한 솔바람다리가 있고 짚라인인 아라나비를 탈 수 있는 곳도 있다. 1분가량 이동하면 카페거리로 유명한 안목해변이 나온다. 본격 라이딩 전, 이곳에서 베이글과 모닝 커피 한잔을 추천한다. 우리가 간 보사노바 카페에는 루프탑이 설치되어 있어 낭만적이었고 아침의 피로마저 싹 걷어주었다.
해변도로 코스는 이름과 같이 해변을 따라 쭉 이동하는 평지 코스로 초보자를 비롯하여 남녀노소 이동이 편리해 부담없다. 앞의 코스에서 소개했던 같은 동해바다이지만 확실히 정동진에서의 바다와는 또 다르다. 주문진으로 올라갈수록 바다색이 더욱 밝고 맑은 푸른색을 띤다.
강문해변에 도착하면 사진찍기 좋은 아름다운 조형물들이 나오며, 경포해변에는 편히 쉴 수 있는 흔들의자가 있어 조금 더 편히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경포해변으로 넘어가기전에는 강문솟대다리가 있다. 솟대는 강릉에서 진또배기라고 부르며, 서낭신을 보필해 삼재를 막고 마을의 풍년과 안녕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으로 만든 것이라 한다.
연곡해변솔향기캠핑장 부근에서는 해송을 만끽하며 라이딩할 수 있다. 바다를 보며 달리는 것도 좋지만 나무사이에서는 마음이 더욱 편안해지며 그늘이 드리워져있어 잠시 더위를 식힐 수 있다. 이길을 따라 계속 가면 도깨비 촬영지였던 주문진방파제가 나온다. 실제로 가보면 실망하는 곳들이 많았지만 이 곳은 드라마에 나온 그대로를 담고 있다. 주말에는 사진찍으려는 관광객으로 줄이 굉장히 길다고 한다. 예로부터 어업으로 유명했던 주문진항은 활력넘친다. 힘좋은 자연산 생선을 싣고 들어오는 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어시장도 깔끔하게 정리되어있어 보행이나 구경이 어렵지 않으며, 싱싱한 해산물을 즐길 수 있다.
주문진에서 1.5km 떨어진 소돌해변은 주문진을 많이 찾는 이들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바람과 파도에 깎인 절묘하고 기괴한 바위들을 볼 수 있는 이 곳은 마을 전체가 소가 누워있는 모양이라하여 소돌이라 불리운다. 이곳에는 아들바위가 있는데 옛날 한 노부부가 백일기도 후 아들을 얻었다 하여 자식이 없는 부부들이 기도를 하면 소원을 성취한다는 전설이 있다. 주변에 산책로가 조성되어있고 바다전망대가 있어 여러 형상의 바위를 감상할 수 있다.
해변도로 코스와 함께하면 좋을
역사 코스
옛 역사가 담긴 코스로 오죽헌에서 시작해 가시연습지, 경포대, 축음기박물관, 경포호 등을 둘러볼 수 있으며 총 13km 정도가 된다. 역사코스는 단일 코스로 찬찬히 살펴보는 것도 좋지만 해변도로 코스를 가면서 중간중간 육지쪽으로 이동해 가미해보는 것도 좋다. 마을 안쪽을 누비면서 바다를 잠시 뒤로하고 순두부로 유명한 초당동에 있는 맛집도 찾아다닐 수 있다. 해변도로 코스에서 강문솟대다리나 경포해변을 기점으로 육지쪽으로 들어가면 역사 코스를 차례로 들려볼 수 있다. 바다만 가득했던 일정에서 보는 경포호수, 호수가 한눈에 보이는 경포대, 각종 수생식물의 낙원인 가시연습지, 조선시대로 돌아간 듯한 허난설헌생가터와 박물관 등을 돌아볼 수 있다.
자덕이라면 정복 필수
대관령국제힐클라임코스
강릉영동대학교를 출발해 성산 먹거리촌을 지나 대관령정상과 양떼목장에 이르는 총 17.5km의 코스이다. 대관령힐클라임코스는 웬만큼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면 대부분 대회를 통해 접해봤을 것이다. 사실 대회란 것이 그날 후다닥 치른 후 돌아가기 때문에 제대로 주위를 둘러보지 못한 참가자들도 많을 것이다. 여유를 가지고 주위 경관을 살펴보면서 오르면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아흔아홉구비를 오르며 중간에 대관령박물관에 들러 본다든지, 그동안 다녔던 구간에 신사임당사친시비가 어떤 위치에 어떤 의미로 존재하는지 알아본다든지, 배가 고프다면 성산먹거리촌의 대표 음식인 대구 머리찜을 먹어본다든지. 대관령 정상에 오르기까지 많은 이야기가 거쳐갈 수 있을 것이다.
라이딩을 마치며
각각의 코스를 경험해보니 20km라는 거리가 짧게 느껴지지 않았다. 로드에 입문한 이후로는 무작정 킬로미터 수만 채우는데 급급해온 것 같다. 마치 미니벨로를 탔을 때처럼 충분한 시간동안 주변을 제대로 둘러보니 여행다운 여행을 한 기분이 들었다. 여유있는 라이딩이 이렇게 좋은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고, 차로만 다녔던 구간을 자전거로 돌아보니 강릉에 대해 이해도가 높아졌고 애착도 남달라졌다. 이렇게 자전거 여행을 한 후에는 ‘강릉’이라는 곳에서 눌러 살고 싶었다. 마음만 먹으면 바다, 산, 강, 호수, 어디든 갈 수 있고, 정말 좋아하는 해산물, 두부도 실컷 먹을 수 있다. 게다가 울적할땐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즐길 수도 있다! 강릉 러버(Lover)의 탄생 순간이다.
단, 역시 투어는 사이클보다는 MTB나 평페달을 추천한다. 클릿슈즈를 신고간 기자는 투어에 심취한 나머지 해변이나 바위를 누비다 클릿 한쪽이 날아가 수명이 다해 버렸다.
끝으로, 이번 코스를 기획한 와우투어에서는 코스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강릉의 매력을 알려나갈 예정이라 하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