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協의 舊時代 경영… 非理 감시 까막눈]
적자에도 조합장 임금 올리고 정부지시 어기고 연월차 수당 최근 3년간 300억원 지급도
2년마다 조합 감사하지만 대부분 수박 겉핥기 그쳐
수산물 수매 등 수익사업때 조합직원 비리 끊이지 않아
이달 초 90억원을 빼돌렸다가 해경에 붙잡혀 세상을 놀라게 한 경남 사량수협 직원 안모씨는 마른 멸치를 사들여 비축했다가 파는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이었다. 해경이 안씨가 사들인 멸치를 보관한 창고를 점검해보니 장부대로라면 창고에 76억원어치의 멸치가 있어야 했는데 15억원어치밖에 없었다. 안씨가 구매하지도 않은 멸치를 샀다고 장부를 허위로 꾸며놓고 구입 대금을 받아 가로챈 것이다. 안씨는 5년간 이렇게 빼돌린 돈으로 아파트 4채와 외제차를 굴리는 호화판 생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11월 7일 A10면 '멸치 수매 수협직원, 횡령은 90억 상어급' 보도>
본지는 이 사건을 계기로 수협의 경영 상황과 수협 직원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실태를 점검했다. 취재 결과, 수협은 고질적인 방만 경영에다 내부 통제 시스템이 부실해 이런 유의 사건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는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5조원대 경제 사업, 전산망으로 관리 안 돼
수협에서 직원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결정적인 원인은 전국 92개 조합에서 벌이는 각종 경제 사업 정보에 대한 전산화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민들이 잡아온 수산물을 수매하거나 수산물을 미리 비축했다가 값이 올랐을 때 내다 파는 각종 수익 사업들이 각 조합별로 이뤄지고 수협중앙회가 통합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점 때문에 조합 단위에서 서류를 조작하거나 공금을 횡령해도 모니터링이 제대로 안 된다.
본지는 이 사건을 계기로 수협의 경영 상황과 수협 직원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실태를 점검했다. 취재 결과, 수협은 고질적인 방만 경영에다 내부 통제 시스템이 부실해 이런 유의 사건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는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5조원대 경제 사업, 전산망으로 관리 안 돼
수협에서 직원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결정적인 원인은 전국 92개 조합에서 벌이는 각종 경제 사업 정보에 대한 전산화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민들이 잡아온 수산물을 수매하거나 수산물을 미리 비축했다가 값이 올랐을 때 내다 파는 각종 수익 사업들이 각 조합별로 이뤄지고 수협중앙회가 통합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점 때문에 조합 단위에서 서류를 조작하거나 공금을 횡령해도 모니터링이 제대로 안 된다.
- 최근 경남 통영시 사량수협 직원이 90억원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그동안 가려졌던 수협의 부실 상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진은 14일 서울의 한 수협은행 지점에서 고객들이 상담하고 있는 모습. /이명원 기자
◇대출 부실률은 은행권 최고
수협중앙회 산하에서 금융 사업을 맡고 있는 수협은행도 금융권에서 관리가 매우 부실한 회사로 꼽힌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수협은행의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 대출은 4352억원에 달한다. 부실률이 2.36%인데, 시중은행 평균 부실률(1.85%)은 물론 농협은행 부실률(1.96%)보다 높아 은행권 최고 수준이다.
이처럼 부실률이 높은 것은 대출 심사가 허술하고, 대출금 사후 관리도 제대로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수협은행 지점은 교회 신축비로 281억원을 빌려줬다가 회수를 못하고 있다. 양천구의 한 지점은 관광호텔에 172억원을 대출해줬지만 부실채권이 됐다. 최근 수협은행 검사를 다녀온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수협은행은 은행이라고 하기에 무색할 정도로 여신 심사 기능이 형편없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부실한 상태로는 제때 공적자금을 갚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01년 1조1581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을 때 수협은 9887억원의 결손금(손실이 커져 자본금에서 까먹은 액수)을 안고 있었다. 이런 결손금이 12년이 지난 지금도 1600억원가량 남아있기 때문에 공적자금 상환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임직원 복리후생비는 펑펑 써
수협은 경영 부실에도 불구하고 직원 복지에는 돈을 펑펑 쓰고 있다. 전체 92개 조합 중 4분의 1인 23곳이 자본잠식 상태지만 올해 들어 59개 조합에서 조합장 임금이 올랐다.
작년에는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32억원의 특별상여금을 지급하고 전 직원에게 자기 계발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스마트 기기(갤럭시탭이나 아이패드)를 구입하도록 16억원을 지원했다.
[水協은 어떤 곳]
수협은 어민들의 권익을 증진시키고 어업 활동을 지원하자는 취지로 1962년 조합 형태로 출범한 조직이다. 어민들이 잡아온 수산물을 유통시켜주거나, 어민들에게 영어(營漁) 자금을 빌려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해양수산부와 금융위원회의 감독을 받는 비영리 특수법인이다.
수협중앙회 산하에는 금융 사업을 맡는 수협은행과 전국적으로 92개에 이르는 단위조합이 있다. 수협중앙회와 수협은행에 2000명, 단위수협에 5700명가량이 근무한다. 수협의 자산 규모는 농협의 10분의 1가량이다.
현재 수협중앙회 회장은 진해수협 조합장 출신의 이종구(62)씨가 2007년부터 맡고 있다. 양식업으로 큰돈을 번 것으로 알려진 이 회장은 올해 114억7167만원의 재산을 신고해 공직자를 포함한 재산 공개 대상자 중 5위를 차지한 인물이다. 수협중앙회장의 임기는 4년이고 한 차례 연임할 수 있었지만 차기 회장부터는 연임할 수 없도록 관련 규정이 개정됐다. 이 회장은 14일 사량수협 사건과 관련, 전국 수협 조합장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대오각성하는 계기로 삼고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사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