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인정전 임금이 앉아 국사를 돌보는 용상이다.
용상은 무시무종의 당초무늬로 장식한 받침이 놓여있다. 용상의 다리는 3개다.
등받이에는 수직과 수평으로 나무를 대고 여기에 청판(廳板)을 끼워 넣었다.
맨 아랫단에는 물과 구름무늬, 중단에는 만개한 모란 맨 윗단에는 모란과
용 상단부 두겁대 한 가운데 정점에는 여의주(如意珠)를 구름이 감싸고
좌우를 네 마리의 용이 경계하며 갈기를 세우고 있다.
단상 북쪽에 자좌오향(子坐午向)으로 용상을 남면토록 하여 왕의 자리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용상은 용평상(龍平床)의 준말로 옥좌(玉座), 어좌(御座), 보좌(寶座) 등으로 불려지기도 하며
그야말로 용으로 조각된 의자이다. 동양사상의 원류라면 인도의 연꽃, 중국의 용을 말한다.
용상을 장식하는 장엄으로 연꽃 용이 빠진 곳이 없다.
용은 물속에 살며 때로는 하늘을 날고 구름과 비를 부르며 능소능대(能小能大)하여
자유자재로 조화를 부리는 상서로운 상상의 동물로 천자나 군왕을 가리킨다.
중종 22(1527)년 최세진의 「훈몽자회(訓蒙字會)」에 따르면 용을 '미르룡'이라 표기 하여
'물'과 어원이 같다. 또한 “미리(豫)”와도 같아 미래를 예견하는 상징성까지 아우른다.
용은 물이며 여의주(如意珠)가 있어야 승천한다. 여의주는 불꽃처럼 타오르는 화광(火光)으로
불 햇볕 즉 열(熱)을 뜻하며 그래서 물(용)은 여의주를 얻어야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다.
옛날 어른들은 여의주보다는 뇌성벽력이 내리치며 천지를 가를 때 번개를 타고
하늘로 오르는 용을 보았다고 하였다.용과 여의주는 물과 불이 상극과 상생으로 어우러져
인간 세상에 정법(正法)을 펼쳐서 이로움을 준다고 했다.
형상이 있는 모습(물)에서 기화(氣化)되어 눈에 보이지 않는 기(氣)로 돌아가는 현상이다.
어좌 뒤로는 여섯 단 높이의 곡병(曲屛)에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란이 활짝 피어 용상을 감싸며
부귀영화를 찬미한다. 곡병 좌우 날개는 전면으로 꺾여지는 평면이다.
곡병 맨 윗단과 바로 아랫단에 좌우로 4마리씩 용을 조각했다.얼굴이 사람의 모습을 닮았다.
더구나 곡병 정수리에서 용상을 뚫어져라 쏘아보는 백호(白虎)와 흡사한 오조룡이
수염을 흩날리며 위엄 있게 틀어 앉아 용상을 지키고 있으며 곡병 좌우로 동쪽과 서쪽을 4룡씩
모두 8룡이 내달아 물샐틈없는 경호를 하고 있다.
곡병은 호화로우면서도 용상을 보위(保衛)하는 임무를 충실히 하고 있다.
용이란 결국 태극에서 음양의 화합으로 생겨난 하느님의 아들(氣)이다.
공(空)에서 기(氣)가 생기고 그 기의 결집(結集)이 상(象)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왕을 용이라 부르고 왕의 자식을 용종(龍種)이라 부르는 것이다.
용의 능소능대는 천변만화하는 사람의 마음과 같으니
용을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내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용안(龍顔), 용포(龍袍)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용과 사람은 결국 하나이다.
곡병 뒤로는 여덟 폭짜리 일월오봉병(日月五峰屛)을 세웠다.
지금까지는 왕의 존엄과 위상을 지켜 주고 발현시켜 주는 치장이었다면
일월오봉병은 자연과 백성을 사랑하고 올바로 나라를 다스리라는 치국의 이념을
왕에게 각인시켜 주는 굴레이다. 좌탑 상부에는 천상의 세계 닫집이 있다.
닫집이란 '따로 지어놓은 또 하나의 집'이라는 뜻으로 궁궐의 법전 용상위에 만들어 다는 장식이다.
닫집 안 가운데에는 오조룡이 여의주를 가운데 놓고 엇갈려 희롱한다.
꽃보다 정교하고 아름다운 공포 네 귀퉁이는 화려한 모란으로 귀공포를 이어주어
사람이 그리는 천상의 세계이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상의 연꽃봉오리는 세 개씩 짝지었다.
유난히 큰 가운데 꽃대에는 활짝 핀 꽃을 두 송이씩 새겨 아름다움을 배가시킨다.
레이스(Lace) 같은 낙양각에 보상화문(寶相華紋)과 당초엽(唐草葉)을 조각하여
닫집 속이 얼마나 신성한 곳인가를 알려준다.
이밖에도 여모(서까래나 널판장, 마루 등의 옆을 가로대어 가리는 널빤지)의 치밀하고
정교한 도형과 적첩 청판의 호화로운 무늬 조각 등은 건축예술의 백미이며 극치이다.
용상이란 음양오행의 운행질서와 똑같은 자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