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백색성검 4권 - 제 24장
하오의 ××
백상인은 자신의 거처를 향해 신형을 날리고 있었다.
오늘은 여태 배우고 터득했던 무예들을 정리하며 휴식을 취
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였다.
그런데,
그가 동굴 근처에 이르렀을 때는,
그를 기다리며 동굴밖을 지키고 있던 세 명의 소년들과 마주
치게 되었다.
그들은 바로 소수파의 간부급들중, 석장형, 이광리, 호중산,
장우를 뺀 나머지 세사람이었다.
냉겸.
그는 몹시 냉정하고 싸늘한 안색의 소년으로, 몸집은 다소 마른 편이었다.
임방.
체구가 다소 왜소하고 뚱뚱하며, 눈빛이 호감을 주는 인상의 소년.
강소평.
그는 용모는 준수했지만 한쪽다리는 불구였다.
그것은 훈련도중 다친 것으로, 그는 신법을 더욱 연마해, 단
지 조금 절뚝거리는 것으로만 보일 뿐이었다.
물론 백상인은 전에 이들을 본적이 있었다.
직접 대화을 가져보지는 않았지만, 소수파의 간부급 인원들
이므로, 관심을 두지 않을수 없는 것이었다.
백상인이 동굴쪽으로 다가가자, 그들은 다짜고짜 신형을 날려 그의 앞을 막아섰다.
휙! 휙! 휙!! ...............!
백상인은 의아한 생각이 들었으나 정중히 물었다.
"무슨 일이시오?"
가운데 선 냉겸이 안면을 씰룩이며 차갑게 말을 받았다.
"시치미 떼는군!"
"호호......... 네가 그따위 짓을 하고도 우리가 모르리라
생각했다면 오산이지!"
뒤이어 말한 사람은 강소평이었다.
그들은 태도에는 살벌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었다.
백상인은 정말 어리둥절해졌다.
"무슨 일인지 말을 해야 해명을 할게 아닙니까? 나는 귀하들
에게 잘못을 한적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오만........."
돌연 임방이 쨍하니 고함을 쳤다.
"백가야! 네놈은 명문파와 내통하지 않았단 말이냐?"
"내통이라니요?"
백상인은 눈을 크게 떴다.
그는 이들이 필시 어던 오해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명문파의 사람들과 한버 만난적은 었어도 내통한 사실은 없
소."
"개자식! 수작부리지 마랏!"
냉겸이 싸늘하게 일갈했다.
"네놈은 우리 소수파가 그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
랐단 말이냐? 더욱이 네놈은 나가 얘송이와 만나서 내통하고,
남궁장천등과도 밀담을 가졌었다는 증거가 있는데 그래도 말뼘할 생각이냐!"
냉겸이 말한 나가 애송이란 바로 나문소를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백상인은 내심 어이가 없었다.
"내가 나형을 만난건 사실이지만, 그건 사사로운 얘기를 나
누기 우해서였지 결코 내통이 아니었소. 더군다나 나는 정식
소수파의 인원도 아니니 굳이 명문파의 인원을 못 만날 까닭이 없지 않소?"
냉겸은 싸늘하게 코웃음을 쳤다.
"사사로운 얘기라, 그건 대체 어던 내용이었지? 네놈이 나가
와 무슨 친분관계라도 있었단 말이냐?"
"그건.........."
백상인은 일시 우물쭈물 했다.
냉겸은 차갑게 냉소했다.
"흐흐....... 왜 대답을 못하지?"
백상인은 탄식했다.
"그건 말씀드릴수가 없소. 개인적인 일에 관한 내용이니."
백상인은 몰래 갖다준 옥지환에 대한 애기를 그들에게 할수 없었던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듯해도 자칫하면 난처한 국면에 처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들은 결코 그 문제 때문에 온 것 같지는 않았던것이다.
그가 비록 이곳에 거주하고 있어도 소수파의 비밀에 관해선
거의 아는바가 없을 뿐만 아니라,
겨우 누굴 만났다는 그런 문제로 이들이 처음부터 험악하게
나온다는 것은 어딘가 의도가 느껴졌다.
백상인은 그들이 지금 그에게 시비를 결코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들은 석형을 따르는 사람들이 아니란 말인가? 나는 석형
에게 그일에 관해 알아듣도록 설명해 주었는데............)
이때,
냉겸이 흉소를 날리며 다가왔다.
"말할 수가 업다? 그것 암 편리한 대답이군!"
이어 그는 임방과 강소평을 향해 짤막하게 소리쳤다.
"이봐! 놈을 포위해!"
"알았소!"
"흐흐! 간덩이가 부은 놈이군! 감히 소수파에 와서 우리를
능멸하다니.............."
휙! 휙...............!
그들은 몸을 날려 세 방향에서 백상인을 포위하더니 천천히
좁혀오기 시작햇다.
그들의 기세는 살벌할 뿐만 아니라, 상승의 무예를 닦은 기
도가 은연중 엿보였다.
백상인은 난처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이들이 그보다 내공이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진재절학
으로 볼 때 결코 두려운 상대는 아니었다.
그런, 이들을 이기고 나면 장차 문제가 더욱 시끄러워질 것
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사사삿사.......!
그들 삼인은 전신의 내공을 가득 끌어올리고, 저마다 보법을
펼치고 다가들고 있었다.
냉겸은 무영공공보, 임방은 이형환위, 강소평은 술취한 듯
비틀거리는 취팔선보였다.
장내에 폭풍전야와 같은 살벌한 기운이 맴돌았다.
휘이이이이이..............
백상인은 급히 손을 저으며 말했다.
"잠깐 기다리시오! 우리 이렇게 아니라 좀더 대화를 나눕시
다. 정 뭣하면 내가 석형에게 가서 말하겠소."
허나, 삼인의 시선엔 비릿한 조소가 감돌앗다.
"흐흐, 석형이 누구지? 우리에겐 이형이나 호형이 있을 뿐,
그런사람을 우린 모른다."
냉검이 음충맞은 웃음을 날리며 비쾌하게 일권을 쳐왔다.
우르를르.............
그것은 구벽신권이었다.
(이들은 과연 석형을 따르는 자들이 아니로구나! 그렇다면
호중산과 이광리가 나를 못 마땅히 여기는가 보군!)
냉겸의 구벽신권은 이미 경지에 든 것이었고, 내공이 이갑자
가 넘는지라 위력이 대단했다.
백상인은 이형환위로 미끄러지듯 그 일권을 옆으로 피하며 말했다.
"대체 당신들이 원하는 게 뭐요?"
백상인치 펼치는 이형환위는 마치 환각과도 같았다.
그러나, 그의 두엔 이미 임방이 대기하고 있었다.
"흐흐, 내통한 죄의 대가를 받아야지!"
임방은 말과 동시에 좌우쌍장을 동시에 날렸다.
슉! 슈슈슈슈슈..........
그것은 바로 연운십삼세...........
이에 백상인은 확연히 느껴지는게 있었다.
(이들은 나를 혼내주려 왔군!)
호중산 이광리에겐 자신은 껄끄러운 존재가 분명했다.
따라서 그들은 내통이란 구실아래 손봐주러 온 것이다.
이것은 이러한 집단의 생리로 보아 당연한 일이라고도 할수 있었다.
백상인은 금강부동의 보법으로 임바의 공격을 피하며 내심 생각을 굳혔다.
(다소 답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최소한 이들이 자신을 처치하지는 못하기 때문이었다.
잠룡곡 내에서 살인을 한 자는 필히 그 대가를 받는다.
그것은 수련생들의 위계질서를 위한 규칙이었다.
백상인이 두 번이나 그들의 공격을 간단히 피하자, 그들은
일순 놀란 표정이었다.
"네놈이 그새 한수 배우기는 배웠군! 허나 이번것도 피해봐랏!"
그렇게 소리친 사람은 강소평이었다.
그는 취팔선보로 신형을 어지러이 움직이며, 허공가득 백색
의 장공을 피어올렸다.
우우우우우우웅...............!
(소녀만화장이군!)
내심 중얼거린 백상인은 이번엔 파하지 않고 맞받아쳤다.
전신에 호신강기를 일으킨 채,
그가 펼친 것은 강호의 평범한 벽공장력이었다.
콰꽝...........!
장력끼리 서로 부딪치자, 맹렬한 진동이 사위로 퍼져나가며
굉렬한 금속성이 일었다.
그들이 펼치는 장력은 이미 강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백상인의 신형은 뒤로 훌훌 날려갔다.
진재절학으로 펼쳐도 내공면에서는 그가 딸린다.
하물며 흔한 벽공장력으로 응수했으니........
"윽!"
백상인은 허공에서 한모금 선혈을 토하며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쿠당당.......!
"흐흐, 제법 한다더니 네놈도 별수 없군!"
냉겸이 냉소와 더불어 다가들며 다시 일권을 격출했다.
쿠르르르........
역시 구벽신권.
쾅!
백상인은 무저항의 상태에서 다시 일권을 맞고 허공으로 떠
올랐다.
그곳에서 임방이 또한 대기하고 있었다.
"건방진 자식, 뒈져랏!"
싸늘한 욕설과 함께 그는 다시 연운십삼세를 폭출시켰다.
피피피피피펑----------...............
"으윽!"
백상인은 한소리 비명과 더불어 허공에 선혈을 쫘악 토했다.
그의 안색은 백지장처럼 창백해졌으며, 허공에 떠올랐다간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나둥그라졌다.
쿵! 털썩.........
"윽."
그 진동으로 기혈이 들끌어 백상인은 다시 한모금의 피를 토했다.
내상은 이미 엄중했다.
"흐흐흐흐흐........"
그 모양을 보고 냉겸 등은 살소를 날리며 다가왔다.
강소평이 다가들자마자, 엎어져있는 백상인을 향해 발길질을 해댔다.
퍽! 쿠당당..........
백상인은 저만큼 나동그라지며 하늘을 보고 늘어졌다.
가슴이 ㅉ길 듯이 아파오며 사방이 온통 빙빙 도는 듯 했다.
"흐흐...... 이젠 내통을 고백하겠느냐?"
냉검이 위에서 내려다보며 차갑게 물었다.
백상인은 간신히 대답했다.
"난, 내통하지 않았소........"
"그래?"
일순 냉겸의 두 눈에 희미한 광기가 어렸다.
그는 좌측을 돌아보며 말했다.
"소평! 놈의 손가락을 하나씩 끊어라!"
"예, 형님!"
스르릉!
강소평은 검을 빼들고 다가들며 음흉한 어조로 말했다.
"여기에선 사람을 죽일수가 없지만 그렇다고 결투도중에 손
가락을 잘린것쯤 뭐라하는 사람은 없어!"
백상인은 눈을 크게 떴다.
"이건 너무하지 않소? 나는 분명 아무죄도 없거늘."
"죄?"
강소평은 두눈을 희번뜩거렸다.
"내통이 죄라고 하지 않았느냐?"
말과 동시에 그는 검을 치켜들엇다.
그는 당장이라도 찌를 태세가 역력했다.
이에 백상인은 눈빛이 흔들렸다.
그는 설마하니 이들이 이렇듯 악랄하게 나올줄은 몰랐다.
(가능한한 조용히 지내려고 했더니 안된단 말인가?)
그는 내심 중얼거며 암암리 내력을 끌어올렸다.
내상은 심했짐나 다장 기동도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단지 그는 약간의 연극을 했을 뿐이었다.
"흐흐1 당해봐랏!"
쐐애액-------
강소평은 두눈에 살기를 뿌리며 장검을 비쾌하게 내리그었다.
백상인은 일순 눈빛을 번쩍 빛냈다.
헌데 바로 그때,
"멈춰어라--------!"
한줄기 대갈일성이 곡주쪽에서부터 들려왔다.
그바람에 강소평은 내려치던 검을 거두고 고개를 돌렸다.
(장우, 장형이.............!)
백상인은 눈빛을 기이하게 빛냈다.
달려오고 있는 사람은 바로 장우였다.
그는 비쾌한 속도로 장내에 달려 들었더니, 신형을 멈추며 소리쳤다.
"무슨 것들이오? 백형은 우리 석형님과 친분이 있음을 잊었
소? 당신들이 우리 석형님이 안중에도 없소?"
장우의 요란스런 꾸짖음에 냉겸은 다소 흠짓하는 듯 하더니 냉소하며 말했다.
"장형은 이자가 내통하고 있다는걸 몰랐단 말이오? 그럼 석
형도 한 번 의심해 봐야겠군!"
"뭐라고?"
장우는 눈을 부릅뜨더니, 시선을 백상인에게 돌렸다.
"백형! 정말로 명문파와 내통을 했소?"
백상인은 천천히 옷을 털며 일어났다.
그는 일어나서는 웃으며 말했다.
"장형은 내가 그렇게 했을거라고 보십니까?"
그말에 장우는 잠시 멀쓱한 표정이 되었다.
"나는 그렇지 않을 것으로 믿지만 저들이 그러니........"
이어 그는 냉겸을 보고 따지듯 물었다.
"당신은 거짓말 하고 있는게 아니오? 냉형! 증거가 있소?"
냉겸은 차갑게 내뱉았다.
"물론, 내가 그렇게 허술히 행동할 것으로 보이오?"
장우는 그말에 안색이 다소 굳어지는 듯 했다.
그는 백상인은 한 번 힐끗 바라보더니 냉겸을 향해 말했다.
"허나, 아무리 증거가 있어도 나는 못믿겠소! 백형은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오!"
그러자,
입방이 차갑게 안색을 굳히며 소리쳤다.
"그럼 장형은 우리를 의심한단 말이오?"
장우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아니오. 다만....... 싸움은 이제 그만하는게 좋겠소!"
(싸움이라고..........?)
백상인은 자신의 몸을 훑어보며 내심 웃었다.
만일 그가 특별한 자질의 사람이 아니었더라면, 그는 오늘
정말 큰 곤욕을 치뤘을지도 모른다.
일방적으로 구타를 당한 것을 싸움이라 표현한 것은 어패가
있는 것이다.
의외로 냉겸은 순순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사람이란 어차피 실수를 하기 마련이니, 우린 너무
그렇게 핍박할 생각은 없소 다만 한가지........."
냉겸이 다소 뜸을 들이자, 장우는 궁금한 듯 물었다.
"다만 뭐요?"
냉겸은 차가운 웃음과 함께 임방, 강소평을 둘러보며 말했다.
"한번 배신했던 자를 더 이상 우리 조직에 둘수 없다는 사실이오."
"........."
장우는 잠시 말을 못했다.
그는 백상인을 돌아보더니 나직히 탄식하며 말했다.
"백형, 증거도 분명한데다 이들의 뜻이 이러니 어쩔수 없구려."
백상인은 다만 웃을 뿐이었다.
장우는 다시 고개를 돌리며 냉겸에게 말했다.
"하지만 거처를 옮길수야 없지 않겠소? 우리 석형님과 친분
이 있었던 사라밍니 그 정도는 봐주시오!"
냉겸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더 이상 우리 소수파에 관여하지 않겠다면."
"고맙소!"
장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백상인을 바라보앗다.
그의 의도를 눈치챈 백상인은 웃으며 말했다.
"알겠소. 나도 소수파에 관여하고 싶은 생각은 없소. 본래부
터 나는 혼자였으니..........."
냉겸은 차가운 웃음을 날렷다.
"그럼, 우린 그렇게 알고 이만 가보겠소! 이봐! 가자."
말과 함께 신형을 날려 곡구쪽으로 사라졌갔다.
휙! 휙........."
나머지 두 사람도 뒤따라 사라졌다.
그들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자, 장우는 백상인을 보며 말했다.
"미안합니다! 도움이 못되서."
백상인은 웃었다.
"괜찮습니다. 도리어 나로 인해 심려가 되어 죄송하오."
"............."
그들은 잠시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장우가 포권하며 말했다.
"그럼 저는 이만 가겠습니다."
"예."
휘익............
장우도 신형을 날려 사라져갔다.
백상인은 텅빈 계곡을 둘러보며 내심 중얼거렸다.
(한차례 당하기는 했지만, 잘된 일이야! 오히려 나는 혼자가
되고 싶었지........ 그런데 그들 삼인이 호중산, 이광리의 추
종자들일 줄이야. 그럼 석형의 힘은 별반 없는 셈이군.......)
백상인은 내심 중얼거리며 동굴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상이 심한 탓에 전신의 기혈이 온통 들끓고 있었다.
(빨리 내상을 치료해야겠군! 그렇지 않은면 진원지기에 손상
이 올지도 모르니...........)
동굴앞에 이른 백상이은 신형을 날렸다.
팍...........
"윽."
일단 동굴안엔 들어섰으나, 무리하게 진기를 끌어올린 탓에
입가에 선혈이 흘러내렸다.
그는 다소 비틀거리며 동굴 뒤쪽으로 향했다.
내상치료에는 금천영수가 으뜸이라고 할수 있는 것이다.
× × ×
금천영수의 효과는 과연 훌륭했다.
백상인은 불과 반시진도 안되어 모든 내상을 회복할수 있었다.
물론 거기에는 금단선공의 요상결이 훌륭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백상인은 진기요상을 마친뒤, 그날 오후내내 금천영수속에서
운공조식하며 보냈다.
금천영수속에서 수련을 하면 좀더 깨달음이 많아지기 마련인 것이다.
물론 그를 바라보는듯한 시선은 계속해서 느껴졌지만 백상인
은 그것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
분명 어떤 존재가 있다는건 사실이지만, 그것은 백상인에게
나쁜 감정이 없는 것 같았다.
분명 어떤 존재가 있다는건 사실이지만, 그것은 백상인에게
나쁜 감정이 없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날 오후동안 백상인은 이제까지 배워왔던 모든 무예들을
대충 정리할 수 있었다.
× × ×
환왕, 음왕, 독왕, 뇌왕.
그들 사인이 무예를 가르치는 곳은 다름아닌 석실이다.
이곳 절벽은 거처가 있는 계곡과는 달리 매끈한 화강암질로
되어 있었는데 절벽 중간쯤에 인공 석실이 연달아 네 개가 만
들어져 있었다.
지면에서 석실까지의 높이는 무려 백여장이나 됐다.
그러니까 이곳에 오르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비왕의 신법을
배워야만 하는 것이다.
(이곳은 다른 무예들을 익히고 나중에 오라는 뜻이었군.............)
백상인은 내심 중얼거리며 가장 좌측에 석실을 향해 신형을 떠올렸다.
바로 어기충소의 신법,
슈슈슈슈슈슈슈...................
어기충소는 능히 오백여장을 솟구칠수 있는 천하의 절학이다.
백상인은 순식간에 동굴 가까이에 이른후,
제운종의 신법으로 몸을 세 번이나 거푸 뒤집어 석실의 입구
로 들어섰다.
"절묘한 신법의 배합이다!"
한줄기 ㄴ수레한 음성이 들려와 백상인은 고개를 들었다.
석실의 입구는 폭이 삼장 정도로 좁은 인공동굴이었다.
그리고 그 동굴의 입구 좌측에는 한 초로의 노인이 포단위에
앉은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이가 얼핏 보기에는오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이 노인은 생
김새가 그저 평범했다.
그리고 그 인상역시 특이한 점이 없었다.
마치 어느곳에서나 쉽게 대할수 있는 평범한 노인처럼....
아니, 오히려 너무 평범한 것이 기이할 정도였다.
사람이란 대개가 어느 정도의 특별한 구석은 지니게 마련이
기 때문이다.
(이 사람의 인상이나 용모역시 내공에 의해 조금씩 변형된
것이 틀림없다...........)
백상인은 내심 생각하며 그를 향해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저는 백상인입니다. 환왕 노선배이십니까?"
"그렇다."
대답하는 환왕의 두눈엔 깊은 이채가 어려있는 듯 했다.
"저는......."
환왕은 그의 말을 잘랐다.
"무예를 배우러 왔겠지?"
"예."
환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나는 환왕이다 그런만큼 내가 가르치는 것은 기환술
들이지. 허나 나는 그것들을 직접 가르치지는 않는다."
(...............!)
환왕은 백상인을 바라보며 석실안쪽을 가리켰다.
"저곳에는 내가 만들거나 모아놓은 비급들이 고스란히 보관
되어 있다. 그것들은 곧 나의 전부라고 할수 있지. 나는 저곳
을 개방할 뿐인 것이다."
"알겠습니다."
백상인은 공손히 허리를 굽혔다.
이어 그가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려고 할 때, 환왕이 다시 첨
가해서 말을 이었다.
"허나 만일, 저안의 모든 비급상의 무예를 완전히 터득한다
면, 내가 하나의 무예구결을 전수해 주겠다. 그럼 가봐라!"
"예."
백상이는 신형을 움직였다.
인공동굴속을 대략 오장정도 들어가자 좌측으로 길이 꺾였다.
그 꺽인 부분앞에 하나의 작은 석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석실은 정방형으로, 한쪽 길이가 대략 오장가량 됐다.
서가는 석실의 중아에 있었다.
그 서가에 꽂힌 서책들이 어림잡아 백여권은 될 듯 했다.
그리고,
그 서가의 좌우측으로는 대략 이십여명의 소년들이 바닥에
주저앉아 책을 읽기에 여념이 없었다.
실내엔 바늘 떨어지는 소리하나 들리지 않고 단지 서책을 넘
기는 소리만이 그 열기를 대변해주고 있었다.
백상인은 그들을 대충 둘러본후, 곧장 서가로 다가갔다.
서가에 꽂힌 서책들은 과연 모두가 신비로운 기환술에 관한 것들이었다.
기환술이라면 백상인도 잠룡무고에서 몇권정도 읽어보기는
했으나 대개가 초보에 불과한 것들이었다.
백상인은 우선그 제목들부터 차례로 ㅎ어보았다.
기환전등록.
천사비전.
전진기환경.
대운광명무보.
................
영매신서.
천마기서.
독심술진해.
환혼탈백대법금.
환상전물경.
....................
변채환용록.
제령항마대법경.
.....................
(많군!)
여기에는 천하의 모든기환술 비급을 모조리 모아놓은 듯 했다.
백상인은 먼저 가장 앞쪽의 첫머리에 꽂힌 기환전등록을 뽑
아들었다.
기환전등록.
그것은 한마디로 기환술의 역사와 그 흐름에 대해 대략적으
로 기술해놓은 책이었다.
백상인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책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파라라라락..............
그가 읽어가는 속도는 어쩌나 빠른지 대충 장수만 헤아리는
것 같았다.
헌데,
옆에서 이 광경을 보고 반쯤 기이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다.
다소 유약한듯한 체구에 두눈에선 맑은 광채가 흐르는 소년.
그는 백상인의 행동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백형!"
백상인은 한참 열심히 책을 읽다가 멈칫하고 고개를 들었다.
"아, 종리형!"
백상인은 소년을 바라보며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종리청우.
소년은 바로 명문파의 제사위 서열로서 전에 백상인과 인사
한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백상인은 먼저 그를 알아보았으나, 독서에 방해가 될까봐 아
는체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종리청우는 백상인이 든 기환전등록을 힐끗 보며 물었다.
"뭘하고 있는 겁니까?"
백상인은 미소했다.
"대충 읽어보고 있습니다."
그것은 백상인이 겸손하게 말한 것이었다.
그러나 종리청우는 그말을 곧이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대충 보시는군요. 하긴 이안의 모든 무공을 다 완성할
수는 없지요. 참고삼아 몇가지쯤 연마하다거나, 아니면 한 번
쯤 일어보는 것이 보통입니다."
".................."
종리청우는 말을 이었다.
"백형은 의문을 느끼시지 않습니까?"
"무엇 말입니까?"
백상인이 되묻자, 종리청우는 서가에 꽂힌 책자들으 가리키
며 말을 이었다.
"저기 보이는 것처럼 이곳에 있는 기화술책자의 대부분이 요
사스런 사공이나 마법 등을 다룬 것이 많습니다. 당당한 명문
파의 후예들에게 이러한 사마의 절학을 가르치는건 무슨 이유
에서라고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백상인은 고개를 가로젓자, 종리청우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것은 한마디로 지피지기면 백번백승이란 말이죠. 그러니
까 이런 사마의 절학들을 일게 함으로써 그들의 절학에 당하지
않게 하려는 것입니다."
"..................."
"환왕사부께서 직접 가르치시지 않는 것은 그런 의미를 내포
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백상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 사려깊어 보이는 소년을 유심
히 바라보았다.
겉으로 유약하듯 해도, 내면엔 전정한 강함이 숨어있는 듯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 소년은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백상인은 웃으며 말했다.
"종리형께선 어느정도 성취가 있으셨습니까?"
종리청우는 고개를 저었다.
"그저 두어가지 이학들을 연성 했을 뿐입니다. 모두들 거의
그런 편이죠. 이곳의 절학을 다 연성하다간 자칫 심마에 빠져
들기 쉬우니까요. 백형도 그걸 주의하십시오."
백상인은 미미한 곤혹의 표정을 지었다.
"환왕께선 저더러 이곳의 무공을 모두 연성함녀 다른 무예를
전수하신다고 하던데요?"
종리청우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황왕사부께서 백형을 시험하기 위해 그러셨을 것입니
다. 우리에겐 이런 말을 하셨지요. 이곳의 절학들은 그리 소용
되는 것도 아니고 심마에 들기 쉬우니 그저 참고하는 정도에서
ㄱ내는 것이 좋다고, 하나 만일 심성이 심마를 이겨낼 자신이
있다면 모든 것을 연성해도 좋으며, 그땐 또다른 무예를 전수
하겠노라고....... 그러셨습니다."
"그랬군요."
백상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보니 그분은 나의 심성이 정도인에게 걸맞나 시험해 볼
생각이었군. 그랬다가 내가 심마에 빠지면 가만두지 않았을 것
이다. 허나 나의 금단선공은 만사의 천적이 아닌가? 이런것들
쯤이야 대수롭지 않지............)
백상인이 내심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종리청우가 웃으며
신형을 일으켰다.
"저는 방금 나가려면 참이었습니다. 백형의 소문이 매우 기
이하길래 호기심이 동해서 한 번 물어봤지요."
백상인은 미소했다.
"그렇습니까?"
"그럼이만........"
"예."
종리청우는 가볍게 포권한뒤 석실밖으로 걸어나갔다.
백상이는 서책을 다시 읽어가기 시작했다.
몰아삼매.
그 가운데 책을 읽는 그의 속도는 무척 빨랐다
과거 그는 잠룡무고에서 하루만에 육십권의 서책을 읽은적도
있었다.
지금도 그에 못지 않았다.
파라라락..........!
놀라운 것은, 그는 한 번 읽으면 기억과 동시에 이해까지가
가능하다는 사실이었다.
백상인이 한참동안을 독서에 몰입하다가 정신을 차렸을때는,
석실내엔 수련생들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들 때가 되어 동굴로 돌아간 것이다.
허나 백상인은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았다.
한 번 책을 들면 침식까지 잊는 백상인이었다.
그는 가져온 건량으로 대충 요기한후 다시 서책을 읽어나가
기 시작했다.
서책의 분량은 대단히 방대했다.
서책의 숫자는 모두 백이십권이었다.
거기에는 천하의 모든 잠공들이 모두 포함되었다고 해도 과
언이 아니었다.
각종 미공사술을 비롯하여 섭혼대법, 강시술, 변신술, 영매
대법, 금제, 각종 사술과 채음보양술, 운신술과 전음술, 투시
술, 섭성술, 외문기공들 등............
정말 없는 것이 없었다.
백상인은 이 모든 절학들을 꼬박 이틀밤낮을 세운 끝에 완전
히 독파할수 있었다.
백상인은 우선 동굴로 향했다.
가서 먼저 쌓인 피로부터 풀어야 할 것이다.
"어제 가느냐?"
환왕은 석실밖에 지키고 있다가 다소 퉁명스럽게 물었다.
이곳 인공석실의 입구는 때가 되면 기관으로 닫는다.
그 방법은 오직 환와만이 알며, 그것은 서책의 유실을 방지
하기 위한 것이었다.
환왕이 늘 입구에 지키고 있는 것도 비급을 누가 가져갈까 해서였다.
이렇듯, 사고이학들에 대한 정파인들의 대비는 소홀할 수가 없는 것이엇다.
따라서,
환왕은 백상인이 이틀밤낮을 새었음을 알고 그렇게 물어본 것이다.
"예, 다시 오겠습니다."
"그렇게 해라!"
환왕은 말한뒤 시선을 돌렸다.
"그럼.........."
백상인은 그에게 공손히 인사한후 몸을 돌렸다.
동굴 입구에 이르자. 눈부신 햇살이 몰려들었다.
아침인 것이다.
(좋군!)
그는 그 햇살을 즐거이 받으며 부드럽게 아래쪽으로 신형을
날렸다.
그것은 이미 최고경지에 오른 운룡대팔식이었다.
첫댓글 잘봅니다..^^
즐독
즐감합니다.
감사 드립니다
즐감~~~~~~~
즐독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하고있읍니다 .감사!!!~♡♥♡~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ㅈ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