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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황천불 범패륵
딸랑..딸랑..
은은한 구리 방울소리와 함께 한 무리의 낙타 행렬이
낙조빛 속에 모습을 보였다.
누런 황무로 뒤덮인 낙타들은 제법 빠른 걸음으로 구릉을 타고 올라섰다.
수만의 군웅들은 잔뜩 긴장된 표정으로 이를 주시하고 있었다.
잠시 후,
경공으로 뒤따르던 일백의 라마승들이 장내에 들어서며 좌우로 도열해 섰다.
그들은 형형한 안광을 발하며 세마리의 황금빛 낙타가 장내에 들어 서기를 기다렸다.
이어 앞선 두마리의 황금빛 낙타가 들어섰다.
군웅들의 시선은 디들 낙타 등에 탄 일남일녀로 시선을 모았다.
일순, 장내에서 나직한 감탄사가 연발해 터졌다
. 좌측 낙타 등에 탄 금발의 미소녀,
그녀의 황금빛 모발은 치렁치렁 허리까지 늘어졌다
. 자의 아래 드러난 피부는 유난히 희어서 마치 백옥을 방불케 했다
. 하나 무엇보다도 군웅들의 아찔한 경악은 그녀의 환상적인 미모에 있었다.
푸르른 벽안의 신비롭기만 한 그녀의 아름다운 옥용은
도저히 인간의 여인 같지가 않았다.
만상의 모든 빛을 퇴색시키고,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의 기력을 쇠잔케 하는 마력의 미안..
그녀의 눈길에 접한 군웅들은 그만 얼어붙고 말았다.
너무도 아름답기에 요기마저 흐르는 그녀의 옥용에
삼혼칠백마저 제압당하고 말았다.
심기가 약한 자들은 새하얗게 질린 채 경기마저 일으켰다.
스스로 중원제일의 미녀임을 자부하는 옥봉 사옥교는
불같은 질투에 옥수를 불끈 쥐었다.
(저것은 사람이 아니다. 불여우가 둔갑한 것이다.)
그녀는 애써 고개를 돌렸다.
일순, 그녀는 담화린의 표정을 보게 되었다.
항상 온하한 기색으로 좀처럼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담화린마저
금발의 미소녀에게 넋을 잃고 있었다.
(담화린도...?)
그녀는 이 때만큼 자신이 초라한 존재임을 느낀 적은 처음이었다.
한데, 그녀는 담화린의 두 눈에서 강렬한 빛을 간파하게 되었다.
그 안광은 그녀가 일찌기 접해 보지못한 섬뜩한 빛이었다.
(그토록 온유하기만 한 담공자가..?)
사옥교는 마치 다른 사람은 대하고 있는 듯한 착각 속에서
오싹한 전율마저 느꼈다.
이때,
담화린은 퍼뜩 사옥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그녀의 놀란 표정을 오판했다.
"옥교, 나의 실책을 용서 하시오.
하지만 저 이방의 여인보다는 옥교가 훨씬 아름답소.
그녀의 모두는 인공적으로 가꾸어 진 것이오.
옥교만큼의 자연스런 미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소."
그의 온후한 미소에 사옥교는 잠시 전의 의혹을 씻은 듯이 잊어 버렸다
그가 어떠한 인물이냐는 것은 그녀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녀는 다만 천하제일의 미공자인 담화린이
자신만을 사랑해 주는 것으로 만족했다.
금발의 미소녀는 군웅들의 시선이 짜증스러운 듯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우측 낙타에 있던 금발의 미청년이 낭랑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중원에 인물이 많다고는 하나
동생 사라의 시선을 끌만한 인물은 없는 것같군."
이 오만한 언사의 주인공은 화려한 채의를 걸쳐 입고 있었다.
그의 준미한 용모 또한 절세적이었다
콧날은 곧았고 은은한 갈색의 눈망울이 그의 용모를 한결 돋보여 주었다.
금발벽안의 미소녀 사라는 피식 실소를 터뜨렸다.
"아목함, 시뻘겋게 충혈된 저들의 눈은 꼭 동물의 눈 같아요."
이들 남매의 지독한 독설에 군웅들은 비로소 그녀의 마력에서 벗어났다.
두 남매는 낙타에서 내려 도열한 라마승들의 선두에 섰다.
이어, 장대한 황금 낙타가 라마승들의 도열 사이로 들어섰다
"보승법래...대법왕을 뵈오이다."
라마승들은 우렁차게 오체복지 했다.
두 남매만은 단정히 무릎을 끓을 뿐이었다.
딸랑...딸랑...
장대한 체구의 네 노라마는 낙타 뒤를 따랐다.
그들은 맨발이었는데 거의 허공에 떠서 걷다시피 했다.
그들의 전신에서 뻗치는 기도는 검날처럼 예리했다.
황금 낙타 위에는 한 채의 자그마한 교자가 올려져 있었다.
황금빛 낙타는 라마승들의 도열 중간에서 걸음을 멈췄다.
오체복지한 라마승들은 감히 고개를 들수 없는 듯 여전히 이마를 바닥에 대고 있었다.
이때, 금발의 두 남매가 군웅들의 앞으로 다가섰다
"중원무림의 대표자는 나오시오."
아목함은 두자 길이의 녹옥장를 양손으로 쥐며 외쳤다.
백도군웅들은 좌우로 비켜섰다.
이곳에서 배분이 가장 높은 몰골에 절로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중원에는 이렇게 사람이 없소?"
취몽성수는 철호로를 기울어 한모금 들이키고는 날카롭게 반박했다.
"너희 서역에서는 면상만 반반하면 대표자로 선정되느냐?"
아목함은 할말이 없었다
. 늙은 생강이 맵구나.. 흡, 그러고 보니 이늙은이가 천결신의 취몽성수로군..
그리고 이 노니는 보타성니겠고...
중원무림계에 해박한 지식을 지니고 있는 그는
대번에 두 노기인의 신분을 간파해 냈다.
취몽성수는 사라의 절륜한 미모를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았다.
"얘야, 너는 정말 예쁘구나...! 네 이름이 무엇이냐?"
"사라!"
사라는 야멸차게 대꾸했다. 취몽성수는 나직이 혀를 찼다.
"쯧쯧..네 운명이 조금 기구하구나
. 하나 내게 서역산 미주를 한 병 선물한다면 그 해결책을 가르쳐 주겠다."
"흥, 당신의 운명은 참으로 기구하지만 그 해결책은 없어요.:
사라는 냉소를 치며 표독스레 반박했다.
아목함은 갈안을 번득였다.
"나는 농담을 하기 위해 수천리 길을 온 것이 아니오."
보타성니는 뭐라 나서려는 취몽성수를 막으며 대꾸했다.
"우리도 똑같이 먼길을 왔네. 한데 대밀종천에서는 누가 나설 것인가?"
"가사께서 친히 나설 것이오
. 감히 대밀종천에 잠입해와 본 천의 진산지보인 범천패엽진경을 훔쳐 간
중원의 악도를 살려 둘 수 없소."
아목함은 싸늘하게 대답했다.
"가사는 어떤 고인이신가?"
"그것은 당사자인 용비운만이 알 자격이 있소."
"대결에는 참관인이 필요없는가?"
그녀의 물음에 아목함은 황금 낙타 위의 교자 쪽으로 약간 고개를 돌렸다.
잠시 후,
그는 보타성니를 응시하고 말했다.
"가사께서는 정당한 대결임을 증명할 두 명의 참관인을 허락하셨소.
하나 어떠한 경우에도 나서서는 안된다는 것이오.
우리 쪽 참관인은 나와 사라가 담담하겠소."
"알겠네."
아목함은 가는 검미를 살짝 치켜 올리며 차갑게 물었다.
"한데 중원의 악도 용비운은 왜 여태 오지 않는 것이오?
만일 저해가 질 때까지 나타나지 않는다면
대밀종천과 중원의 대전쟁이 발발할 것이오."
한데 이 순간, 훠리리리리리링-
허궁에서 한 줄기 금광이 커다란 호선을 그리며 하강하는 것이 아닌가?
금광은 바닥까지 이르고 다시 허공으로 상승해 올랐다.
이어 금선을 타고 하나의 인영이 표표히 날아왔다.
"하하하... 어느 누가 나 용비운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하는가?"
선회하는 금마선을 밟으며 장내로 날아드는 금의청년,
군웅들은 그의 멋진 출현에 일제히 환호성을 일으켰다.
"와아아아-용비운 대협이다.-"
"오오...강호일정-"
"무영금마선 용비운 대협이 왔다."
용비운은 허공에서 한바퀴 선회해 금마선을 검어 쥐며 내려섰다.
"자네...왔는가?"
취몽성수는 다소 굳은 안색으로 그를 맞이했다
. 용비운은 그와 같은 배분으로 상대했다.
"하하.. 노형도 오섰군요?"
취몽성수는 그의 전신에 서린 후광에서 희망적인 기대를 걸 수 있었다.
"자네...많이 변했군?"
"일일신하고 우일신이라.
용은 그 변화가 무쌍하고,
하늘에 흐르는 비운 또한 변하지 않을 때가 없습니다."
용비운은 여유있게 웃으며 문자까지 읊조렸다.
보타성니는 그의 출현 때부터 그를 직시하고 있었다
. (과연 천하의 기재이다. 소문과는 달리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이군.
이러한 기상의 인물이라면 용비운밖에 없다.
잠시 그를 의심한 내가 부끄럽군.)
한편, 엽완란은 군웅들 속에 섞여 그를 응시하며 가슴을 두근거리고 있었다
. (아. 용공자...!
다소 초췌해 보이기는 했지만 훨씬 뛰어나진 기품이 느껴진다.
분명 용공자야.강호일정 용비운 공자.)
그녀는 그에게로 뛰어나가고 싶었다.
이 재회의 기쁨을 그와 같이 나누고 싶었다.
이때, 엽천상이 그녀의 동요된 가슴을 진정시켜 주었다.
"란아야, 용대협은 지금 대전을 앞두고 있다.
이 숙부는 네가 그 앞에 나타나 그의 마음을 동요시키는
미련한 짓은 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
엽완란은 장미빚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렇기는 하지만.만일 용공자께서 패하실 경우 다시는 대면할 수 없는데..)
그는 자신이 왜 그렇게 그의 안위를 우려하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이 순간, 낙타 위에 올려져 있던 화려한 황금 교자가 천각봉 위로 치솟아 올랐다.
운무 속으로 단숨에 올라서는 경이적인 비상...
군웅들은 그 교자 안의 인물의 경공만으로도 주눅이 들었다.
이어 용비운이 맑은 기합과 함께 비상해 올랐다.
수직 상승의 비행술 태허충소..
쐐애애애애액-
바람을 가르며 운무 속으로 사라지는 그의 비행술에
백도의 군웅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렸다.
"와아아아-"
용비운은 벼랑을 차고 다시 봉 위로 솟아 오르며 내심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하하.. 내가 무림계의 영웅이 되었군..
친구..자네는 내게 감사해야 할 것이네.)
군웅들은 그들의 격전을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었다.
이러한 희대의 격전은 평생을 두고 떠들어 댈 이야기거리였으니..
엽완란은 손을 모으며 용비운의 승전을 기원했다
. (용공자 부디 살아 내려오셔야 해요..)
희비연은 애간장이 타는 듯 한단지의 술을 앞에 놓고 앉았다.
(용공자, 반드시 이겨야 해요, 그렇지 못하면 나는 평생 시집 못가게 될 거예요.)
담화린은 팔짱을 낀 채 흥미로운 눈빛으로 봉우리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사옥교는 힐끗 그의 표정을 살폈다.
그의 눈빛은 온유했고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가 서려 있을 뿐이었다.
잠시 전에 보였던 섬뜩함을 전혀 찾아볼수 없었다
. (내가 잠시 착각한 것이군.)
그녀는 이제 더 이상 담화린을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
운무 속의 천각봉 정상,
한여름인데도 불구하고 동편 벼랑에서는 세찬 한풍이 불어왔다.
다소 평평한 정봉은 동편 벼랑에서부터 비스듬한 경사를 이루며
십장 넓이의 공지로 이루어져 있었다.
네 명의 참관인은 공지의 사방에 섰고
중앙에는 용비운과 황금 교자가 대치해 있었다.
(감히 사부님과 대결할 인물이 겨우 약관의 청년이었다니..
본 천의 원수만 아니라면 교제해 보고 싶은 인물이었는데...)
이때, 황금 교자의 주렴이 일제히 걷혀졌다.
교자 안에는 한 명의 노라마가 단정히 앉아 있었다.
황금빛 가사에 비해 몰골은 형편없이 여위어 있었기에
마치 황금의를 입은 해골을 방불케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는 장님인 듯 눈까풀은 닫혀져 있었다.
용비운은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금마선을 펼쳐 들었다.
황금가사 의 노라마는 황금 염주를 굴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용비운, 너의 몸에서 풍기는 기도는 확실히 뛰어나다.
충분히 노납과 겨룰 만하다."
"당신은 누구요?"
"노납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노납은 다만 본 천의 명예를 땅에 떨어뜨린 너를 징계하기 위해 나섰을 뿐이다."
용비운은 그의 잔잔한 음성 한마디 한마디에 경맥이 진탕되는 고통마저 느꼈다.
"하지만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야 겨룰 기분이 나는 것이 아니겠소?"
노라마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정 알고 싶다면 가르쳐 주겠다.
사실 네가 미리 겁을 먹을까 우려하여 노납의 신분을 말하지 않은 것이다."
용비운은 낭랑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당신이 과거 변황제일인이었던 변황천불 범패륵이라도 된단말이오?"
"제대로 맞추었다. 노납이 바로 변황천불 범패륵이다."
용비운은 일순 가슴을 치는 충격에 할말을 잃었다.
참관인으로 지켜섰던 보타성니와 취몽성수 역시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도저히 이 대결을 이대로 진행시킬 수가 없었다.
용비운이 아무리 중원제일의가 후기지수요 천하의 기재라 하지만
과거 일백 년전에 천하최강으로 불리웠던 변황천불 범패륵을
감당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 승패는 너무도 뺀할 일,
"변황천불.. 불존의 자비를 .."
보타성니는 황금교자 앞으로 뛰어 들었다.
하나, 그녀는 범패륵의 좌수가 움직이는 순간 주르르 밀려나고 말았다.
"그대가 보타성니인가?. 어찌 약속을 어기려 하는가?
참관인들은 어느 경우에도 관여하지 않기로 하지 않았는가?"
"변황천불, 차라리 노니가 생대해 드리겠소."
이때,
용비운이 그녀를 막아섰다.
"성니의 온정은 감격하오만 본인의 대결에 나서지 마시오."
보타성니는 합장했다.
"용시주, 천하의 그 누구도 변황천불을 상대할 수 없네.
자네의 죽음은 중원의 커다란 손실이네."
"노니께서는 왜 이처럼 본인의 생사를 중시하시오?"
"무림대의를 위해서이며..또 노니의 제자를 위해서이지."
용비운은 검미를 살짝 치켜 올렸다.
"노니의 제자라니요?"
"엽완란이 바로 노니의 제자일세.
무림계에서 비봉 비파섬수로 불리우고 있지."
"예에...? 엽소저가 성니의제자..?
용비운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의 가슴 속에 다시금 하나의 청초미려한 영상이 피어 올랐다.
하나, 그는 고개를 저어 그녀의 영상을 지웠다.
"성니, 본인이 죽는다는 것은 장담할 수는 없는 일이오
. 설사 죽는다 해도 과거 변황제일인으로 불리웠던 변황천불의 손에 죽는 것이니
본인의 죽음이 결코 욕되지는 않을 것이오."
"용시주..."
"만일 본일이 죽는다면 엽소저에게 이렇게 전해 주시오
진정으로 사랑하였다고."
"아미타불.. 아미타불..
보타성니는 그의 결연한 표정에 더 이상 참견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취몽성수 옆으로 물러선 채 침통하게 뇌까렸다.
"용시주와 같은 중원의 아들이 죽어야만 하다니..."
취몽성수는 상심을 달래기 위해 연신 철호로를 기울였다.
"성니, 우리는 너무 오래 산것 같소.
그렇지 않았으면 이런 비분한 광경을 보지 않았을 것을."
이때, 용비운은 금마선을 펼쳐들며 외쳤다.
"변황천불, 조심하시오."
그는 공공태허보로 다가서며 신형을 빙글 돌렸다.
슈슈슈슈...
무수히 치솟는 천마금강환,
천마금강심공을 구성의 경지에까지 연성한 그는
천마금강환을 연속적으로 펼쳐낼 수 있었던 것이다.
범패륵은 여전히 황금교자에 단정히 앉은 채 우수만 치켜 올렸다.
"범환적멸-"
아...
소리없이 펴지는 자색 기류,
그 두터운 강막에 수십 개의 천마금강환은 모조리 퉁겨 나갔다.
퍼퍼퍼퍼퍼퍼펑-
이따른 폭음과 함께 광폭한 경기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 용비운은 어이없이 부산되는 광경에 전율마저 일었다.
(이럴수가... 천마금강환을 막아내다니..)
범패륵은 우수만을 가볍게 휘저었다.
그의 눈은 감겨 있으되 심안은 열려 있어
용비운의 위치를 정확히 간파해 냈다.
"대자천수!"
하늘을 가득히 뒤덮는 일천 개의 수영...
천수의 공세는 제각기 다른 각도와 다른 초식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파...르르르를..용비운은 전신이 아득해 왔다.
사위는 온통 자색으로 가득했고
노성과 광풍이 그의 전신을 휘감아 들었다.
용비운은 금마선을 힘껏 펼치며 천덕영...
천수의 공세는 제각기 다른 각도와 다른 초식잔금마선법을 전개했다.
"탄자사식-
촤르르르르르..
금마선은 헤아릴 수 없는 환영을 일으키며 막강한 반탄력을 형성해냈다.
콰-콰쾅-
경천의 굉음이 터지며 바닥의 암토가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다
. (으윽.과연 변황제일인다운 무공이군.)
용비운은 경맥이 진탕되는 고통 속에서도 강한 호승지심을 느꼈다.
"기자사식-"
그는 천단금마선법과 함께 범천신수를 동시에 전개해 갔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천신의 분노와 같은 맹렬한 공세를 뻗어 냈다
. 휘몰아치는 광풍, 폭풍에 네 참관인들은 그저 경악할 따름이었다.
(과연 용비운이로다.
일백 년 전의 변황제일인을 상대로 십여 초 이상을 버틸 수 있다니..
(용비운의 무학은 결코 우리 아래가 아니다.).
격돌은 이십여 초를 넘기고 있었다.
굉음과 폭음, 광란하는 잠력과 소용돌이 치는 경풍.
천각봉 정상은 금시라도 무너져 내릴 듯 진동되었다.
두 초강고수들의 격돌은 광휘와 돌풍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용비운은 힘찬 기합성과 범패륵의 무거운 음성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천번지복의 대결은 어느 덧 삼십 초를 넘기고 있었다.
용비운은 초조해졌다.
오로지 우수 하나 만으로 자신을 상대하는 범패륵에 대해 두려움마저 일었다.
(이대로 패할 수는 없다.!)
그는 단 일초의 격돌에 승부를 걸었다.
그는 전신의 공력을 쌍장으로 운집했다.
우우우...우웅...
그의 전신에 서린 금빛의 천마금강진기가
엄청난 광휘를 발하며 폭출해 올랐다.
범패륵은 용비운의 최후의 공세를 간파한 듯
우수를 꼿꼿이 세워 가슴에 대었다.
그의 우수가 자색으로 물들며 무섭게 팽창되어 갔다.
밀종 무학의 정수인 범황대수천인...
아목함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끝장이 나겠군.)
반면, 사라는 어두운 안색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죽음이 너무도 애석하게 생각되었다
.(진정 훌륭한 인재가 스러지는구나. 저것을 막을 수만 있다면..)
이 순간, 용비운은 혼신의 천마금강진기를 남김없이 쏟아 부었다.
"천마무흔잠인-"
소리없이 흐르는 금빛의 광휘.범패륵은 우수를 죽 내뻗었다.
"범황대수천인-"
콰-르르르..릉...
아아..
하늘과 땅을 뒤덮는 급류와 자류..
섬광의 교차 속에 가공할 공력의 총돌이 천각봉마저 불괴시켰다.
꽈-꽈-꽈-
하늘이 다시 열리는가?
대지가 폭발해 오르는가?
엄청난 기류의 난무 속에 용비운의 처절한 단말마가 터져 나왔다.
"아아악-"
앞가슴에 거대한 자색 장인이 찍힌 용비운..
그는 시뻘건 선혈을 토하며 벼랑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용시주-"
"노제-"
보타성니와 취몽성수는 새하얗게 질린 채 벼랑으로 달려갔다.
하나, 벼랑 아래는 운무만이 가득할 뿐
용비운의 모습은 어느 곳에도 보이지 않았다.
보타성니는 떨리는 손으로 합장하여 눈시울을 붉혔다.
"시주...용시주..."
취몽성수는 보배처럼 아끼는 철호로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노제... 한가닥 생명만이라도 붙어 있다면 이 우형이 살리려 했건만.."
"그의 졸린 눈은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그들은 애통함에 젖어 한참 동안이나 벼랑을 떠나지 못했다
. 이윽고, 그들은 범패륵 앞에 이르렀다.
"변황천불! 당신은 중원의 인재를 사라지게 한 죄과를 받게 될 것이오."
범패륵은 침중한 기색으로 대꾸했다.
"노납 역시 한명의 출중한 인재를 요절시킨 사실을 괴로와 한다.
하나..이것은 그 스스로 초래한 일이다.
어쨌든.."
그는 보리수 염주를 굴리며 말을 이었다.
"노납은 현 중원 무림의 상황이 급박함을 알기에
더 이상 중원을 위협하지 않으리라.
너희 중원의 훌륭한 아들을 앗아 간 노납이기에
당분간 중원을 핍박하지 않겠다. "
"용비운의 죽음이 오히려 중원의 의기를 높일 수도 있오.
그렇게 된다면 대밀종천은 무사하지 못할 것이오."
취몽성수와 보타성니는 비통에 휩싸여 봉우리 아래로 내려섰다.
한데 이때,
범패륵은 가슴을 움켜쥐며 울컥 선혈을 토해냈다.
아목함과 사라는 대경실색하여 그에게로 다가섰다
. 그들은 믿기지가 않았다.
천하에 그의 사부를 부상시킬 인물이 존재할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사부님 괜찮으십니까?"
범패륵은 손을 저어 보리수 열매 주렴을 내렸다.
"그의 무학은 하나같이 전륜했다..
만일 그가 어느 한가지를 십이성 대성했다면
노납은 그와 양패구상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황금교자가 둥실 떠올랐다.
"특히 그의 마지막 무공은 가공할 마공이었다.
그가 노납의 범천강기를 격파할 줄이야
허허..노납도 이제 늙었군한낱 어린애에게 부상을 당하다니.."
황금빛 교자와 함께 사라와 아목함도 정봉아래로 사라졌다.
벼랑, 한풍이 휘몰아쳐 오르는 벼랑가에 한 명의 백의소녀가 망연히 서 있다.
탐스런 모발이 강풍에 나부끼고 섬세한 옥용에 옥루가 흐른다.
"용공자..당신은 정말로 죽었단 말인가요?"
소녀는 다름아닌 엽완란..
서로의 감정을 단 한번도 털어 놓지 못한 채 사별하는
기막힌 상황에 이른 그녀는
그만 무너지듯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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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잘봅니다
잘봅니다..^^
감사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