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 하나의 물건과 오래 마주하는 생활
어떤 물건이라도 사용하는 동안에 소모되는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닳는 부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부분만 제대로 고치면 계속 쓸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건을 소중히 하는 절에서는 수선이 기본 중위 기본입니다.
에이헤이지의 승려들은 날짜에 4와 9가 들어간 날(사구일)을 소지품을 정리하는 날로 정하여 해진 옷 등을 수선하기도 합니다. 이것을 ‘시쿠니치四九日, しくにち’라고 합니다. 일반 가정에서도 이렇게 시쿠니치를 정하여 정기적으로 집이나 소지품을 수선하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요? 물론 최근에는 같은 물건이나 비슷한 물건이 항간에 넘쳐 나 대부분의 물건을 대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떤 물건이 깨졌다고 해도 그것을 고쳐 쓰기보다 새로 사는 게 더 편리하고 저렴한 경우가 많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생활을 계속하다 보면 물건뿐만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도 그렇게 되어 버립니다. 언젠가는 마음이 지쳐 버리겠지요.
물건에도 생명이 있습니다. 물건을 소중히 다루고 고쳐 쓰다 보면 물건을 대하는 방식과 더불어 사람을 대하는 방식도 변하게 됩니다. 무조건 새것만 찾기보다 하나의 물건과 오래 마주하는 생활을 지속한다면,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도 소중히 대하게 됩니다. 물건의 터진 곳을 고쳐 쓰는 것처럼 타인과의 엇갈린 인연도 회복시켜 갈 수 잇을 것입니다.
금이 간 도기는 전문점에서 금이나 은을 이용하여 아름답게 되살릴 수 있습니다. 냄비나 주전자는 오래 쓰면 뚜껑이나 손잡이가 헐거워지기 쉽습니다. 종종 나사를 조여주세요.
마음에 드는 것일수록 빨리 닳는 법이지만 구멍 난 옷도 두 벌을 잇고 기워 한 벌의 새 옷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습니다.
만약 물건을 원래대로 수선할 수 없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곳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길을 찾아 주세요. 물이 새는 나무통도 화분의 용도라면 아직 쓸 만할지도 모릅니다. 못쓰게 된 빗자루도 두 개를 모으며 죽마竹馬*를 마늘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새것만 추구한다면 번뇌로 가득 차 자유를 잃어버린 인생이 되고 말 것입니다. 한정된 것 안에서 풍부한 발상을 즐기는 사람이야말로 마음의 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으신가요?
*죽마竹馬는 아이들이 말놀음질을 할 때 걸터탄 채 끌고 다니는 대막대기.
마츠모토 게이스케 지음/복창교 옮김
「청소 시작」 중에서
종진 옮겨 적고 두 손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