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숲의 정령 호랑이를 대신할 자는 누구인가!
무대 위에는
마린과 코코로가 올라와 첼로 연주를 시작했다. 비발디의〈첼로 협주곡〉이었다.
“나도 첼로를 배우고 싶다.”
무대에서 연주하는 마린과 코코로를 보고 한 어린이가 말했다.
“첼로 연주는 마음에 평화를 주는 것 같아.”
“맞아.”
다음 곡이 연주되자
대한민국에서 온 불갑산 호랑이가 부채를 들고 나와 외줄 타기를 시작했다.
외줄 타기는 사람들도 하기 힘든 데 호랑이가 외줄 타기를 한다는 것도 어린이들 호기심을 자극했다.
연주를 마친
마린과 코코로가 무대를 내려갔다.
마지막으로
불갑산 호랑이도 무대에서 내려가자 쟌이 마이크를 들고 무대로 올라왔다.
“여러분!
재미있었어요?”
“네!”
“이번에는
호랑이를 대신할 동물 오디션이 시작됩니다.
여러분도
어떤 동물이 호랑이를 대신해서 새롭게 12 지신 상이 되어야 하는지 선택해 보세요.”
“네!”
“황소를 대신할 새로운 12 지신 상으로 선정된 동물을 발표하겠습니다.”
쟌은 손에 들고 있던 봉투를 열었다.
“누가 될까?”
“낙타가 될 거야.”
“아니야.
코뿔소가 될 거야.”
많은 어린이들은
자신이 투표한 동물이 새로운 12 지신 상으로 선정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쟌은 마이크를 들고
“황소를 대신할
새로운 12 지신 상은 바로 낙타입니다.”
“와!
낙타가 되었다.”
전 세계의 모든 어린이들이 황소를 대신해서 새로운 시대 12 지신 상으로 낙타를 선정했다.
낙타는 세계 곳곳에 사는 어린이들에게 압도적인 표를 얻었다.
어린 하마가 울자
낙타는 꼭 안아주며 위로했다.
어린이들도 어린 하마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낙타는
다시 사막으로 돌아가면 전갈에게 할 이야기가 생겼다.
“여러분!
지금부터 호랑이를 대신할 후보들의 동물 인터뷰를 시작하겠습니다.”
하고 쟌이 말하자 호랑이를 대신할 동물들이 무대로 올라왔다.
빨간 모자를 쓰고 검정 고무신을 신은 사자가 자리에 앉았다.
그 뒤로 노란 넥타이와 코에 하얀 토시를 한 코끼리가 올라왔다.
“코끼리 패션이 멋지다!”
“정말!”
어린이들이 코끼리를 보고 소곤거렸다.
마지막으로
노란 골프용 모자를 쓰고 우산을 든 하이에나가 올라왔다.
그 뒤로
심사위원과 심사위원장이 무대에 올라와 심사위원 자리에 앉고 오디션이 시작되었다.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는가요?”
봉황은 사자에게 물었다.
“저는 날카로운 발톱을 가지고
들판의 동물들의 등에 올라타는 것을 잘합니다.
또
물구나무서서 걷는 것을 잘합니다.”
“날카로운 발톱을 보여 줄 수 있나요?”
스핑크스가 말하자
“날카로운 발톱을 보여주면 어린이들이 무서워할 텐데요?”
“괜찮아요.”
하고 스핑크스가 대답하자
사자는 숨겨둔 발톱을 길게 내밀었다.
“발톱이 저렇게 크다니!”
“정말 무섭다.”
날카로운 사자 발톱을 본 어린이들은 무서웠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사자 발톱을 보고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그동안 잡아먹은 동물 중에서 어떤 고기가 제일 맛있었어요?”
켄타우로스가 사자에게 물었다.
“사슴과 멧돼지 고기가 제일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람 고기도 맛있었습니다.”
“사람을 잡아먹었다니!”
“무섭다!”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장에서 인터뷰를 듣고 있던 어린이들은 사자가 무서웠다.
“물론!
죽은 시체였습니다.”
“그럼 앞으로 먹을 게 없으면 사람도 잡아먹을 건가요?”
봉황이 다시 물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들판에서 동물을 잡아먹는 게 무척 어렵습니다.
일주일을 넘게 굶은 적도 있습니다.”
사자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리에 앉았다.
“코끼리가 호랑이를 대신할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켄타우로스가 코끼리에게 물었다.
“사자나 호랑이가 숲을 지키지 않으면 아마도 생태계 파괴는 더 빨라질 겁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12 지신 상으로 호랑이가 존재할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인간과 자연, 그리고 동물이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코끼리는 인간에게 가장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코끼리는 심사위원들을 번갈아 보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봉황이 코끼리에게 물었다.
“우선
긴 코를 이용해서 과일을 딸 수 있습니다.
농촌에 일꾼이 모자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두 발로 서서
긴 코를 이용하면 높이 있는 과일도 쉽게 딸 수 있습니다.
또
무거운 짐을 옮길 수도 있습니다.”
코끼리는 자신의 장점을 자세히 심사위원들에게 말했다.
“또 인간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게 있을까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코끼리는 어떤 환경에서도 잘 이겨내는 능력이 있습니다.
인간들이 훈련만 잘 시킨다면
동물만 잡아먹고 잠만 자는 호랑이보다 더 많은 도움을 인간에게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끼리 이야기를 듣던 불갑산 호랑이는 무대 아래 앉아있으면서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숲에 호랑이가 없으면
농부들이 열심히 가꾼 식량을 멧돼지나 노루들이 와서 먹고 가는 것도 모르는 군.
그리고
나도 인간의 훈련을 통해 이렇게 외줄 타기 공연을 하는 데.”
불갑산 호랑이는 코끼리가 하는 말에 모두 동의하고 싶지 않았다.
그림 김은혜 계원예술고등학교 미술과
“호랑이가 멸종되면
결국 인간에게 피해가 더 많이 생길 텐데.”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코끼리의 오디션은 끝났다.
“하이에나는
왜 12 지신 상이 되고 싶은가요?”
봉황이 물었다.
“저는 숲에 사는 동물을 공격하거나 괴롭히지 않습니다.
주로 사자나 표범이 잡은 고기를 빼앗아 먹습니다.
그런 점에서
숲 속에 적이 없기 때문에 하이에나가 호랑이를 대신해서 12 지신 상이 되어야 합니다.”
“다른 동물이
온 힘을 다해서 잡은 동물을 빼앗아 먹는 것은 나쁜 행동이 아닌가요?”
켄타우로스가 하이에나에게 물었다.
“빼앗은 게 아니고 나눠 먹자고 한 행동입니다.”
“사자나 호랑이에게 물어보면 그렇게 대답할까요?”
스핑스크가 다시 물었다.
“그건 모르겠습니다.”
하이에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무엇인가 잘못 돼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호랑이를 대신할 동물들의 오디션이 끝났다.
그리고
무대에는 독수리 5형제 공연이 시작되었다.
노래 제목은〈우리 서로 손잡고 미래로 나아가자〉였다.
독수리 5형제는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숲 속 어디든 초청해주면 찾아가서 공연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태계가 파괴된 아마존 정글에 들어가 동물들을 위로하는 공연을 많이 하고 있다.
독수리 5형제 공연이 끝나자
마린과 코코로가 무대에 올라와 첼로 연주를 시작했다.
쇼팽의〈첼로 소나타 라르고〉였다.
심사위원들도 회의를 시작했다.
“이번에도 많은 표를 얻을 동물이 결정된 것 같습니다.”
봉황이 말했다.
“맞아요.
코끼리가 인간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핑크스가 말했다.
“하지만
동물의 왕이라고 하는 사자라는 우상에 대해서 어린이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르겠습니다.”
켄타우로스는 사자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
“어린이들이 생각하는 호랑이는 두렵고 무서운 절대적인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많은 숲에서 호랑이는 멸종돼가고 있습니다.
이번에 참가한 동물보다도
호랑이를 어린이들이 선택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케르베르스는 숲 속의 절대자로 군림하는 호랑이 인기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빅 데이터를 통해서 알았다.
심사위원 회의는 많은 이야기를 한 뒤 끝났다.
인간 중심주의가 가져온 생태계 파괴는 앞으로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