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보리(보살)행론 1-19 사유]
자비의 달인 보살의 길
사회에서 큰 대접을 못 받는 사람들과 자영업 종사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모 방송국에서 방영중인 「생활의 달인」은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수많은 분야의 고수들을 찾아서 취재하며 나레이션 형식으로 방송되는 다큐멘터리 프로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떠오른 생각이 달인의 원조는 조선시대 추사 김정희와 쌍벽을 이루는 서예가 한석봉의 어머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석봉과 떡장수 어머니의 대결' 이야기는 19세기말 이원명(李源命)이 지은 야담집인 동야휘집(東野彙輯)에 실려있는데, "한석봉의 어머니는 떡장수를 해서 한석봉을 글씨 공부를 10년간 시켰는데, 출가하여 공부하던 석봉은 3년 만에 모친이 보고 싶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모친은 호롱불을 끄고 자신은 떡을 썰고 석봉은 글씨를 쓰게 한다. 불을 켜 보니 모친의 떡은 보기 좋게 썰어져 있었으나 석봉의 글씨는 엉망이었다. 모친은 석봉을 야단쳐서 다시 산으로 보냈다. 결국 석봉은 남은 7년을 채워 공부해서 조선의 명필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요약구대 위에서 적 ·백색 공을 큐로 쳐서 각자의 점수를 겨루는 당구撞球는 남녀노소가 즐기는 레저 스포츠인데, 이 스포츠를 본인이 처음 배우며 빠져들 때 겪은 현상인데, 방에 누우면 천정이 요약구대로 보이고, 꿈속에서도 당구를 치며, 길 가는 사람들의 머리도 적 ·백색의 공 처럼 보였었다.
당구 입문자들이나 또래의 친구들도 같은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꿈속에서도 당구 치는 모습이 나타났던 이유는 자나 깨나 앉거나 서거나 오로지 당구 치는 생각만 했었기 때문이었다.
또 어떤 문제나 고민을 깊이 생각하다 잠이 들면 문득 꿈 속에서 그 답을 얻을 때가 있다.
현실과 꿈속이 같이 이어질 때, 이런 현상을 불교에서는 '몽중일여'라고 한다.
또 움직일 때나 조용히 앉아 있을 때가 같을 때는 '동정일여'라 하고, 잠을 잘 때나 깨어 있을 때가 같은 것을 '숙면일여'라 한다.
불자라면 이제 쾌락의 당구대를 벗어나고, 명예의 붓도 놓고 이웃을 위해 오매일여에 들 때이다. 생활의 달인을 뛰어 넘어 자나 깨나, 앉거나 서거나, 먹고 마실 때도 어떻게, 무엇으로 이웃을 도우며 살 것인지를 깊이 생각하며 실천하여 자비의 달인인 보살의 길로 향해 한 발 한 발 내딪을 때라고 생각 한다.
2564. 3. 13 종진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