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루한 삶과 저급한 판단
소악루 해발 90미터에 오르기도 힘든 호흡은
옛적 올랐던 가벼움이 절실히 그리워진다
달콤한 미각과 왕성한 식탐
이 몸을 감싸고 거머리처럼 흡착한다
혈관에서는 산소를 달라고 아우성이고
무릅관절은 천근만근 찰떡으로 붙어 비루한 삶을 탓 한다
식욕을 억제하고 식탐을 버리지 못하면 경사진 길도 못 걸을 판이고
곧 전원이 꺼질 세포가 아우성이다 끝나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고
끝날 때까지의 피로한 호흡과무게로 인한 괴로움이 더욱 고통이련가
이별의 슬픔보다 이별 후의 외로움과 쓸쓸함이 더 두려운 것처럼
고급적 달콤함으로 전쟁터 같은 삶을 잊고 있었다
지금 작정으로는 일주일 내리 굶을 생각이지만
수 시간 후 위 속의 거지들과 뇌 속의 간신들이
밥 달라고 조를 것이 뻔하다 못이기는 척
냉장고의 일용할 양식을 유효기간 핑계로
또는 실용주의의 저급한 판단으로
허기진 나를 달래기 힘들다
핵심
붉은 장미꽃을 보고
빨간색이라 했거늘
장미의 아름다움은
꽃대에 있는 가시 때문 이라는
너는 누구세요
저기를 보라해서
손이 가리키는
달을 보았더니
손 끝을 보라는
너는 누구세요
가슴을 보라 해서
가슴을 보았더니
마음을 보라는
당신은 핵심이네요
유토피아는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가
세상은 나보다 먼저 존재했다
내가 오기 전 존재했던 모두가
기득권을 주장했다
혁명을 하지 않는 이상
존재를 사멸시킬 수 없다
소리라도 질러 분개하던 몇 몇은 변절하여
깊숙한 기득권의 집합에 섞였다
변절한 그들은 부르조아를 숨기며
평등이념의 수호자라 횡설수설했다
돌아가라 탐욕의 이기주의에서
공정과 평등의 집합으로 가자
배고픈 자들에게 빵을 주겠다고 하던 존엄한 자는
제 배만 탐스럽게 만들어 저주의 심판이 내리리라
이웃을 사랑하자며 세상을 구하겠다는 선동가는
신도를 앞세워 왕처럼 군림하다가 배터지기 전에
통장의 돈은 첩에게 이체를 할 것이라고 누군가가 독백했다
유토피아는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인가
죽어서 천국에 간들 장담할 수 없다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는 생각에서 지우고
지금 이 순간 배부르고 행복해야 천국이다
오승영(시인)
1963년생, 충남 예산 출생, 문예사조 등단(1997년),現색동회 사무처장, 前강서문인협회회장, 강서문학상 수상, 한국신문학인상 수상, 눈솔상 수상, [그 나무에 남 모르는 아픔이 있다] 外 시집 5권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