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요리에서 술의 역사는 어림잡아도 4천년.
장구한 세월에 걸쳐 무르익은 빛깔과 향기는 깊고 그윽한
울림으로 남는다. 짜릿하고 따끈한 기운이 목젖을 타고 흐르면,
이제 중국 술 이야기가 시작된다.
중국 술 이야기
어림잡아도 4천5백여 종에 이르는 중국 술은 크게 백주(白酒), 황주(黃酒), 포도주(葡萄酒), 과주(果酒), 노주(露酒, 배합주), 맥주(麥酒), 약주(藥酒) 등으로 나뉜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백주와 황주다. 흔히 고량주나 배갈이라고 부르는 백주는 고량, 조, 수수 등의 원료를 누룩으로 발효시킨 후 증류한 것이다. 알코올 도수가 무려 50~60%나 되는 백주는 날씨가 추운 북방에서 많이 마셔왔다. 고량주의 고량은 술의 주원료를 지칭하는 말, 배갈은 백주를 뜻하는 백건아(白乾兒)의 중국식 발음이다. 곡식발효주인 황주는 찹쌀이나 수수 등을 원료로 누룩을 띄워 발효시켜 지게미를 걸러내는 술이다. 주로 따뜻한 남방에서 즐겨 찾는다.
오량액(五粮液)
오량액의 역사는 당대(唐代)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사천성 의빈시(宜賓市)에서 생산되는 것을 제일로 친다. 주액이 순정 투명하고 향기가 오래간다. 65% 알코올 함량에도 불구하고 맛이 부드러우며 감미롭다. 진품 오량액은 병뚜껑 봉인 종이에 새겨진 국화문양으로 알아본다.
죽엽청주(竹葉靑酒)
분주(汾酒)에 열 가지 한약재를 넣어 담근 명주다. 약재가 우러나 황록색을 띠며 분주 맛은 옅어지고 약재 향이 감돈다. 양조 명인들이 공산정권 수립 당시 대거 대만으로 이주해 중국 본토산보다 대만산을 더 높이 친다.
오가피주(五加皮酒)
고량주에 오가피, 당귀 등 20여 가지의 천연생약을 배합하여 오랜 기간 숙성시켜 만든 약미주. 맑은 적갈색을 띠고있으며 오가피와 한약재가 어우러져 맛과 향이 독특하다.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있는 술.
백년고독(百年孤獨)
강한 중국인의 소화력으로 중국 술이 되어버린 일본 술. 이름만큼이나 깊고 그윽한 맛은 다양한 계층과 기호를 만족시켜 폭넓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알코올 농도 38%의 비교적 순한 백주.
주귀주(酒鬼酒)
1970년대 중국 호남성 마왕퇴에서 2천여 년 전 서한나라 옛 무덤을 발굴하면서 세상에 알려진 술이다. 당시 1천여 점 진기 유물과 함께 출토된 고대 양조처방에 따라 현대인들이 탄생시킨 술. 몸을 보양하는 중국 전통 최고급 명주.
장수장락주(長壽長樂酒)
등소평이 애용하던 보약주. 한국의 모 재벌기업 회장이 5천만달러를 제시하며 비법을 사려했으나 거절당해 더 유명해진 중국 귀주성의 약주다. 녹용, 동충하초, 대항정 등이 주요 성분이며 비타민이 다량 함유되었고, 약리, 병리실험을 거쳐 독성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 증명된 보주.
소흥가반주(紹興加飯酒)
중국에서도 술 산지로 유명한 절강성, 소흥현의 지명에 따라 명명된 것으로 8대 명주의 하나이다. 황색 또는 암홍색의 황주로 4천년 역사를 자랑한다. 오래 숙성할수록 향기가 좋다. 14~16% 정도의 저 알코올 술. 사진은 항주의 명주인 금곡가반주.
이과두주(二鍋頭酒)
15년산. 두 번 고아 걸렀다고 하여 이과두주라 부른다. 중국인들은 이 술맛에서 고향을 느낀다고 할 만큼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있다. 보통 유리병에 담아 저렴하게 판매되는 것은 1~2년 숙성시킨 것. 오래 숙성시킬수록 깊고 그윽한 맛으로 탄생한다.
귀주마오타이주(貴州茅台酒)
백주 중에 가장 많이 알려진 술. 주은래가 이 술의 품질관리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고 닉슨 대통령이 반했으며 북한의 김일성이 응접실에 비치했다는 명주. 무려 8차례의 반복 증류와 3년의 저장을 거쳐 출고된다. 스카치위스키, 코냑과 함께 세계 3대 명주로 꼽힌다.

중국 술 알고 마시기
“술이 없으면 자리를 마련했다고 할 수 없다”는 중국 속담이 있을 만큼, 술은 중국 식문화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 제사, 명절, 손님접대, 축하연회 등의 자리에 술이 빠지는 법이 없다. 장구한 술의 역사 속에 흐르고 있는 중국의 주도 가운데 우리 것과 다른 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
1 중국요리에 꼭 올라오는 생선요리는 자리한 손님 중 지위가 가장 높은 사람 쪽으로 머리가 향하게 놓는다. 이때 상석에 앉은 손님은 ‘어두주(語頭酒)’라 하여 먼저 한 잔을 비워야 한다.
2 식사가 시작되면 주인이 손님들에게 돌아가면서 술을 권하는데 보통 첫 잔은 건배(乾杯; 잔을 완전히 비운다)한다. 또 상대방의 술잔에 술이 얼마가 남았든 첨잔하는 것이 예의다. 상대방이 술을 따라줄 때 연거푸 절해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하지만 검지와 중지로 탁자를 가볍게 두드리는 것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3 술 마실 때 부지런히 권하고, 혼자 잔을 들어 마시고 내려놓는 법이 없지만 술잔을 돌려가며 바꾸어 마시지는 않는다.
4 술을 못하는 경우에는 음료수 잔을 들어 상대방에게 술을 권해도 실례가 아니다. 상대방이 술잔을 들어 자신에게 권했을 경우에도 음료수를 마시는 것으로 화답을 해도 무방하다.
5 주의해야 할 말은 건배(乾杯). 중국에서 건배는 말 그대로 잔을 비우라는 뜻. 건배를 외치고 난 후 잔을 비우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다. ‘마시고 싶은 만큼 마십시다’ 라는 뜻으로는 수의(隨意:쑤이이)라는 말이 있다.
중국 술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
정통 중국요리 본가 향원
누룽지 탕으로 유명한 중식 레스토랑 ‘향원’에서도 중국 술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30년 동안 중국 술을 수집한 주인의 취미 덕분에 진기한 중국 술을 원없이 감상할 수 있다. 아쉬운 것은 그 많은 술병이 그림의 떡이라는 것. 밀폐형 유리로 굳게 닫힌 장식장 안에 갇혀 있다.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있는 잘 알려진 술은 맛볼 수 있지만 ‘그림의 떡’에 자꾸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중국요리 대가 이향방씨가 운영하는 만큼 정통안주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02-335-0010 삼겹살과 대만야채, 좌종당계 각각 2만~3만원, 소홍주(6백mL) 4만원, 죽엽청주(5백mL) 4만원, 오가피주(6백mL) 5만원, 공부가주(6백mL) 4만원 동교동로터리에서 연희입체교차로 방향으로 진행하다 수협 삼거리를 지나 왼쪽. |
양 꼬치구이 전문점 신강야자 숯에 구운 양 꼬치를 안주 삼아 먹는 고량주의 맛은 특별하다. 중국 서안 지방에서 우리네 떡볶이만큼 즐겨 먹는 꼬치구이를 중국식 양념인 쯔란에 살짝 굴려 구워준다. 생 양고기를 그대로 꼬치에 구워주는 중국과는 달리 미리 양념장에 재워뒀다 꼬치에 꿰어주므로 양고기 특유의 냄새를 전혀 느낄 수 없어 담백하다. 중국 술맛을 아는 술꾼(?)이 운영하는 곳인 만큼 아담한 가게 규모가 무색하리만치 다양한 중국 술을 구비하고 있다. 단골손님의 80~90%가 중국인이거나 중국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 편안한 분위기와 합리적인 가격이 장점.
02-363-2688 양 꼬치구이 7천원, 돼지고기 꼬치구이, 닭고기 꼬치구이 각 5천원, 오량액(5백mL) 12만원, 공부가주(5백mL) 2만5천원, 죽엽청주(5백mL) 2만원, 마오타이주(5백mL 1년산) 13만원, (2년산) 25만원, 오가피주(3백mL) 2만5천원 신촌현대백화점에서 신촌기차역 방향으로 가는 이면도로. 리리 케이크 맞은편 미스터피자와 안동 찜닭 사이 골목 안. 중국문화방 1층. |
개혁기 선술집 모습 그대로 드 마리독특한 컨셉트로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분위기에 취할 수 있는 술집이다. ‘드 마리’는 프랑스 조계지였던 1930년대의 상하이를 그리고 있다. 갑자기 불어온 서양문물에 동지나 해안에 위치한 한적한 어촌, 상하이는 술에 취한 듯 휘청거린다. 넓은 홀에는 서양과 동양이 부딪치며 내는 조용한 굉음이 운무처럼 깔려 있고, 두꺼운 빌로드 커튼이 드리워진 바는 소파에 씌워진 각기 다른 옷감만큼이나 묘한 매력으로 덮여 있다. 분위기와 술에 흠뻑 취하고 싶은 날 어울리는 술집이다.
02-512-0830 비풍사천 소고기 1만2천9백원, 클랩블랙빈 1만3천9백원 공부가주(5백mL) 3만원, 백년고독(5백mL) 9만6천원, 금문고량주(6백mL) 11만2천원, 항주 오가피주(3백mL) 3만원, 주귀주(5백40mL) 22만원 압구정 현대백화점 본점 맞은편 골목 안 로열빌딩 지하. |
중국 해장국
“한 잔에 온화한 표정, 두 잔에 공손한 말씨, 석 잔에 유유히 물러난다”는 잠언이 거듭 강조되고 있는 유가의 가르침 덕일까. 술 좋아하기로 유명한 중국인들이지만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모습이나 과음으로 괴로워하는 술버릇을 찾아보기란 어렵다. 때문에 해장국도 따로 없다. 가끔 과음을 할 경우 해장 음식으로는 우리나라의 신선로와 유사한 ‘불 냄비’를 끓이거나 흰죽을 묽게 끓여 먹는다. 아침 식사로도 애용되는 흰죽의 간은 짜게해서 먹기도 하고 달게해서 먹기도 하는데 해장으로 먹을 때는 짜게해서 계란을 풀어 끓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