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 29일, 월요일, Chaiten, Casa de Rita (오늘의 경비 US $41: 숙박료 6,000, 저녁 6,000, 인터넷 300, Pumalin 국립공원 왕복 버스 12,000, 환율 US $1 = 600 peso) 오늘도 이스라엘 여행객이 여러 명 새로 들어왔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존경심이 간다. 2,000여 년 동안 세계 각지에 헤어져 살다가 다시 모여서 2,000여 년 동안 안 쓰던 Hebrew어를 소생시켜서 쓰면서 이렇게 세계를 누비고 다니고 있다. 옛날 천여 년 전에 사방으로 뿔뿔이 헤어졌던 고구려 후손들이 다시 모여서 나라를 세우고 옛날에 쓰던 고구려 언어를 재생시켜 쓰면서 살고 있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얘기다. 이런 예는 세계 어느 민족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다. 세상에서 제일 우수한 민족이라는 자부심을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가질 만도 하다. 내일 이곳을 떠나서 Coyhaique로 가는 버스표를 사려고 버스 터미널로 갔다. 이스라엘 청년 두 명도 버스표를 사고 있었는데 학생증을 내보이며 할인을 요구하다가 거절당한다. 이곳에 오는 페리선은 학생 할인이 있는데 왜 없느냐고 따진다. 그러나 안 통한다. 배낭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특히 이스라엘 여행객들은) 값을 깎는 방법과 할인을 받는 방법을 많이 알고 있다. 학생증을 사용하는 방법도 하나이고 경로 할인을 (나의 경우) 받는 방법도 하나다. 잘 안 통하지만 밑져야 본전이니 해 보는 거다. 버스표를 사고 나니 막 떠나려하는 버스가 있어서 물어보니 Pumalin 국립공원에 갔다 오는 버스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가보고 싶던 곳인데 잘 되었다 싶어서 올라타고 버스 기사에게 숙소에 잠깐 들려달라고 부탁해서 나갈 준비도 안 되어있는 집사람을 끌어내어서 함께 올라탔다. 집사람이 급하게 준비하는 동안 고맙게도 버스 기사와 승객들은 아무 불평 없이 기다려주었다. 버스 기사에게 Pumalin 국립공원에 갔다가 몇 시에 돌아오느냐고 물어보니 오후에 돌아온단다. 공원에서 두어 시간 여유는 있겠으니 공원을 조금이나마 돌아볼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떠났다. Pumalin 국립공원은 Chaiten에서 68km 북쪽에 위치한 개인소유의 공원인데 좀 말썽이 있는 공원이다. 약 3,000 평방 km 크기의 공원인데 (경기도 크기의 약 3분의 1) 태평양 해안에서 아르헨티나 국경까지 칠레를 완전 관통해서 칠레를 남북으로 양분하는 공원이다. 이 공원의 소유주는 Dougals Tompkins라는 유대계 미국인인데 North Face, Esprit 등 유명 스포츠 옷 회사를 설립해서 부자가 된 사람이다. 거기서 나온 돈으로 이 땅을 오랜 시간을 걸려서 산 것인데 Tompkins의 말은 자연림을 보호하기 위해서 샀다고 하는데 칠레 사람들은 칠레를 양분하기 위한 목적, 이 공원의 지상과 지하자원을 착취하기 위한 목적, 제 2의 이스라엘을 세우기 위한 준비 작업 등의 국제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엉큼한 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유대인들이라 그런 의심을 받는 것인데 Tompkins의 진짜 의도가 자연림 보호라면 Tompkins에게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공원으로 가는 동안 비포장도로를 달렸는데 도로 양쪽은 나무로 빡빡 들어찬 원시림이다. 20인 승 버스인데 사람과 짐으로 꽉 들어찼다. 어디로 가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 공원 근처에 마을이 있는 모양이다. 거의 두 시간 달려서 공원에 도착하니 사람들은 급히 내려서 근처 선착장에 역시 막 도착한 조그만 배로 달려간다. 동시에 그 배에서 내린 사람들은 짐을 가지고 버스로 와서 탄다. 배에 탔던 손님과 버스에 탔던 손님이 자리를 바꾸는 셈이다. 버스 기사에게 언제 떠나느냐고 다시 물어보니 자기 소변을 보고 와서 금방 떠난단다. 두어 시간 쉬었다 가는 줄 알았는데 그렇게 빨리 떠나다니. 나중에 버스가 또 있느냐고 물으니 없단다. 공원 안에는 자고 갈 곳도 없단다. 할 수없이 다시 버스에 올라서 Chaiten으로 돌아왔다. 버스비가 12,000 peso나 (약 24,000원) 들었는데 조금 억울했다. 소득이라면 Pumalin 국립공원에 갔다 왔다고 할 수 있는 것뿐이다. 여행지도 이 지방 집집마다 있는 난방 겸 취사용 나무 때는 난로, 난로 위에는 항상 더운물이 있다 이곳에서도 칠레의 대표적인 음식 curanto를 먹었다 넓고 넓은 Pumalin 국립공원 안에 있는 바다 Pumalin 국립공원 공원으로 가는 길은 비포장도로다 잎이 거대한 식물 버스 안에서 앳된 엄마의 아기를 안아주고 있는 집사람, 엄마의 표정이 재미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