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 북한 백천교무구 버드내성당 - 심규용 신부 -

[청봉]

감히 가장 아름다운 제단이었다고 생각한다.

화려한 유럽의 성당도 서울대성당의 모자이크 제단도 이에 미치지 못하리라.

의도적 토착화든 가난으로 인한 궁여지책이든 성공회는 한옥성당이 대다수였다.

성당에서 가장 중요한 제단의 디자인은 예나 지금이나 공통된 고민이다.

이 밋밋한 한옥 벽면을 꾸미기 위해 나무벽을 통째로 디자인해서 세우고 같은 디자인으로 제대를 제작했다.

벽면과 제대에 붙인 장식은 마치 성인들을 형상화한듯한 느낌을 준다.

 어쩌면 한국 전역에서 발견되는 친숙한 보살상같은 형상이다.

놓인 화병과 성화로 추정되는 양쪽 그림을 볼때 꽤나 감각적인 사제나 신자였다는 생각이 든다.

달달외웠던 성공회 헌장과 법규 서문이 떠오른다.

 "다른 기독교 형제 교회들과 일치를 도모하면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바탕을 둔 한국인의 교회로 성장하고자 한다."

크고 화려한 예배당이나 성당만이 교회는 아니다.

조선의 역사와 문화에 바탕을 둔 조선인의 교회, 지역민의 순수한 신앙과 소박한 손길로 세워진 한옥과 제단이

오늘의 교회들에게 좌표를 묻고 있다.

1938년 5월 16일 북한 백천교무구 버드내성당 사진을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