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만들 때는 반드시 순기능과 역기능을 고려해야 한다. 순기능만 생각하고 역기능이 외면됐을 때 반드시 문제점이 나타난다. 요즘 온나라를 들썩거리게 하고 있는 쌀 직불금(쌀 소득보전직불금) 제도 역시 그 예외가 아니다. 입법과정에서 농지임대차 시장논리나 농촌농사 환경의 구조적 문제점을 외면한 채 단순하게 경작자 입장만 생각했던 탓이다.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인해 고통 받게 되는 경작농민들의 소득보전을 위해 시행된 쌀 직불금은 경작자에게만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다. 땅 주인을 무조건 직불금 수령 대상에서 분리시킨 것이다. 노동력 없는 농촌 현실의 불가피성을 고려할 때 법제의도와 한계가 애매하다.
우리 농촌을 돌아보면 농사환경은 붕괴된 지 오래다. 젊은 노동력은 거의 다 도시로 빠져나갔다. 노령 인구들만 남아 근근이 농토를 지키며 임대차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 게 대부분의 현실이다. 또 나이 드신 부모들은 농지의 소유권마저도 외지에 나가 있는 자식들 명의로 상속해 준 사례가 대부분이다.
아무리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떠들어도 농토를 상속받은 젊은 자식들이 도시 직장을 때려치우고 농촌으로 돌아와 늙은 아버지 대신 농사지을 세태 환경도 아니다. 때문에 이 경우라면 대리경작이 불가피한 현실이다. 대리농사 대가는 시장논리에 따라 농지에서 나오는 소득을 땅 주인과 협의한 비율대로 나눈다. 쌀 직불금도 소득으므로 임대차간 시장논리로 결정될 수밖에 없다.
만약 쌀 직불금 제도가 경자유전 원칙으로만 강제된다고 하면 그나마 위탁영농방법마저 없어질 것이고 농촌민심은 더욱 피폐화될 수밖에 없다. 또 부모로부터 상속받아 불가피하게 땅 주인이 된 이농(도시) 직장인들의 입장은 정부정책에 대한 불만과 갈등만 증폭될 뿐이다.
또 이대로 쌀 직불금이 법대로 경작인 몫으로만 강제화 될 때, 당장은 위탁영농인의 이익은 늘어날 수 있지만, 그 이익이 늘어난 만큼 농지를 임차하기 위한 경쟁 또한 비례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느 시점에 가면 땅주인에게도 자연히 직불금 못지않게 이득이 돌아가게 되는 것이 시장원리다. 그렇게 되면 경작자에게만 직불금을 지급한다는 당초의 법 취지는 무색해지고 마는 결과가 된다. 하나만 생각하고 둘은 살피지 못한 법의 잘못을 드러낸 꼴이다.
물론 옥석은 가려야 한다. 그러나 법도 이제 사회적 편견들을 재검토해야 하고, 임대차 경작이 불가피한 현실의 농촌 환경도 고려돼야 한다. 또 남의 농사를 대신한다는 것이 신분상의 종속관계를 의미하던 시대도 지났다. 농사를 대신하는 위탁영농업은 대부분 기업화됐다. 손익계산을 엄격하게 따지는 사업적 타산(打算)영농이다.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농가소득 보전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경자유전 원칙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손해 보는 것은 순수한 농민들뿐이다. 소득이 낮아져 농사지을 사람이 없으면 농지 값은 계속 떨어질 것이고, 또 팔지 않고 농지를 그대로 소유하면서 대리경작을 시킨다면 경자유전원칙을 어기는 범법자가 되니 말이다. 물론 땅주인이 투기꾼인 경우는 엄연히 다르다.
어쩔 수 없어 대리경작을 시킨 고령의 농민들이나, 또는 그 자식들이 ‘땅주인’이라는 이름 때문에 직불금을 받은 것이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어쩌지 못해 살고 있는 농촌 현실을 다시 한 번 조명해볼 일이다. 별것도 아닌 사안을 사회적 화두로 등장시켜 날마다 마녀사냥 식의 정쟁이나 일삼고 있는 일부 정치집단의 범법비리보다도 더한 잘못인가. 공천헌금, 정치헌금 수억, 수십억씩을 받아 챙긴 범법자들의 단죄마저도 비호하면서 그들의 정쟁 목표가 겨우 쌀 직불금인가.
툭하면 “친애하는 국민”타령만 늘어놓을 게 아니라, 입법권을 가진 국회는 국민에게 진실을 보여야 한다. 집권세력들이 나라의 정체성을 흔들어대고, 국가의 총수가 청와대 기밀에 해당하는 자료를 빼내가는 등 수치로 계산할 수 없는 불법비리를 정당한 것이라고 우겨대는 정치집단이라면, 불과 몇 십만 원, 몇 백만 원의 잘못된 직불금 죄과는 시비할 염치도, 자격도 없다. 국정조사를 실시한다니 민초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진실을 지켜볼 것이다.
첫댓글 이 글은 자유게시판에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자유는 자유아닌가요~~~!
자유게시판이니까....ㅠ.ㅠ;;;;
그럼 어따 올려야하나요?
매일 쌀밥을 먹지만 가끔은 자장면도 먹고 싶을 때가 있지요...
저는 신선합니다. 좋은하루되시길...
ㅋㅋ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