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라시아 친선특급열차'의 장도를 바라보며/이승률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이사장

[동포세계]

[기고] '유라시아 친선특급열차'의 장도를 바라보며
이승률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이사장 연변/평양과기대 대외부총장	통일로 가는 또 하나의 ‘꿈의 대로’가 열렸다. ‘유라시아 친선특급’이 한반도 통일과 평화의 메시지를 싣고 1만 4400km의 대장정에 오른 것이다. 참가자 250여명은 어제 7월 14일 서울역에서 발대식을 갖고 항공으로 블라디보스토크와 베이징으로 이동한 후 각각 ‘북선’과 ‘남선’으로 나뉘어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중국횡단철도(TCR), 몽골횡단철도(TMR)등을 이용해 러시아 이르쿠츠크에서 합류하여 모스크바, 폴란드 바르샤바를 거쳐 종착지인 독일 베를린까지 19박20일 동안 유라시아 철길을 횡단한다.
이 프로젝트는 외교부와 코레일에서 공동 주관하여 주변 국가들에게 한반도 통일에 대한 의지를 확인시켜주고 대륙철도 연결을 통해 광활한 대륙으로 나아가는 한국의 미래상을 홍보하고자 기획되었다.   ▲ '유라시아 친선특급' 노선 (자료=외교부, 코레일)   이러한 뜻 깊은 도전이 반가우면서도 매번 아쉬움이 남는 것은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 한반도를 통과하지 못하기에 늘 미완이라는 점 때문이다. 유라시아 대륙이 교통·물류·에너지망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경제권으로 발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때 가장 중요한 고리는, 유라시아를 관통하는 대륙철도망과 해양으로 나가는 양방향 관문인 한반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유라시아 국가들이 태평양으로 진출하고, 이와 동시에 동아시아 국가들이 대륙철도망(TCR, TSR, TMR, TKR)을 이용하여 유라시아 대륙과 연결되고자 할 때 가장 중요한 핵심지역으로 한반도를 지목하는 것은 곧 한반도가 지정학적으로 모든 연결망의 ‘시작과 끝’이라는 특별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한국뿐만 아니라 주변국가들 입장에서 볼 때 가장 중요한 또 하나의 연결고리는 곧 한반도의 반쪽인 북한이다. 북한이 연결될 때 비로소 ‘하나의 대륙, 평화의 대륙’을 완성할 수 있기에 북한을 우리의 건실한 파트너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는 명제가 늘 깔려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한반도의 동맥 역할을 할 경원선 복원 사업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새롭게 시작된다는 소식이 반갑게 다가온다. 1914년 7월 개통된 이래 6.25전쟁 기간에 끊어진 용산~원산을 잇는 223.7km의 경원선이 남측구간인 백마고지역에서 군사분계선까지(11.7km)의 복원공사가 다음 달 8월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 남북을 관통하는 3대 철도망 (국토교통부)   철길이야말로 남북한을 이어주는 실질적인 통로이지만 북한은 우리와의 철도 협력에 아직은 부정적인 듯하다. 이럴 때 우리가 먼저 대안(경원선 연결 및 금강산 관광 연계 사업)을 적극 제시하여 북한이 어느 정도 의지를 가지고 있는 사업인 ‘나진~핫산 프로젝트’를 실질적으로 추진해서 ‘남북러 협력’의 새 길을 열어가는 것이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중국 동북지역, 러시아 극동지역, 북한 북부지역이 연합하는 접경지역인 나선지역은 나진~러시아 핫산 간 철도뿐만 아니라 중국 동해 진출의 길목인 나진항, 중국 창지투(長吉圖) 지역을 잇는 훈춘~나진 물류벨트와 철도 및 고속도로 건설까지 ‘동북아 물류 대동맥’으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이때 중국, 몽골, 러시아의 철도(TCR, TMR, TSR)를 한반도 종단철도(TKR)와 연결하여 유라시아 광역권 교통망을 완성하는 것은 ‘유라시아 21세기 역사’의 필연적 요청이며, 이때 우리 한국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주변국가들을 하나의 ‘초국경 공생사회’로 연결하는 Win-Win-Win 프로젝트가 그 첩경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남북철도 연결사업은 러시아 극동개발부가 추진하고 있는 북한 내 철도개선사업과 함께 ‘남북러’ 협력 사업의 하나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중국이 주도하는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프로젝트와 함께 북한 인프라 건설을 대비하는 또 하나의 생산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더욱이 반가운 소식은 지난 7월 10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통일준비위원회’ 민간위원 집중토론회에서 한중FTA를 활용해 북한 나선지역을 역외 가공지역으로 개발하는 방안이 제시되었는데 이 방안은 나선지역에 한국업체가 들어가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제2의 개성공단을 만들자는 의견이라고 해석되고 있다는 점이다.
▲ 나선지역	본 연구재단은 오래전부터 동북아공동체의 핵심구역으로 남·북·중·러의 자원, 인력, 기술이 합쳐지는 지점인 두만강 유역, 특히 나선지역을 주목하고 이 지역에 자유무역지대를 만들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 ‘초국경 경제협력’을 기반으로 북한을 동북아 역내 경제권으로 자연스럽게 접속시키며 한국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여 남북한 경제협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될 것이며 통일을 대비한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것을 우리는 신북방경제외교전략으로서의 ‘제3의 지평’으로 열어가는 한 방법이라 주장해왔다.
이러한 본 연구재단의 비전과 뜻을 함께 공유하면서 교통물류부문 연구위원으로 도움을 주고 있는 분 가운데 한분이 이번 ‘유라시아 친선특급’에 동승했다. 러시아 대륙철도 전문가인 박은경 박사(모스크바철도대학 졸업, 전 코레일 연구원, 현 동양대 교수)가 장본인인데, 이분이 제안한 ‘국경없는 철도에라스무스 플랜’이 매우 인상적이다. 유럽 내 대학들이 국경을 초월해 교류하는 프로그램인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을 본따 유라시아 지역(한국, 북한, 러시아, 중국 몽골 등) 철도대학들을 연결하여 교환학생 방식으로 다른 국가의 철도산업 및 철도시스템을 학습함으로써 유라시아 철도전문가로 역량을 키우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다가올 유라시아 대륙철도 통합운영시를 대비한 사전 준비작업을 하자는 측면뿐 아니라 북한을 대륙철도 파트너로 포함하여 통일의 지렛대 역할을 하도록 활용하자는 주장이 주목해 볼 만하다. 또한 2013년부터 경상북도는 글로벌 협력과 세계문화 융성실현의 비전하에 ‘코리아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추진해오고 있는데, 2013년 육상, 2014년 해양에 이어 2015년 ‘철의 실크로드 탐험대’를 구성하여 이번 ‘유라시아 친선특급’에 동참했다는 소식도 접했다. 이처럼 ‘유라시아 친선특급’에 동승하는 분들의 ‘철도 에라스무스 플랜’, ‘코리아 실크로드 프로젝트’ 등과 같은 움직임은 본 연구재단에서 주장하는 유라시아 역내 국가 간 경제문화협력 강화를 통한 한반도 통일의 초석을 쌓자는 신북방경제외교전략의 실질적인 무브먼트라 볼 수 있으니, 이러한 활동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매우 감개무량하다. 어제 출발한 ‘유라시아 친선특급’ 이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며 유라시아 대륙에 살고 있는 모든 시민들에게 한반도 분단역사의 고통을 알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국민적 열망과 세계평화협력의 필요성을 전파함으로써 한반도 통일시대를 끌고 가는 특급 통일열차가 되기를 소망한다. 또한 아시아와 유럽대륙이 연결되어 한반도야말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이끌면서 아시아에 새로운 세계경제질서를 창출하는 선도적 추진자가 되는 꿈을 품고 돌아오기를 소망한다. 존경하는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회원 여러분! 회원 여러분들도 몸은 비록 같이 가지 못하지만 꿈으로, 비전으로, 뜻으로 ‘유라시아 친선특급’ 열차에 함께 동승하여 ‘한반도 통일과 번영’을 위해 먼 길 떠나는 역사 개척자들을 향해 큰 박수와 더불어 장도를 축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2015년 7월 15일 (사)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이사장 이승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