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질병 50선](24)턱관절(악관절) 질환 입 벌리거나 다물 때 귀에서 소리나고 두통 동반
입력날짜 : 2011. 06.16. 00:00:00
▲턱관절장애를 예방하기 위해선 이를 악무는 습관이나 턱을 괴는 자세를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이승철기자
외상·나쁜습관 등 주원인 보존적 치료로 효과 있어 평소 바른자세 예방 가능
B(40)씨는 최근 귀 주위가 아파 이비인후과를 방문했다가 귀에는 이상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치과를 찾았다. 입을 크게 벌릴 때 턱에서 소리가 난 지는 10여년 됐으나 최근 소리가 나지 않으면서 통증이 시작됐다고 한다. 특히 단단하고 질긴 음식을 씹으려고 할 때 아파지면서 최근 입이 덜 벌어졌다고 한다.
K(16·여)학생은 지난주 갑자기 입이 벌어지지 않아 동네치과를 방문했다가 제주대학교병원으로 옮겨 진료를 받았다. 이틀전에 소프트볼 게임도중 공에 턱을 맞았으나 치아나 턱에 손상은 없었다.
Y(68·여)씨는 턱과 목, 어깨의 오래된 통증으로 마사지나 물리치료 등을 받아오다 주위 권유로 치과를 찾았다. 본인은 잘 인지하지 못하는 개구제한(입이 덜 벌어짐)과 개구시 편위(입이 한쪽으로 틀어지며 벌어짐)이 있었고 입이 틀어지는 쪽이 목과 어깨가 아파온 쪽과 같았다.
▶턱관절(악관절)질환=턱관절은 양쪽 귀의 바로 앞에 있으며 아래턱뼈와 위턱을 구성하는 머리뼈를 연결하는 관절이다. 허리나 무릎과 같은 다른 관절과 마찬가지로 아래턱뼈와 머리뼈 사이에 연골(관절원판, 디스크)이 위치한다. 턱관절은 모든 턱 운동의 중심축으로 음식을 씹거나 말하는 것과 같은 턱의 기능을 수행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턱 근육은 턱에 부착돼 있으면서 위로는 두개골, 밑으로는 목과 어깨 근육에까지 연결돼 턱을 움직이고 위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턱관절의 병과 턱 근육의 병을 모두 '턱관절장애(악관절질환)'라고 한다. 턱관절에 장애가 생기게 되면 입을 벌리거나 다물 때 귀 앞에서 소리가 나고 대개는 턱관절 부위인 귀 앞 부분이나 턱과 얼굴, 머리에 통증이 생긴다. 질환이 점점 진행되면 통증이 심해지고 입을 벌릴 수 없게 되며 일상 생활에 지장을 받게 된다.
앞의 B씨의 경우가 장기간에 걸쳐 발생한 턱관절 자체의 병이라면 K학생은 일시적으로 발생한 턱 근육의 병, Y씨의 경우는 만성적인 턱 근육의 병으로 볼 수 있다.
▶턱관절장애의 원인=외상을 포함해 나쁜 습관(특히 야간이갈이, 이악물기)과 스트레스, 불안, 우울, 긴장 등의 심리적 원인 및 교합부조화 (아래윗니의 맞물림이 좋지 않은 것) 등이다. 이런 다양한 요소들이 한 가지 또는 여러 가지가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개인의 신체적 내성(우리 몸이 얼마나 견딜 수 있는가)이 중요한 요인이다. 즉 여러 요인들이 합쳐져 개개인의 신체적 내성을 넘어서면 증상이 생길 수 있다.
▶턱관절장애의 발생율=턱관절에서 소리가 나거나 턱관절과 턱근육의 통증으로 불편을 경험한 사람은 인구 3~4명 중에 한 명꼴로 흔한 질환이다. 이 중에서 반드시 치료가 필요할 정도를 증상이 심한 경우도 전체 인구의 5%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턱관절 증상으로 치과를 찾은 환자는 전체 인구의 1%에 미치지 못하며 (2003년 보건복지부 통계 제주도 성인 기준) 환자들은 자신과 같은 증상을 가진 사람은 혼자라고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치료=환자들은 종종 턱관절의 문제를 인체의 다른 관절이나 디스크 문제와 같은 것으로 생각하고 정형외과나 신경외과를 찾거나, 귀 주위에서 소리가 나고 통증이 있으므로 이비인후과를 찾기도 한다. 하지만 턱관절장애 환자는 턱관절 분야를 전문으로 하며 무엇보다 턱관절의 중요한 기능이자 치료책인 치아와 교합을 이해하는 치과의사에게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턱관절장애 치료의 원칙은 구강내 장치, 물리치료, 운동요법 같은 보존적이고 부작용이 없는 치료법을 먼저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고 보존적 치료를 통해 환자의 80~90% 이상이 효과를 본다.
▶예방 관리=턱관절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요인중 턱관절이나 턱근육에 불필요한 긴장과 피로를 유발하는 부적절한 행동과 습관은 우리가 일상생활 중에 잘 관리하면 예방이 가능한 부분이다. 다음 사항을 숙지해 평소에 조심하면 턱관절장애의 상당부분을 예방할 수 있다.
항상 자세를 바르게 해야 한다. 책상에 앉아있을 때나 TV 시청할 때, 컴퓨터 할 때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 구체적인 습관은 다음과 같다. ▷이를 악무는 습관 자제. 이와 이는 씹어먹을 때 외에는 닿지 않도록 ▷입술이나 손톱 물어뜯는 습관 고치기 ▷ 뺨을 깨물지 않기 ▷턱 괴지 않기 ▷불필요하게 반복적으로 턱을 앞으로 내밀거나 좌우로 움직이지 않기 ▷오랫동안 과도하게 껌 씹지 않기 ▷질기거나 딱딱한 음식 섭취 줄이기(특히 말린 오징어나 쥐포 등의 건어물 섭취를 줄인다) ▷한쪽으로만 음식을 씹지 말고 양쪽 어금니 골고루 사용 ▷하품할 때 얼굴을 손으로 잡거나 주먹으로 턱을 눌러 입이 지나치게 크게 벌어지는 것 막기 ▷과도한 스트레스 상황 피하기 등이다. 스트레스는 머리와 목의 근육을 지속적으로 수축시켜서 통증과 기능장애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피하고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즐겁게 생활하는 것이 턱관절장애의 좋은 예방법이다.
◆ 턱관절장애의 자가진단법 ※ 아래의 항목에 표시하여 '예'라는 답이 2개 이상 있다면 턱관절장애에 대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통증이 있거나 입이 잘 벌어지지 않으면 즉각적인 평가와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 Q & A ]
1. 턱이 아프면서 머리도 아플 수 있다?=턱관절 장애의 주된 증상은 입을 벌리거나 음식을 씹을 때 발생하는 턱의 통증이나 뚝뚝 거리는 소리이지만 많은 환자들이 두통이나 목, 어깨의 통증을 함께 호소하기도 한다. 두통과 목·어깨의 통증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많은 경우 스트레스와 함께 턱관절장애를 유발하는 부적절한 행동이나 습관들이 지속된 경우에 턱관절장애와 같이 나타나기도 한다.
2. 턱이 다치기 쉬운 운동을 할 때 턱관절장애를 예방하는 방법이 있다?=턱관절장애의 치료에 사용되는 구강안정장치는 다양하게 응용돼 운동시 턱과 치아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한 스포츠 마우스가드로 사용된다. 특히 국기인 태권도, 권투, K1과 같은 격투기 등에서는 마우스가드의 착용을 의무화하는데 기성품을 구입해 사용자가 맞추는 반기성품은 부피가 크고 입에 잘 맞지 않아 오히려 운동에 집중을 방해하거나 결정적일 때 보호역할이 떨어질 수 있다.
3. 예전에는 별 이상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턱이 저절로 움직이고 이가 맞부딪힌다?='턱운동이상증'이란 턱 근육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저절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해 입을 벌리거나 꽉 물거나 이를 갈거나 좌우로 움직이는 등의 행위를 반복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뇌 속 중추신경계 중 근육의 운동을 조절하는 기저핵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될 뿐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모른다. 뇌졸중, 뇌손상, 뇌염 등 신경학적 질환을 앓은 이후 발생하거나 약물 등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도 있으나 특별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도 흔하다. (출처=대한치과의사협회)
/조상윤기자 sycho@ihalla.com
[전문의 의견/백경원(치과 구강악안면외과)] 불편하면 병원 찾아야"
제주도에서 처음 환자를 접했던 6년 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턱관절 환자가 눈에 띄게 많다는 것이다. 낯선 제주어로 다양한 증상을 설명하는 환자들을 이해하고자 보조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애썼던 기억이 선명하다. 주로 서울에서 임상경험을 쌓고 제주대학교병원으로 오는 다른 의과 선생들에게 문의해도 타 지역에 비해 제주도에 턱관절 환자가 많다는 인상을 받는 사람이 많았다. 실제로 이런 차이가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이 차이가 전복, 해삼, 자리돔 등과 같이 단단한 음식이 많은 식습관에서 기인하는지, 육지와는 차이가 있을 것이 분명한 환경에서 기인하는지, 연구해야할 것들이 많은 분야임에는 틀림없다.
분명한 것은 제주도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전반적으로 턱관절 환자가 증가 추세에 있다는 것이며 발병 연령 또한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컴퓨터, TV 등이 일반화된 생활 습관과 스트레스의 증가에 기인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명이다. 어느 정도 연령이 지나야 생기는 무릎, 허리의 디스크와 달리 턱관절 디스크가 망가져 치과를 찾아 치료를 받는 환자들 중에는 중학생, 고등학생 환자들도 흔해지고 있다. 하지만 옆에서 예시된 K학생의 경우 단기간의 물리치료와 투약으로도 증상이 호전됐듯이 모든 턱관절장애가 고가의 치료나 장기간의 치료를 요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불편을 느꼈을 때 바로 치과를 찾아 치과의사의 상담을 받는게 좋다.
다른 모든 질병과 마찬가지로 턱관절장애도 생활습관 개선으로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그 중에서도 예전에는 오징어, 껌과 같은 질긴 음식을 즐기는 식습관이 제일 문제라고 생각해 환자들을 나무랐던 것이 최근에는 식사하지 않을 때 평소 구강습관이 더 큰 문제가 된다는 쪽으로 국제적인 견해가 바뀌고 있다. 평소에 이를 물고 있거나, 혀와 입안, 입술과 뺨에 힘을 꽉 주어 밀착시키는 습관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한다. 긴장을 풀고 스트레스는 줄이라는 것은 비단 치과에서만 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