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백범일지
백범 지음
우리집과 내 어릴적
집에 쑥 들어서니이 집에서도 저 집에서도
지기금지원위대강
시천주조화정
영세불망만사지
하는 주문을 외우는 소리가 들리고 또 일변으로는 해월 대도주를 찾아서 오는 무리 일변으로는 뵈옵고 가는 무리가 연락부절(왕래가 잦아끊이지 않음) 하고 집이란 집은 어디나 사람으로 가득찼었다. 우리는 접대인에게 우리 일행 15명의 명단을 부탁하여 대도주께 우리가 온 것을 통하였더니, 한 시간이나 지나서 황해도에서 온 도인을 부르신다는 통지가 왔다. 우리 일행 열다섯은 인도자를 따라서 해월선생의 처소에 이르러 선생 앞에 한꺼번에 절을 드리니 선생은 앉으신 채로 상체를 굽히고 두 손을 방바닥에 짚어 답배를 하시고 먼길에 오느라고 수고가 많았다며 간단히 위로하는 말씀을 하셨다.
우리가 볼원 천리 하고 온 뜻은 선새으이 선풍 도골 도 뵈오려니와 선생께 무슨 신통한 조화 줌치(주머니 의 방언) 나 받을까 함이었으나 그런 것은 없었다. 선생은 연기가 육십은 되어 보이는데 구레나룻이 보기 좋게 났으며 약간 검게 보이고 얼굴은 여위었으나 맑은 맵시다. 크고 검은 갓을 쓰시고 동저고리 바람으로 일을 보고 계셨다. 방문앞에 놓인 수철 화로에서 약탕관이 김이 나며 끊고 있었는데 독삼탕 냄새가 났다. 선생이 잡수시는 것이라고 했다. 방 내외에는 여러 제자들이 옹위하고 있었다... -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