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시>
서면 늪지에서 이장원
미루나무 꼭대기에서 작은 잎새들이 밤새 찰랑거렸다 낮에 울던 까마귀도 어디론가 날아가서 돌아오지 않은 적막한 새벽
차가운 공기 속에서 물안개가 자욱이 피어오르고 건널 수 없는 신화의 강처럼 아득히 가물거리던 강 건너 불빛들
낚싯대를 던져놓고 물결 따라 어지럽게 흔들리던 상념의 시간 청춘이 몰고 오는 헤설픈 통증이 가슴을 할퀴었었지
낚시대만 바라보던 우리는 헤어짐에 대하여 되돌아오지 않을 젊음에 대하여 서로의 침묵 속에서 그 쓸쓸함을 읽었어
우리들의 새벽을 늙어버린 미루나무는 기억하고 있을까 세월 따라 습지도 변해서 길은 막히고 멀리서 가늠해 보는 그 자리에 숲이 우거져 있다
까마귀는 미루나무에서 몇 대나 둥지 틀고 살고 있을까 다시 만날 약속의 날조차 오래 전에 지나가고
막혀버린 길 이쪽과 저쪽 사이엔 깊은 세월이 말없이 잠겨 있다
(자유시)
시간
이장원
화강암이 빚어지는 시간 역사는 물을 길어 갓 태동하는 생명의 목을 축이고 그 안에서 꿈틀대던 먼 후손들
지층을 뚫고 불끈 솟아오른 불기둥 아래 암호처럼 번득이던 사물의 눈
반항은 오랜 관습이었던 듯 시간의 명을 거스르지 못하는 인간은 모두 한때 영생을 꿈꾸지
시간의 발자국을 더듬는 과학자는 화강암 벌판에서 별을 향해 망원경을 돌린다 무엇을 찾았을까 결코 해지지 않는 구두를 신고 허공을 걷는 신의 발자국일까
다행히도 인간은 찰나의 소멸에 대한 자신의 슬픔을 안다
비가 내린다 절대자의 고독과 인간의 슬픔이 대지를 적신다
**이장원 약력** 2000년 제2회 한민족 통일문예 수필부문 장원 2025년 '문학예술' 등단 한림대 커뮤니티교육원 시창작반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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