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서 걷는 즐거움을 뺀다면
[머니위크]방민준의 거꾸로 배우는 골프
‘태초에 발이 있었다.’ 미국의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는 그의 저서 <문화인류학>에서 인류의 진화과정을 설명하면서 진화의 원동력을 이 한마디로 표현했다. 약 600만년으로 추정되는 직립보행의 역사가 바로 인류 진화의 역사라는 인식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인류학자들은 인류의 도구 개발, 두뇌 발달, 언어 창조, 수명 연장 등의 동인을 직립보행에서 찾는다.
직립보행, 즉 걷기가 오늘의 인류를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이듯 사람의 걸음걸이는 개인의 모든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걷기의 역사>를 쓴 조지프 A. 아마토는 “걷기는 곧 말하기”라고 단정했다. 걷기는 자기 나름의 방언과 관용구를 지닌 언어이며 걷는 사람의 몸매와 눈빛, 얼굴표정, 팔 다리의 움직임, 엉덩이 움직임, 옷차림 등은 그 사람의 지위와 신분, 현재 상태, 목적지 등 풍부한 정보를 노출한다는 것이다.
인디언들은 사막에 찍힌 발자국만 보고 발자국 주인공의 나이, 성별, 건강상태, 무기 소지 여부 등 수많은 정보를 알아낸다.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미국이 최근 개발한 레이더는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85~96% 정확하게 분간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골프에서 걷기는 어떤 비중을 차지하는가. 골프의 기원을 살펴보면 걷기가 골프의 핵심이고 골프채나 공은 걷기를 도와주는 하나의 도구에 불과했음을 알 수 있다. 11세기 전후 스코틀랜드 대서양 연안의 황량한 들판에서 양떼를 몰던 목동들이 심심풀이 삼아 돌멩이나 털뭉치를 토끼굴에 처넣는 게임을 즐기거나, 마을의 어부들이 고기잡이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때 재미삼아 막대기로 돌멩이를 치며 걸었다는 골프기원설은 걷기가 없는 골프는 존재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18세기 프랑스의 대사상가 장 자크 루소가 갈파했듯 낭만적인 걷기는 철학과 시의 산실이었다. 동서양의 수많은 철학자 시인들은 산책 산보 혹은 도보여행 탐험 등 다양한 형태의 걷기를 통해 사상을 심화시키고 시를 짓고 자연과학을 연구했다.
골프코스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이뤄지는 독특한 형태의 낭만적 걷기가 바로 골프다. 골프장 자체가 다양한 자연을 모아놓은 압축공간이며 여기서 라운드를 즐기는 사람은 낭만적 걷기의 애호가들인 셈이다. 인공이 가미되긴 했지만 양탄자 같은 초원, 연못과 개울, 모래벙커, 바위와 절벽, 덤불과 수목이 어우러진 골프코스는 일상에 쫓겨 자연 속으로의 탐험 기회가 없는 사람들에겐 4~5시간 동안 다양한 자연환경을 경험하며 대화하고 사색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이런 공간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운동’인 골프를 한다는 것만큼 매혹적인 소일거리도 흔치 않을 것이다. ‘지팡이 짚을 힘만 있으면 골프를 하라’는 골프속담이 있는 것도 단조롭고 무미하기 쉬운 보통 오솔길의 걷기와 차원이 다른 골프코스에서의 걷기가 안겨주는 혜택과 즐거움 때문이리라.
게임의 진행을 위해, 그리고 골프장비의 발달로 무거워진 골프백을 쉽게 운반하기 위해 카트가 도입됐지만 탈것을 이용한 골프는 진정한 의미의 골프라고 할 수 없다. 미국 PGA에서도 극히 제한적인 예외를 제외하고는 선수가 카트를 타고 경기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는 골프에서 걷기가 갖는 철학만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의지의 소산이 아닐까 생각된다. 골프코스에서의 걷는 즐거움을 박탈해버린다면 골프는 결코 지금과 같은 인기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출처 - 머니투데이
http://wealth.mt.co.kr/view/mtview.php?no=2010010817288131548&type=2
첫댓글 오 이거좋은 정보네요...^^* 다 가볼테이다
o2는 가봤네요...안개구름이....발아래..해발 1000미터위....ㅋㅋ
제주도에 에코랜드도 노캐디란딩일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