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산 지리산으로, 세상의 지붕 히말라야로…
KBS2 ‘영상앨범 산’은 방 안에 편히 앉아 아름다운 산으로 떠날 수 있는 선물 같은 프로그램이다.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국내외 유수의 산 풍경은 마치 보는 이들도 함께 바람 부는 산등성이를 걷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국내에 웰비잉(well-being) 바람이 거세던 지난 2006년 1월 1일, 히말라야 방송을 시작으로 어느덧 400회를 넘긴 장수 프로그램 ‘영상앨범 산’. 발 빠르게 변하는 방송가에서 이토록 오랜 시간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힘은 과연 무엇일까.
가장 돋보이는 것은, 프로그램의 진정성이다.
유명 연예인이나 화려한 볼거리 등 시선을 사로잡는 요소 대신 말이 없는 자연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상앨범 산’에서의 진정성이란, ‘부지런한 발품’으로 대변된다. 방송을 보다 보면, 높은 고갯길을 오르며 헉헉거리는 사람의 작은 숨소리가
들리는가 싶다가, 다음 순간 고개의 정상에 선 산객의 모습이 저 멀리서 점처럼 작게 조망되곤 한다. 이렇게 카메라와 출연자 사이의 거리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PD가 뒤처지거나 앞서 가는 수밖에 없다. 남들보다 덜 쉬고, 더 먼 거리를, 더 빨리 걷는 것. 그런 노력으로 더욱 다양한
관점의 영상을 담아낼수록 안방 시청자들의 대리만족도 커진다.
생생한 현장감과 자연 특유의 고요함을 흐리지 않기 위해 자막과 C.G 등의 편집
기교는 최대한 배제된다. 이러한 제작방법이 프로그램 고유의 색깔로 자리 잡기까지 지난 8년의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은 시간이었다.
과거,
전문 산악인들과 함께한 한라산 동계훈련 촬영에서는 제작진이 눈사태에 파묻혀 등산 스틱으로 눈 속을 찔러가며 탐색한 끝에 찾아내기도 했고,
히말라야에서는 눈사태 후폭풍에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는 등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던 일이 허다했다.
그렇게 높고 험한 산에서 온몸으로
부딪쳐가며 쌓은 다양한 산행과 촬영의 기법 등 제작 노하우는, 영상앨범 산을 이끌어 온 가장 큰 힘이다.
간결하지만 깊은 감성이 녹아나는
원고에 담담한 정보를 더하고, 마음 편안해지는 내레이션, 영상의 분위기와 여운을 극대화 하는 배경음악 역시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더불어, 유명인에서 일반인까지 성별이나 직업 나이 등에 관계없이 ‘산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각계각층의 출연자들을 만나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국내 유명 여성 산악인이자 산악 사진가로 활동 중인 이상은 씨의 경우
‘부탄’과 ‘남미 안데스’ 등 일반인이 쉽게 갈 수 없는 오지 촬영의 파트너로 오랜 기간 ‘영상앨범 산’과 함께 했다. 또한, 출연을 신청하는
시청자들 중 일부는 주인공이 되어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할 수도 있다. 오는 12월 15일 방송될 ‘한라산’ 편에서는 59세의 젊은 할머니 원희자
씨와 초등학교 1학년 쌍둥이 손자들이 출연할 예정인데, 원희자 씨 역시 ‘영상앨범 산’의 열혈 시청자로 평소 산행을 즐기는 손자들과 특별한
추억을 남기기 위해 참여 신청을 했다.
이렇듯, 시청자와 산을 이어주는 친근한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언제나 노력하고 있는
‘영상앨범 산’.
세월의 흐름에도 변치 않는 푸른 산과 같은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의 가슴 속에 자리
잡기를 바라며 제작진은 오늘도 카메라를 짊어지고 국내외 산길을 오른다.
삭막한 도시 속의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눈과 귀, 나아가
마음까지 어루만져 주는 ‘영상앨범 산’이야말로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힐링’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끝>
이지원 / 영상앨범 ‘산’ 작가
첫댓글 너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