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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초가을, 고양시 호수공원 근처의 폐가(廢家)에 잠시 머물었을 때....... 공휴일이 지난 새벽의 공원엔 각양각색의 포장을 뜯지도 않은 음식들이 많이도 버려져 있었으므로....... 멀쩡한 음식들이 버려짐을 봤으면서 굳이 탁발을 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요, 갖가지 오해라든가 괄시, 그리고 저주까지도 서슴지 않던 사람들을 상대로 탁발을 하며 세상을 더 알아가는 것도, 굳이 그런 이들의 복을 지어주기 위해 탁발을 하는 것 역시 더 이상 불필요하다는 생각에....... 버려진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공원의 각종 편의시설에 의지하며.......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후미진 호수공원 안팎과 농경지 주변에 자리를 잡고....... 움직이면서 하는 행선(行禪)과, 앉아서 하는 좌선(坐禪)으로 저와 세상을 살필 때였습니다.
그런 어느 날부터인가 호수공원에 살던 야생오리들이 제 주변을 맴돌기 시작하기에, 주워 챙겼던 음식물들을 나눠먹으면서 그들과 가까워졌는데, 날이 더함에 따라 녀석들이 제 무릎이나 어깨라든가 머리위까지도 서슴없이 기어오르거나 날아올라 재롱을 떨었기에 한동안 외롭지 않게 지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실을 전해들은 방송국 사람들이 우리들의 관계를 취재하기 위해 찾아온 순간, 스쳤던 생각은 ‘야생오리들과의 인연도 다 하였는가?’라는 것이었는데....... 왜냐 하시면 방송인들의 과장된 표현으로 저와 야생오리들의 관계가 무슨 신비한 일인 것처럼 알려지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 것은 물론, 그 당시의 호수공원엔 관리인들 몰래 호수의 잉어들이나 붕어들을 잡아내어 먹던 고약한 사람들이 간혹 있었던지라 야생오리라고 안 잡아먹을 리가 없었고, 더더욱 소스라치게 놀라며 깨달은 것은 본래 사람들에게 곁을 안 주던 오리들이 저와의 다정했던 관계로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면, 호수의 물고기들을 탐내며 맴돌던 물고기잡이들을 따르게 될 경우 분명 그들의 먹이가 되게 할 수도 있었던 제 자신의 어리석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녀석들과의 정을 떼고자 자리를 옮긴다든가 갖가지 위협을 다했었으나, 한사코 제 곁을 찾았으므로, 저는 어쩔 수 없이 호수공원을 떠날 수밖에 없었는데....... 시도 때도 없이 저를 찾았던 녀석들이 떠난 저를 그리워하며 찾을 모습을 안타까이 여기며, 녀석들이 녀석들을 위하고자 떠날 수밖에 없었던 제 심정을 알아나 줄까라는 생각도 하며, 그런 녀석들과의 행복했던 등등의 감상적인 생각을 하던 제 자신의 중생심을 서글퍼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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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때의 호수공원엔 사람들보다 더 많은 야생오리들이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야생오리들이 많았었는데, 지나간 그 짧은 사이에 그 많던 오리들 역시 사람들에게 밀려서인지, 지금의 호수공원에서 오리들을 찾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더군요.
동식물들이나 사람들이나 그 모두가 다 가까워질 수 있는 첫째 조건은 각각의 몫을, 즉 자연적인 환경과 먹이에 대한 몫을 인정하고 배려해야 비로소 함께 공존할 수 있음인데....... 그런 진리를 몰랐는지 아니면 모른 체했던 것인지는 몰라도, 짐짓 무슨 기적이라도 일어난 양 호들갑을 떨던 그 방송국에서 나왔다던 사람들!....... 야생오리들과 저의 사연을 방송으로 내 보내자면 약간의 비용이 든다면서, 야생오리들의 신세와 한 치도 다를 바 없던 떠돌이 수행자의 주머니를 들여다보시더군요...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