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가입 후 첫 글이네요.
단체국(DS0KDN) 멤버인 DS1PEE 님이 5 와트 버전을 만든 것을 보고, 단체국 멤버들끼리도 해보자고 10 와트 버전을 공구해 지난달에 제작을 진행했습니다. 출력단을 제외하곤 5 와트 버전과 같으니, 자세한 소개는 앞서 올라온 글을 보시면 되는데요. 저는 이 키트의 문제점을 좀 짚어보려 글을 씁니다.
1. BPF
7x7 트랜스포머를 이용해 초단 BPF 를 구성하고 있는데요. 안타깝게도 BPF 성능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키트의 설명에선, Q1(J310)으로 들어가는 지점(3번 핀)에 측정점을 두어 튜닝을 하라고 안내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할 경우 J310을 지난 후에는 BPF 그래프가 완전히 깨집니다. 실제로도 7메가 소리보다는 방송 소리만 들리게 되죠. 키트의 다른 설명에선, (전문적인 장비가 없는 경우를 가정한 듯) 귀로 들어가며 7메가 소리가 커질 때까지 튜닝하라고도 나오는데요. 정말로 이렇게 하면, 측정점을 J310 직전이 아니라 직후에 두고 튜닝하는 것과 같아집니다. 즉, 신호가 믹서로 들어가는 지점인 TA2003의 1번 핀을 측정점으로 쓰는 것이죠.
J310 역할이 임피던스 매칭을 회피하고 신호만 전달해주는 버퍼로써의 역할인데, 주변 회로의 영향 때문인지 본래 의도와 다르게 동작하고 있습니다. 측정은 오실로스코프가 없어도 NanoVNA로만으로도 충분히 되니, 측정점을 TA2003의 1번 핀에 두고 BPF 를 튜닝하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여전히 BPF 성능이 꽝인 건 마찬가지입니다. J310 전까지의 BPF는 Q값이 높습니다만, J310 을 지나면서 모두 둔해져 뾰족했던 언덕이 낮은 구릉으로 변하거든요.
2. TA2003
AM/FM 라디오를 만들 때 사용하는 고전적인 TA2003 을 채용하고 있는데요. 회로를 자세히 보면, FM_IN 단자로 안테나 신호를 넣고, 주파수 발생기인 si5351 에서 생성한 신호를 FM_OSC 단자에 넣은 뒤, 그 합성 신호를 FM_MIX 단자에서 꺼내 쓰고 있습니다. FM_IN 단자로 들어간 신호는 일단 간단히 증폭이 된 후 내부 믹서로 넘어가는데요. 그러니까 이 키트에서는, 믹서로써만 TA2003 을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NE602 를 써도 될 텐데, 굳이 TA2003 을 사용한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개발자의 다른 키트 중에 FM 방송 수신기가 있는데, 이때 사용했기 때문에 줄곧 쓴 것 같다는 생각 밖에 안 들더군요.
3. 4558
키트를 제작 후 실제로 가동해보면, 도대체 내가 선국한 주파수의 신호가 어떤 것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운데요. 왜냐하면, 인근 주파수의 신호까지 모두 크게 들리기 때문입니다. 이 키트처럼 Direct Conversion 방식의 키트는, 회로를 간소화하기 위해 뒷단에 Low Pass Filter 를 두어, 가정주파수와 그 중에서도 원하는 Hz 까지 만큼의 주파수만 잘라내서 출력하는 구조를 갖는데요. 이 키트의 기본 회로에는 바로 이 부분에 문제가 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주변 주파수의 소리까지 크게 들리는 것이죠.
자세히 살펴보자면 이렇습니다. TA2003 에서 Mix 된 신호는 볼륨 조절을 거친 후 Dual OpAmp 인 4558 로 흘러가는데요. Dual 구성 중 하나는 우선 버퍼 겸 약간의 증폭(2배 증폭)에 쓰이고, 이어서 나머지 하나는 필터로 쓰입니다. 그 뒤엔 LM386 가 오디오 증폭으로 전체 회로를 마무리하고요.
문제는 필터 부분인데요. OpAmp 를 사용하는 이 Active Low Pass Filter 는, 좀 더 구체적으로 분류할 때 Second-order Active Low Pass Filter 라고 하는 것입니다. 필터의 원리와 계산법(저항,커패시터 값 선정법)은 아래 문서에 자세히 나옵니다.
※ Low Pass Filter 원리와 회로 : https://www.electronics-tutorials.ws/filter/filter_5.html
키트에서는 U1B, R3, R4, C6, C7 가 LPF 를 구성하고 있고, 문서의 설명처럼 이때의 Cut-off 주파수(-3dB 되는 지점)는 R3, R4, C6, C7 값에 의해 다음과 같이 정해지는데, 그 결과가 3.3 kHz 입니다. 그러다보니, 인근 주파수의 신호까지 여과 없이 들리는 것이죠.
fc = 1 / 2π√(15k*15k*4.7n*2.2n)
= 1 / 2π√(15*15*4.7u*2.2u)
= 1 / 2π√(0.0000000023265)
= 1 / 2π(0.000048233)
= 1 / 0.00030306
= 3,299.67 즉 3.3 kHz
이를 바로잡자면, 위 값이 800~1000 Hz 정도가 되게 하면 됩니다. 그러자면, 분모가 3~4 배 커져야 하니, 루트 속으로 들어가면 9~16배 커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저항을 추가하거나 커패시터를 추가해야 하는데요. 기존 회로판에 납땜할 걸 생각하면, 커패시터를 더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PCB 밑면에 붙이면 병렬 연결이 되어 커패시터값이 합산되니까요.
4.7n * 2.2n * 9 = 93.06
4.7n * 2.2n * 16 = 165.44
(4.7 + 6.8) * (2.2 + 6.8) = 103.5
(4.7 + 10) * (2.2 + 6.8 ) = 140.3
이렇게 6.8nF 와 10nF 를 덧붙인다고 하고, fc 를 다시 계산해보면 895 Hz 가 됩니다. 둘 다 6.8nF 를 쓰면 1043 Hz 가 되고요.
이렇게 고치고 나면, 인근 주파수의 신호음 소리가 확연하게 줄어듭니다. 그렇다고 DSP 방식의 수신기처럼 아예 안 들리는 것은 아니고요. 다만, 계산식 상 Cut-off 주파수를 895 Hz 혹은 1043 Hz 에 맞췄어도, 실제로 소리 감쇄가 시작되는 부분이 500 ~ 600 Hz 사이입니다. 600 Hz 만 되어도 소리 크기가 많이 줄죠. 그러다보니, 키트의 설정에서 톤 소리(C2)를 500 Hz 정도로 낮춰야 합니다. 만약 좀 더 고음의 소리를 선호하시는 분은 조금 더 적은 용량의 커패시터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분석과 개선에 대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추가적인 개선 아이디어로는, LM386 부분에 Auto Gain Control 을 두어, 음량의 노멀라이즈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초단의 BPF 부분을 하루빨리 개선하지 않으면 안되겠죠.
이 키트의 발신회로는 여느 QRP 기기들처럼 정말 간단합니다만, 출력에 쓰이는 STP16NF06 이 나쁘지 않습니다. Class E 구성인데 12v 에서는 8 W 정도가 나오고 15v 까지 올리면 10 W 까지 나옵니다. 다만 예열이 되면서 출력이 조금씩 올라가는 식이고요.
전체적으로 볼 때, 180 위안이라는 저렴한 가격치고는 상당히 쓸만합니다. 실전에서 사용 가능할 정도로 송출되는 신호도 나쁘지 않고요.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 만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이상 분석과 개선에 대한 글을 마칩니다.
TNX DE DS1TZE
첫댓글 분석하신 글을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세밀한 분석이라 많은 도움이 됩니다.
2번 문제점에 대해서는 DK7JD의 "NE602 보다 입수하기가 쉽고 이미 써봐서" 나 (https://www.elektronik-labor.de/HF/FT8QRP.html ) 혹은
https://groups.io/g/ucx/topic/90446792#15323
에 게시된 F5NPV 의 글을 보면 " I did some test with my TRX using a SA612 and CD2003 few months ago and the main extend of the testing is the CD2003 is performing better ." 등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F5NPV 외 여러분들은 AM 부분을 사용하여 신호를 처리하였는데. 이곳은 FM 부분을 사용한 것이 흥미롭습니다. 무슨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FM 부분을 사용한 회로들은 10.7MHz 필터를 사용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moru (아마도 FT8 디지털모드용) 능동필터 대역폭을 수정을 하였으니 4558보다 조금 비싸지만 그리 비싸지 않은 LM4562 저잡음 증폭소자로 교체하는 것도 성능향상에 도움이 될 것같습니다.
@moru 링크 내용은 무척 흥미롭네요. 공유 감사합니다.
AM IN 단자 대신 FM IN 단자를 이용한 것은 BPF 를 갖추가 위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AM IN 단자는 VCC 레일에 속해 신호를 더하는 방식인데 반해 FM IN 단자는 그렇지 않으니, AM IN 단자의 입력에 BPF 를 갖추기가 더 까다로울 것 같거든요.
그리고, 저도 4558 대신 NE5532, OPA2604, LME49720 등 몇 가지 Audio OpAmp 로 교체해 들어보았는데, 변화가 크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