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일(5월 26일. 상촌-노류2리) 뻐꾸기 너도 함께 가려느냐?
맑음. 27℃

06:30. 민박을 한 '일송가든' 주인 소개로 상촌산악회 총무가 한다는 식당에서 된장찌개로 아침을 먹었다. 07:35에 상촌을 출발하는데 오늘이 매월 1일과 6일 닷새마다 열리는 상촌 장날인 모양이다. 아침부터 곳곳에 좌판이 펼쳐지고 있는데 아직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드물었다.
상촌은 예전엔 영동군내 오지로 손꼽혔던 곳이었지만 교통수단의 증가와 물한계곡등의 관광지 개발, 울창한 수림, 맑고 깨끗한 계곡 등으로 많은 외지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 되었다. 상촌장은 갖가지 약초며 산나물과 우시장이 있던 그 시절엔 곳곳에서 오는 장꾼과 손님들로 북적거리던 시골장터 였다는데, 오늘날에는 겨우 명맥을 유지할 정도로 장보러 오는 사람들 구경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어째 오늘은 출발부터 내 컨디션이 별로다. 다리가 무겁고 뒤에서 누가 배낭을 잡아끄는 듯 발걸음이 앞으로 안 나간다. 발가락 통증도 별 차도가 없고 무릎 뒤쪽 인대까지 당긴다. 매곡면을 지나면서 도저히 갈 수가 없어 쉼터 의자에 앉아 물파스를 바르고 등산화도 벗고 잠시 쉬었다. 자꾸 앞 두 사람과의 거리가 벌어진다. 앞 선 두 사람은 염려가 되는지 가다가 뒤돌아 보고 걸음을 멈추고 기다려 주곤 한다.

황간에 도착한다. 슈퍼에서 두유와 토마토를 사서 먹고, 사과는 가다가 먹기 위해 배낭에 넣었다. K가 이곳 황간에 아는 분이 있다고 했던가? 전화를 거니 5분도 채 안 되어서 나타난다. 연세가 여든이 가까운 분이신데 아주 정정해 보였다. 우리가 도보여행 중이라 차를 타면 안 된다고 해도 우리를 가는 곳까지 못 태워 줘서 미안해하신다. 작별 인사를 나누고 다시 걷는데 차를 타고 뒤따라오신다. 가다가 음료수나 사 먹으라고 K의 손에 막무가내로 돈 봉투를 쥐어주신다.
마을을 지나는데 노인 두 분이 앉아 계시기에 인사를 드렸는데, 뒤에서 들리는 소리. "난, 배낭메고 걷는 사람이 제일 부러워!"

인삼밭도 보이고 포도밭도 계속 이어지는데, 꿩 우는 소리, 뻐꾸기 소리가 들려온다. 뻐꾸기 소리는 우리가 걸으면서 매일 듣는데, 이 때마다 우리가 하는 소리는, "이눔이 어제 그눔이여?"
같은 뻐꾸기가 계속 우리를 따라오며 우는 것 같아 하는 말이다. 길가 개울에 백로 한 마리가 물속에서 먹이를 노리고 있다.

수봉재 못 미쳐 길에서 약간 벗어난 감나무밭 그늘에 정자가 있기에 잠시 앉아 쉬었다. 그리고 다시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우리 앞에 차가 한 대 멈춰 선다. 아까 그분의 부인이 뒤늦게 알고 남편을 앞세우고 부랴부랴 K를 만나러 뒤따라 온 것이다. 마침 식사 때가 되고 해서 우리는 가까운 송어회 식당으로 안내되어 갔다. 뜻밖에 송어회로 포식을 하는 행운을 누렸지만 신세를 너무 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노부인도 돈 봉투를 K 손에 쥐어준다. K는 이 돈을 경상도 말로 ‘아까 맹키로’ 재무 C에게 전액 입금시킨다.

수봉재에 올라섰다. 13;40. 해발 350m. 여기서 부터는 경상북도 상주다. 주변 풍경은 달라진 게 없는데 고개 하나 사이로 말씨가 확 달라진다. 수봉재에서 잠시 쉬었다가 고개를 내려가는데 마침 마늘 트럭이 지나간다.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
"마널이 왔슴니더, 마널~, 싱싱하고 굴건 마널이 한 단에 삼처넌~"

모동과 모서를 지나 석산1리에서 지름길인 제방 길을 걸었다. 마침 마을 농부 부부가 있기에 우리가 가는 곳까지 거리를 물었더니 3-4km만 더 가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 가도 가도 끝이 없다. 분수령이 나타난다. 금강과 낙동강의 분수령 이란다. 수분령과 분수령이 어떻게 다른지 …….


해는 서산에 뉘었뉘었 져 가는데 갈 길은 아직 멀었다. 차가 뜸 하던 도로에는 귀가하는 차들이 바쁘게 오간다. 노류2리에 도착하니 18:50. 민박집도 없고, 막차 시간은 다 되고해서 오늘은 여기까지로 도보를 끝내기로 했다. 버스로 상주에 와서 숙소를 정하고 삼계탕으로 저녁을 먹었다.
▶오늘 걸은 거리 : 35.4km(9시간)
▶코스 : 상촌-(49)-황간-수봉재-모동-모서-(901)-석산1리-노류2리(상주시 내서면)
<식사>
아침 : 된장백반(상촌)
점심 : 송어회(황간)
저녁 : 삼계탕(상주)
파이 서비스가 종료되어
더이상 콘텐츠를 노출 할 수 없습니다.
자세히보기
(장화백)수봉재에 멋진 청년들이 뉘여? // 캡은 마당발이여~ // 고 뻐국이들도 필시 백수 뻐국일꺼야! 그러니 할 일 없이 따
라 다니제 ㅋㅋ // 그러나 저러나 시몽 발 땀시 어쩐데? 천천히 걷고 조금씩 덜 걷기라도 해야지. 아픈 발이 넘 가여워. //
오날도 난 3인방의 10분 1 걷는 걸로 만족 //나도 배낭메고 걷는사람 넘 부러워 06.05.27 08:25
(캡화백맏딸)건강이 최곱니다! 아저씨 다리 아프신게 자꾸 걱정이 되네요. 그나저나 사진으로나마 전초련 회장님 모습을 뵈
니 너무 반갑습니다! 전초련 할머니는 건강하시죠? ^^ 06.05.27
(짬송)시몽 발은 왜 그리 안 났는겨? 마음 애잔하게시리. 하기사 쉴 틈을 주지 않으니 발인들 오죽할까. 발에 넘 고문하지
말고 사랑으로 매만져 주기를. 그놈(년)의 뻐꾸긴 왜 따라다니면서 울어싸 가뜩이나 허전한 심사 울게 만드노. 아 마널(?)님
이 그립도다. 떨어져 있는만큼 더없이 그립도다. 어허둥둥 내 님이 보고프고나. 06.05.27 10:29
(파랑새)뻐꾸기는 사랑을 고백하고 있는 중이예요. 남의 둥지에 알을 몰래 낳으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죠. 매처럼 생긴 빛
깔이 다른새가 무서워 잠시 자리에서 떠난 사이 알을 한 개씩만 낳지요. 탁란을 하는거죠. 06.05.27 10:54
(김용우)이참에 내려가서 베낭이라도 대신 메고 싶네요. 보건소에라도 함 들러 나이팅게일의 치료를 받아보심이...
06.05.27 15:50
(늘푸른)앵두샘의 발 이야기에 가슴이 찡~합니다. 어쩜 좋아요... 캡샘이나 설모샘의 발도 마찬가지겠지요? 우째...
06.05.29 13:51
첫댓글 5 월 26 일 이면 꼭 두달 전인데
그 후 다리들은 안녕 하신지
그것이 못내 궁금 하네요.
허걱! 지금 쓰는 이 얘기는 4년전 얘긴디유? 14:35
이러니 이 꼴이 또 말이 아니게 되었네요.
그래서 책은 "처음 부터 읽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었군요.
"초짜" 의 비애.
맨처음 프롤로그에서 언급했기에 다 아시는줄 알았지요. 그래서 책은 처음부터 읽어야 하고 우리나라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지요. 이래서 또 한번 웃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