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오락가락하는 정부대책과 무책임한 언론의 과다 보도로 공포감만 높아져
- 이정상 (주)유니버스항공 대표이사
신종플루는 계절독감보다 전염속도는 빠르지만 사망률이 낮아 사실상 독감 수준과 비슷하다고 정부 당국이 발표하였다. 세계 각국에서도 개인위생에 초점을 두고 있는 반면 유독 자랑스런 나의 조국 대한민국에서는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과민대응과 언론의 지나친 과대 보도로 인한 막연한 공포로 인해 여행에 대한 불안심리가 극에 달해 우리 여행업계는 벼랑 끝에 몰려 있는 듯하다. 심지어는 외국에 갔다온 사람은 일주일간 출근하지 말라고까지 하여 외국에 갔다오면 신종플루에 다 걸리는 것처럼 보도함으로써 외국여행자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고객이 없는 노선의 항공이 단항되는 수가 부지기수이다. 외국에 갔다오기만해도 신종플루에 걸린다면 국외노선의 항공사 승무원들은 이미 모두 다 신종플루에 걸려반 수 이상이 죽어버렸어야 하지만 신종플루에 걸린사람이 몇명이나나 있는가?
정부는 지난 해 이후 외환 및 경제 위기를 감안해 공무원들의 해외여행 자제를 자제토록 한 바 있으며, 신종 플루 관련하여 교육과학기술부도 각급 학교의 수학여행 연기 및 대규모 집회 행사를 자제하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 행정안전부는 지난 3일 각 지역 자치단체들에 ‘신종 인플루엔자 확산 관련 지방자치단체 각종 축제 및 행사 운영 지침’을 내려 연인원 1,000명 이상으로 2일 이상 계속되는 축제 및 행사는 원칙적으로 취소하도록 하였으며, 나아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정적인 불이익을 주고 행사 개최 관련 공무원은 문책하겠다고 하여 각 지자체의 수많은 각종 행사 및 축제가 취소되어 여행업계는 물론 각 지자체에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히고 있으면서도, 수만명이 운집하는 야구장이나 축구장과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객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나 언급도 없다. 이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가?
이처럼 부작용이 커지자 정부는 11일 보건복지가족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부처가 ‘신종 플루 유행대비 지방자치단체 축제 및 행사 운영지침’을 합동으로 마련하여 65세 노인이나 만5세 미만 영유아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폐쇄된 실내공간에서 개최되는 행사에 대해서만 취소 또는 연기할 것을 권고하는 등 중심을 잡지 못하고 오락가락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까지 오락가락하게 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조사에 의하면, 실제로 신종 플루 확진 환자가 발생한 12개 국가 중 신종 플루로 인해 대규모 행사가 취소된 경우는 지난 5월 미국 LA에서 멕시코 전통 축제가 자체적으로 취소된 단 한 차례뿐이다.
이런 오락가락하는 대처 방안과 지나친 언론 보도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의도된 것으로, 이는 다수의 대중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뒤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언론이 조종되고 있다는 소문에 대해 국민을 볼모로 그럴 리가 있겠는가 생각하면서도 무언가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아니라면 무책임한 언론의 과잉충성이든지.
모 여행신문 조사자료로 미국의 24시간 뉴스 전문 방송인 CNN과 국내 공영방송인 KBS의 신종 플루 관련 보도를 비교해 보면, 지난 8월 7일부터 9월 8일까지 한 달간 CNN은 27건을 내보낸 반면, KBS는 무려 CNN의 32배에 달하는 849건의 신종 플루 관련 보도를 내보냈다. 여게에 MBC, SBS, YTN, MBN 등 방송과 신문 등 언론 매체들에게 우리 국민들은 거의 최면을 당하고 있다고 봐야겠다.
방송 뿐 아니라 온라인 시장에서도 1분이 멀게 느껴질 정도로 주요 포털 사이트를 통해 신종 플루 관련 내용을 속속 보도해 공포감은 극에 도달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각 검색 사이트 별로 1,000여건이 넘는 신종 플루 관련 뉴스가 주요 기사로 24시간 국민들에게 전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남북문제를 비롯하여 우리 나라 정기국회 일정, 인사 청문회, 미디어법 날치기(?) 처리, 각 기업별 노조 문제 등 많은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종 플루에 대해서만 유독 이렇게 쉬지 않고 보도하는 것에 대해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외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외국 언론들은 대부분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히 보도하고 있다.
일본은 8일 현재 11,636명의 환자가 발생해 10명이 사망(사망율 0.86%) 하였지만, 간혹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보도만 있으며, 주로 손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개인 위생의 주의 사항에 대한 보도가 주를 이루고 있다.
미국은 8일 현재 49,123명의 환자가 발생해 593명이 사망(사망율 1.21%) 하였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신종 플루관련 보도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호주는 신종 플루 환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호주 정부 관광청이 직접 ‘어느 주를 방문하더라도 안전하게 관광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어 국민의 체감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
우리 나라는 최근에 추가 사망자가 나왔지만, 8일 현재 6,214명의 환자가 발생해 5명이 사망(사망율 0.08%)하여 사망률이 미국과 일본에 비해 극히 미미하지만 언론 보도는 지나치게 많다. 올 겨울 신종 플루로 인해 북반구에서만 수천 만 명이 감염되고 수만 명이 사망할 것이다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했지만, 실제로 지금까지 보고된 신종플루 감염자와 사망자 수를 조사한 결과 신종플루 치사율은 0.007-0.045%로 0.1%인 계절독감 보다 크게 낮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광주에서도 빚에 쪼들린 여행사 사장의 자살과 부도가 이어지고 있으며, 캄보디아의 경우에도 현지 한국인 가이드 600명중 비자 연장비용이 없어 불법체류 신분인 사람이 30%가 넘는다고 한다.
이제는 누구나 보다 더 성숙한 모습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예방에 최선을 다 해야겠지만 막연한 우려를 확대 재생산해 국민들을 공포로 몰고 가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행정안전부 등 정부 당국은 일관성 없고 형평성 없는 책임회피성 대책을 지양하고, 언론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종당했던 아니면 뉴스거리가 없어서였건 무자비한 과대 보도보다는 무엇이 국가와 자치단체 그리고 국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가를 먼저 생각하고 신종 플루 예방에 초점을 맞춘 보도를 하며 국민들도 지나친 공포감에서 벗어나 안정된 생활을 하면서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