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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울산 석남사에서 제 55차 순례기도회가 열렸다. 석남사 대웅전 앞 뜨락에서 법문을 들으며 기도정진하는 회원들. |
남도 천리(千里), 가지산 석남사 순례에 나서는 첫날 감로의 꽃비가 하염없이 내렸다. 비에 젖은 벚꽃이 흰 눈처럼 바람에 날리고 회원들은 봄의 정취를 만끽하는 동안, 40여 대의 순례버스는 석남사 주차장에 닿았다. 산이 절을 품고 있는지 절이 산을 품고 있는지 모를 영남알프스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곳에 제55차 순례지인 울산 석남사가 있다. 지난 7일부터 3일간 108산사 순례단은 석남사를 찾았다.
108산사 회원 5000여명 동참
가족함께 순례하는 회원 늘어
21세기 신행문화 새 지평 열어
순례길에선 길뿐만 아니라 뜻밖의 풍경과 소식들을 만난다. 아늑한 숲길 계곡 사이로 졸졸 흐르는 물, 천년의 탑과 범종소리, 법고소리 등 도시에서 맛볼 수 없는 정취가 산사에는 있다. 이것이 바로 한 달에 한 번 씩 일상을 놓고 떠나는 순례 속에서 얻는 또 다른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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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가 흩날리는 석남사로 들어서는 순례기도회. |
나는 먼 길을 순례할 때면, 회원들이 법문을 들을 수 있도록 반드시 미리 녹음을 준비한다.
소중한 사람들과 소중한 시간들을 나누기 위해 ‘나를 찾는 법문’을 들려주기 위해서다. 이번에 들려준 버스 법문은 ‘나를 찾는 백팔 기도문’ 중 33번 째 구절이다. ‘남의 재물과 모든 생활을 엿보고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욕심을 부리지 않겠나이다’이다.
불교입문서인 <초발심자경문>을 보면 ‘삼일 닦은 마음은 천년의 보배요 백년 탐낸 재물은 하루아침의 티끌이다.(三日修心千載寶百年貪物一朝塵)’이라는 구절이 있다. 지금 우리가 9년 동안 닦는 ‘108 참회’와 ‘108 선행’은 나중 천년의 보배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오방번이 길을 계도하고 일산 아래, 부처님 진신 사리함을 모시고 일주문에 들어서자 석남사 대중들이 마중을 나왔다. 분홍빛 순례복을 입은 회원들이 부처님 전에 올릴 공양미, 장병들의 간식인 초코파이, 일심광명 도장을 받을 108산사기도 책과 점심 도시락이 든 무거운 배낭을 메고, 비와 땀을 닦으며 싱그러운 봄냄새가 물씬 나는 긴 숲길을 삼삼오오 오르는 모습을 보자, 마치 벚꽃이 눈 오듯 휘날리는 것 같았다.
참으로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선행을 실천하려는 보현행자의 거룩한 모습이었다. 아름다운 돌 계곡위에 세워진 진리를 찾아가는 다리인 ‘섭진교(涉眞橋)’를 지나자 누군가가 “와 진달래다”하고 탄성을 울렸다. 눈을 돌리자 산자락에 진달래꽃이 한 무더기씩 수줍은 듯 피어 있었다. 봄은 이렇게 남도에 먼저 똬리를 틀고 앉아 있었던 것이다.
석남사는 태백산맥의 줄기인 고헌산맥의 가지산, 신불산, 간월산, 천황산, 영취산 중 영산(靈山) 영봉(靈峰)안에 구름처럼 앉아 있는 절이다. 1957년 인홍스님이 각 당우를 일신하여 현재 국내외 가장 큰 규모의 비구니 종립특별선원이다. 대웅전 마당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108산사 기도회원들을 맞이한 것은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삼층석가사리탑이었다. 천수경봉독과 입정 108참회기도를 끝내고 부처님사랑, 농촌사랑, 장병사랑, 환경사랑, 효사랑 행사를 가졌다.
‘인(因)과 연(緣)을 아는 사람은 법(法)을 보게 되고 법을 보는 자는 나인 불성을 보게 된다’는 불가의 경구가 있다. 이는 인연을 선하게 엮는 지혜가 곧 좋은 인연을 만나는 지름길임을 알게 한다. ‘농촌다문화가정 인연 맺기’도 이러한 뜻에서 시작되었는데 고석란 씨와 황지센(베트남) 씨, 서갑조 씨와 후인록자후(베트남) 씨 등 101, 102쌍을 맺었다. ‘효행상’은 지적장애 2급인 아내와 82세의 노모를 지극정성으로 봉양한 정용대 씨, ‘108약사여래보시금’은 가족없이 기초수급자로 거동이 불편한 박이룡 씨, 선묵108장학금은 전영수(울산자연과학고), 이상현(울산자연과학고), 박정현(대경대학)학생이 각각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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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산사 회원들이 군장병에게 초코파이를 전달하고 있다. |
40~50대의 주부들이 대부분인 산사순례는 ‘가족사랑’에서부터 시작된다. 주부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순례하는 일은 가족들의 적극적인 후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아내가 남편이 어머니가 ‘산사순례’에 와서 좋은 공기를 마시고 108배 참회기도를 하고 또 산행을 함으로써 건강이 좋아진 것을 경험한 가족들은 덩달아 순례에 함께 참석하는 현상들도 많이 나타난다.
사랑하는 가족들의 손을 잡고 한 달에 한 번씩 산사를 다니며 자연의 풍경들을 만끽하고 부처님께 기도를 올리는 일은 가족간 화목을 위해서도 정말 좋은 일이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국보와 보물을 직접 눈으로 관람하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이렇듯 산사순례는 그저 기도만을 올리기 위해 가는 길이 아니라, 세파에 찌든 마음을 깨끗이 닦는 길이다. 또한 아이들에게 어릴 적부터 부처님 사상을 심어 주고 바른 인성을 길러 주는 데는 이 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요즘은 시부모님은 물론, 대학생 아이들까지도 산사순례에 가는 것을 적극적으로 나선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새로운 21세기의 신행문화의 패러다임’인 108산사순례의 진풍경이다.
그동안 55차례의 산사순례를 하면서 회원은 물론, 그 가족들까지 합치면 무려 수만 명에게 포교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보다 더 좋은 불교포교는 없다. 순례가 끝난 뒤 사찰 속에 깃들어 있는 부처님의 원융한 세계를 불자들이 가슴에 안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비록 몸은 피곤하지만 나 또한 발걸음이 한량없이 가벼워진다.
■ 울산 석남사 주지 도수스님
봄날 벚꽃처럼 휘날리는
아름다운 신심의 보현행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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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스님 |
제55차 산사순례 법석을 남도의 가지산 석남사에서 열게 된 것을 우리 대중들은 기쁘게 생각합니다. 꽃비가 내리는 첫날 수많은 회원들이 일주문 밖에서 분홍빛 순례복을 입고 오르는 모습을 보자 마치 봄날 벚꽃이 휘날리는 것처럼 매우 아름다웠습니다.
참으로 선행을 실천하는 장엄한 보현행자들의 행렬이었음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하겠습니까?
선묵스님의 대원력과 탁월한 지도력에 깊은 찬사를 올립니다. 이번 제55차는 반순례에서 한 걸음 더 나아 간 아주 의미 깊은 순례입니다. ‘55’라는 수는 수리 오행으로 보면 대길 수인 ‘5’와 대흉수인 ‘50‘이 합쳐져 대길수를 뜻합니다. 그러므로 오늘 저희 석남사에서 기도를 하신 모든 회원들은 다 소원을 성취하시기를 바랍니다.
전국에서 5000여 명의 불자들이 석남사에 기도를 온 것은 사실, 사찰이 세워진 이래 최초의 일이기도 합니다. 아니 이분들이 한 달에 한 번 씩 또 다른 곳으로 성지순례를 간다는 사실만으로도 불교포교의 신기원을 만드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더구나 꽃비가 내리는 가운데에도 아랑곳없이 축축한 바닥에도 불구하고 깊은 신심으로 108배를 올리는 모습을 보고 우리 대중들은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둘째, 셋째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날씨가 맑으면 맑은대로 궂으면 궂은대로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108산사순례’회향의 목표는 곧 성불이 아니겠습니까? 참으로 감사하고 참으로 소중한 날이었습니다.
이곳은 한국최대의 비구니 종립특별선원입니다. 비록 이곳을 중창하신 인홍스님은 일엽편주(一葉片舟)처럼 가셨지만 오늘 108산사 순례기도회의 방문을 진심으로 기뻐할 것입니다. 아울러 무탈하게 108산사순례를 회향하기를 축원드립니다. 108다문화가정 인연 맺기, 선묵 108장학금, 농촌사랑, 효사랑, 환경사랑, 장병사랑, 108약사여래보시, 소년소녀가장 돕기 등 많은 선행들을 베푸는 신행단체로서 계속적으로 한국불교 신행문화의 모범이 되시기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