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전라도닷컴>
<김진수의 약초산책 4>
“비염을 다스리는 코나무” 느릅나무(楡根皮)
코는 후각, 호흡, 공기정화, 가습, 발성 같은 기본기 외에 뇌의 열과 기관에서 올라오는 열을 조율해주는 온도조절센서의 기능도 수행하며, 뇌졸중 같은 위급한 상황이 오면 심장에서 뇌로 이어진 길목을 낚아 한 발 앞서 코피를 터트려줌으로써 두개내압에 의한 뇌손상을 막는 과열차단장치의 소임을 자청하기도 한다. 계절의 세미한 변화에 반응하여 비염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도 두부로 쏠리는 열해(熱害)를 낮추기 위해 쉴 새 없이 콧물을 흘려서 비강 내의 점막을 보호하고 연거푸 재채기를 토해내는 등 ‘알레르기적 반응’으로 대처한다. 그러나 곧 상기증을 일으켜 안구충혈과 누액과다, 가려움, 두통, 현기증 등의 열성복합증세들로 확대된다. 코는 당장 폐열을 낮춰주지 않으면 헐고 붓고 염증이 나서 온도조절센서니 중풍의 경호원 노릇은 물론 자신의 기본기마저 수행할 수 없는 딱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만성의 심한 비염으로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던 젊은 날. 스프레이식 점비약 나자코트, 풀미코트류만 써오던 의사에게 ‘데소나’처방을 주문했다가 혼난 적이 있다. 병원 문을 나서는 내게 “거 비염은 안 낫는 병이요!”했다. 나이 들어 교분이 있는 이비인후과 의사에게 비염의 원인을 물었더니 솔직히 잘 모른다고 대답한다. 목하 비염이란 ‘잘 모르며 안 낫는 병’인 것. 전일적 생체원리에 따른 이해가 현대의학에는 없기 때문에 국소적으로 비점막 혈관을 수축하여 충혈이나 코막힘을 경감시키는 혈관수축제를 사용한다. 대증요법에 해당하는 이러한 약물처방은 장기간 사용할 때 반동성 혈관확장과 충혈, 조직 내 부종이 생기는 ‘약물성 비염’으로 옮겨가기 쉽다. 만성화하여 비강에 낭종이 생기면 수술은 불가피해진다.
오행 상 인체에서 심(心)은 불(火)로, 신(腎)은 물(水)의 장기로 보는데 심의 화는 내려와 신의 수를 데워주고 신의 수는 올라가 심의 화를 적셔주어서 자동으로 수승화강(水昇火降)의 조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만일 한사(寒邪)와 같은 외감병과 스트레스와 같은 내상의 이유로 흉부에 열이 몰리면 물(水)이 부족하여 불(火)을 다스리지 못하는 ‘신허화왕(腎虛火旺)’의 상태가 되고 이때 상부의 열은 비강 내의 점막을 빠르게 손상하여 원인균의 침습을 부르는 염증적 환경을 조성한다. 그러므로 단전을 지키고 있어야 할 기가 상역하여 상열하한(上熱下寒)의 불안정한 열 분포를 이끌면 그만큼 폐가 주관하는 기(氣)와 기관지며 코며 피부에 열꽃이 피는 상성하허(上盛下虛)의 편중이 심해지는 것이다. 이는 나이가 들어 신(腎)이 허해지면서 없던 비염을 자주 앓게 되는 사례와 일치한다.
이로써 기가 치밀어 오르는 ‘상기증(上氣症)’은 비염 심화의 가장 큰 요인이다. 일반적으로 알레르기는 기온의 굴절이 심한 환절기에 자율신경조절능력의 실조와 함께 증상이 나타나기 쉽지만 계절성 외에도 연중 콧물과 재채기, 코막힘이 잦은 사람은 체질적(유전적)인 연유이다. 열이 많고 스트레스를 잘 받으며, 감수성이 예민하고 행동이 재바르며, 목표가 조급하여 감정의 기복이 큰 소양인들에게 많은 것. 소양인(少陽人)은 위 기능이 좋고 방광 기능이 약한 비대신소(脾大腎小)형으로 상체로 열이 많이 쏠리는 타입이다.
찬바람 한 올에도 금방이라도 터질듯 붉게 충혈 되는 코 점막이 과연 어디서 온 것인지 그 내인을 알지 못하고서는 반복되는 비염의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 경구용 항히스타민제제나 분무형 스테로이드, 나아가 신경절제술이나 레이저 소작(燒灼) 같은 처치로 우선하려고 할 것인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는 이른바 원인항원을 낮은 농도에서 점차 양을 늘려가는 피하주사 면역요법에 끌려가야 하는가. 강기(降氣), 즉 반드시 기의 상역을 다스리는 치법을 써야 한다.
폐열을 내려서 강기하고 동시에 신(腎)을 보하여 모든 기운을 12경맥의 근본인 단전으로 복귀시켜야 근치로 간다. ‘체질성’을 단 몇 차례의 탕약으로 완치할 수는 없지만 우선은 부작용 없이 훨씬 가볍게 넘길 수 있으며 꾸준한 약초생활로 목적지에 모두 다다를 수 있다. 쇠무릎(우슬), 뽕나무 껍질(상백피), 살구 씨(행인) 등으로 강기하고 생지황으로 혈분의 열을 내리며, 천문동이나 맥문동으로 청폐자음(淸肺滋陰)하고 오미자를 써서 위로는 폐를 수렴하고 아래로는 신수(腎水)를 붇게 하면 된다.
갯기름나물(방풍)은 풍열을 소산하고, 도꼬마리 씨(창이자)는 통증을 없애고 코막힘을 흩는다. 살구 씨, 오미자, 도꼬마리 씨를 각 1로 한다면 나머지는 각 3에서 4로 편성한다. 이 모든 역할에 동참하거나 진두에 세울 약나무가 바로 『느릅나무』이다. 성미는 달고 평하며, 미끄럽고 독이 없다. 느릅나무의 (뿌리)껍질을 물에 담그면 얼마 후 콧물 같은 맑은 진액이 빠져나와 흐물흐물해지는데 이를 보고‘코나무’라 불렀다. 이 진액 속에 든 성분은 소염과 소종, 해열, 강기의 효능이 있다. 코나무는 단방으로도 쓸 만큼 코에 이로운 나무이다.
비염엔 대장의 환경을 나쁘게 하여 열을 부추기는 모든 종류의 가공식품과 고기류, 과자류, 튀김류가 해로우며, 술은 나의 기혈을 위로 밖으로 발산하여 흩는, 불에 기름 격의 매우 나쁜 작용이므로 주의한다.
첫댓글 읽어보니
느릅나무가 더
예뻐보이네요~~
비염도. 스트레스로도 생긴다하더라구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천문동은 느릅나무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발군이죠. 비염은 다분히 체질성이라 그냥 매해 딱 요 때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손님이죠. 여름내 데인 열에 가을빛 찬 공기, 바야흐로 말라가는 계절의 운화가 외인이라면 희노우사비경공과 같은 감정의 내인이 만나 열과 상기증으로 설명되는 일종의 '풍'이 동하게 됩니다. 스트레스는 '열 받는' 상기증으로 비염을 부추기는 요인의 하나. 이도(민감성, 화, 조급성 등) 체질(주로 소양형)이죠. 비염을 비교적 소상히 설명하려면 저 원고량의 서너배가 돼야 할 겁니다. 관심 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